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줄래?
윈터앨리
퇴고X
어두운 새벽, 윈터는 한창 타이핑을 치다가 밖으로 나왔다. 글이 꽉 막혀서 도무지 안 풀린다. 과하게 일하지 않으려 해도, 조금만 방심하면 전생의 악몽이 밀려와서 살 수 없다.
그렇다 해서 괜한 일에 엮이는 건 사양하고 싶으므로, 담화실에서 훌쩍거리는 소리는 모른 척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그게 뜻대로 가능했다면, 윈터 달링은 진작 AK가 아니라 VK가 되었을 거다. 아랫입술을 한번 꽉 깨물며 한숨을 쉰 윈터는 방향을 틀었다.
“왜 울어?” 윈터가 툭 던지듯 물었다.
“위니이…” 소파 위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앨리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붉게 부은 눈과 눈물로 얼룩진 뺨에 윈터는 손수건을 건넸다. 앨리는 고맙다고 중얼거리며 얼굴을 정리했다.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취향에 맞다고 생각하며, 윈터는 앨리의 건너편으로 앉았다. 바로 옆에 앉았다간 무심결에 선을 넘을 수도 있다.
“목걸이가 안 보여.” 앨리가 잠긴 목소리로 고백했다.
“어머니에게 빌린 걸 말하는 거야?” 윈터가 되묻자, 앨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한 일이다. 앨리가 블루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잃어버려 운 건 이번 생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어떤 일은 정말 바뀌지도 않는다.
앨리의 말에 따르면, 파티에서 나올 때만 해도 있었는데 기숙사로 돌아오니까 없다는 거다. 당연히 다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모두 자러 간 사이 몰래 바깥까지 둘러보고 왔는데 어디에도 안 보인다. 마법의 힘이라도 빌리고 싶은데, 말이나 이비에게 혼자 찾아가긴 무섭다.
“둘은 날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거든….” 앨리가 시무룩하게 말했다.
윈터는 앨리의 얘기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이미 몇 번이나 들었던 이야기라 술술 따라 말할 수 있기도 했고, 앨리의 우는 모습에 겹치는 잔상이 너무 많다. 시선을 뺏기지 않으려 애쓰며, 잠시 안경을 벗는데, 갑작스레 앨리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순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에 놀란 윈터는 앨리를 밀어낼 뻔했다. 짙은 하늘색 눈이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윈터를 바라봤다.
“같이 찾아주면 안 돼?”
앨리는 손끝으로 윈터의 손을 어루만지며 부탁했다.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인 걸 아는데도, 윈터는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젠장, 젠장, 젠장. 이래서 여자애들은 싫다. 지금 내가 뭔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지.
“그래, 도와줄게….” 포기한 윈터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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