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
퇴고X
목요일 낮, 벤과 빅B는 차밍턴의 해변가에 도착했다. 배를 타고 가면 그리 멀지 않을 곳에, 오늘 둘의 목표인 상실의 섬이 보인다.
빅B가 미리 구해둔 모터보트를 끌고 나왔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빅B가 운전했기 때문에, 보트의 핸들은 벤이 잡았다.
“일반인처럼 보여야 해. 너무 가까이 가지 마.” 해안 경비대가 모르게 해야 하는 일이란 점을, 빅B가 한 번 더 상기시켰다.
찰칵, 찰칵, 또 찰칵.
빅B는 빌려온 카메라로 섬 안의 모습을 찍었다. 최대한 좋은 카메라를 구했는데도,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잠시 배를 멈추고, 결과물을 확인한 벤이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조금 더 가까이 가야 할 거 같은데….”
빅B도 동의했다. “위험을 감수할래?”
벤은 고민하다가 답했다. “가보자.”
둘은 섬 쪽으로 빠르게 보트를 몰았다. 그저 스릴을 즐기는 관광객처럼 보이려 했다.
“이거라면 K도 걱정하지 않을 거 같네.” 섬의 주민들도 오라돈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잘 보이는 사진들에 빅B가 만족스러워하며 웃었다.
다시 해안가로 돌아가려는 순간, 갑작스레 벼락이 쳤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순식간에 새까매진 하늘에서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라돈에서는 거의 없는 날씨다. 파도가 격하게 흔들렸다. 더 늦장 부리다간 큰일 날 거 같은 느낌에, 급하게 커브를 도는 순간, 빅B는 그만 휘청이며 카메라를 놓쳤다. “으악!”
거센 파도를 타고 흘러가는 카메라를 둘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폭풍 속에서 카메라를 잡으러 더 가까이 가느냐 아니면 육지로 빠져나가느냐 결정해야 했다.
당연히 보통의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후자를 택해야 하지만… 지금 둘은 어쩐지 찾으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나타나도 이상할 게 없는 목소리.
“벤자민 플로리안 비스트.”
폭풍의 큰 소음 속에서도 그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 발음 하나하나에 분노가 깃들어 있다.
벤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공중에 나타난 남자를 보며 웃었다. “오랜만이야, 형.”
“안녕하세요…,” 빅B도 떨떠름하게 인사했다.
모든 아이가 익히 아는 그 존재는 꼭 신이라도 되는 듯 붉은 클라미스를 펄럭이며 둘을 내려다보았다. 경멸하는 시선이 분명해서, 벤은 살살 눈치를 보았다. 저런 표정을 벌써 십 년은 봤는데, 여전히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 없다.
힐데는 답하지 않고, 가볍게 손가락에 걸린 보석을 튕겼다. 오로지 그들 주변으로만 빗줄기가 멈추고, 파도가 진정되었다. 기이한 광경에 빅B가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떻게 했어요? 마법인가요?” 빅B는 기자답게 공포를 느끼면서도 물었다.
힐데는 또 한 번, 답하지 않고 반지를 튕겼다. 벤은 순간 힐데의 머리카락이 푸른 빛으로 빛나는 걸 보았다. 이건 번개로 인한 착각이 아니다. 빛이 반짝인 후, 셋은 비가 닿지 않는 안에 도착했다.
다만 어떤 신은 여전히 공중에 앉아서 둘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섬과 가까이 닿지 말라고 다시 가르쳐야 하나?”
벤은 차라리 힐데가 화내길 바랐다. 변명할 수도 없었다. 그가 어릴 때부터 힐데가 유일하게 경고한 한 가지가 바로 섬에 다가가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직후, 힐데의 손에는 빅B가 바다에 떨어트린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물건이지만, 아무도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힐데는 사진들을 하나하나 보았다.
“나쁘진 않네.” 몇 개의 사진을 지운 후, 힐데는 카메라를 빅B에게 던져주었다. “가져다 써.”
“정말로요?” 빅B가 당황해서 물었다. 모두에게 알리기엔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
“내가 감히 왕을 어떻게 막겠니.” 힐데의 빈정거림에 벤이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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