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와 무협물...인데 시작도 못함

개인창고 by 읺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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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까만 닭 와론.

새까만 장포를 두르고 마치 닭처럼 집요하게 상대를 쫓아가 쪼아댄다 널리 알려져 있는 가문이었다. 애초에 알려진 것 하나 없이 꽁꽁 숨겨지다시피 한 와론 가에 대한 정보는 오직 하나였다.

와론의 가주, 와론囮論.

강산이 수십 번을 변해도 와론의 가주는 항상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와론은 언제나 얼굴을 가리는 철 가면을 쓰고 바람에 나부끼는 흑색 장포를 두르며 신병이기, 론누의 주인으로도 알려져 있었다.

그는 어떤 절세고수들조차도 꿰뚫어 볼 수 없는 신묘한 무공을 사용하며 그 경지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높았다. 그 콧대 높은 무림 십존들도 와론과의 충돌을 최대한 삼가려고 할 정도였다. 그를 건드렸다가 멸문에 이른 가문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와론은 거의 모든 무림인들의 기피 대상이 되었다.

세간에는 수십 년 동안 건재한 와론의 가주를 두고 이런 말들이 나돌았다.

'와론이 엄청난 경지에 도달한 것이 그가 와론 가의 가주로서 계속 군림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와론 가에서 비밀리에 가주 후보를 양성하고, 철 가면을 씌워 가주의 변동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설이 가장 유력했지만, 진실은 오직 와론만이 알고 있었다.

*

카가각!

창과 창이 서로 힘을 겨루는 소리가 고요한 공간에 울려퍼졌다.

"아하하! 방금은 너무 성급했어."

"...알고 있거든."

깊은 산 속 더 깊은 곳 어딘가. 그곳에서 두 인영이 서로 합을 주고 받고 있었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여성은 나무로 만든 창을, 창백한 회색 머리카락의 아이는 투박하지만 철로 만들어진 창을 쥐고 대련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퍼억!

나무 창이 아이의 다리를 가격하자, 순간 아이의 자세가 빈틈을 보이며 무너져 내렸다.

"내가 분명 외공 수련을 더 하라고 했을 텐데, 게을리 했구나."

타악.

아이의 명치를 누른 나무 창의 끝은 뭉툭했지만 여성의 기세만큼은 매우 날카로웠다. 씩씩거리며 이를 악물고 여인의 창을 힘겹게나마 받아내던 아이가 온몸을 찌르는 듯한 살기에 화들짝 놀라 창을 떨굴 정도였다.

아이의 작은 손에서 무기가 떨어지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여성은 씩 웃으며 기세를 갈무리했다. 그러곤 본인의 것도 저멀리 휙 던져버리고는 아이에게로 성큼성큼 걸어와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어디 크게 다친 곳은 없지? 방금은 조금 화가 나서 조절을 못했어."

"...됐어. 우리가 이럴 사이도 아니고 낯간지러워."

상냥한 여인의 손길을 뿌리친 아이는 다시 창을 주워들었다. 강하게 몰아붙이는 힘에 손바닥이 찢어졌는지 창대가 온통 피범벅이었다. 그제서야 느껴지는 손바닥의 쓰라림에 아이는 손을 바르르 떨면서도, 꾸역꾸역 창을 세게 말아쥐었다.

"뭐해? 다시 덤벼. 난 준비됐으니까."

그런 아이의 모습에 부족했던 수련이 못마땅했던 여성도 못 말리겠다는 듯 웃으며 한숨을 픽 내뱉었다.

'정말 어디서 이런 아이가 나왔을까.'

무武에 진심인 아이가 기특하기도 했지만, 무공 지도보다는 버르장머리 없는 제자의 인성 교육이 먼저였다.

여성은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따악! 하고 쥐어박았다.

"스승님한테 말이 너무 짧구나, 제자야. 스승님을 공경하는 마음을 담아보렴."

생글생글 웃으며 뒷짐을 지고 서 있는 여성은 어딘가 고집스러워 보였다. 제자로서 공경하는 마음을 담아 스승에게 지도를 부탁해보라는 명령 아닌 명령에, 아이는 꽤 오랜 시간을 망설였다. 오래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동안 여성과 함께 지내온 아이는 상냥하지만 단호한 얼굴을 마주하자 고개를 푹 숙인 채 웅얼거렸다.

"...못난 제자에게 한 수 가르쳐 주세요, 스승님."

아이가 아는 그 얼굴은 원하는 것을 얻기 전까지 절대 물러나지 않는 자의 얼굴이었으므로.

아이의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여성은 작게 웃음을 흘리곤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좋아. 이번엔 저녁 식사시간까지 쉬지 않고 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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