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렉션 월드』

『리플렉션 월드』- 2. 튜토리얼을 클리어하자!

2023. 04. 14에 작성

매킨토시: 아,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나오는 그걸 말하는 거군.

Vv히데vV: 맞아요. 저희가 아무리 우수한 인재라곤 하지만, 게임마다 다른 룰이 있기 때문에 그걸 숙지하는 것 또한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니까요. 

Vv히데vV: 솔직한 심정으로는 튜토리얼 정말 재미없는데, 빨리 본격적으로 게임을 하고 싶은데, 저도 이런 식의 게임은 처음이니 한 번 열심히 클리어해 보려 해요. 함께 힘내요, 선배.

매킨토시: 그래. 이렇게 게임에 적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건 귀중한 경험이다. 그러니 함께 이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Vv히데vV: 뭐, 저는 에이신 선배보다는 잘 적응할 수 있겠지만요. 정 안 되면 제가 옆에서 계속 서포트 해 줄게요!

매킨토시: 역시 의지가 되는 동료로군. 그럼, 어서 시작하도록 하자. 우리들의 발 밑에 생성된 노란 화살표를 따라가면 되지?

/매킨토시가 땅을 가리킨다. 정말 자신의 발에 노란색 화살표가 생긴 것을 확인한다. Vv히데vV는 짧게 "네"라는 말과 함께 길게 뻗은 노란 선을 따라간다. 미지를 향해 전진하기 시작하는 Vv히데vV와 매킨토시.

매킨토시: 것보다, 버튼을 누르지 않고 직접 우리의 육체를 움직이는 게임은 정말 신선한 걸. 무언가를 손으로 조작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물론 적응이란 것 자체를 우습게 보지 않는다만.

/Vv히데vV는 잠시 회상한다. C.FIRST가 어느 슈팅 게임의 일본판 선전을 담당했던 시절, 세 사람은 자신들이 맡게 될 게임을 플레이했다. 그 때 게임을 처음 접한 에이신은 슈에게 열 손가락으로 세기 버거울 정도로 수많은 도움을 받았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적응하기 힘들 것," "선배가 나를 이길 수 있을까" 등등의 온갖 도발에 잘 넘어가는 에이신이었지만, 슈와 모모히토와 비교하면 적응이 조금 더디고 성적도 비교적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많이 죽고 많은 실수를 거쳐서 성장하는 유형의 플레이 방식을 보여주었다. 본인은 개의치 않아 보이니 그러려니 하고는 있었지만. 콘솔 게임의 경우도 그랬다. 조작법도 바로바로 못 외우고 슈가 조작하는 모습을 통해서, 그리고 수십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콤보를 익혀왔다. 에이신의 게임 플레이 방식은 상당히 "원시적"이었던 것이다. 반면 장난감을 다루는 게임에 대해서는 에이신을 따라갈 멤버는 단 한 명도 없다. 죽방울은 처음으로 일을 했을 때 거의 패왕 수준의 레벨을 달성했으며, 실전에서는 아예 "최종보스"가 될 정도였다. 심지어 팽이마저 당시에 팽이를 담당한 슈보다 더 잘 다뤘다. 그 외에도 체육 대회에서 할 수 있는 게임들에 관해서는 슈와 모모히토는 절대 에이신을 이긴 적이 없다. '자신의 몸을 직접 움직여야 하는 게임'에 관해서는 정말 말 그대로 "최종보스"였던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아우르는 『리플렉션 월드』는 어떨까. Vv히데vV는 곰곰이 생각한다.

Vv히데vV: 흠... 뭐, 확실히 선배는 지금까지 해 왔던 게임들보다는 이걸 더 빨리 적응할 것 같기도 해요. 아니, 확실히 경험과 시행착오를 중시하는 선배에겐, 마찬가지로 시행착오를 중시하는 이 게임이 정말 잘 맞을 것 같아요. 에이신 선배는 몸을 움직일 수록 유리해지는 사람이니까요.

/매킨토시는 자신에게 긍정적인 전망을 이야기하는 Vv히데vV를 고맙게 여기는 듯, 작게 웃음소리를 낸다.

매킨토시: 훗,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운 걸. 적어도 네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익히도록 하지.

/서로 따뜻한 미소를 주고받던 두 사람은, 문득 서로의 포지션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서로의 상성이 잘 맞는지, 정말로 서로를 도와줄 힘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

매킨토시: 슈, 너의 컨셉과 속성이 어떤지 말해줄 수 있나?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설명해 주길 바라.

Vv히데vV: 저는 "기공사" 컨셉이에요. 여러 무기를 만들어서 공격을 하거나 아군을 지키는 다재다능한 역할을 맡는 "특수" 포지션이에요. 그래서 키우는 방식이나 포지션에 따라 전혀 다른 육성이 가능하죠. 저는 총을 만들어내는 기공사여서 원거리에서 적을 견제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아바타는 "풍속성"이라 토(土)속성에게는 유리하지만 화(火)속성에게는 불리해요. 그래서 제게는 화속성을 제압할 수 있는 동료나 화속성과 상성 관계를 맺지 않는 동료를 원해요.

매킨토시: 딱 "아마미네 슈"다운 캐릭터구나. 다재다능하지, 복잡한 기술도 곧잘 익히지, 하늘을 채우는 바람의 힘을 다루지. 구성이 좋은데. 저번에 네가 맡았던 일리미네잇 슈터를 연상시키는 멋진 캐릭터라고 나는 생각해.

/Vv히데vV는 매킨토시의 칭찬에 조금 쑥스러운 듯한 표정을 잠시 내비친다.

매킨토시: 나는... 급하게 생성해서 완전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일단 기억나는 대로 전달하지. 나의 컨셉은 "인도자"이다. 속성은 "광(光)속성"이고. 포지션은 "밸런스" 타입이었다. ...이 정도면 됐나?

Vv히데vV: 네, 필요한 것은 전부 기억하셨네요. 인도자는 여러 버프와 디버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서포트형 컨셉이에요. 특히 선배가 고른 게 활이면, 아무래도 기동력으로 아군을 지원하거나 적을 견제할 수 있겠네요. 밸런스 타입으로 분류된 이유도 안정적으로 서포트와 공격이 동시에 가능하기 때문인데, 인도자... 에이신 선배라면 어떻게 적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꽤 빡센 컨셉이에요. 컨트롤 진짜 중요해서 초보자에게 절대로 추천되지 않는 직업인데... 

/그러나 컨트롤이 어렵다는 것은 매킨토시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은 듯해 보인다. 끊임없이 노력하여 완벽하게 "인도자"의 역할에 충실한 플레이어가 될 테니까. 궁금한 것은 이것이다.

매킨토시: 흠... 지원과 견제가 동시에 가능하다니, 너와 역할이 겹치면 공교롭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겠군...

Vv히데vV: 아뇨, 그건 아니에요. 에이신 선배는 강화나 약화 능력에 최적화된 컨셉이고, 저는 화력에 치중한 컨셉이라 결이 전혀 달라요. 제게 강화능력이 생긴다고 해도 저만을 강화시킬 능력일 거고, 무엇보다도 이 직업은 디버프 스킬이나 테크닉을 연마할 수 없어요. 그러니 선배가 이것저것 도와주면 제가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겠죠.

매킨토시: 강화와 약화 능력이라. 급하게 고른 것 치고는 내가 원하던 포지션을 잘 찾은 것 같아 다행이군. 내게 기대를 거는 듯하니, 그 기대에 응하도록 노력하지. 

Vv히데vV: 그래요, 근데 재차 강조하자면 그 컨셉은 운영하기가 여러모로 까다롭다 보니, 에이신 선배가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하셔야 해요! 신경써야 할 것이 많거든요. 아, 그리고 광속성은 암(暗)속성에게 더 큰 공격을 입힐 수 있는데, 그 외의 속성에 대해서는 평범한 대미지를 가하거나 입어요. 사실 광속성과 암속성은 가장 평범한 속성이긴 해요. 그래도 저보다는 화속성 적에게 유리하니 나름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화살표가 가리키는 장소에 도착한다. 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크고 둥그런 평지가 보인다. 이 곳에서 튜토리얼이 진행되는 듯하다. 평지의 중앙에 서자, 미라주 컴퍼스가 또다시 요상한 소리와 빛을 뿜으며 메시지를 띄운다. 곧 이들이 있는 장소에 적이 두 체 등장한다는 메시지가 출력된다. 이 녀석들로 튜토리얼을 진행할 예정인 듯하다. 가까운 지점에 두 개의 빛의 기둥이 솟구쳐 올라오더니 적들이 생성된다. 그러나 요란한 소리와는 달리 등장한 적들은 상당히 작다. 여느 판타지 RPG 게임 속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슬라임"이라는 몬스터이다. 한 마리는 토속성이며, 또 한 마리는 암속성이다. Vv히데vV와 매킨토시의 속성에 따라 소환된 듯하다. 그 생물들의 머리 위에 검 아이콘이 나타난다. 매킨토시는 아이콘을 보더니 자신의 왼팔에 장착된 활을 오른손으로 더듬는다.

매킨토시: 이들을 처치하라 이거군. 한 번 해 보겠다.

Vv히데vV: 열심히 해 보세요, 에이신 선배!

/매킨토시는 미소로 화답하고는 활을 다루려 한다. 그런데.

매킨토시: ...그러고 보니, 화살은 어떻게 꺼내면 되는 거지?

Vv히데vV: ...아, 거기서부터 모르는 거예요?

매킨토시: 보통 화살은 화살통에 구비가 되어 있는 게 보통이니까. 이건 장전할 수 있는 화살의 수조차도 표기되지 않는군... 이 말은, 내가 직접 화살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의미일 터인데... 그걸 어떻게 해야...

/아, 그러고보니 인도자는 자신의 마력으로 버프와 디버프를 만들어내는 컨셉이라고 Vv히데vV가 말했었다. 그렇군. 나의 마력을 사용하여 화살을 생성하면 되는 것이군. 그럼 이제 내 손에 화살을 생성하면— 매킨토시가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던 틈에, 슬라임이 그를 타깃으로 선정하여 공격하려 한다.

매킨토시: 어?

Vv히데vV: 선배!!

/Vv히데vV는 이내 매킨토시의 앞에 서서 슬라임의 공격을 받는다. 공격도 어떤 물건이 살에 닿는 것보다 감각이 없는데다 토속성이라서 대미지가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매킨토시에게는 동료가 피해를 입었다는 상황 자체가 위급한 사건이다.

매킨토시: 슈! 괜찮아?

/매킨토시의 걱정과는 달리, Vv히데vV는 어깨를 들썩이며 전혀 아프지 않다는 신호를 보낸다.

Vv히데vV: 그것보다, 선배는 어서 화살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봐요. 얘네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저희는 빠져나갈 수 없으니까요.

매킨토시: 알겠다...!

/Vv히데vV는 예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기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장갑처럼 생긴 무기인 스카이 서밋에 정신을 집중한다. 오른손을 머리 위로, 왼손을 복부 쪽으로 펼치고 마력과 바람을 모으기 시작한다. 자신의 마력이 소비되는 느낌과 함께 주위에 있던 공기가 자신에게로, 그리고 스카이 서밋에게로 끌려오는 것을 느낀다. 어떤 기계를 만들어야 잘 만들었다는 소리를 들을까. 방어도 잘 하면서 공격력도 발군인, 그런 기계를 만들고 싶다. 대충 이 정도의 컴팩트한 사이즈에 총구를 수납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좋을 텐데. 그 순간. Vv히데vV는 자신의 양쪽 귀 근처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자신의 상체만한 패널 두 개가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 이게 내가 처음으로 만든 기계인가...!

Vv히데vV: 좋아, 이제 내게 네 녀석에게 되갚을 시간이다!

/Vv히데vV는 두 마리의 슬라임을 노려보더니, 펼치고 있던 두 손으로 주먹을 쥔다. 그 순간 두 개의 패널에 총구가 생성되더니 푸른 마법구가 발사된다. Vv히데vV가 만든 기계가 쏜 두 개의 총탄은 각 슬라임을 한 번씩 타격한다. 암속성 슬라임에게는 그다지 큰 타격을 가하지 않지만, 토속성 슬라임에게는 꽤 묵직한 대미지가 가해진다. 처음으로 해 보는 능력 발동과 성공적인 첫 공격에 자신은 무엇이든지 잘 한다는 짜릿함과 성과를 이루어 냈다는 뿌듯함을 동시에 느낀다.

Vv히데vV: 오! 역시 나는 어떤 게임도 바로 적응하네!

매킨토시: 성공했구나, 슈. 나도... 네게 도움만을 받고 싶지 않아, 네 힘이 되겠어...!

/매킨토시는 결의의 표식으로 오른손으로 주먹을 꼭 쥐고서는 왼쪽 가슴에 손을 댄다. 그러자 그의 손과 가슴에 붉은 스파클이 튄다. 

매킨토시: ?

/매킨토시의 모습을 도발로 여긴 슬라임들이 Vv히데vV의 뒤에 서 있던 그를 향해 돌진한다. 그들의 돌발 행위에 놀라 도로 손을 원상태로 돌리는 매킨토시이지만, Vv히데vV가 계속 노려질 바에 자신을 타깃으로 여기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자신의 동료로부터 적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뒤쪽으로 달린다. 그러나 그 순간, 인간의 속력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가 그의 신체에서 튀어나와 그의 신체를 총알처럼 튕겨낸다. 표정에서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는 매킨토시. 이전에 일을 통해 맡았던 스테디 워리어도 순간의 속력으로 적을 제압하는 기술이 있었다. 그러나 그 캐릭터의 스피드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매킨토시와 견줄 정도로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는 속력까지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인간이 아니라 수상 오토바이라고 생각할 지경에까지 이르러 자도 모르게 외마디 짧은 비명을 지른다.

매킨토시: ...악!

/제어할 수 없는 자신의 신체를 어쨌든 멈추게 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듯 오른발에 힘을 주는 매킨토시. 엄청난 속력이었는지 발이 지면에 닿자마자 발의 이동에 따라 땅이 파인다. 어떻게 자신의 폭주를 막을 수 있었지만...

Vv히데vV: 에이신 선배, 뭐 해요! 주행 연습을 하는 게 아니라고요! 어서 돌아와요!

/Vv히데vV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제서야 뒤를 돌아본다. 전투 장소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서 이제 더 이상 슬라임들이 자신을 노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들이 다시 Vv히데vV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매킨토시는 이내 다시 자신을 미끼삼아 몬스터들을 농락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뇌를 가득 채운다. 슈 혼자 몬스터와 싸우도록 둘 수 없어!

매킨토시: 이런, 슈, 어서 그 쪽으로 가지!

/그러나 움직이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절박한 사실이다. 동료를 돕겠다는 일념이 불태운 한 번의 발길질은 매킨토시에게 공중으로 높이 뛰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자신도 모르게 공중에서 버둥대며 우스꽝스럽게 날아가는 그가 Vv히데vV의 머리 위로 한 마리 연약한 작은 새처럼 지나간다. 적들조차 그를 쫓지도, 바라보지도 않는다.

매킨토시: —아아, 미안하다, 슈. 캐릭터의 컨셉에 따라 나의 신체적인 스테이터스도 변한다는 것을 상정한 적이 없어—

/한참을 날아가는 매킨토시는 나무 숲으로 종적을 감추더니 "퍽"하는 소리와 함께 짧은 비명 소리를 내지른다. 나무에 부딪힌 듯하다. 그래도 게임 세계에 있는 것이다 보니 현실에서 입을 피해보단 현저히 적은 지 "생각보다 아프지 않군. 피해 자체는 입지 않는 건가..."라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Vv히데vV 는 이런 선배의 모습이 살짝 바보 같아 보인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Vv히데vV: ...내가 경험해 보지 않아서 선배를 바보 같다 보는 거겠지. 내가 에이신 선배와 같은 컨셉을 선택했다면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을 지도...

/인도자. 매킨토시의 컨셉은 "빠른 신체 스피드를 구사하며 적을 제압하고 아군을 지원하는" 지원형 컨셉이다. 이름에 걸맞게 팀원들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도록 여러가지 수단을 총동원해서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유형의 포지션을 맡는 것이다. Vv히데vV의 컨셉인 기공사는 신체적인 특성이 없다 보니 아마미네 슈의 신체적 스탯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매킨토시는 캐릭터의 스탯대로 마유미 에이신의 신체, 특히 각력이 강화된 상태이다. 이미 피지컬이 좋은 상태에서 말이다. 가뜩이나 매킨토시가 선택한 무기인 말루스 푸밀라는 플레이어의 민첩성을 한층 더 올려주는 "활"이다. 인도자와 활의 상성은 사실상 최악이다. 밸런스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서포트에 보다 치중된 스탯을 지니다 보니 공격력을 보완할 수 있는 무기를 착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가이드북에 기재된, 인도자에게 가장 적합한 무기는 공격력을 강화시키는 검. 그러나 저번에 스테디 워리어를 한 경험이 있는 에이신은 새로운 무기에 적응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것을 선택하지 않은 듯하다. 선배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Vv히데vV에게 있어서 매킨토시는 여러모로 모델링에 결함이 존재하는 캐릭터임을 컨셉을 확인하자마자 확신해 버렸다.

Vv히데vV: 그렇게 치면 선배는 코어가 있으니 저 정도 버티는 것일지도...

/그럼에도, Vv히데vV는 에이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어떤 어려운 상황도 척척 해결하는 "최강" 학생회장이다. 그는 어떤 역경의 시간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최강"의 아이돌이다. 이런 그에게, 설계가 이상하게 이루어진 게임 캐릭터를 다루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자신보다, 심지어 모모히토보다 게임을 못 한다고는 하나, 에이신은 자신의 결함을 반드시, 빠른 기간에 극복하는 인간이다. 그래서 그에게 매킨토시의 진실을 밝히지 않은 것도 있다.

매킨토시: 미안하다, 슈. 많이 기다렸지.

/수풀 사이로 온 몸에 나뭇잎을 덕지덕지 묻힌 매킨토시의 모습이 드러난다. 몇 번을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부딪쳤는데도 멀쩡하게 걸어 나오는 그의 모습이 Vv히데vV는 조금 무섭기까지 하다. 슬라임들도 이를 감지했는지 매킨토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련의 역경을 겪은 그는 왜인지 한껏 여유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 매킨토시는 전에 했던 대로 자신의 오른 주먹을 왼쪽 가슴에 마찰시키면서 소중한 동료에게 지시를 내린다.

매킨토시: 암속성의 슬라임은 내게 맡겨라. 너는 네 몫의 것을 쓰러뜨려!

Vv히데vV: 당연하죠! 자, 받아라!!

/Vv히데vV는 호쾌하면서도 스마트하게 이렇게 외치고서는 마치 몇 십 번을 플레이한 적이 있는 유저마냥 능숙하게 마력을, 패널들을 다룬다. 자신의 먹잇감인 슬라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두 개의 패널이 바로 바람의 마력을 응축한 광선을 연이어 발사한다. 완벽한 광선의 모양과 완벽한 조준. 토속성 슬라임이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속절없이 Vv히데vV의 공격을 받아 체력이 다하자 몸이 녹아버리며 작은 빛이 되어 사라진다. 어떤 어려움 없이 간편하게 기본적인 테크닉을 구사하는 스스로가 너무나도 멋지다. 상황이 종료되자 Vv히데vV는 "나는 역시 뭐든지 완벽하게 잘 해!"라고 말하는 듯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쭉 편다. 한 편.

매킨토시: 화살은 어떻게 만드는지 대략 알겠다. 문제는... 말루스 푸밀라를 어떻게 다루느냐다...

/"Vv히데vV를 도와주고 싶다"는 강한 마음을 주먹과 심장에 담아 얇고 긴 화살 광선을 만들어낸 매킨토시이지만, 이번에는 이걸 어떻게 활로 쏘느냐로 고민한다. 말루스 푸밀라에는 활시위도, 화살을 얹을만한 부분도 없다. 활보다는 브레이슬릿에 훨씬 가깝다. 

매킨토시: 으응... 어떻게... 돼라...!

/몇 초간 화살을 들고 엉성하게 서 있는 매킨토시이지만, 이내 활을 쏘는 시늉이라도 해보자 다짐하고 말루스 푸밀라를 차고 있는 왼손으로 타깃인 암속성 슬라임을 가리킨다. 그러자 무기의 주위로 초승달 형태의 금색 빛이 만들어진다. 매킨토시는 눈을 크게 뜨더니 퍼뜩 쥐고 있던 화살을 금색 빛에 올려 두고 당긴 후 손을 뗀다. 그러자 붉은 광선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슬라임의 명치를 관통한다. 광속성의 화살에 슬라임의 체력이 감소하지만, 그다지 강한 대미지를 입히지는 못한다. 몬스터의 체력의 1/3만 떨어진 것을 확인하며, Vv히데vV는 매킨토시를 격려한다.

Vv히데vV: 뭐, 우리는 아직 레벨 1이니까요. 가장 기본적인 테크닉을 익혔다는 것에 의의를 두...

/그런데 Vv히데vV의 눈에 갑자기 매킨토시가 슬라임에게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는 모습이 비친다. 벌써 자신의 신속과도 같은 속도에 어느 정도 적응했단 사실도 놀랍지만 직후의 행동도 매우 놀랍다. 매킨토시는 기합과 함께 슬라임에게 오른 주먹을 가격하는 것이다. 그 순간, 슬라임은 Vv히데vV에게 보였던 그 애처로운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매킨토시의 주먹 위에서 한 줌의 빛이 되어 사라진다. Vv히데vV는 초점을 잃은 눈으로 "화살로 바로 쓰러지지 않는다니"라고 중얼거리는 매킨토시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Vv히데vV: ...에?

매킨토시: 그러고보니 떠올랐다. 캐릭터를 생성하던 중, 내가 특기 무기를 활만 선택한 게 아니었어. "격투"도 골랐다.

Vv히데vV: ...네?

매킨토시: 최대 두 개를 선택할 수 있다고 하길래, 격투를 먼저 선택한 후에 활을 선택했다. 나름 괜찮은 조합이라고 생각해서 말이지. 내 판단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초점을 잃었던 Vv히데vV의 눈에 다시 생기가 돌더니, 곧바로 매킨토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인도자+광속성+격투/활+밸런스=매킨토시"라는 발상에 대하여 Vv히데vV만이 기이함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Vv히데vV: 선배는 도대체 뭔 캐릭터를 어떻게 만든 거예요...

매킨토시: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으니, 최선을 다해서 본능에 모든 것을 맡긴 것뿐이다. 게임 플레이에 지장만 없으면 되는 거 아닌가?

Vv히데vV: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게임이라는 미디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Vv히데vV에게야 이상해 보이지만, 그것이 전혀 없는 매킨토시는 후배에게 고개를 갸우뚱 기울일 뿐이다.

매킨토시: 뭐가?

/미라주 컴퍼스가 다시금 반짝이며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또 다시 발 밑에 노란 화살표가 나타나더니 머지 않은 곳에 위치한 거울 모양의 기둥을 가리킨다. 방금 전에는 없던 기둥인데.

Vv히데vV: 게임을 클리어하면 저 기둥이 나온다고 가이드북에 소개되던데, 저기에 가서 거울을 깨뜨리면 스테이지 클리어로 계산될 거예요.

/두 사람은 얼른 기둥으로 향한다. Vv히데vV가 기둥의 거울면을 살짝 건드리자마자 바로 거울이 산산조각이 난다. 직후에 기둥에 무지갯빛의 문구가 출력된다. -튜토리얼 클리어!-. 튜토리얼이 드디어 끝났다는 사실에 안도감과 허무함을 동시에 느끼는 Vv히데vV. 

Vv히데vV: 사실 튜토리얼 치고는 다른 게임에 비해서 내용도 별거 없어서 싱겁긴 한데, 조작법이 어렵고 기술도 이후에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하니 감을 잡느라 그 어느 튜토리얼보다 오래 걸렸네요...

매킨토시: 그러게. 그리고 왜인지 체력 고갈이 심하게 드는 튜토리얼이었다고 생각한다. 운동회 때도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는데.

Vv히데vV: 아무래도 체력뿐만 아니라 마력도 사용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기공사나 인도자나 마력 소비가 엄청난 컨셉이거든요. 아, 에이신 선배, 제 옆으로 와요.

매킨토시: 어? 알겠다.

/Vv히데vV는 미라주 컴퍼스를 조작하더니 그 작은 화면에 자신과 매킨토시를 비춘다. 마치 셀카를 찍듯이.

매킨토시: 카메라 가능인가? 이 기기에 그런 기능이 있었어?

Vv히데vV: 네, 이렇게 기념사진 찍듯이 여기에 기록을 남기면 데이터가 기록이 돼요. 이걸 찍지 않으면 게임 안에 나가지 못하니까 선배의 미라주 컴퍼스도 카메라 준비하세요.

매킨토시: 알겠다. 우선 네 것에 먼저 찍도록 하자.


그렇게 사진으로 튜토리얼 클리어 기록을 저장한 Vv히데vV와 매킨토시는 게임기 밖으로 나와 아마미네 슈와 마유미 에이신으로 돌아와 있는 서로를 발견한다. 게임은 거의 한 시간동안 한 듯한데, 태양은 여전히 게임기 안에 들어가기 전과 같은 곳에 위치해 있다. 스마트폰을 켜 보니 시간도 정확히 20분만 흘러 있다. 에이신은 본인의 시간감각이 조금 이상해졌나 싶은 의문을 가지지만, 이 정도의 플레이 시간이라면 레슨 시간에 아주 여유롭게 맞출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그 의구심을 덮는다. 슈는 현실 세계 속에서 다시금 기지개를 펴더니 하품을 길게 한 번 한다.

"하, 즐거웠다."

"즐거웠으면 됐다. 이제 사무소로 돌아가자."

"네, 선배."

곧 실시할 레슨에 대한 이야기, 혼자 있을 모모히토를 위해 사 갈 간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두 사람. 튜토리얼이 끝난 직후에는 그렇게 피곤했던 육체가 지금은 완전히 회복된 듯한 오묘한 감각을 느끼는 슈는, 문득 에이신이 왜 그 때 자신의 손을 어떤 고민도 없이 덥석 잡았는지 조금 궁금하다.

"...이제와서 하는 질문이지만, 에이신 선배는 왜 저와 『리플렉션 월드』를 하기로 정했어요? 정확히는, 이 게임의 어떤 면에 매력을 느끼고?"

선배의 답은 의외다.

"게임에 대한 매력 때문에 하기로 결심한 건 아니다. 네가 같이 게임 하자고 하자마자 하기로 결심한 거야."

"네?"

"물론 나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네 설명을 듣고 우리 유닛의 존재 의의에 부합하는 주제 의식을 지닌 이 작품 자체에도 흥미를 느껴 플레이해 보고 싶단 마음이 든 것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너와 무언가를 함께 즐기는 것 자체를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 슈는 C.FIRST의 중심에 서서 언제나 우리의 의지와 꿈을 지탱해 주는 든든한 동료잖아. 그러니 그 동료의 취미를 함께 즐겨주는 건 당연해. 네가 게임이 아니라 다른 걸 하자고 해도 같이 하겠다고 했을 거다."

"선배..."

붉은 노을빛에 신비한 빛을 반짝이는 에이신의 초록색 눈동자가 슈의 마음을 진정시킨다. 어쩌면 그는 게임 자체보다도 소중한 사람과 같이 게임을 하는 것을 더욱 즐기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게임기를 발견하자마자 동료들을 향해 돌격을 했겠지. 슈는 낮의 하늘같은 파란 눈동자를 저녁의 붉은 하늘 아래에 쌓는다. 아이돌 활동을 할 때부터 즐거워진 삶이 『리플렉션 월드』에 의해 더욱 즐거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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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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