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은 지옥이다

서문조

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

HHY의 수집함 by H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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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고아로 샘터치과에 들어온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그 나이때의 아이들에게 죽음은 부모가 슬퍼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려웠다. 날 것의 죽음을 목격하기도 어렵거니와, 받아들이는 것도 다른 이야기니까.

하지만 서문조는 죽음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제 부모를 찾지 않았다. 보고싶지 않냐는 질문에도 "볼 수 없는걸요." 하는 짧은 답을 주었다. 그는 달랐다. 그럴 수 밖에 없지. 그는 부모를 제 손으로 죽였으니까. 서문조의 첫 살인은 제 부모였다. 살인의 시작이 존속살인이라니. 그는 시작부터 마치 그러기 위한 존재인양 잔인하고, 악했다.

제 손으로 부모를 죽이고, 강도에 의한 살인의 피해자인양 샘터 보육원에 들어왔다. 다니던 학교는 옮겨졌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전혀 굴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는 선악에 대한 것을 교육받지 못한 듯 했다. 잔인하게 죽는 동물을 보고 동정심을 느끼지 못했다. 약육강식인 보육원 아이들의 서열에 딱히 불만을 품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뱀처럼 조용히 그들을 바라봤고 서서히 다가와 집어삼킬뿐이었다.

학교에서는 친절한 모범생이었지만 보육원에서는 조금 달랐다. 아이들을 통솔했고, 보육교사도 다루기 어려워하는 쌍둥이를 잘 다루었다. 득종이는 불만이 있는 듯 했지만, 득수는 문조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 득수가 문조를 따르니, 형이 전부인 득종 역시 문조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문조가 원하는 것은 고작, 이 작은 사회의 먹이사슬 꼭대기가 아니었다. 그는 사람을 죽일 때의 쾌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의 치아가 얼마나 매력적인 소재인지, 육체가 제 예술성을 불태우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사람을 데려와 치아를 발굴하고, 시체로 예술작품을 만들고, 쓸모없는 것을 처리하는 것은 혼자의 힘으로는 무리인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보육원 원장이 준 "좋은 고기"가 얼마나 맛있는지도.

아이들을 그저 선한 사람들에게 맡긴다고 해서 선하게 자랄 수 있을까?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으나, 그저 환경만으로 사람이 선해지기란 어려울 것이다. 환경은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으나 환경만으로 바뀌지 않는 것은 분명 존재한다. 서문조의 악함은 환경이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학교에서 도덕과 윤리를 배우고, 치의대에서 직업윤리를 수강하여도 서문조에게 선함이란 이미지를 위해 알아두어야 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갖지 못했다.

하나씩 빼돌린 치아로 만든 작품 역시 마음에 들었으나 좀 더 본격적인 것이 작품활동이 하고 싶었다. 마침 원장은 돈을 원했고, 원장을 따르는 득종과 득수는 사람을 죽이고 싶어했다. 그런 그들을 서문조는 모았고 그렇게 샘터 고시원이 만들어졌다.

사람이 없는 4층에 화재를 내어 화재 보험금을 먼저 수령하였고, 그대로 4층에 작업실을 만들었다. 그리고 3층에 들어오는 이들을 하나 둘 재료로 쓰거나 공범으로 만들었다. 성범죄 전과자에겐 재료를 고기로 만들어오게 하거나, 자신이 잡아온 사람을 마음대로 하게 해주었다.

자신이 상상한대로 모든 것이 진행되었으나, 서문조는 매너리즘을 느꼈다. 자신의 예술성을 불태울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처럼 하는 작은 취미나, 있는 것을 기워 만드는 것이 아닌 다른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악하지만 선한 체 살아가는 이들의 욕구를 깨워 자신같은 존재를 만들고 싶었다. 벌레 투성이인 세상에 사람 하나 정도는 더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새로 찾아온 302호의 입주자, 청자캣을 입은 날카로운 사내는 그런 그의 눈에 들었다. 믿었던 친구의 배신, 흩어진 가족. 분노와 억울함이 가득한 이 남자라면 그런 제 예술성을 충족시켜줄 것이라 서문조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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