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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쇼] Can you hear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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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 you hear me?]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있는데.

"...Root."

너무나도 익숙한 그 목소리에,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곤 분노밖에 없는데. 왜인지 잊을만 하면 추근덕대던 그 뺀질거리는 얼굴이 자꾸 떠오르는 쇼였다. 그리고 그 기억을 상기시켜주는건.

[Sorry, Shaw. I'm not her. I choose my-]

"Please, shut up."

어째서, 그 많고 많은 목소리 중에서 하필 그 싸이코의 목소리를 택한건지. 그리고 모든걸 아는체 하며 언제나 그녀가 아니라며 상기시켜주는 그 얄미운 목소리에, 쇼는 저도모르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런 쇼를 바라보는 리스과 핀치의 눈빛이 왠지 불편해진 쇼는 괜히 옆에 있던 샌드위치를 집어들었다.

"Don't worry. I'm Sociopath."

감정을 느낄 수 없다. 아니,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이다. 언제나 맛있게 먹던 샌드위치였지만, 오늘따라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에 쇼는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반 이상 남은 샌드위치만 덩그러니 남겨놓고 어디론가 나서려는듯 총을 챙기는 쇼의 모습에 몸을 일으킨 리스였지만, 그를 말리는 것은 다름아닌 핀치였다.

"존, 그녀도 시간이 필요할겁니다."

*

너무나도 평화롭다. 

결국 이 긴 전쟁 끝에 사마리탄은 사라졌다. 우리는 다시 옛날처럼 넘버를 구하는 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다만 달라진건, 넘버를 불러주던 그 목소리가 달라졌다는 점. 그리고 더이상 루트는 없다는 것. 오랜 시간동안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의 중심에 있던, 수천번의 시뮬레이션들 동안 내가 지켜려던 단 한사람. 그 한사람이 없다는 점. 그 사실 하나 빼고는 모든 것이 되돌아왔다. 그러나 왜 하필 그녀가 희생되어야만 했냐고 따질 수는 없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은 핀치니깐. 그리고 그녀는 언제나 그와 머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했었으니깐. 그녀도, 핀치도, 머신도. 원망할 상대는 없었다.

정처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공원이었다. 산책하는 사람들, 엄마 손을 잡고 밝게 웃고있는 아이들. 모두가 웃고있었다. 저런게 행복일까 싶어 가만히 서서 나를 웃게 했던 것들은 무엇이었나 잠시 생각해보았다. 베어. 언제나 살갑게 나를 맞이하는 귀여운 녀석이었다. 샌드위치. 오늘을 제외하고는 언제 먹어도 맛있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그리고, 루트. 추근덕거리며 그 닭살돋는 멘트들을 던질때마다 언제나 눈살 찌푸리며 무시했었는데. 내가 뭘 해도 버터바른 눈빛으로 바라보던 루트가, 그저 귀찮고 성가신 존재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 존재가 너무나 당연해졌다. 자꾸 신경이 쓰이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듯한 무모한 행동들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다. 사마리탄에게 잡혀 수많은 고문을 당하는 와중에도 그것들을 견뎌낼 수 있었던건, 인정하기 싫지만, 루트 때문이었다. 여기를 벗어나면 그 싸이코랑 보드카 한 잔은 할 수 있겠지- 그 웃기는 생각으로 버텨왔고, 그녀가 여전히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걸 알았을 때, 그것은 나에게 탈출해야할 이유를, 현실과 시뮬레이션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나에게 계속 살아가야할 동기를 부여해줬다. 그리고 그녀가 죽었다는걸 알았을때, 감정을 모르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지금 내가 느끼는것이 무언인지, 처음으로 알고싶었다. 눈물이 날 것 같은데, 가슴이 답답하고 당장이라도 소리치고 싶은데, 이유를 모를때 내가 느낀 감정은, 아니 내가 아는 감정은 '화' 하나 뿐이었다. 다 부질없는 일임을 깨닫고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시끄럽게 울리는 공중전화가 시선을 끌었다. 나도모르게 손을 뻗으려다가, 멈칫했다. 그러나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 속에서, 나에게 받아달라는듯 쉬지않고 울리는 그 모습에 결국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Can you hear me?]

빌어먹을 그 목소리.

"..."

[Do you want to say something to me?]

평소와 같은, 그 너무나도 야속한 목소리에,

"...I miss you."

Can you hear me, R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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