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렉션 월드』

『리플렉션 월드』- 1: 캐릭터를 생성하자!

2023. 04. 10에 작성

에이신의 앞에는 커다란 게임기가 고고하게 서 있다. 지금까지 마트에서 본 일반적인 게임기는 아이들의 키에 맞춘 사이즈일 터인데, 이 게임기의 화면은 전신 거울보다 두 뼘은 더 클 듯한 상당한 높이를 자랑한다. 아니, 당장 일본 자판기보다 조금 작을 뿐인 180 센티미터인 그보다도 덩치가 훨씬 크니 말 다 했다. ...어쩌면 지금까지 에이신이 한 번도 아케이드 게임이란 문명을 접한 적도, 가까이 다가간 적도 없어서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도... 이 게임기는... 압도적으로 비현실적이다. 이런 물건이 정말 세상에 존재해도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하얗고 긴 게임기의 위용에 겁을 먹기보다는 당황한 에이신과는 달리, 슈는 한시라도 빨리 신작 게임을 해 볼 생각에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다. "와, 사진으로 볼 때는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크다. 그리고 그래픽도 끝내주잖아? 에이신 선배, 뭐 해요, 빨리 이리 와요!"

"...어, 그래. 간다. 오늘 릴리스 되었다고 하더니,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발견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방과후에 사무소로 향하던 중, 사이토 빌딩 가까이에 있는 문구점 앞에서 『리플렉션 월드』를 발견한 슈. 자신이 학수고대하던 게임이 직장과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파격적인 정보를 직접 접했기 때문에 앞뒤 생각 없이 그렇게 허겁지겁 뛰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레슨과 일 전후에 이 게임을 원 없이 할 수 있을 거란 사실에 설레다 못해 폭발할 정도로 고조되어 게임기 앞에 서서 이리저리 만져보고 있는 슈의 심장은 당장이라도 게임기 화면 안에 뛰어들 것만 같다.

하지만 그는 천재이다. "모모히토가 사무소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오래는 못 한다"고 잔소리하는 에이신의 목소리도 제대로 들린다. 무엇보다도 게임을 한다는 이 신성한 행위 앞에서 슈는 섣부른 생각을 할 리 없다. 그는 마치 곧 올림픽 결승전을 치를 선수 마냥 경건히 숨을 들이마셨다 내쉰다.

"하... 좋아. 해 볼까."

슈는 게임기 탁자에 지갑과 기이하게 생긴 물건을 올려 둔다. "선배, ‘그거' 준비하세요."

에이신도 “그거”를 준비한다. 육각형 모양의 스탠드 거울같이 생긴 물건. 내부가 복잡한 기계일 터인데도 거의 모든 부분이 투명한 소재로 구성되어, 손바닥 위에서 일몰하는 태양빛을 받아 여러 빛깔로 반짝인다. 발판도 육각형처럼 스크린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에이신의 얼굴이 그 두 군데에서 투명하게 반사된다. 선배가 그 물건을 준비했는지 아닌지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슈는 말을 이어 나간다.

"미라주 컴퍼스. 그게 이 아이템의 이름이에요. 이 작은 장난감 하나의 우리가 생성할 캐릭터에 대한 모든 데이터가 저장될 거예요. IC 카드같은 역할을 하지만, 곧 그거 이상의 대활약을 펼쳐줄 테니, 기대해 주세요!"

에이신은 이제 “미라주 컴퍼스”라는 장난감의 밑부분을 들여다보고 있다. "요즘 장난감은 마법처럼 진화하는구나." 최신 게임과 장난감 기술에 문외한인 그의 입에 나올만한 발언이다. 이렇게 작은 장난감이 거의 1만엔에 육박한다는 진리가 팽이나 죽방울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에이신에겐 충격 그 자체일 정도였으니. 그에 반해, 슈는 너무나도 가벼운 표정으로 지갑에 100엔 동전을 한 개 꺼낸다.

"이제, 게임기에 100엔을 넣고 미라주 컴퍼스를 여기 가운데에 있는 마름모형 홈에 끼울 거예요."

처음으로 게임기 앞에 접근하는 에이신. 장난감을 넣을 수 있는 홈을 사이로 두 개의 버튼만이 있는 것이 전부이다. 원래 게임기란 버튼 두 개만으로 조작이 가능한 것이었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에이신의 모습을 여전히 보지 않은 채, 슈는 아케이드 기기에 동전을 하나 집어넣을 뿐이다. 오묘한 소리와 함께 화면이 밝은 오로라 빛을 내뿜기 시작한다. 게임기 치고는 강렬한 빛을 뿜어내니, 현대 게임 기술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에이신의 미간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하?"

선배가 놀란 기색을 들려줄 때마다 슈는 묘하게 즐거워 보인다. 마치 “훗, 이 선배 역시 순진하시다니까. 이제 내가 이 멋진 곳에서 모범을 보여줘야지!”라고 말을 제외한 모든 수단으로 표현하듯이, 그제서야 뒤를 흘끗 보고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미라주 컴퍼스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는 이내 홈에 끼운다. 장난감이 구멍에 장착되는 소리마저 신비하고 기묘하다.

-CONNECTED-라는 메시지가 출력되는 순간, 게임기의 화면 속에서 오로라 빛이 슈와 에이신을 덮칠 정도로... 아니 아예 이들을 삼켜버린다. 게임기 화면 너머로, 아니면 게임기에서 강렬한 빛과 함께 강풍도 함께 들이닥친다. 이 상황에서, 에이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어?"라는 외마디 비명을 한 번 지르는 것뿐. "요즘 게임기는 4D 기능이 기본 장착되어 발매되는 건가?"

하지만, 오히려 슈는 빛과 바람에 자신의 몸을 맡기듯 더 능숙하게 화면에 자신의 신체를 기울인다. 마치 화면 속이 자신이 있어야 할 장소, 자신이 가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는 마냥.

"저 먼저 들어갈게요! 선배도 직접 가 보면 알게 될 테니까요! 저는 일단 캐를 생성하고 있을게요!"

그러고서는 오른손을 화면에 갖다 댄다. 액정으로 막혀 있을 터였던 게임기의 화면이 마치 물의 표면 마냥 그의 손을 삼킨다. 마지막으로 그는 비로소 뒤를 돌아 에이신과 눈을 맞춘다. 두 팔로 바람을 막은 채 최고로 당황해하고 있는 그에게 멋있는 미소를 돌려주며 큰 소리로 최후의 말을 건넨다.

"에이신 선배도 빨리빨리 절 따라와요! 선배가 이런 거에 겁먹을 리는 없겠죠??"

그 말과 함께, 슈는 푸른 빛이 되어 사라진다. 몇 초 전 까지만 해도 자신과 함께 '존재'했던 슈는 이제 어떤 것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져 있다. 에이신은 영문을 모른 채 다급하고 처절하게 자신의 사라진 후배를 찾는다.

"...하? 슈, 어디 간거야? 슈?? 슈!!!"


"...저 선배, 진짜 가끔 부끄러울 때가 있다니까... 이봐요, 에이신 선배! 화면을 잘 봐요!"

빛을 온 몸에 두른 슈는 얇은 선들만이 희미하게 반짝이는 어두운 공간에 서서 온갖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컨셉, 속성, 아바타, 닉네임 등등. 각 메시지 창마다 여러 개의 버튼이 있다. 닉네임 창은 평소에 사용하는 컴퓨터의 자판기를 닮았다. 그렇다, 슈는 게임기의 시스템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리플렉션 월드』. 이것은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기 속에 들어가 그 게임기의 데이터를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작품이다. 캐릭터를 조작하는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직접 캐릭터가 되고 게임의 구성원이 되어 움직이는' 작품이었던 것. 플레이어 자체는 데이터가 되지 않지만, 그가 게임 내에서 이루어내는 모든 것들ㅡ가령 레벨이나 업적, 전력 등의 요소들ㅡ은 플레이어가 직접 데이터를 만들어 내어 그 게임의 일부가 된다.

게임을 좋아하고 자신만의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슈에게 있어, 이 게임은 발표가 된 직후부터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기대작으로 자리잡은 작품이다. 내가 직접 캐릭터가 되어 직접 스킬과 테크닉을 만들어 나가는 천재적인 게임이 세상에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일반적인 게임들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여러 도전을 할 절호의 기회를 이 멋진 신작이 제공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 게임으로 하여금 자신의 천재적인 음악적 감각 외로도 게임 감각 또한 세계에 자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슈는 이 작품이 릴리스되기 전부터 가이드북 한 권을 구매하고 정독했다. 자율도가 높은 게임이기에 가이드북도 여느 책들과는 달리 얇았다. 단지 이 게임에 어떤 컨셉이 있고 어떤 스테이터스를 지니고 있는지 만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참고서의 기능만을 지니고 있었다. 슈는 오히려 그런 간단하고 객관적인 텍스트가 좋았다. 굳이 타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센스와 능력으로 게임을 클리어해 나가고 싶었던 것이다. 가이드나 공략 게시판 따위, 아마미네 슈에게는 필요 없었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게임 플레이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하는 슈에게, 『리플렉션 월드』는 자신의 인생 그 자체를 증명할 수 있는 최고의 게임인 셈이다.

이미 자신이 어떤 컨셉으로 게임 세계를 여행하고, 어떤 속성을 선택해야 하는지 선택을 완료한 상태이다. 캐릭터 생성에 아깝게 시간을 할애하기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하여, 가이드북과 자신의 판단을 통하여 이미 정해 놓은 상태이다. 손가락을 능숙하게 움직이며 자신이 플레이할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내가 할 컨셉은, 이 게임 내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다고 하는 '기공사!' 그러면 아바타 역시 그에 걸맞은 '천재 기공사'의 모습을 하고 있어야 겠지! 속성은... 수(水)속성도 좋지만 역시 가장 무난한 '풍(風)속성'으로 하자. 닉네임? 벌써 정했지! 끝!"

-COMPLETED-

눈 깜짝할 사이에 캐릭터 생성이 끝나자, 자신의 앞에 연결되어 있던 미라주 컴퍼스의 두 개의 화면이 게임기가 뿜어냈던 것과 같은 오로라 빛을 분출해내기 시작한다. 슈가 캐릭터를 생성한 데이터가 저장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장이 완료되었는지, 육각형 화면에는 슈가 생성한 캐릭터의 토르소가 출력된다. 그 순간, 슈의 발 밑에 커다란 육각형의 창이 생성된다. 어두운 전뇌 공간과는 달리, 맑은 하늘과 울창한 숲이 조화를 이루는 경관을 비추고 있는 어느 마을을 비추고 있는, 밝은 빛을 내뿜는 창이다.

이제 이걸 발로 깨뜨리면 저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나 자신!

Vv히데vV(Vv秀vV )!


쨍그랑!

/요란한 소리와 함께 상공에서 낙하하는 Vv히데vV. "워프"라고 부르는 거울같은 창은 Vv히데vV를 시작의 땅으로 떨군다. 본인도 이건 예상 못 했는지 "으악!"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수직으로 떨어진다.

Vv히데vV: 이렇게까지 높은 곳에 있을 필요가 있는 거야?! 뭐, 이게 실질적인 대미지를 입히진 않는다고 하지만 말이야, 폼이 안 나잖냐...!

/그러나 자신의 천재적인 운동 신경을 최대한 끌어 모아 어떻게든 안전하게 착지하는 Vv히데vV. 온 신경을 착지하는 데에 써서 그런지 다리에 힘이 확 풀리는 게 느껴진다. Vv히데vV는 이내 풀이 무성한 바닥에 주저앉는다. 게임 그래픽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실적인 풀의 생김새와 질감에 다소 놀람을 감출 수 없는 그이지만, 자신을 담아내는 아케이드 게임이 이 정도의 퀄리티는 유지해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이 그 감상을 저 멀리 치워버린다. 자신의 눈 앞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기분 좋은 바람에 흥분되었던 마음이 절로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드디어 이 땅에, 이 작품 속에 발을 디뎠다는 사실이 오히려 안정시킨다니. 신기할 노릇이다.

Vv히데vV: 그래도, 어떻게 무사히 이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하...

/Vv히데vV는 이어서 아름다운 그래픽을 감상한다. 현실 산에서는 볼 수도 없을 듯한, 특이하게 생긴 식물들이 바람을 따라 살랑거리고 있다. 새들은 정말 어디 하나 선이 꺾인 곳 없이 매끄러운 형태를 유지하여 부드러운 날개짓으로 날아다닌다.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은 '아, 내가 정말 판타지 세계에 들어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고 신기하게 조형되어 있다. 게임 제작진이 적잖이 공들인 게 보여서 점점 더 이 게임이 마음에 든다.

Vv히데vV: 그나저나, 에이신 선배는 내가 캐 생성하는 거 제대로 봤나...?


제대로 보기는 했다. 다만 이제 자신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것이다.

게임을 하겠다고 결심하자마자 밖으로 끌려 나온 에이신이었다. 게임 정보에 대해서 아는 게 아케이드 게임, 미라주 컴퍼스의 필요성, 발매일밖에 없다. 『리플렉션 월드』가 왜 『리플렉션 월드』인지에 대해서조차 질문할 기회를 받지 못했다. 이 게임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슈를 따라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아니다, 워낙 선택지가 많다 보니 따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에이신은 슈가 하던 대로 게임 생성 공간으로 이동하여 데이터를 입력하고 있는 참이다. 슈와는 달리,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고는 있지만, 도대체 이 컨셉은 어떤 기능이 있는 것이고, 이 아바타는 무엇이며, 속성은 뭘 선택해야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 뭐가 뭔 지 영문을 모르겠지만, '자율성이 높은 게임'이라는 설명에 따라 에이신 역시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자는 의욕은 충분히 있다. 문제는 그것을 하는 요령을 모르겠다는 것이지.

"기사...? 우리의 컨셉 그 자체이지, 기사는. 하지만 좀 더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군. 치유사... 동료들을 보조할 수 있으니 괜찮은데. 흠... 워리어... 이전에 스테디 워리어를 했으니 선택지에서 제하도록 하자."

천천히 이것저것 눌러 보는 에이신의 눈 앞에 "50초 남았습니다"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조바심이 나지만, 이내 마음에 이끌리는 것을 선택하기로 다짐한다. 어차피 이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다 보면 결국 『리플렉션 월드』의 이름 유래도 알게 되고 자신이 선택한 컨셉 등의 모든 것에 익숙해지고 말 터였다. 직접 경험을 하면서 시스템에 대해 배우고 완벽히 적응할 때까지 노력할 테니까. 마유미 에이신은 언제나 어떤 환경에서든 끊임없는 노력으로 극복하고 적응하던 인간이었으니까.

슈가 아래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그를 기다리게 둘 수 없다. 에이신은 자신의 검지, 아니 본능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생성을 완료한다. 자신이 입력한 정보를 모두 저장한 미라주 컴퍼스를 꼭 쥔 채, 자신의 발 아래에 생긴 워프에 힘껏 발길질을 가한다.


/Vv히데vV는 천장이 깨지는 소리를 듣는다. 자신의 소리보다 더욱 우렁차고 위협적인 소리다. 창의 파편 사이로, 아바타 의상을 입고 있는 에이신의 실루엣이 보인다. 굳은 상태로 떨어지는 그의 모습을 보니 멀리서도 그가 높이에 놀란 것이 보인다.

Vv히데vV: 에이신 선배! 조심하세요! 여기 꽤 높ㅇ...

/그러나 Vv히데vV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실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에이신은 마치 다이빙을 하듯 한 바퀴 빙글 돌더니 멋지고 안전하게 착지한다. 역시 코어의 에이신 선배. 슈는 일어나서 선배의 곁으로 간다.

에이신: 워프...? 라고 하는 게 거진 상공에 있는 거 아닌가? 아이들도 이걸 즐길 터인데 위험하게 만들 필요가 있나?

/괜한 걱정을 하고 있는, 기계 파츠와 전신 슈트의 조화가 절묘한 의상을 입은 선배의 화려하면서도 강직한 모습에 잠시 넋을 읽는 Vv히데vV이지만, 자신의 아바타가 그 어느 무엇보다 훨씬 멋지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내 정신을 차린다. 늘씬한 실루엣과는 달리 팔랑거리는 파츠가 많은 실루엣을 지니게 된 자신의 모습을 살짝 어색하게 느끼는 듯한 에이신의 모습을 보고, Vv히데vV는 그가 좀 더 빨리 새로운 세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서포트하기로 다짐한다.

Vv히데vV: 헤, 에이신 선배, 꽤 어울리는데요. 날렵한 디자인이라 수상 오토바이가 취미인 선배의 성향과 잘 어울려요.

에이신: ...고맙다. ...생각보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 같으면서도 무대 의상보다도 가벼운 것 같기도 하고...

/에이신은 여전히 이 상황에 적응을 하지 못한 듯하다. Vv히데vV는 그의 정신을 집중시키기 위해 화제를 전환한다.

Vv히데vV: 선배 닉네임 뭐예요? 저는 Vv히데vV[이거]예요.

에이신: 닉네임 주위를 그런 식으로 꾸밀 수도 있구나. 나의 닉네임은 매킨토시. 어때, 이 붉은 의상과 잘 어울리나?

Vv히데vV: 매킨토시라면... 제가 생각하는 그건가요? 그 회사의?

/그러나 자신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듯한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매킨토시의 모습을 보며 Vv히데vV의 얼굴에서 미소가 점점 사라져 간다. 그러고보니 이 선배, "붉은 의상과 잘 어울리냐"고 했다.

매킨토시: 회사 이름 중에 이런 게 있나? 잘 모르겠다만. 매킨토시는 사과의 품종이다.

Vv히데vV: ...?

매킨토시: 처음에는 닉네임을 무엇으로 설정할까 조금 고민이었는데, 이 의상을 고르고 보니 뭔가 매킨토시의 맛과 향이 연상되어서 바로 그렇게 지었어.

/그래서 자꾸 붉은 색을 강조해왔던 건가. 게임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하는 Vv히데vV.

Vv히데vV: 이상하다... 역시 이상해...

Vv히데vV: 에이신 선배라면 약간... 과일 이름을 닉네임으로 딸 것 같단 뇌피셜은 있었는데 그게 진실임이 판명되니까 되게 묘하네요.

매킨토시: 응?

/정말로 영문을 모르는 듯한 매킨토시의 표정을 본 채 만 채 하는 Vv히데vV는 그의 왼쪽 손목에 장착된 활형 무기를 빤히 바라본다.

Vv히데vV: ...어... 그렇다면 무기의 이름은 뭐예요?

매킨토시: "말루스 푸밀라."

Vv히데vV: 멋있다!

/갑자기 본능적인 의구심이 Vv히데vV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Vv히데vV: 멋있는데... 이거 혹시...

Vv히데vV: ...어느 과일의 학명인가요...?

매킨토시: 정확한 걸. 사과나무의 학명이다.

/영리한 후배가 이름의 유래를 바로 짚어낸 것에 뿌듯했는지, 매킨토시는 이 공간에서 처음으로 옅은 미소를 드러낸다. 화려한 비주얼과는 달리 유치하고 처참한 네이밍 센스에 오른손으로 이마를 짚는 Vv히데vV.

Vv히데vV: 사과가 사과를 들고 싸우다니, 크리피하잖냐...

/자신의 이름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Vv히데vV를 매킨토시가 어이없다는 듯 노려본다.

매킨토시: 그러는 "천재" 아마미네 슈님은 어느 대단한 이름을 지었길래 말루스 푸밀라에 이마를 짚으시는지 궁금한데.

/Vv히데vV는 약간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은근히 자신의 글러브형 무기를 자랑하는 듯한 포즈를 취한다.

Vv히데vV: "스카이 서밋!" 어때요, 멋지죠?

/말이 전부 허공으로 떨어지자마자 매킨토시가 "Vv히데vV"라는 이름의 의미를 상기한다. 스카이 서밋. 하늘 봉우리. 히데. 슈. 아마미네 슈.

매킨토시: ...그렇다면 닉네임이 아니라 본명 아닌가? 아닌가... 모르겠군...

/하지만 현재 의상보다 자신의 후배의 닉네임에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매킨토시와는 달리, Vv히데vV는 자신의 네이밍 센스에 매우 만족스러운 듯하다. 마치 “닉네임이란 원래 이렇게 만드는 것이 정석”이라고 말하듯이.

Vv히데vV: 왜요, 자신의 본명을 그대로 닉네임과 무기의 이름으로 쓸 수 있다니, 얼마나 자긍심이 높고 게임 플레이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면 그렇게 당당하게 이름을 쓰겠어요? 

Vv히데vV: 특히 이, V자로 자신의 닉네임을 꾸미는 건 고수의 상징이라고요. 아시겠어요?

/매킨토시는 슈의 말을 그대로 수긍한다. 자신은 모르는 문화였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고 이해한 것이다.

매킨토시: ...그렇군. 고수일 수록 본명을 사용하는구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걸 사과하지.

Vv히데vV: ...에이신 선배는 역시 너무 관대하시다니까. 그렇게 되면 매킨토시와 말루스 뭐시기로 놀린 제가 미안해지잖아요...

매킨토시: 이런 단어를 모르면 그런 반응이 나올 만하지. 신경 쓰지 마라.

Vv히데vV: 하하, 알겠어요. 서로에게 사과한 걸로. ...아, 맞아, 에이신 선배는 어떤 아바타예요? 저는 '천재 기공사'예요!

/Vv히데vV의 또 다른 질문에 매킨토시는 갑자기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Vv히데vV는 그의 의외의 반응에 조금 놀란다.

매킨토시: 아바타에도... 이름이 붙어?

Vv히데vV: 뭐, 그건 아니지만, 아바타를 선택할 때 설명이 나오잖아요.

/매킨토시는 곰곰이 생각하지만, 수초 후에 바로 기억하기를 관둔다.

매킨토시: 역시 기억이 나지 않아. 아니, 내 머리에 애초에 기억이 없다.

Vv히데vV: ...네?

매킨토시: 고민을 하다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결국 급하게 눈에 띄는 것을 선택한 게 전부다. 그래서 이 아바타의 이름이 무엇인지조차 기억 못 하는 것 같아 ...이걸 모르는 게 게임 플레이에 지장이 가나?

Vv히데vV: ...아뇨, 그건 아니에요. 다만, 에이신 선배가 선택한 것이 무엇인지 알면 캐해적으로 좀 더 재밌었을 텐데... 

Vv히데vV: 뭐, 나중에 미라주 컴퍼스로 확인할 수 있겠지만, 일정 레벨을 넘기지 못하면 미라주 컴퍼스 이용에 제한이 생겨서 아직 상세한 정보를 열람하는 게 불가능하거든요. 그 점은 좀 안타깝네요.

/말투는 조금 안타까워 보이는 느낌이지만, 표정은 '아, 진짜 아깝다. 이 선배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절호의 기회였는데!'라고 말하는 눈치다. 그러나 매킨토시 본인은 자신의 캐릭터의 모티프를 모르는 것에 그다지 미련이 없는 모양새다. 어쩐지 즐거워 보이기까지 한다.

매킨토시: 상관없잖아? 언젠간 알게 되겠지. 내가 스스로 플레이를 하다 보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나를 위해 무엇을 선택했는지 이해할 날이 올 거야. 

매킨토시: 그 날을 위해서라도, 슈 너와 함께 『리플렉션 월드』를 꾸준히 해 나가면 좋겠군.

/매킨토시는 Vv히데vV에게 옅지만 따뜻한 미소로 그의 마음에 보답한다. Vv히데vV는 그의 상냥한 눈빛이 조금 부담스럽지만, 언제나 자신을 다독여 주고 자상한 모습을 보여주는 한결같은 모습에 부담이 눈 녹듯 사라진다. 매킨토시, 아니, 에이신 선배와 계속 게임을 하고 싶다. 계속 동료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Vv히데vV는 오른 검지로 코를 슥 닦고는 예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화답한다.

Vv히데vV: 그래요. 계속 함께 여행을 해요. 선배에게는 우선적으로 "내 아바타를 찾는 여행"같은 게 되겠네요ㅋㅋ

매킨토시: 그렇지?

/몇 초 동안 서로의 뜨거운 눈빛을 교환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갑자기 두 개의 미라주 컴퍼스가 이상한 소리와 함께 오묘한 빛을 뿜어대기 시작한다.

매킨토시: ...뭐지? 경고문인가?

/조금 놀란 듯한 매킨토시의 말에 Vv히데vV는 별거 아니라는 듯 미라주 컴퍼스를 몇 번 터치하더니 다시 집어넣는다.

Vv히데vV: 아, 아니에요. 이건 튜토리얼이 시작되었단 뜻이에요. "동료도 모이고 이 세계의 바람도 좀 쐬었겠다 본격적으로 적응해 봐라" 이거죠.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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