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불의기사] 여명의 순간
목와 조각글
언젠가 네가 물었다.
“닭이 왜 싫어?”
나는 답했다.
“닭이 울면 아침이 오니까.”
그리고 넌 기민하게도 그 짧은 대답에서 나의 두려움을 발견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새까만 닭, 와론 네가.
*
아침은 싫다. 안락한 어둠을 몰아낸 빛이 나를 해치려 들 것만 같았기에. 잠에서 깨어난 모든 것이 나를 쫓아 달려오기 때문에.
그래서 아침을 불러오는 닭의 울음소리 역시 나는 싫었다.
그러니 자신을 새까만 닭이라 밝힌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너무해~ 난 너한테 첫눈에 반했는데~
아무튼, 너의 목소리가 거슬리지 않게 되었을 땐 네 이름이 못마땅했다.
넌 왜 하필 새까만 닭일까? 황제란 녀석은 눈이 옹이구멍인 게 분명했다.
새까만 색은 너와 어울리지 않았다. 너는 너무나 따스하고 부드러운 흙빛 머릿칼과 하늘보다도 새파란 눈을 가졌으니까.
닭이란 이명도 너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네가 내게 안겨준 아침은 두렵지 않으니까.
-하하, 그래서?
그러던 어느 날 널 기다리며 읽은 책에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하루 중 가장 어두운 때는 해가 뜨기 직전이라더라. 어쩌면 검다 못해 새까만 너의 색은, 네가 가져올 아침이 무엇보다 빛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또, 불침번을 서며 네가 깨어나기를 기다리던 언젠가의 새벽. 멀리서 들려오는 닭의 울음소리를 듣고서야 알았다. 나는 더 이상 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순간, 나는 새까만 닭 와론 너를 완전히 받아들였다.
-기쁜걸.
또, 한참 나중에야 알게 된 건데, 닭은 빛에 반응해 본능적으로 우는 생물이라더라. 닭은 아침을 불러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빛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라고.
그러니까 너는 내게 두렵지 않은 아침을 가져온 것이 아니었다. 너 역시 그저 빛을 기다렸을 뿐이다. 내가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까지 수많은 아침을 함께 해주면서.
그 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다리는 건 그리 힘들지 않으니까.
…그리고 나는 내가 새까만 닭임을 받아들였다.
-■■.
…있지, 와론.
세상은 영광의 시대를 맞이했다.
네가 기다리던 빛은 이 시대가 맞아?
네가 이 자리에서 그 찬란한 빛을 쐬었다면, 너는 울었을까?
“나는 지금……”
목와~
닭을 무서워한 건 어떤 와론이었을지 고민하다가 쓰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이 무사히 영광의 시대를 맞이했다는 if 시점
와론의 독백 어투는 새까만닭 와론의 것이 아닌 회백발의 이름 모를 누군가의 것이었으면 좋겠어서… 날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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