細雪
스기노모리 카나오 1심 심문
ES
카나오
카나오
(미리 들어와서는 옷매무새 정리하고, 가만히 정면 본다.)
ES
(문 열고 들어온다.) ... 늦어서.. 미안.
카나오
아닙니다. 그저 죄수인 본인과는 다르게, 간수 님이야 해결할 일이 많으실 테니까요. 우선, 이야기가 길어질 테니 자리에 앉으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ES
이해해줘서 고마워. (자리에 앉고는.) 그래야지. ... 심문을 시작할게. 이름, 연령.
카나오
본인은 스기노모리 카나오. 26살입니다. 조금 덧붙이자면, 죄수번호 006번입니다.
ES
그래. 그럼 뭐부터 시작해보는 게 좋을까. 감옥에서의 생활은 어때?
카나오
본인에겐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다른 객들께서야 불만이 있으신 듯하지만, 그것을 관리하는 것은 본인의 일이 아니고, 이곳은 본인의 관할이 아니기에.
ES
그렇구나. 꽤나 냉정하네. 싫거나하지 않아? 여기에 이렇게 갇혀있는 거.
카나오
싫을 리가 있나요? 본인은 살인자이고, 그 죄로 수감되었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감옥에 갇힐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이곳도 명백히 감옥인 이상은, 본인은 감옥과 간수 님께 순종할 것이니까요.
ES
순종.. 순종이라. 그럼 넌 너의 살인을 자책하고있다는 말이야?
카나오
그것과는 다릅니다. 본인은 살인이라는 죄의 무거움과 그 잘못을 알아도, 반성도 후회도 않는 말종인지라.
ES
(갸웃.) ... 잘 모르겠는데. 어째서?
카나오
⋯⋯본인에게는 죽일 만한 인간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람을 죽인 건 옳지 않으니, 간수 님이 섬심성의껏 판결해주시면 될 겁니다.
ES
... 글쎄. 경우에 따라 살인이란 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야. 여기에선. 그러니까 말해봐. 네 감정을.. "그 자식이 먼저 그러지만 않았어도.." 같은 건 없는거야?
카나오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그게 잘못되었단 걸 알았기에 침묵했고, 모든 인간이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 묵인해줬었습니다.
ES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알아도, 감정이 인정하지 못했으니까 죽인 거 아니야?
카나오
⋯⋯⋯⋯⋯그런가요? ⋯⋯아, 그렇네요. 확실히. 어쩌면 본인은 간수 님의 말대로 였을지도 몰라요. 설령 그렇다고 해도, 본인이 지켜야 하는 것은 신사이니까요. 그걸 제대로 지켰고, 지금 즈음이면, 아마 집안에서도 대리인을 찾았을 거예요. 응. 이제 됐어요. 본인의 판결이 어찌 되든, 불만도 감상도 없습니다. 무얼 이유로 판결하든, 원하는대로 골라주세요.
ES
그래. 어찌되든 좋다. 참고해둘게. ... 신사. 그게 네 운명을 내려놓을 정도로 중요한건가.
카나오
운명같은 건 인간에게 있어 큰 쓸모가 없습니다. 그건 스스로가 바라는 걸 선택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 뿐, 껍데기를 벗어던진 인간에겐 아무 방해도 되지 못해요. ⋯⋯그걸 당신이 알지는 모르겠지만.
ES
(도리.) 아니. 이해했어. 내 말은.. 너의 앞날을 포기할 정도로 중요했냐고 묻는거였어. 이 판결이 너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금도 예상할 수 없는데도.
카나오
(내내 표정을 바꾸지 않다가 의아하다는 얼굴로 당신 본다.) 하지만 간수 님, 본인이 객의 판결에 이의를 가져봤자, 그것은 본인이 바라는 방향으로 이끌어주지 않습니다. 대개는 그 반대로 나아갈 뿐이고요.
ES
....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네 의견도 생각보단 중요해. 그대로 반영되진 않더라도 내가 널 판단하는 방법 중 하나거든.
카나오
그렇다면 잠시 질문 하나를 한다고 하여도, 되겠습니까? ······객께선 어찌 본인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것입니까? 그리하여 갈기갈기 찢긴 이 심장을 구경하는 것이 그리도 즐거우십니까?
ES
... 지금까지의 대화는 꽤나 순조로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아니야. 난 널 알고싶어. 그 뿐.. 딱히 즐기지 않아.
카나오
······객께서 그러하시다면, 이것은 다음번으로 제쳐두고, 이 다음의 질문을 듣는 게 낫겠군요. (흐려졌던 눈 깜빡이는 것으로 원래의 분홍빛 되찾는다.) 본인의 어느 것이, 무어가 궁금하십니까?
ES
글쎄. 이제 이 이상 죄에관한 건 물어봐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으니.. 좀 더 일상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무얼 했었어?
카나오
···본인은 아까 순종하겠노라 하였으니, 질문을 하고 말고는 간수 님의 선택이랍니다?
내내 자신을 소개하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신사의 관리를 하였습니다. 아침이라면 조금 미적거린 적도 있었지만요.
ES
(끄덕.) 그렇구나. 그것말고 다른 건 없었어?
카나오
딱히 없습니다. 시골 마을의 작은 신사이니, 축제를 할 시기가 아니라면 별 다른 일도 없으니까요.
ES
그거 뿐이야? 지루하다던가, 외롭다던가..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어?
카나오
아뇨.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신사를 물려받겠다고 나선 것이 본인이었으니, 그 과정의 모든 것은 본인이 감당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힘들지 않았습니다.
ES
본인이 감당한다.. 라. 그래. 전혀 공감되지 않은 말은 아니야. (종소리가 들려온다.) ... 시간이군. 나에게 더 하고싶은 말, 있나?
카나오
이번 심문에서 간수 님이 얻어가는 정보가 적으신 것 같은데, 부디 다음 심문에서는 본인을 좀 더 파헤쳐 주시길 바랍니다.
ES
(끄덕.) 노력해볼게. ... 죄수번호 6번 카나오.. 너의 죄를 노래해.
스기노모리 카나오 1심 심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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