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렉션 월드』- 프롤로그
2023. 04. 09에 작성
*『리플렉션 월드』는 Trust me now가 발매되기 전 시점부터 시작합니다. 따라서 실제로 공식에서 연재되는 때와는 시간적 차이가 있음에 유의해 주세요.*
"모모히토 선배!!! 에이신 선배!!!"
언제나처럼 스케줄에 따라, 그리고 자신들 마음에 내키는 대로 느긋하게 315 프로덕션 사무소에서의 일상을 보내고 있던 모모히토와 에이신의 귀에서 다급하고 쩌렁쩌렁한 리더의 목소리가 들린다. 모모히토는 손에 있던 스마트폰을 놓칠 뻔하고, 에이신은 마시던 커피를 뿜기 일보직전이다. 커피를 겨우 목구멍으로 넘기는 데에 성공한 에이신은 모모히토와 함께 소리가 난 쪽을 노려본다.
"아니 무슨 일이야, 깜짝 놀랐잖아, 아마미네 군!"
"내 말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치지 마라. 우리만 이 사무소를 사용하고 있는 게 아니잖니."
계단을 뛰어올라와서 겨우 숨을 고르던 슈는 두 선배들의 충고에 일말의 죄의식도 없이 예의 맑은 목소리로 응답한다.
"헤헤 죄송해요, 선배들. 잠깐 급한 일이 있어서...!"
'급한 일'이라는 키워드를 아이돌 일과 연관시키며 바로 뾰족함을 거두는 모모히토와 에이신은, 이번에 또 중요한 제의가 들어온 것인가 슈의 입을 유심히 바라본다.
"'급한 일?' 무슨 일인데 그래. 피이쨩이 또 새로운 의뢰를 가져온 거야?"
모모히토는 나름 프로듀서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 줄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이다. 한동안 자신 앞으로 일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일에 대한 기대감이 큰 참이었다. 토크쇼 의뢰일까? 라이브 의뢰일까? 아마미네 군이 멋진 오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주길 바랐다. 그러나 정작 그의 입에서 나온 내용은, 이런 모모히토를 실망시키기에 너무나도 충분한 소리다.
"일이라뇨? 단지 저와 게임할 사람을 구하는 것뿐이에요! 제가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리플렉션 월드』가 릴리스 되면 함께 플레이 할 C.FIRST 멤버들을 모집합니다!!"
정적. 그 멤버들은 방금 집어넣었던 뾰족함을 더욱 차갑게 세우고 슈를 째려본다. 마치 '우리 놀리냐'는 듯한 날카로움. 급기야 에이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슈의 이마 가운데를 자신의 긴 오른 검지로 꾹꾹 눌러가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한다.
"네가 게임을 좋아하고 있는 거 잘 알고 그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것도 알지만, 그렇다고 네 감정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들이 오해하고 놀랄 제스처를 취해서 혼동을 주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죄... 죄송합니다... 그러고보니 그런 오해를 드릴 수도 있었네요. 제가 경솔했습니다..."
에이신의 충고에 약간 주눅이 든 듯한 슈의 손에 구깃구깃 들려 있는 종이를 흘끗 본 에이신은 슈의 실수에 단호해 보이면서도, 같이 게임을 즐기자고 흥분하고 있던 그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는지 눈의 힘이 살짝 풀린다.
"어떻게 생각하나, 모모히토?"
자리에 돌아와 앉는 에이신의 말에 모모히토는 방금 전처럼은 아니지만 살짝 놀란 기색을 보인다. "아마미네 군과 함께 게임을 하자는 뜻이야?"
"정확해. 모모히토는 어떻게 할래?"
자신 기준으로 측면을 보고 있는 에이신이 어떤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도, 모모히토에게는 '게임을 한다'는 선택지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이라는 행위를 하겠다는 어떠한 생각도 의사도 없다. 그러나, 방금 전에 자신들과 함께 게임할 생각에 신나 있다가 에이신에게 큰 소리 듣고 시들해진 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차마 "나는 게임 안 해"라는 말을 꺼낼 수가 없다. 수초의 고민 끝에 모모히토는 입을 연다.
"...일단 게임에 대한 설명을 들어 볼게."
슈는 모모히토의 의도와는 달리 한껏 밝아진 표정으로 선배들을 바라본다. 아무리 봐도 '나와 같이 게임 해 주실 건가 보다!'하는 눈빛이다. 모모히토는 애써 그의 움직임을 보지 않으려 애쓴다. 슈는 들고 있던 종이를 최대한 쫙쫙 펼치고는 그와 에이신을 향해 펼쳐 보인다. "자! 이제부터 제가 하고 싶은 게임에 대해 프로모션을 하겠습니다!"하며, 여러 번 프로모션 일을 한 경력을 살려 맑고 우렁차게 외친다. 에이신은 이것 또한 귀엽다고 생각하는지 "오, 미리 프레젠테이션 할 준비도 해 놨나?"하고 맞받아친다.
"당연하죠. 여러분을 설득해서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준비는 당연하다고요. 자 그럼, 시작합니다! 화면이 없더라도 대충 제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잘 알아들으실 걸로 알아요. 저는 설명에도 능숙하니까요."
"알았으니까 어서 선전을 해봐라."
슈는 에이신에게 씩 웃으며 맞받아 치고는 설명을 시작한다.
"아케이드 게임이라고 아세요? 마트같은 곳에 게임 기기가 설치되어서 그걸로 게임 플레이를 하는?"
"아, 매장에 갈 때마다 스쳐보는 그런 기계 말하는 거군. 잘 알고 있다."
"『리플렉션 월드』는 그런 기기로 할 수 있는 게임이에요. 에이신 선배는 맨날 제가 폰 만지는 거 걱정하고 사용 시간 좀 줄이라고 잔소리를 하시는데, 이건 아케이드 게임이라서 현장에 직접 가야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도 시간 제한이 있어서 오랫동안 플레이하지 않아도 돼요! 그렇게 되면 눈 건강이 나빠질 염려도 없고 시간과 공간적 한계도 있으니까 일이나 레슨에 지장이 가지도 않을 거고요!"
게임에 대한 내용보다는 게임의 실질적인 효율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니, 자신들에게 성공적으로 어필을 하기 위해서라면 이런 이야기를 해야 설득이 잘 될거라고 생각한 모양새다. 그러나 아무리 아케이드 게임이라는 것이 스마트폰보다는 시력에 좋다고 한들, 아무리 게임이 아이돌이나 학교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고 한들, 에이신은 슈에게서 이런 설명을 듣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게임의 실용성 이야기가 더 나오기 전에 재빨리 끼어든다.
"그런 이야기는 이쯤 해 두고. 무슨 내용의 게임인데? 장르나 작품 배경 같은 거 말이야."
"왕도 판타지 RPG 게임이에요! 선배들이 '게임'하면 생각할 그런 이미지... 아, 두 분은 게임 그렇게 안 하시니 상관 없나. 하여튼, 플레이어가 “게임 속 아바타가 되어서” 모험을 하며 몬스터와 배틀을 벌이고 거기서 획득하는 아이템으로 강화를 하고 점점 강력해지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며 최고의 여행가가 되는 그런 게임이에요! 좀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에는 전투 “스킬”이나 “테크닉”이 제공되지 않아요. 플레이어가 자신이 캐릭터를 생성할 때 정한 “컨셉”에 따라 스킬과 테크닉을 직접 만들어 나가면서 직접 시스템에 숙련해야 해요! 저희가 오퍼를 받았던 게임과는 달리, 플레이어들이 직접적으로 배틀 외의 여러 체험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스킬과 테크닉을 만들고 익혀서 숙련도를 쌓아가야 성장을 할 수 있단 소리예요. 보다 유저들이 능동적으로 게임에 개입해야 하니 좀 더 재밌을 지도?!"
"...그렇군. 그 게임도 나름 플레이어의 능동적인 활약을 요구했지만, 이 쪽은 아예 모든 것을 플레이어가 만들어 나가야 하는 모양인데. 우리 식으로 말하면 '셀프 프로듀스'를 바라는 듯하다."
"바로 그거예요! 역시 에이신 선배! ...그거와 달리 게임할 때마다 제 도움을 항상 필요로 했지만."
"...그 말은, 내가 굳이 게임 안 해도 된단 소리로군?"
"아뇨!!! 아유, 당연히 아니죠!!!"
슈와 에이신이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는 틈에서, 모모히토는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 채 그들의 이야기를 애써 흘러 듣는다. 마음은 이미 '하지 않는다'로 정해져 있으니까. 이런 모모히토의 마음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슈는, 그런 모모히토의 모습에도 밝은 미소로 그를 종용한다.
"이렇게 말하곤 있어도, 이 게임 정말 개인의 성장뿐만 아니라 협력 플레이가 정말 필요하거든요. 컨셉이 정해져 있다 보니까 그 컨셉이 하지 못하는 일을 다른 컨셉의 유저들이 보완해줘야 하고요. 세 사람이서 함께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최고의 목표 의식으로 삼고 있는 C.FIRST이기에, 정말 우리에게 잘 맞는 게임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어때요, 이 게임 할 만하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마지막에 두 팔을 넓게 벌리며 프로모션을 끝낸다. 자기 딴에는 최고의 선전이라고 생각한 듯,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두 선배의 표정을 꼼꼼히 살펴본다. 모모히토가 자신을 향해 부드러운 온기를 비춘다. 에이신도 무표정으로 눈을 반짝이고 있다. 아무리 봐도 흥미가 생겼다는 뜻이다. 우리 유닛의 모토에 딱딱 들어맞는 멋진 설명이었음이 분명하다. 나는 성공했다.
그러나, 분명히 완벽히 이들이 자신의 손을 잡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음에도 막상 손을 내밀려 하니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한다. 아무도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어쩌지? 나의 이야기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내가 두 사람에게 나의 취미를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온갖 잡생각이 팝콘처럼 터진다. 그럼에도, 슈는 진동하는 오른손을 두 사람에게 조금씩 뻗기 시작한다.
"저와 함께 미지로의 여행을 떠날래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슈는 두 사람 앞으로 내민 오른손에 무게와 온도를 느낀다. 앞을 보니 어느새 에이신이 멋있는 미소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눈빛이 강렬해서 오히려 자신이 그에게 이끌려 다녀야 할 것만 같다. 낯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되어버리자 두 볼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어... 어어?"
자신이 손을 잡아달라고 했으면서 도리어 자신이 이 상황에 놀라버리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되어 버리자, 슈는 이내 고개를 떨구고 만다. 옆에서 이 상황을 직관하는 모모히토마저 당혹스러워서 얼굴을 붉힐 정도로. 에이신마저 슈의 반응에 적잖이 당황했는지 미간이 살짝 구겨진다.
"왜 당황하니? 같이 여행 떠나자며."
오른손이 아직도 무겁고 따뜻하다. 얼굴을 찌푸리고 있음에도 여전히 잘생긴 에이신의 얼굴에 당황하는 한 편, 슈는 그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자 심장에 힘이 조금 풀리기 시작한다. "하하, 갑자기 선배가 제 손을 잡으니까 그렇죠... 그럼 선배는 저랑 같이 게임 하는 거죠? 결정~~!!" 그리고 여전히 이어져 있는 두 개의 손을 보며 숨을 깊이 내쉰다. "...........다행이다."
옆을 돌아보니, 자신과 에이신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모모히토의 시선이 느껴진다. 슈의 얼굴이 다시 한번 달아오를 뻔하지만, 겨우 진정하고서는 모모히토에게 이번엔 왼손을 내민다. "모모히토 선배도 어때요?"
그러나, 슈의 기대와는 달리 모모히토는 그의 손을 바라도 보지 않는다. 그러더니 언제나의 밝은 미소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한다. "미안, 아마미네 군. 사실 나는 별로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아. 너희와 게임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고는 생각하지만... 나는 게임할 시간까지는 없을 것 같아. 그러니까..."
그러나, 왜인지 슈는 모모히토의 말에 오히려 훨씬 안정을 되찾는 느낌이다. 어쩌면 모모히토의 반응이 더 상황에 어울릴 지도 몰랐다. 슈 역시 미소를 머금고 모모히토의 마음에 성의를 표한다.
"괜찮아요, 모모히토 선배. 저야말로 너무 제 취미생활을 타인에게 떠넘기는 것같기도 했고, 게임이란 게 애초에 취향을 타는 놀이잖아요. 원하시지 않는다고 강제로 같이 할 생각은 없었어요."
"헤헤, 그럼 나는 너희가 게임하는 걸 응원해 줄게. 힘 내, 아마미네 군. 잘 따라잡아, 마유미 군."
"'잘 따라잡으'라니, 그게 뭔 소리야."
"그걸 알면서도 물어봐요? 애초에 선배는 제가 구슬려야 게임 열심히 하고 제가 도와줘야 제대로 뭘 하고 하잖아요?"
"게임 같이 안 해준다."
"아뇨, 같이 해주세요."
세 사람은 재미있는 동물 영상을 공유할 때와 똑같은 웃음소리를 흘린다. 그 나이대 소년의 모습에 어울리는 목소리와 얼굴. 매일 보았으면 하는 그 모습을. 한참을 웃고 있던 에이신이 화제를 전환한다.
"그래서, 그 게임은 언제부터 할 수 있는데? 릴리스 예정이라고 하지 않았나? 홍보용 팜플렛에도 발매 예정일이 안 적힌 것 같던데."
"아, 잠시만요."
슈가 스마트폰 화면을 흘끗 본다.
"3."
"3일 후인가? 그렇다면 나도 슬슬 이 게임에 대한 정보를..."
"2."
"응?"
"1."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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