Suffering
나야, 자기.
*그로신에유아님절대아님
앤캐 복지용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등장 인물:
서핑마니아 마피아
설원의 자경단원
설산의 사령관 군인
구원의 종지기 교주
커플링 포함(서핑설산/맢자경, 겨울군테)
사용된 음악
Suffering, Different Beast, Scylla - Epic the musical
Suffering | EPIC: The Musical Animatic
Different Beast / EPIC: The Musical_Animatic
Scylla | EPIC: The Musical Animatic
Suffering + Different Beast - Loganne&barrybach cover (ROLE SWAP Ver.)
Scylla - Slowed and Reverb
-
“ 여기만 건너면 된댔지. ”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 그녀는 바다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중얼였다.
“ 이제 집이네. 곧 갈게, 자기. ”
그 중얼거림에 대답하듯 물속에서 무언가 일렁였다. 배가 가던 항로 옆, 암초인지 바위인지 모를 것에 무언가 올라왔다. 배 쪽을 보며 그것은 익숙한 목소리로 중얼였다.
“ 나 보고싶었어? ”
익숙한 얼굴과 목소리에, 그녀는 그쪽을 돌아본다. 한 손을 들어 갑판의 난간에 얹고는, 그쪽을 보며 답한다.
“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
“ 그럼, 어서 물에 들어와서 나한테 키스해 줘, 자기. ”
“ 자기, 내가 말했잖아. 난 물이 무섭다니까. ”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위 쪽을 쳐다보았다. 그것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마치 노래하듯이 말을 이어갔다.
“ 내가 자기를 지켜줄게, 알잖아. ”
말이 끝나자마자, 바위에 한 형체가 더 나타난다. 마치 그들을 똑 닮은 여자아이. 소녀는 장난치듯 바위의 끝에 앉아 발을 물 속에 넣고 물장구를 친다.
“ 우리 딸하고, 나하고 이리와서 놀자니까. 우리의 사랑이 육지를 떠나는 걸 지켜보면서. ”
“ 아, 나도 그러고 싶지. 하지만 난 떠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할걸. ”
그녀가 발을 옮기며 난간을 쓸자, 바위에서 내려온 그것이 그녀를 따라와 물 속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 내가 그 고통을 덜어 줄게. ”
“ 들리는 걸로는 너무 좋지만, 난 여기가 좋은걸. ”
“ 자기, 내가 그 괴로움을 가져가 준다니까? ”
“ 알잖아. 난 땅 위에 서 있는 게 더 좋아. ”
“ 고통을 내가 대신해줄게, 자기. ”
그것의 말에, 그녀는 피식 웃고는 말을 이어갔다.
“ 그래, 단. 한두가지 질문에만 대답해 준다면. ”
“ 그럼, 자기. ”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그것의 대답에, 그녀는 갑판에 앉아서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 그래서, 내가 도망치거나, 숨고 있다고 해보자. 으음… 서리 감옥의 간수로부터. 그리고, 음, 그가 집으로 가는 길을 폭설과 거대한 눈보라로 막았다고 하자. ”
“ 그거 안됐네. ”
“ 내가 그를 어떻게 피해야 해? 집에는 어떻게 돌아가고? 어떤 길을 타야 하지? 내가 어디로 가야 해, 자기? ”
그것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고민하는 듯 턱에 손을 올렸다. 그러다, 손뼉을 짝, 치고는 대답한다.
“ 그는 당신을 어디로나 쫒을 테니까, 그가 가지 않을 곳으로 가면 되지. 당신이 집으로 돌아갈 단 한 가지 방법은, 그가 가기 무서워하는 곳으로 항해하는 거야. 봄의 기운이 넘실대는 금빛의 계곡으로. ”
“ …아. ”
“ 당신이 집으로 갈 수 있는 오직 하나의 방법이야. 금빛 계곡을 지나가야 해. ”
“ 하지만, 그곳은…. 대가가 따르는걸. ”
“ 뭐, 당신은 질문을 했고, 대답을 받았으니까. 이제 이리 와! ”
그것이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난간을 짚으며 고개를 흔들고는, 난간에 기대어 말을 건다.
“ 자기, 왜? 내가 부끄러워하고, 무서워하는 거 알잖아. ”
“ 내가 그 두려움을 가져가 줄 테니까. ”
“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 있지만, 날 이 상태로 놔두면 안 될까? ”
“ 자기, 그 고통을 가져가 줄게. ”
그녀는 그 말에 살짝 웃고는 한 손을 뻗으며 말한다.
“ 당신이 이리 올라와. 같이 뛰어내리자. ”
그것은 그녀가 손을 뻗자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는 이어 말한다.
“ 내가 괴로움을 대신할게, 자기. ”
그것의 대답에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중얼이며 돛대 뒤쪽으로 손을 뻗었다.
“ 정말, 내가 자기를 위해서 할 짓이란. ”
그녀가 뻗은 손에는 어느새 석궁이 들려 있었고, 그녀는 그 석궁을 그것에게 조준한다.
“ …자기? ”
“ 가면놀이는 집어치우지, 넌 내 애인이 아니잖아. 넌, 내 목숨을 가져가려고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고. ”
그녀는 다른 한 손으로 돛대의 줄을 당긴다. 마치 그것이 신호라도 되듯이, 갑판 밑에 숨어 있던 선원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 난 알아, 물속엔 너 같은 것들이 무리로 숨어 있는 걸. ”
선원들은 분주히 노와 키를, 아니라면 창을 잡기 시작하고, 그녀는 말을 이어간다.
“ 그래, 난 네가 무엇인지 알거든. 세이렌. ”
그녀는 석궁을 조준하여 바다 한쪽을 쏘았다. 푸른 물결 위로, 붉은 잉크가 퍼지듯 핏빛이 퍼져간다. 그것은 무어라 말하려다, 그녀가 입을 열어 말하는 소리에 묻혀 버린다.
“ 내 애인은 내가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걸 알아. ”
“ 그리고, 내 남편은 우리한테 딸이 없다는 것도 알거든. ”
선원 몇이 한쪽의 밧줄을 당기고, 그녀는 석궁을 장전하여 그것에게 다시 조준한 채 말을 이어간다.
“ 하지만, 네가 내 선원들을 간식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해 있는 동안 말이야. 네 친구들이 잡힌 건 눈치 못 챘나 봐? ”
“ 뭐? ”
선원들이 밧줄로 끌어올린 것은 거대한 그물이었다. 그물 안에는 반인반어, 어쩌면 인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의 형체가 있었다. 물론 변이되고 변질된 인어가. 황급히 달아나려는, 익숙한 그의 모습과 물고기가 섞인 그것을, 다른 선원이 밧줄 달린 작살로 잡아낸다. 갑판으로 끌려 올라온 그것.
“ 우리는 또 다른 괴물이거든. 이제 우리가 포식할 차례야. 더 이상 너희들에게 고통받지 않고, 누구도 죽게 두지 않겠어. ”
그녀는 그물에서 풀려난, 그리고 잡아올린 세이렌들에게 석궁을 겨눈다.
“ 우리는 사람이 만든 괴물이야. 우리가 바로 정복하는 이들이지. 너희는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아. 더 이상 아무도 괴롭게 놔두지 않을 거니까. ”
그녀는 석궁을 그대로 겨눈 채 그것들을 눈짓하고는 한숨을 푹 쉰다.
“ 집에 돌아가지 못한 채, 12년쯤 됐나? 겨울과의 전쟁에서 싸우기 위해, 그리고 지금은 더 많은 적들과 함께. 서리 감옥의 간수, 그놈에게서 도망치다가 아무 선원 없는 배를 봤지. 그래서 알았어. 이 근방에는 세이렌들이, 선원의 죽음을 노래하고 있구나. ”
석궁을 위협하듯 그것들이 모인 발치에 쏘아 보내고, 그녀는 손을 들어 한쪽 귀에서 무언가를 빼내었다. 반대쪽에서도 빼내어, 갑판으로 던져버린다.
“ 밀랍으로 귀를 막았지. 그래서 너희 노래를 듣지 않을 수 있었던 거야. 너, 넌. 내 남편을 따라하더라. 난 그냥 어울려준 거고. ”
석궁을 들어 그를 닮았던 그것을 노려본다. 그리고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음을 흘린다.
“ 네 입술을 읽었지. 정보를 얻기 위해서. 세이렌들은 어떤 항로든, 어떤 길이든 아니까. 이제 내가 갈 길을 알았어. ”
“ 자비를. 제발, 자비를. ”
그를 닮았던 세이렌이 말을 중얼였다. 그녀는 그것을 듣고는 코웃음치며 답한다.
“ 왜? 다음으로 이 해협에 오는 선원들마저 죽여버리게? 아니, 너희는 날 살려두지도 않았을 거야. 난 한 번 실수를 했어. 그리고 내 세상이 어두워졌지. 더 이상 내 애인을 못 볼 가능성을 남기지 않을 거야. ”
그녀는 석궁을 내린 채 그것들에게서 돌아서 선원들을 보았다. 그리고, 명령을 내렸다.
“ 꼬리를 잘라 버려, 끝내자. 그리고 다시 바다에 던져. 익사하라고 하지, 뭐. ”
선원들이 그것들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그것들의 비명이 들리는 속에 뱃머리로 걸어갔다. 찬 기운 섞인 바람이 불어왔지만, 그녀는 해 뜨는 수평선을 가만 바라보기만 했다.
“ 꼭 돌아갈게, 자기. ”
어느 정도 항해를 했던 그때, 여느 때와 같은 찬바람과 달리 따스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노란색 꽃잎이 흩날리자, 그녀는 앞을 보며 중얼였다.
“ 금빛의 계곡.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 단 하나의 길. ”
그런 그녀의 옆에, 한 사람이 걸어와 섰다. 그는 그녀를 보고는 모자 챙을 매만지며 말했다.
“ 오늘따라 조용하시군요, 누님. ”
“ 별로 말할 게 없어. ”
그들이 갑판에 서 있던 동안, 따스한 바람결을 따라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았다.
“ 저 아래서, 모두는 부끄러울 이유를 숨기고는 하죠. ”
“ 누님. ”
“ 응? ”
“ 말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제가 그 간수의 열쇠를 훔쳤습니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당황하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 …말씀드리려고 한 건 아니었습니다만. ”
그가 우물쭈물하는 것을 그녀는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제는 확연히, 계곡 사이로 노랫소리가 퍼져왔다.
“ 저 아래서, 우리가 같다는 것을 아시잖습니까. 배신당한 감정을 느끼면서, 당신이 만든 인연을 깨뜨리면서. ”
비록 마음이 내켜 말한 것은 아니었던 듯 보이지만, 그는 이왕 말을 꺼낸 김에 중얼이며 말을 이어갔다.
“ 죄송합니다. ”
“ 우리가 지불하지 않을 대가는 없습니다. ”
“ 용서해주십시오, 누님. ”
“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을 아시잖아요. ”
그녀는 바람을 타고 날리는 꽃잎에 섞인 노랫소리와, 용서를 바라는 그의 말을 가만 듣고만 있다가 고개를 돌린다.
“ 최고 속도로 가도록 해. ”
다른 선원들에게 명령한 그녀는, 다시 그 쪽으로 몸을 돌리며 갑판 난간에 한 손을 얹었다.
“ 저 아래서…. ”
“ 우리는 모두 이기적입니다. ”
“ 군인, 횃불 여섯 개를 키라고 해. ”
그는 끄덕이고는 그녀의 말대로 선원 다섯을 불러 횃불을 들게 한다. 그녀는 갑판의 뱃머리에 서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저 아래서, 우리는 지옥의 외로운 악마들일 뿐. ”
계곡 안쪽은 더더욱 봄의 느낌이 물씬 났다. 금빛 꽃이 싱그러이 열린 나무들, 떨어지는 꽃잎들로 가득한 금빛의 계곡은 마치 이곳까지는 겨울이 침범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간간히 불어오는 따스한 바람마저 그 느낌을 더해왔다. 그러다, 그가 무언가 발견한 듯 횃불을 비추며 그녀에게 손짓한다.
“ 누님. 무언가 다가옵니다. ”
그의 말대로였다. 계곡 사이를 이은 다리처럼 보이는 암석. 그 위쪽으로,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그 형체는 그들이 타고 있는 배 쪽을 가만히 보는 것 같더니, 입을 열어 말한다.
“ 안녕하십니까. ”
호선을 그리는 눈가, 올라가는 입꼬리에 자칫 사람이라 착각할 뻔 했다. 분명 바람을 타고 왔던 노랫소리는 이것의 목소리일 테다. 그러니, 결국은 적이라는 뜻이었으니. 그 추측이 아쉽지 않게 그것의 등 뒤쪽으로 무언가 검은 것들이 모이더니, 여섯 쌍의 날개를 만들어낸다.
“ …천사? ”
“ 이곳은 신도 버린지 오래야. 그딴 게 있을 리가 없지. 저건… 뭣도 아니야. ”
여섯 쌍의 검은 날개를 만들어낸 그것은, 서 있던 암석에서 떨어지듯 내려오더니 배 앞쪽의 윗부분에서 멈춘다.
“ 죽기 싫으면 노를 저어! ”
그녀의 외침이 들리자, 노를 젓던 인원은 더욱 빠르게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것의 날개는 잠시 배 쪽을 향해 흩날리다, 순간적으로 촉수와 같은 형태로 변했다. 덩굴 모양의 그것들은 배 주위를 돌다 갑판에 서서 있던 선원 중 하나를 낚아채어 간다.
“ 슬픔과 두려움에 빠져 익사하십시오. 피와 눈물에 목 졸려 질식하십시오. 그것이 죄 많은 당신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구원입니다. ”
그것의 말은 여전히 노래처럼 꽃잎과 함께 그들에게 들려왔고, 그럼에도 그녀는 그들에게 노를 저으라 명령한다. 그것이 만들어낸 촉수들은 다른 선원을 낚아채었고.
“ 목숨이 다할 때까지 피 흘리십시오. 우리는 여러분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 드리려는 겁니다. ”
그녀는 그 현장에서 눈을 돌려서는, 갑판 너머까지 들리게 소리칠 뿐이었다.
“ 최고 속도로. ”
이제서야, 그는 그것이 무얼 노리고 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다른 다섯의 선원과, 본인이 들고 있던 횃불. 그 빛이 어쩌면 그것을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그는 당황한 것일까, 횃불을 갑판에 떨어뜨렸고, 불이 날까 두려웠을지 한 선원이 그것을 집어들었다.
“ …어째서입니까. ”
“ 당신들의 명예와 믿음을 포기하십시오. ”
중얼거리던 그의 옆으로, 횃불을 집어들은 선원이 검은 촉수에 끌려 사라진다.
“ 유령같은 삶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
횃불을 든 채 갑판에 남아있던 인원은 두 사람. 마찬가지로 남은 촉수 형태의 것도 두 개였다.남은 두 개의 검은 것들이 그 사람들을 잡아 위로 들었고, 검은 그것에서는 이제 피가 뚝뚝 흘러 바닷물로 떨어지고 있었다.
“ 당신들이 빠져있는 핏물 속에서 죽으십시오. 결국 모든 것은 여러분을 위함이니. ”
어느새 배는 계곡의 끝자락까지 와 있었고, 그것도 더 이상 그들을 쫒을 생각은 없었는지 그곳에서 가만 멈추어 서서는, 다시 그 다리같은 것 위로 올라가서는 마지막 노랫소리를 중얼인다.
“ 우리는 참 닮았습니다, 당신과 나. ”
“ …나. ”
노랫소리가 따스한 바람과 같이 사라지자,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서는 묻는다.
“ 저건 뭡니까, 도대체? ”
“ 여왕님께 들었잖아. 봄을 원하는 금빛 계곡. 저건 결국 그림자일 뿐이라, 빛을 싫어하거든. 당안히 빛을 먼저 노릴 거라고 생각했지. ”
“ …누님. 그렇다면. ”
“ …그래. 알아. 어쩔 수 없었어. 우리, 집으로 돌아가야 하잖아. ”
“ … ”
그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고, 그녀는 그것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 어쩔 수 없는 희생이야. ”
그녀는 그에게 그렇게, 어쩌면 그녀 자신에게 중얼거리며 말하고는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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