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잠버릇
아파서 귀신 보는 와론 외
230610
* 단편 4개
* 와지 동거합니다. 세번째 글만 현대 배경
* 목주와론 기린닭 와론지우
* 공포 요소(가위눌림), 폭력 및 살해 요소 주의
- 잠버릇, Schizophrenia
1.
지우스는 문득 이상함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적응 되지 않은 어둠 속에서 손을 뻗어 옆자리를 더듬었다. 옆자리에 잡혀야 할 촉각이 손에 착 달라 붙자 그는 안심했다. 입을 열어 이름을 부르려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지우스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옆자리에는 보여야 할 사람이 아닌 새빨간 눈 한 쌍만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가위인가? 어서 깨어나야...'
고개를 돌리려고 해도 몸은 뻣뻣하게 굳어 그의 힘으로는 도통 움직일 수 없었다. 옆에는 와론이 누워있을 터인데 소리라도 내면 그를 흔들어 깨워줄 것이다. 안간힘을 다해 그를 불러봐도 밖으로는 으,으, 하는 소리만 샐 뿐이었다. 그 소리도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것인지 앞에 있는 소름끼치는 존재에게서 나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손에 닿는 것은 점점 차갑고 축축해져 영안실의 시체라도 만지는 것 같았다. 발 끝에서 서늘한 느낌이 들며 머리카락 같은 것이 감아오고 있었다. 눈은 앞에 있는 새빨간 동공에 고정되어 피할 수 없는 채로 아래에 있는 무언가가 점점 지우스의 몸을 타고 올라왔다. 발끝에서부터 시작되어 죽음의 공포가 목을 조이는게 느껴졌다. 이성은 공포에 압도 되고 지우스는 패닉에 빠져 들고 있었다. 머리는 빠르게 돌아가며 필사적으로 깨어나려 했지만 꽉 붙잡힌 몸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해 정신이 몸 속에서 몸부림을 쳤다. 머리카락이 목을 강하게 감아오자 지우스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옆으로 부자연스럽게 돌린 목은 옆자리의 시커멓고 동공만 빨갛게 도드라진 것을 쳐다봤다. 지우스는 그것이 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우스를 죽이고 싶어하고 있었다.
생존본능에 몸부림 치던 몸이 갑자기 자유로워 졌다.
[ 헉, 헉, ... ]
지우스는 눈을 번쩍 떴다. 심장이 오르락 내리락하며 쿵, 쿵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빠르게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 보니 침대에는 자신 혼자밖에 없었다.
'무슨 소리였지?'
지우스를 깨운 것은 어렴풋이 들린 현관문 소리였다. 철컥, 현관문이 닫힐 때의 익숙하지만 새벽에 들려서는 안되는 소음에 번뜩 정신이 든 것이다. 자신이 정말로 그 소리를 들었는지 확실하지 않았으나 그가 가위에서 풀린 까닭이 달리 없었다.
'와론은 안 돌아온건가? 그럼 지금 들어온 건 누구지?'
지우스는 등줄기에서 오싹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열쇠를 돌리거나 문 여는 소리 없이 닫는 소리만 들린 것 같았다. 자신이 저녁에 현관문을 잠갔던가? 이번에는 정말로 몸이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눈 앞에 보이는 집 안이 온통 깜깜했다. 어서 가서 침입자가 누구인지 확인해야 하는데 속에서 올라오는 공포를 삼킬 수 없었다. 지우스는 무언가가 자신의 뒤에서 움직이는 소음을 들었다. 고개를 돌려 어두운 침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긴 머리를 가진 무언가가 위에서 웃으며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헉,
지우스는 너무 놀라 침대에서 몸을 확 일으켰다. 꿈이었지만 그것과 눈이 마주쳤다. 그걸 눈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이번에는 정말로 꿈에서 깨어난 건가? 무의식적으로 옆을 짚은 손에 무언가 잡히자 지우스는 당장 그것이 사람인지 확인했다.
[이보게...]
잠이 덜 깬 목소리는 와론의 것이었다. 완전히 깨어난 것을 확신하자 안도감이 밀려오며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지우스는 난데없이 흔들려 깨어난 와론이 다시 잘 수 있도록 손을 놓아주었다. 그는 몇 번 뒤척이더니 금새 잠에 들었다. 지우스는 고개를 돌려 아무것도 없는 침대 헤드 위의 천장을 쳐다보았다. 등골에 오싹함이 가시지 않았다. 현관문이 닫히던 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지우스는 거실과 현관, 방 안에 불을 죄다 켜두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 단지 가위눌림일 뿐이야, 스스로에게 되내이다가 몸이 침대로 파묻히는 느낌에 자꾸만 눈이 떠졌다. 이대로 잠에 든다면 다시 가위에 눌릴 것이 분명했다. 지우스는 옆에 누운 와론의 온기에 붙어 잠에 들려고 노력했다. 사람과 붙어 있으면 가위에 눌리지 않는다고 한다. 잠결에 지우스 쪽으로 돌아누운 와론이 팔을 뻗어 지우스의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 지우스는 그 품에 파고 들었다.
다음날 밤 지우스는 또 다시 악몽을 꾸었다. 이번에는 와론이 그에게 올라타 목을 조르고 있었다. 투구가 없는 와론이 고개를 숙여 그의 머리카락이 지우스에게로 길게 흘러내렸다. 얼굴은 가려져 있었다. 잘 때는 당연히 투구가 없지, 하고 지우스의 이성이 생각했으나 어딘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육중한 무게가 그의 몸을 힘 주어서 압박했고, 열 개의 손가락이 그의 목을 꽉 쥐는 힘에 목이 부러질 것 같았다. 지우스는 거세게 저항하며 와론의 손목을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자신이 와론의 힘을 이길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었다.
[커허, 억, 새까, 만, 닭, 이것, 좀... ]
어째서인지 그는 목이 졸리면서도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와론은 무어라 중얼거리며 손아귀의 힘을 풀지 않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걸 알았지만 커다란 두 손에 목뼈가 신음하며 지우스는 질식하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목을 긁었다. 숨이 한계에 다다랐다가 정신을 차리기를 반복하면서 무력감과 생존 본능 속에서 끊임없이 정신이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졌다. 지우스는 와론을 깨우려고 노력하다가, 희미한 정신으로 발버둥을 치며 와론을 발로 차다가, 끝에 가서는 와론에게 애원했다.
[허억,.. 론, 와론,..., 그만,......, 와,..!! 커헉,...!]
자신을 죽이지 말아달라고, 숨을 쉬도록 놓아달라고.
그러면서도 머릿속 어딘가에선 와론이 자신을 풀어주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결국 그의 손에 살해되는 날이 온 것이다. 와론은 항상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자신을 죽이고 싶어 했다. 처음에는 그에게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았고 나중에는 의식적으로 숨겼다. 그들이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그는 차마 자신을 밀어내지 못했다. 그 시간 동안 필사적으로 본심을 감춰온 것은 일종의 다정함이라고, 지우스는 그 불안정함에 기대곤 했다. 그것이 그가 아는 새까만 닭, 와론이라는 인간이었다. 그에게 와론이 보여준 그의 일면이었다. 가려졌던 얼굴이 이제야 보였다. 와론이 극도로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다. 그리고 이것 역시 와론의 일면이다. 네가 살인을 저지를 때 그런 얼굴이었구나. 지우스는 내심 궁금해 해왔던 얼굴을 바라본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것들이 무너지는 순간이 올 줄 알았지만..
[와ㄹ...., 제,발..]
허억, 숨을 크게 들이켜보니 지우스는 꿈에서 깨어난 것을 깨달았다.
어둠이 구역질 나는 밤이었다.
2.
와론은 아침에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지우스의 목 근처에서 이상한 자국을 발견한다. 그의 목에는 희미하지만 사람의 손 모양의 자줏빛 멍이 들어있다. 새까만 닭이 알기로는 그는 최근에 전투에 참여한 적이 없다. 유독 짙은 다크써클이 검은 색에서 자줏빛으로 그라데이션을 그리며 광대까지 내려와있다. 그러고 보니 눈도 조금 부은 것 같다.
[어제 무슨 일 있었나?]
새까만 닭의 반대편에 앉아 아침밥을 먹는 기린에게 물었다. 자기 몫의 밥을 힘 없이 먹던 기린이 그를 쳐다본다. 평범한 기사들은 아침에도 쌩쌩하지만 그는 가끔 이렇게 아침을 힘들어했다. 출근하는 행정직이라면 그럴 수 있지만 기린은 확실히 보통의 기사들과는 달랐다.
[가위 눌렸어. 꿈에서 귀신 봤어.]
[그러고 보니 끙끙 대는 소리를 잠결에 들은 것도 같구만.]
[좀 깨워주지 그랬어.]
[이렇게 기 센 사람이 옆에 있는 데 가위에 눌리다니, 요새 자주 눌리지 않나.]
네 기에 눌리는 게 아닐까, 하는 표정이 기린의 얼굴에 떠올랐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였다. 다만 기린은 반문만 할 뿐이다.
[네가 기가 센가?]
[약해보이진 않지 않나~]
기린은 대답하지 않는다. 새까만 닭은 무언을 곧 긍정으로 쳤다.
그 찜찜한 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밤이었다. 잠든 와론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 땀이 맺힌다. 며칠 째 계속된 감기기운은 심해져 결국 자는 동안 몸에 열이 올랐다. 꿈 속에서 그는 론누가 된다. 그의 육신이 생사결을 치르는 동안 론누와 함께 전장을 누비면서 적들의 몸을 꿰뚫고 공격하는 창이 되었다가, 공격을 튕겨내는 방패가 되었다가, 높은 상공에서 전황을 감시하는 매가 되었다가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 적을 상대한다. 시야에 피가 튀어 붉어지고 인체를 가르는 느낌이 불쾌했지만 그는 육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 론누가 눈을 감는 일 따위가 일어날리 없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싸움과 잔인한 광경에 정신이 깎여나간다. 몸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불안이 그를 잠식했다. 휙휙 전환되는 방향에 머리가 어지럽다. 그는 싸우고 있는 자신에게 여러 공격이 동시에 날아드는 것을 보았다. 안돼-! 육신에게로 빠르게 날아갔지만 간발의 차로 적의 공격이 먼저 도달하려 했다. 그의 목이 당장이라도 베이려는 순간이었다.
꿈은 장면이 바뀌어 그는 다시 와론이 되어 어느 야산을 헤매고 있었다. 산은 어두운 나무 그늘로 가득 덮여 있다. 어둠 속에서 그림자보다 칠흑에 가까운 나무도, 평화로운 올빼미가 우는 소리도, 스치는 조용한 바람도 잠든 와론의 기분을 나쁘게 했다. 단조롭고 전형적인 악몽이라 그는 아무나 등장하기를 기다렸다. 빨리 그 귀신을 족치고 여길 벗어나야지. 그는 하다 못해 자신에게 가위를 누른 대가라도 치르게 해주겠다고 다짐한다. 새까만 버드나무의 가지가 축 쳐져 찢어진 걸레 조각처럼 바람에 흔들렸다.
와론은 컴컴한 숲속을 주시하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숨을 쉴 새도 없이 그쪽으로 달린다. 그와 거의 동시에 숲그림자에 묻혀 있던 것도 달리기 시작한다. 반사적으로 튀어나가는 기사의 어마무시한 속도로도 나란히 달리는 그림자와의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 애초부터 무언가 와론의 뒤를 살살 따라오는 감각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었다. 칠흑 같은 그림자들 사이로 언뜻 무언가 움직였을 뿐이지만 밤눈이 밝은 와론은 똑똑히 보았다. 그것은 목이 없는 귀신이다.
와론은 각도를 좁혀 그림자의 뒤로 따라 붙는다. 그것은 힘이 떨어지는지 일부러인지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고, 옆으로 따라 붙은 와론이 한 순간에 방향을 틀어 몸을 날려 그것을 덮쳤다. 그 위에 올라타 멱살을 쥐는 와론의 표정이 충격으로 일그러져 있다. 때 마침 그늘 사이로 들어온 빛이 두 실루엣을 비추며, 헐떡이는 두 개의 숨소리만 들린다. 와론은 생각한다. 이건 무언가 잘못된 거 아닌가? 보통 이런 꿈에서 무서워하는 것은 쫓기는 쪽이나, 쫓는 자인 와론은 온몸에 절망감이 가득 차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투구는 사라지고 귀신의 위에 올라타 그를 내리누르던 몸은 작아져 10대로 되돌아가 있다. 작아진 손은 멱살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리 밑으로 깔린 단단한 갑주가 느껴진다.
[oo,]
와론은 숨을 몰아쉬며 그의 이름을 내뱉었다. 목에서 소리가 걸려 잘 나오지 않아 매끄럽게 발음할 수 없었다. 그 이름은 세상에서 오랫동안 쓰인 적이 없는 단어였다. 나오는 목소리는 낮은 어른의 음성이 아닌 어린 시절 그의 것이었다. 그 단어만으로도 와론은 심장을 찔리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아래에 시선을 고정했다. 갑주 위로는 목이 절반만 있고, 그의 목에 걸린 것과 같은 초록색 광석이 걸려있다. 와론의 목에서 목걸이가 흔들거리며 녹색의 수정광을 만들어 낸다. 그것, oo이 와론에게로 손을 뻗었다. 와론은 욕을 삼키며 눈을 감고, 볼을 어루만지는 손길을 느꼈다.
그림자였던 것은 말을 하지도, 웃음을 짓지도 않는다. 다만 가만히 누워 와론의 얼굴을 그려보듯 쓰다듬고, 손 끝으로 글씨를 쓰듯 한다. 와론은 눈을 감고 그것의 사라진 목의 윗부분을 떠올리며, 온전함을 느끼려 애쓴다.
다시 한번 와론의 시야가 뒤바뀐다. 젠장, 또 꿈 속의 꿈인가. 와론은 이제 이 꿈 어딘가에서 자신을 농락하는 존재에게 살의를 품는다. 이만큼 깊은 꿈 속에 들어왔으니 반드시 여기에 무언가 있을 것이다. 이곳에서 그는 또 다시 론누가 되었다. 어딘가 익숙한 광경에는 살벌한 기세를 뿜는 기사들이 반원을 그리고 서있다. 그들이 하고 있는 복장은 요즘 시대의 기사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자신도 아는 풍경인 걸 보니 아주 옛날은 아닌 듯 했다. 그들 사이에서 자신의 육체는 찾을 수 없었다.
기사들 중에서 와론은 아는 얼굴을 찾았다. 그는 반원의 중심에 서 있었다. 점점 심해지는 불길함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들은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공중에 비행하던 론누에게 어떤 명령이 파고 든다. 그 목소리는 날아갈 방향을 그에게 지시한다.
[이게 마지막 명령이야, 론누]
와론은 이것이 자신의 꿈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가 제대로 론누의 시야를 본 것은 이 이후의 일이었다. 기사가 마지막으로 론누를 조종한 것은 자기 자신을 겨누기 위해서 였다. 부르르 떨리며 회전하는 창날이 땅으로 향한다. 론누는 급격하게 하강하다가 꺾이며 순식간에 아래에 서 있는 기사에게로 다가간다. 그와 함께 와론의 시선은 점차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짧은 순간이 와론에게는 몇 분과 같이 흘러갔다.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와론은 그의 이름을 비명처럼 질렀을 것이다.
[oo,]
와론은 무어라 이름을 중얼거리며 꿈에서 깨어났다.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그가 얼굴을 묻는 이불에 얼룩이 진다. 차마 토해내지 못하고 낮게 쥐어짜는 소리가 그의 가슴에서부터 올라왔다. 와론에게 그를 잃은 것은 악몽이 아니다. 현실이야말로 깨어날 수 없는 꿈이었다. 그를 만나는 것이 와론에게는 꿈이요, 그가 없는 것이 지독한 현실이다. 와론은 한참을 흐느낀다. 백발에 감싸인 어깨가 그 위에 놓인 삿된 것에, 짐에, 자신의 무게에 못 이겨 계속해서 흔들린다. 침대 옆에는 창 한자루가 세워져 있다. 창대가 검고 묵직한 창은 벽에 기대어져 와론을 내려다 보는 듯 하다. 그것에는 증오스러울 정도로 수많은 기사의 피가 묻어왔을 것이다.
싸늘한 새벽의 공기는 컴컴했고 공중으로 가볍게 떠올랐다 천천히 가라앉았다. 동틀녘은 너무나 멀리 있다.
3. Werewolf
In a dream I was a werewolf.
꿈 속에서 나는 늑대인간이었다.
My soul was filled with crystal light.
내 영혼은 수정과 같은 광명으로 가득찼고
Lavender ribbons of rain sang, ridding my heart of mortal fright.
연보랏빛 리본의 비가 노래하며 마음 속에서 죽음의 두려움을 씻어냈다.
Of mortal fright.
죽음의 두려움을.
나에게는 잠버릇이 특이한 동거인이 있다. 그와 함께 산 지는 반 년이 되었고 몇 년 전 지인의 소개로 서로 얼굴을 알고 지내면서 가끔 마주치던 사이였다. 그는 상당히 독특한 사람으로, 한 여름에도 두꺼운 장갑과 무릎까지 오는 검은 부츠를 신고 다녔으며, 머리는 어깨를 조금 넘는 길이였는데 치렁치렁하게 내려와 눈을 늘 가리고 있었다. 직접 자른 듯한 가위자국으로 볼 때 태어나서 한번도 미용실의 문턱을 넘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말투는 반세기 정도 전 쯤이나 나이 든 할아버지들 사이에서 쓰일 것 같은 구식으로 사람들을 자네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했고, 그의 머리색은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비슷한 백발이라 우리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데도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 눈은 가려져 보이지 않았어도 입매가 올라가고 내려가거나 찌그러지는 것을 통해서 그의 기분이 좋고 나쁜 걸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의 유별남이 꺼려져 가까이 하지 않았으나 지인과 함께하는 자리에는 거의 빠짐없이 언급 되는 인사였기 때문에 그를 대놓고 멀리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만나는 일은 그리 빈번하지 않았고, 그는 도시의 뒷골목에 가면 널려있는 청년들처럼 한량해 보였지만 항상 무언가 할 일이 있었다. 그는 보기와는 달리 말수가 많고 유쾌한 농담을 좋아했으며, 귀신 같이 감이 좋아서 지인들과 함께 모이면 그 사람이 어제 저녁에 어디서 무얼 했는지 종종 맞춰서 사람들을 놀래키곤 했다. 맹세컨데 그건 sns 를 염탐하거나 한다고 해서 가능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의 비밀을 맞추는 능력이 신기해서 어떻게 한 거냐고 물어보면, 그는 항상 잠시 고민하다가 자신은 감이 좋아서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 그냥 알게 된다고 대답했다. 나는 그가 내게 둘러댔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매번 고민하여 답하는 사람을 붙잡고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넘어갔다. 그는 내가 이런 질문을 하고 나면 항상 난처하다는 듯 웃어보였지만 내게서 시선을 피하지는 않았는데, 머리 밑에 가려진 눈이 보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에 대한 인상은 점차 외양이 조금 특이하지만 평범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바뀌어 갔고, 나는 이전만큼 그가 불편하지 않았다. 사람들 없이 둘이서 만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그가 내 지인들과 알게 된 것은 1-2년이 아니었지만, 그의 과거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이전에 무엇을 하던 사람이었는지, 고향은 어디 였는지, 가족은 있는지, 원래 이름은 무엇인지. 그에 대해서 지인들은 그가 과거에 범죄자였던 것이 아니냐, 별의별 추측이 난무했지만 정작 본인은 입을 열지 않았다. 누가 맞춘다면 그때는 얘기해줄 거라는 그의 말에 나 역시 기대감를 품고 집안 pc에 그의 이름을 검색해보았지만 일반인이 그러하듯 아무 내용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와론이라고 했고, 우리들 사이에서는 새까만 닭이라고 불렸다.
그와 같이 살기로 결정했을 때 나는 이미 그에게 익숙해져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을 잊고 있었다. 그는 집에서도 두꺼운 장갑을 끼고 다닌다. 거실 소파에 감자칩이나 흘리는 느슨한 생활을 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방에서 잘 나오지 않고, 부지런히 외출하지만 생활패턴이 일정치 않아 낮에 자고 밤에 나가는 경우도 빈번하다. 밤 늦도록 그의 방에 불이 들어오지 않으면, 아침에 현관에 신발만 놓인 채 방문은 굳게 닫혀 있다. 같은 집에 살지만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를 제외하고는 나는 그의 방에 들어가본 적도 없다. 의외로 퍼스널 스페이스가 엄격한 그의 모습에 새삼 그를 처음 봤을 때의 그 야성적이면서도 사람과 거리를 두던 태도가 떠올랐다. 그와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없어 우리 사이엔 대화도 많지 않았다. 휴대폰 연락은 대부분 바로 받고, 청소와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가 시간을 내어 나와 정말로 대화를 나눈 것은 손에 꼽힌다. 그나마 희미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드물게 그가 내게 먼저 말을 건 날이었다.
[지우스, 자네 꿈에서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는가?]
[?? 뭐 그런 꿈을 꿀 수는 있겠지만. 나는 딱히 없는데.]
그렇군, 대답하는 그의 입가가 희미하게 미소 짓고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잠버릇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그는 몽유병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잠을 자면서 집안을 돌아다니거나 깨어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처음에 어두운 거실에 혼자 앉아있는 인영을 보았을 때는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그인걸 알면서도 소리내어 이름을 불렀다.
[새까만 닭, 여기서 뭐하는 거야.]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등을 세우고 소파에 앉아있던 그는 아무말 없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문을 닫았다. 그는 그때 무릎에 두 손을 지탱하고 넓은 어깨를 편 채로 고개를 숙이고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회백색 머리카락이 감고 있는 눈을 가려 몰랐을 뿐 나중에야 그가 잠든 상태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와 비슷한 일은 일주일에도 몇 번씩 반복됐다. 현관문의 센서가 계속 깜빡 대기에 나가봤더니 현관 신발장에서 그가 대문을 쳐다보고 서있었다. 나는 혹시 그의 수상한 일과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까 싶어 그의 커다란 등짝을 지켜봤는데, 그는 다만 나가기를 머뭇대는 사람처럼 손을 올리는 등의 작은 움직임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 광경을 계속 지켜보다가 나는 문득 뒷목이 서늘해져 방으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내가 내린 결론은 그에게 몽유병이 있다는 거였다.
그에게 이 사실을 말했더니 그의 입매가 신 포도를 먹은 사람처럼 비뚜름한 선을 그었다. 혹시 깨어있었나 생각하던 찰나에 그는 네 말이 맞다며 오래 전부터 있던 증세라고 말했다. 자신이 심한 편은 아니지만 항상 약을 먹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의 어조는 나를 달래거나 양해를 구한다기 보다는 자신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니 관심을 끄라는 것에 가까웠다. 그럴 수 없으니 말하는 거 아냐, 하는 나의 말에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의 밤 중 행동은 날이 갈 수록 빈번하고 심해졌다. 그는 이제 문 앞에서 서성대지 않았고, 밖을 돌아다닌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서 한 두 시간 뒤에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기에, 처음에는 제정신으로 나가는 줄 알고 막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온 그는 어느 산에서 헤매기라도 한 것 처럼 머리에 나뭇잎이 엉켜있고 옷은 흙이 묻어있거나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다.
[왜, 겁나나 지우스?]
그의 증세를 얘기해주며 약을 바꿔보라고 진지하게 말하자 그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참견하는 내 얘기를 귀찮아 한다는 게 태도에서 명백했고, 자기를 관찰하다니 할 일도 없냐고 비웃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다. 함께 앉아 있는 거실의 티비에서는 요즘 한창 이 도시에서 일어나는 토막 연쇄살인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연쇄살인마는 죽인 시체의 일부나 절반을 뜯어낸 뒤 산에 버려두었다. 뿐만 아니라 밝혀지지 않은 실종도 동일범의 소행일 것으로 여겨졌다.
[마치 짐승이 먹이를 물어 뜯어놓은 모양 같습니다..]
그가 일반 사람과는 다르다는 걸 알지만, 이렇게 위험한 시기에, 자기도 불안하면서, 갈 수록 심각해지는 병을 고칠 생각은 없다니? 매사에 합리적이고 영리하게 구는 그가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 내 안에서는 오히려 의심이 싹텄다.
나는 밤에 그를 관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잠을 자면서도 평범한 사람 같이 거리를 돌아다니며, 짐작대로 아무 곳이나 헤매다 집으로 들어간다. 눈을 감은 앞은 당연히 보이지 않으니 마치 동물과 같이 코를 킁킁 대거나 발로 땅을 신중히 더듬어 보며 길을 찾았다. 그걸 찾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곧 나의 결정을 후회했다. 그를 관찰한 것이 이 주가량 되는 어느 날은 그를 놓치고 말았는데, 그가 야산으로 들어가 종적을 따라가지 못했다. 절벽과 낭떠러지가 있는 xx산으로, 이 밤에 들어가서 그를 찾을 자신은 없었다. 한참을 산의 입구에서 기다리자, 그는 길이 아닌 수풀에서 걸어 나왔고, 나는 봐서는 안 될 것을 보고 말았다.
그의 입가에 피가 묻어 있던 것이었다.
그의 헐렁한 잠옷 셔츠 역시 무언가 끈적한 액체가 칠해져 있었다. 그는 의식이 없는 채로 좀비처럼 숲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차마 그를 따라 갈 수 없었지만, 산에서 느껴지는 불길함에 빠르게 그 장소를 벗어났다.
아침에 집에 들어가보니 그가 세수를 마치고 나오다가 아는 척을 했다.
[여, 이제 오나?]
어젯밤에 좀비 같던 그의 모습이 겹쳐 보였지만 필사적으로 표정을 갈무리 하며 인사를 받았다. 거실로 들어서자 티비에서는 아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오늘 아침 xx 산에서 발견된 새로운 사체는...]
아무리 나라도 그 때마저 표정을 감출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무의식적으로 그의 상의가 바뀐 것을 확인했다. 그가 잠결에 빨래를 하지는 않았을 테고, 그 동안 밖에서 몇 번 피를 묻혀 왔던 것이 떠올랐다. 그는 돌아다니다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나의 말에 코웃음을 치곤 했다. 그건 정말로 그의 상처에서 난 피가 아닐 지도 모른다. 그 후로 밤에 그를 따라다니는 일을 그만 두었다.
그 뒤에도 그는 가끔씩 입주변이나 옷에 핏자국을 묻혀왔고, 어떤 때는 피가 아닌 끈적하고 검붉은 액체가 튀어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던 날 그는 내가 자기를 의심하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어도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그가 그렇게 돌아온 다음날이나 다다음날에는 어김없이 연쇄살인에 대한 기사가 났다.
연쇄살인의 빈도가 줄어들고, 사람들의 관심이 수그러들 무렵, 사건들의 범인이 잡혔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오랜만에 범행을 저지르려 한 나머지 피해자를 제압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찰에게 증거를 남겼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근래에 그 역시 수상한 행동이 줄어들어, 나와의 사이도 조금은 나아져 있었고 같이 거실에서 뉴스를 보는 중이었다. 그는 뉴스를 보고 아무렇지 않은 듯 했지만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한 마디를 던졌다.
[범인이 잡혔군.]
[그래, 새까만 닭]
같은 집에 살면서도 오랜만에 나눈 대화였다. 나는 미안하지 않았지만 그에 대해 오해했음을 인정하는 마음을 최대한 담아 대답한다. 여전히 내 쪽을 쳐다보지는 않은 채로 그의 입꼬리가 시원스럽게 씨익 올라간다.
[외출한다. 밤에 오랜만에 저녁이라도 같이 하지.]
[좋아.]
나는 집을 나가는 그에 뒷통수에 외치고 뉴스를 계속 시청했다. 범인은 스스로의 범행을 하나 둘 인정하고 있었다. 범인의 검증장면 따위를 구경하던 나는 온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범인의 목덜미에는 사람의 잇자국 모양으로 보이는 선명한 보랏빛 상흔이 있었다.
4.
새까만 닭은 가끔 며칠씩 지우스의 집에서 머물다 훌쩍 떠나곤 했다. 간다는 말은 전했으나 언제 온다는 말이나 다시 오겠다는 기약은 없었다. 기별 없이 어느 날 집에 돌아가보면 무언가가 이불 안에 웅크리고 침대 한 켠을 차지하고 있곤 했다. 와론이 부재한 몇 주간 지우스는 넓은 침대의 반을 비워두고 한쪽에 치우쳐 잠이 들었다. 타인과 한 침대를 나눠쓰는 일이, 그 자리가 누군가의 잠자리라는 것이 그에게는 이제 익숙해서, 혼자서 침대의 가운데를 차지하고 누워봤자 생각만 많아질 뿐이었다. 어느 한밤중에, 옆에서 희미한 신음 소리를 들은 지우스는 잠에서 깨어났다. 와론이 얼굴을 잔뜩 찌푸린 째 불편한 표정으로 옆에서 자고 있었다. 흔히 사람들이 통증을 느낄 때 짓는 표정이다.
[새까만 닭, 새까만 닭, 일어나, ]
지우스는 와론을 흔들어 깨웠다.
[어디 다쳤어?]
와론의 움직임에 지우스는 그의 옷 위를 더듬었다. 윽, 복부를 건드리자 와론이 숨을 뱉으며 작게 허덕였다. 지우스는 그의 검은 옷과 자신의 손이 축축함을 느끼곤 몸을 일으켜 방의 불을 켰다. 와론의 상의가 찢겨있고 너덜거렸다. 옷을 잘라 걷어내자 옆구리가 길게 베여 피가 흐르고 있다. 대강 옷걸이에 걸어둔 망토에서 무언가 툭툭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상처를 압박해보니 갈비뼈 두어대도 깔끔하게 나가있었다.
와론은 눈도 뜨지 않고 호흡만 고른다. 상처는 출혈로 피범벅이 된 것과는 달리 보이는 것 만큼 깊지 않다. 부상을 입은 상태로 장시간 제대로 된 처치 없이 움직여 상처가 벌어지며 출혈이 더 심해진 듯 하다. 지우스는 이미 신음소리에 눈을 뜬 순간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했기에 크게 놀라지 않는다.
[다른 곳은? 또 다친 데 있어?]
와론이 가만히 고개를 내젓는 것을 확인하고 지우스는 곧이어 응급상자를 가져왔다. 집은 오밤중에 어수선한 소란이 일어나고, 그는 뜨거운 물을 끓여와 와론의 상처를 닦아내고 소독한다. 와론은 희미하게 눈을 뜨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지우스를 쳐다보았다. 그는 잔소리도 안하고 별다른 말도 없이 와론의 상체를 안아 약간 일으켜 자세를 바꿔준다. 상처가 눌리지 않도록 살피며, 등을 통과해 몸통에 붕대를 둘둘 감는 손길이 퍽 익숙하다. 사실 이런 일은 드물지만 가끔 있는 일이기에 지우스는 딱히 화를 내는 기색도 아니다.
치료를 마치고 다른 상처가 없는 것을 확인한 지우스는 드디어 와론의 얼굴로 눈길을 돌렸다.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를 바라보던 와론과 눈이 마주친다.
[ ...다음부터는 아프면 날 깨워.]
[아픈 줄 모르고 있었다네. 피곤해서 일단 자려고 했단 말이야.]
[잠든 게 아니고 기절한 거야, 그건.]
[하하 ,]
대답은 재깍재깍 하면서도 목소리에는 기운이 없었다. 그나마 아까처럼 끙끙대지는 않았기에 지우스는 한시름 놓았다. 행여 큰 부상일까봐 놀랐지만 다행히 의원 없이 처치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그랬다면 꽤나 머리가 아팠을 거라고 생각한다. 새까만 닭은 의원을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테니까.
지우스는 주사기에 모르핀을 채우고, 와론의 팔을 걷어 주사를 놓는다.
[진통제를 놓을 테니, 푹 잘 수 있을 거다.]
와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는다. 그는 치료를 받으면서 열이 올라 힘들어 하면서도 지우스가 자신의 옆구리를 꿰매고 싸매고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것을 빤히 쳐다보았다. 와론의 그런 태도는 돌봄 받는 게 생소한 사람의 것이다. 와론이 지우스에게 찾아온 지는 꽤 됐는데도 그 같은 반응에 지우스는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엉키는 듯 하여 와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와론이 금새 다시 잠들자 방에는 숨소리만 들리고, 지우스는 불을 끄고 침대 옆에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는다.
... 그의 잠든 얼굴을 지켜보던 지우스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새까만 닭이 어디에서 이 상처를 입었을 지 짐작하며, 와론이 그가 당황하는 꼴을 보고 싶어 일부러 이러는 것이 아님을 안다. 무책임하게 자신의 상처를 버려둔 것도 아니며, 치료해달라고 배짱을 부리는 것도 아니다. 그는 지우스가 아니면 딱히 갈 곳이 없는 것이다. 지우스는 이 밤 중에 의원을 부르는 짓은 하지 않는다. 아마 그는 와론의 부상에도 호들갑을 떨지 않기 때문에 그에게 찾아오는 것일 터이다. 날이 밝은 뒤 집으로 입이 무거운 의원을 부르는 것이 좋겠지, 하고 그는 조용히 머리를 굴린다.
지우스는 밤새 그 의자에 앉아 곁을 지킨다.
언제 또 이런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려나 싶어서 쓰고 싶은 거 다 때려 박았어요
주절 몇 마디 하자면
1 - 기사 새까만 닭이 기가 약해서 귀신이 꼬이는 체질입니다. 그 때문에 같이 사는 지우스도 덩달아 가위 눌립니다
2- 론누에게 와론이 가위를 눌렸다고 봐도 되고 론누의 꿈을 엿봤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론누:???)
1에서 지우스를 가위 누른 건 뭐였을까요
인용한 부분은 CocoRosie 의 Werewolf라는 노래의 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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