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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년된그뭔씹자캐세계관을조금이나마정리해보려고합니다

개인창고 by 읺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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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친 놈아!”

일을 이따위로 해 놓으면 다음 사람은 어떻게 하라는 건데?! 온통 음침한 색으로 물들어 꾸물거리는 알 수 없는 덩어리를 퍽퍽 내리치는 여성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다.

구불거리는 흑발은 찐득거리는 무언가로 잔뜩 뒤덮혀 있었으며 푸르게 빛나는 눈동자는 짜증고 분노만을 가득 담고 있었다. 가차 없이 내리찍는 여성, 이나에게 어딘가 머쓱한 듯한 음성이 날아들었다.

“아니이. 나도 살아야 할 거 아냐. 어차피 유이나 너, 이 정도는 눈 감고도 싹 처리할 수 있으면서 왜 이러는 건데? 나도 억울해 죽겠다! 졸지에 너랑 짝으로 맺어져서 자유시간까지 싸그리 뺏기고 이게 뭐냐구!”

잔뜩 투덜거리는 붉은 빛의 남성. 진형이었다. 태양처럼 타오르는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그는 생김새답게 불을 다루고 있었다.

진형이 팔을 뻗으면 화륵, 하고 새빨간 화마가 혀를 낼름거리며 치솟았다. 사그라들 줄 모르는 진형의 불에 주춤거리며 기세를 잃어가던 덩어리는 이나의 발차기 한 방에 퍽, 하고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그와 동시에 찐득한 액체가 이나와 진형에게로 튀어버리자, 둘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아오!” 하며 짜증 섞인 비명을 뱉었다.

“야. 이제 첫 번째 웨이브는 끝난 거 맞지?”

“어엉, 잠깐 숨 좀 돌려도 될 듯.”

벅찬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보자 꽤나 심각했다. 방금 같은 덩어리들이 터진 흔적이 사방에 널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끈적거리는 잔해들은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발 밑에 남아 이나와 진형을 거슬리게 했다.

시발, 진짜. 작게 욕을 짓씹은 후 신발 밑창에 쩍쩍 달라붙는 느낌을 애써 무시하며, 이나는 커다란 나무 그늘 쪽을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야! 어디 가? 나 버리고 가지 말라고 했잖아!”

그런 이나의 뒤를 쫑알거리는 진형이 후다닥 따라잡았다. 이미 그늘 밑에 자리잡고 누워버린 이나의 배 위로 진형의 머리가 쓱 하고 올려졌다. 크게 티를 내진 않았지만, 둘 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는지 배를 깔고 누운 사람도, 졸지에 배를 내어준 사람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숨만 색색 내쉴 뿐이었다.

그 짧은 찰나의 휴식이 아니꼬웠는지, 저 너머에서 검은 형체의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때’가 다시 찾아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둘은 눈 깜짝할 새에 몸을 일으켜 말아쥔 주먹에 힘을 꾹 준다거나, 손가락을 까딱여 불을 피워올리는 등 각자 나름대로 전투 태세를 갖췄다.

“님 준비 됨? 일단 나는 좀 안 된 것 같은데…”

“…여기서 나가떨어지는 새끼는 복귀해서 존나 놀림거리 된다는 것만 기억해라.”

그것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이를 악문 이나가 또다시 눈을 푸르게 빛내며 앞으로 뛰쳐나가자, 그에 호응하듯 뜨겁게 이글거리는 진형의 불꽃이 이나에게 둘러졌다.

2차전의 시작이었다.

*

아..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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