呼, 분노와 탄식의 소리

전쟁이프.. 효이가 준 소재로 이성無 버전

요모조모 by 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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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내가 쓰고 싶은 부분만 썼음)

서서히 눈을 뜬다. 적진 한복판에 살아나갈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애병을 손에서 놓게 된 게 치명적이다. 아니, 오히려 부상 상태인 지금은 휘두르기 힘들테니 이러나 저러나 사용은 못했을까. 몰아쉬어지는 숨과 손에 든 적의 무기. 저를 둘러싸고 경계하는 수는 대략 어림 잡아봐도 수십.

‘하. 사람 하나가 뭐라고 이렇게까지들 몰려오셨나.’

고작 한 사람이 무엇이 그리고 경계되어서 살아갈 기회 하나 주지 않는지. 이래서 전쟁이 싫다. 이런 싸움이 싫다. 한없이 절망뿐이 남지 않는 이 모든 것이 싫다. ..... 숨을 내쉴 때마다 이게 마지막 숨일까 제대로 내어쉬질 못하겠다.

죽고 싶지 않다.

살고 싶어.

아직 해야할 것도, 지켜야 할 것도 너무 많다.

이대로 죽는 건 너무하지 않나.

붉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올곧았던 풍현도의 산들바람은 거대한 핏빛 태풍이 되어 적장을 휩쓴다. 그 붉음이 본인의 것이었는지, 적의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베고 베고 또 베어나가는 것만이 그의 길이었다. 포기할 수 없는 끝까지 붙든 작디 작은, 부질없는 희망이다. 살겠다는 희망, 다시 한번 정인을 보겠다는 희망, 풍현도 아이들을 지키겠다는 미래를 향한 생각, 치명상을 입어도 살아서 돌아가겠다는 희망.

그것이 차례로 무너져 내려간다.

우리 아직 화해도 못했는데.

내가 미안하다, 말하지도 전하지도 못했는데 이리 떠난다고?

하하….

그 아이의 화는 옳았다.

옳았어….

“다른 놈들보다 당신 하나 사는 게 내겐 더 값어치 있다고……. 난 절박해요. 근데 왜 자꾸…."

환청처럼 말하는 목소리가 원망을 담아 들린다. 픽.. 웃음이 샌다. 이거 또 원망 듣게 생겼네. 이번에는 제대로 들어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어쩌지.

“컥…!”

몸 안으로 날붙이가 파고 들어온다. 울컥 쏟아내리는 혈이 웅덩이를 고여낸다. 툭. 투둑. 땅이 곱게도 물들어간다. 창이 바닥을 내리친 틈에 수없이 많은 무기가 혜성을 향한다. 그것을 막아낼 새도 없이,

하나, 둘, 셋…. 열댓개가 넘을까. 깊숙히 창자를 끊어내고 출혈을 자아내는 통증에 신음성을 억누른다. 쿨럭. 손의 움직임이 느려진다. 적을 베어내는 속도가 느려지면 당하는 건 결국 나. 팔이 베이고 다리의 중심축이 무너진다. 무겁고 빠르게 움직이던 창은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고 마지막으로 세상이 뒤집어진다. 물기 어린 눈은 영원히 감지 못한다.

아, 돌아가야 해.

돌아가고 싶다.

휘에게로, 아이들에게로,

제발, 돌아갈 수 있게 해줘.

돌아가야만 해.

제발…….

.

.

.

돌아가야만…

끝없이 베어나가고 베어나가도 종장이 보이지 않는다. 눈앞에 적은 한없이 몰려와 눈을 어지럽히고 손을 쉬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끝없이… 끝없이.

“괜찮아요. 돌아왔어요. 돌아왔어….”

누구의 것이지? 목메인 목소리가 귀에 새겨온다.

그 무엇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았던 흑의 세상에 유일하게 은색을 가진 목소리다.

따스한 온기에 감싸인다.

“이제 그만 쉬세요.”

“저희들은, 기다리지 않을게요.”

“쉬어도 괜찮아요. …천추….”

내가 누구길래 그렇게 애절하게 부를까.

그러나 왠지 모르게 수백년을 떠돌아 겨우 찾아낸 그의 목적지였던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이제야 돌아왔다고?

“서휘야? 혼자 뭐해?”

“…형.”

“흠? 우리 연이 눈이 왜 물들었을까. 누가 강아지 죽는 이야기라도 하고 갔어?”

“그런 거 아니에요….”

더. 조금 더 슬프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아직 종결나지 않았다. 떠나지 못한 혼은 그대로 땅에 스며들어 버렸다. 원은 악이 되었고 애는 그를 지박령으로 붙들어버렸다. 한 곳을 계속해서 돌며, 소멸하지도 못하고 존재하기만 하는 그것.

‘천추’는 남아버렸다. 영겁의 시간 동안. 그 자리에 붙박여. 세상의 순리를 비껴나간채로 그렇게 존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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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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