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쇼] Maybe, or maybe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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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빛이 사라진 칠흑같이 어두운 밤, 인적이 드문 어느 골목가에서 흐릿하게 깜박이는 가로등 아래에 루트와 쇼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우두커니 멈춰섰다.
"이젠 그만 가야해, 사민."
"나도 알아."
한참을 주머니 속에서 우물쭈물 거리던 쇼의 왼손이 빼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었지만, 이내 그 손은 루트의 손등을 가볍게 스치는 것에 그쳤다. 거의 처음으로 보는 듯한 쇼의 소극적인 행동에 루트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내었다. 대신 옆에 있는 이 소심한 소시오패스를 위해, 쇼의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녀의 손을 꼭 붙잡았다. 깍지까지 끼며 단단히 붙잡은 루트의 손이 싫지는 않았는지 루트의 급작스런 행동에도 쇼는 그녀가 원하는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내버려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정말 헤어질 시간이 코앞으로 닥쳐왔기에 밀려오는 아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너에게 이런걸 묻는 날이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돌아올 수 있긴 한거야?"
"그럴수도, 아닐수도. 나도 아직은 몰라. 오직 머신만이 알고 있겠지."
"물어본 내가 멍청했지."
쇼의 불만 섞인 목소리에 루트는 작게 웃었다. 나는 자기의 그런 모습도 사랑하는걸. 의도가 빤히 보이는 루트의 능글맞은 목소리에 쇼 역시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리고 너 같은 싸이코를 사랑하는 나는 정말 미친게 분명하고."
"둘 다 똑같이 제정신은 아니니까 자기랑 나, 완전 천생연분이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끝을 직감한 둘은 의미없는 농담을 주고받는 것을 이내 그만두었다. 그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과 적막이 감돌던 그 순간 쇼는 몸을 돌려 루트의 어깨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김으로써 숨막히는 고요함을 깨뜨렸다. 알수없는 표정으로 루트가 쇼를 내려다보며 할말이 있는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그것은 급하게 부딫혀온 쇼의 입술에 의해 저지되었다. 루트의 입술과 모든 숨결을 집어삼킬듯 거칠고 진득하게 얽혀오는 쇼의 혀에, 루트는 쇼의 어깨를 꽈악 움켜쥐다가 이내 그녀의 목에 팔을 두르고 키스에 열중했다. 너무 낡아버린듯 흐릿한 빛을 내며 깜박이는 가로등 불빛 아래, 질척이는 소리는 꽤나 오랫동안 이어졌다. 호흡이 딸림에도 불구하고 숨을 들이키는 순간마저 아까워 서로 입을 떼지 못하고, 결국 루트가 먼저 고개를 돌려 무섭게 달려드는 쇼를 겨우 떼어놓았다.
"Honey, I really have to go now."
"...I know."
그냥, 돌아온다고만 약속해줘. 차마 입밖으로는 내지 못하고 삼켜버린 그 한마디를, 루트는 알고있다는 표정으로 쇼의 볼을 가만히 쓰다듬다가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가 떨어짐으로써 대답을 대신했다.
Everything's going to be fine.
귓가에 속삭이는 안심시키려는 듯한 루트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쇼는 안도감을 느끼며 자신의 볼을 감싸고 있던 루트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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