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소원

제이마이

퇴고X

듣고 싶지 않아도 듣게 되는 것이 있고,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되는 것이 있다. 아버지에게서 듣는 아그라바의 이야기가 그러하고, 아버지의 책상에 놓인 낡은 아그라바의 사진이 그렇다.

수백 번의 이야기와 수백 번의 사진 속에서 제이는 아그라바에서 태어났을 자신을 생각하게 된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생각에 깊이 잠기지 않지만, 그래도 … 그곳을 궁금해하는 마음은 거짓이 아니다.

그리고 어느 날 속 모를 사촌이 제이에게 묻는다.

“아그라바에 데려가 줄까?”

지붕 위에 누워 있던 제이는 뜻 모를 소리에 눈까지 끌어내렸던 비니를 다시 올리곤 사촌을 보았다. 균형을 잡는 데에 익숙하지 못한 사촌은 비틀거리며 겨우 제이 옆에 앉아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그걸 바라기만 하면 돼.”

갈색 눈을 둥글게 접으며 웃는 사촌의 시선이 영 껄끄럽다.

얼마 전 이모 나시르가 맡기고 간 마이는 제이드와 달리 제이가 지난 십사 년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촌이다. 정작 마이는 네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지만…, 마이는 도통 상실의 섬에서 자란 아이 같지 않다.

“언제든지 내게 말해.”

“…됐어.”

“내 이름을 부르기만 하면, 언제든 난 네 소원을 들어주러 나타날 수 있단다.”

이런 끈질긴 부분을 제외한다면.

제이는 조던을 피해 몸을 돌렸지만, 귓가에 파고드는 목소리는 남는다. 다정한 말이 제이를 꼬드긴다.

하지만 방벽으로 가로막혀 마법도 쓸 수 없는 고립된 땅 밖으로 어떻게 데리고 나갈 수 있느냐며 소리치지는 못한다. 그의 아버지가 램프를 쥐는 순간 알아챘다는 것처럼… 제이 역시 본능적으로, 저 여자가 정말로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는 걸 안다. 제이는 아직 소원에 따르는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마이는 제이의 무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그의 옆에 앉아 있었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고, 옷에 달린 금속품들이 녹슨 철판 지붕에 부딪혀 내는 소리가 제이를 거슬리게 한다. 다시 잠들긴 어려워서, 제이는 신문지를 접고 일어났다.

“진열장 채우는 거나 도와주든가.”

“후후, 그건 널 위한 소원이 아니잖니.”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이는 주머니 속에서 모양이 온전한 값비싼 시계를 꺼내 제이의 손에 들려주었다. 이건 상실의 섬의 물건이 아니다.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제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마이는 지붕 아래로 지나가는 그녀의 친구를 발견하고는 올라올 때와 반대로 조금의 휘청거림도 없이 가볍게 뛰어내려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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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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