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적 생일 축하 방식
전투조 선태연 26
생의 결핍이란 허기와 같다. 의 명제를 두고서 논하길. 변주하자면 난생을 느끼는 방식과 함의가 같으니. 구이공오 그 안의 데스크 후측엔 모든 생이 잠들어 있다.
눈물겹게도 모든 것은, 완벽하게도. 현생 인류에게 자비란 없다. 차오르는 수면을 보고서 뇌까리는 건 위시 리스트나 버킷 리스트의 나열보단 유음遺音의 고심. 각별한 수집벽의 태생이 그러하다. 죽음의 현현을 견디지 못하였으니 나(너)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들을 배반한다. 약조컨데 당신은 평생이고 구이공오 데스크 깊숙한 그 어드매에서 영생을 살아갈 것이다. 각설하고, 서두로. 펜은 총칼보다 강하다의 상실을 안고 운명殞命 종용의 시대엔 인텔리는 무용했으니 겨우 깨우친 자모로 처음 새긴 것은 개머리판의 이름 석 자부터 시작한다.
나의 성명은 선宣으로 획을 그었으나 아비에게서 따왔는지 어미에게서 받아 왔는지 불분명했다. 다다 기억의 실마리서부터 선宣이라 불리었으니 나는 그저 선宣이었을 뿐이다. 의구심은 출생 십오 년 이후 양친의 신원이 불분명한 어느 한 기록에서 발발한다. 이즈음 와서야 필명畢命간의 창명이 필명筆名인지 실명實名인지 논하는 것은 하등 쓸모가 없다만 여생의 기로 앞서 존재의 함의는 이따금…….
뭍과 물의 보더라인. 침범은 용서치 않으나 어쩌면 그 역시도 연민과 다를 바 없음을 깨달았다. 살아갈 이유가 무엇인가? 침범은 역행한다. 양친이 침잠되었다는 타워 앞을 백사장(ⓐ시대 종말 이전의 기록을 증거로─오류가 있음을 알지 못하였으나─ ⓑ익히 들어 온 촌락과 같이) 삼아 급강하急降下─비행飛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宣이 처박힌 건 백사장이나 심해어와의 공존이 아닌 바리게이트 상판의 철제였다. 시대는 막을 내려가는데 생은 부질없게도 절절한 맥을 이어가며. 사흘 뒤 눈을 떴다. 해피버스데이, 선還.* 나는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눈물겹게도 모든 것은, 완벽하게도. 선還에게 자비란 없다. 삐뚤한 자모로 겨우 철문綴文하니 표제로는 <邪慾의 渴急>이 제격이다. 철문은 양친 살아생전 수유에도 입지 못하였을 츤의 포켓 안에 자리했다. 보더라인은 전이된다. 박음질 된 지퍼. 열람 시 주의 사항은 글쎄…….
해피버스데이.
종말 이전엔 그렇게 축하했대.
ⓐ 선태연 691222 183 62 m
⤷ 본인 잠실 출생 양친 불명
⤷ 흑모 흑안 좌안 아래 눈물점 두 개
⤷ 약칭: 선
ⓑ 전투조 저격소총
⤷ 우안 직감의 정확성
⤷ 원거리 성적 우수
⤷ 습관성 메모
ⓒ 필사즉생의 궤변
⤷ 작은 수첩과 유품 만년필
⤷ 일전 여파로 인한 희미한 좌안
*박쥐, 2009 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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