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공개
2020.01.04
“분석 결과가 나왔어요.”
잔잔한 여성의 음성이 전해졌다. 라리안은 수화기를 고쳐들었다.
“어떻습니까.”
“사람의 혈액이 맞아요. 그 안의 유전 정보로 신원까지 파악하였어요. 이름은 베르덴 휴. 나이는 28세. 몇 년 전 실종되었던 인물이고 그간 발견되지 않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나타났어요. CCTV로 확인한 이미지와 인상착의도 일치해요.”
“그렇다면 그 사람이 그 일을 벌일 만한 동기나 수단도 파악하셨습니까?”
“그건 아직이에요. 실종 전 이력은 현재로서는 딱히 걸리는 것이 없네요. 평범해요. 분명한 것은 실종 전의 그 사람은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에요. 동기도 수단도 없어요.”
“그렇다면 실종 사이에 무슨 일이 있다고 봐야겠군요.”
“맞아요. 그래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라리안씨.”
“일단 들어보겠습니다. 말씀하십시오.”
“......혹시 가능하시다면, 그 사람을 생포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라리안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생포는 사살보다 더 어렵다. 특히 상대가 위험할수록 더 어려워진다. 상대가 몇 명의 경찰을 목숨을 거는 일에 어렵다는 말은 일단 몇의 목숨을 깔고 들어가는 것이다. 라리안은 미간을 좁히며 답했다.
“지금 무슨 부탁을 하고 계시고 있는지는 아시고 그러시는 겁니까?”
“알아요,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 .”
수화기 너머에서는 조심스럽게 뜸을 들이는 듯 싶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라리안은 침묵을 내버려 두었다가 다시 물었다.
“대가를 예상하신다면 그런 부탁을 할 만한 이유가 따로 있으시겠지요. 무엇입니까.”
“그 사람에게 실종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야만 해요. 지금 다른 팀이 파악하고 있는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여요.”
“어떤 사건인지는.......”
“그건 말씀드릴 수 없어요. 이 이상은 기밀이에요.”
그 사람은 단호하게 대꾸했다. 기밀이라고 말하면 더이상 물을 수가 없다. 라리안은 더 캐내어 보려고 애쓰는 대신 다른 부분을 물었다.
“알겠습니다. 작전은 어떻게 됩니까?”
“특수요원들이 차출되어 곧 해당 도시에 진입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제압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라리안씨는 러브씨와 함께 그동안 위치를 파악해주시고, 그들이 도착하면 합류하여 작전을 같이 수행해주세요.”
“인원은 어떻게 됩니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당신과 러브씨를 제외하고 다섯 정도가 추가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리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스피카씨. 요청을 들어드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요원, 스피카는 라리안과 연결된 전달자였다. 분석팀에서 온 정보를, 상부에서 지시한 명령을 전달해주곤 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라리안의 상관도 아니었고 아까의 그것은 명령도 아니었다. 물론 서로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되는 자잘한 부탁들을 주고받기는 했지만 이것은 경우가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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