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변태우주창고

YS/JS/KS, 햇무리

꺽창고 by 변태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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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드+솔/제키+솔/켈나카+솔 이라는 뜻입니다 압니다 엉망이죠?

글쓰기 재활훈련중^0^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상에 주의바랍니다: 등장인물의 죽음 묘사 있습니다


01.


젊은 남자가 움찔한다. 놀랄 정도로 추웠다. 앞이 거의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고 귓전에 바람소리가 너무 날카롭게 불었다. 얼굴에 부딪히는 눈은 이미 거의 얼음 알갱이라고 불러야 좋을 정도였다. 실제로 얼어서 감각이 둔해진 얼굴에 작게 생채기가 계속 나는 느낌- 비유하자면 아주 작은 종이에 쉴새없이 베이는 느낌이. 손을 올려서 얼굴을 만져보면 꼭 남의 얼굴을, 남의 손으로 만지는 기분이 들었다. 요드, 부르는 소리에 내려본다. 어린 파다완은 추워보이지 않았다. 그걸 가린 건지, 아니라면 신체 능력이 좋아서 추위를 느끼지 않는 건지. 남자는 손을 내리고 로브 소매 사이로 팔을 엇갈려 넣는다. 



눈을 찡그리고 앞을 보면 실제 그런 것보다도 항상 더 커보이는 남자의 뒷모습, 젊은 남자는 걸음을 조금 더 빠르게 하지만 몇 걸음 못 가 다시 멈춰서서 팔을 들어올려 눈 위를 가린다. 눈보라, 눈이 아플 정도로 부는 찬 바람,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폐가 빠듯하게 아팠다. 실제로 기침이 나왔다. 뒤에서 큭, 하고 웃는 소리가 바람 소리를 뚫고 들려왔고 남자가 결국 진절머리를 내면서 다시 돌아봤다. 왜? 하는 식으로 눈썹을 들어올리면 작고 어린 파다완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웃지 않았다는 식이다. 추운 건 싫어하나봐? 제키가 가볍게 말하고 요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가만히 보기나 한다. 



추운 건 싫어한다. 추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이정도의 눈보라를 즐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제키에게 그 말을 해주려는데 앞서 가던 사람이 돌아서는 게 느껴진다. 요드는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걸음을 다시 빠르게 한다. 빗금처럼 몰아치는 눈보라 너머로 웃는 얼굴. 요드는 약간 쑥스럽다고 느낀다. 꼭 치부를 들킨 것 같다. 정작 이 사람은 그런 걸 치부라고 여기지 않을 단 하나의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춥니? 다정하게 묻는 얼굴에 결국 귀가 빨개진다. 추위의 탓으로 돌릴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고 느낀다. 아닙니다, 얼른 고개를 숙이는데 눈보라 너머로 웃는 소리가 또 들린다. 



춥지 않으십니까? 젊은 남자가 물으면서 가까이 붙어선다. 너무 말라서 거의 로브에게 잡아먹힌 듯한 몸인데도 요드는 꼭 거대한 태산같은 존재감에 거의 압도당할 지경이라고 느낀다. 눈이 마주친다. 나이든 남자가 눈을 찡긋거리면서 웃는다. 춥지. 꼭 제키에게는 비밀로 뭔가를 공유한다는 말투였고 요드가 그 감정에 이끌려서 웃었다. 



좁은 바위틈으로 바람이 세게 불면서 요드가 휘청거렸다. 밤이 되면 더 찾기 어려울 거란다, 조금만 더 서두르자. 남자가 다정하게 말하고 요드의 어깨를 탁탁 두드렸다. 눈으로 제키가 걸음을 다 따라잡은 것을 확인한 남자가 몸을 돌려서 다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춥다고 말한사람 치고는 거침없는 발걸음이었고 바람 때문에 가끔 몸을 휘청이다가도 바위를 손으로 밀면서 금방 중심을 잡았다. 요드는 희뿌연 눈보라 너머로 앞서 가는 남자의 등을 보다가 고개를 살짝 숙이면서 걸음을 빠르게 했다. 눈보라 소리, 로브가 정신없이 펄럭이는 소리, 멀리 바위 틈 어딘가에서 꼭 누군가의 비명소리 같은 것이 소용돌이로 불었고- 솔직히 요드는 어디로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어디로 걷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요드는 저 사람이라면 어디로 가는지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꼭 무너질 것처럼, 아니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진 바위 계곡 사이로 자꾸만 더 깊게, 더 깊게 들어가면서도- 발이 시려워서 꼭 발목 끝에서 몸이 끝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와중에도 불안하지가 않았다. 점점 어두워져서 걸음을 더 빠르게 했다. 



가까이 붙어섰을 때 이 사람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짧게 했다. 무너질 것처럼, 아니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지는 바위 계곡 사이로 몸이 휘청거려질 정도로 심한 눈보라를 뚫고,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걸어가는 것 같은 때가. 요드에게 나이든 남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질문에 답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도 그런 듯이 보였다. 달관, 요드는 그런 단어를 떠올리면서 눈을 아래로, 왜냐면 그런 것만 같은 거의 위대해 보이는 이 남자의 뒤에서 너무 스스로가 작게 느껴졌기 때문에. 키가 머리 하나는 더 작은 어린 파다완이 입술을 앙다물고 가까이 달라붙었다. 



남자가 가는 곳으로 따라 걷다보니 눈보라가 들이치지 않을 바위 틈이었다. 돌아봐도 셋의 발자국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중이었다. 남자가 웃으면서 어깨를 살짝 털었다. 요드와 제키를 돌아보면서 웃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바위 골짜기 너머로 바람이 멀리서 불었고 그 우웅, 하는 소리 위잉, 하는 소리 부웅, 하는 소리, 아주 작은 얼음 알갱이들이 쉬지 않고 바위를 깎아나가는 소리. 발 아래로 너무 낮은 온도에 차마 뭉쳐지지도 않은 눈의 입자들이 밟히는 소리. 로브가 펄럭이는 소리, 요드는 제키가 가까이 다가서는 걸 느꼈다. 남자의 장갑낀 손이 제키의 브레이드에 살짝 엉켜서 얼어버린 눈송이를 떼어냈다. 어린 파다완이 눈을 반짝거렸다. 그래, 내가 거의 제키만큼 어렸을 때. 



처음 이런- 이런 추운 행성에 임무를 나갔을 때. 요드는 자기도 모르게 조금 더 붙어섰다. 남자의 몸에서 꼭 햇살 같은, 햇무리 같은 기운 같은 것이 풍겨나왔고 이상하게 몸이 따뜻하게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너무 추웠는데 골짜기 한 가운데에서 길을 잃었던 적이 있었단다. 



당황해서 뭘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못 했어. 



수업시간에 배운 것들도 하나도 써보겠다는 생각도 못했고, 



너무 추워서 삐죽대고 눈물이 나기 시작했는데- 울면 안된다고 생각할 수록 더 막막하고, 



꼭 내가 거기에 있는 걸 아무도 모를 거라는 느낌이. 



너무 추웠단다. 너무 춥고 너무 막막했는데 그래도 울면 안된다는 생각만을 하면서, 왜냐면 멋진 제다이는 울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계속 걸어가다가 뒤를 돌아봤는데 내 발자국이 보이질 않아서. 



내가 거기에 있는 걸 아무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정말로 들어서. 



앞으로 걷다가 결국 무너져서, 주저앉아서 잠시만 쉬어가는 거야, 나는 좌절하거나 절망하고 있는 게 아니고 잠시만 쉬었다가 가는 거라고, 나는 우는 것도 아니고 슬프고 두려운 것도 아니라고, 왜냐면 나는 멋진 제다이니까 말이야. 



솔은 거기까지 말하고 말이 없었다. 제키가 똘망한 눈동자를 빛내면서 가까이 붙어섰다. 제키는 그 다음은요? 라고 묻고 싶어하는 얼굴이었지만 묻지 않았다. 솔이 웃음을 터뜨리면서 작은 파다완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살살 두드렸다. 거기 주저앉아있는 동안. 



무릎에 얼굴을 묻고 주저앉아서 우는 게 아니라고, 슬프고 두려운 게 아니라고 계속 생각하는데. 



눈보라 소리 너머로 턱…. 턱… 하는 소리가 나는 거야. 



턱, 턱, 하는 소리… 나는 무서워야 맞는 거라는 걸 알았는데. 동시에 무서워하면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 왜냐면 멋진 제다이라면 공포를 느끼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묵직한 발소리… 잠시 듣다가, 나는 그게-



솔은 거기까지 말하고 침을 삼켰다. 꼭 목에 뭔가가 걸린 것처럼 힘겨워보였는데 바로 다음 순간에 아주 환하게 웃으면서 제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건 아주 오랜 친구의 발소리였단다. 



아주 오랜 친구. 



우리는 아주 오랜 친구 사이였고- 나는 길을 자주 잃었어서. 그 친구가 늘 나를 찾으러 와줬었거든. 내가 주저앉아서 울고 있었다는 걸 그 친구는 다 알고도 아무 말이 없었고, 나는 그러니까- 마스터에겐 내가 울었다는 말을 하지 말아달라고,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할 필요도 없었어. 그 친구랑 함께 있을 땐 나는 뭔가를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단다. 왜냐면 우리는 말이 잘 통하진 않았거든. 내가 그 친구에게, 너무 추워서 그래, 운 거 아니야, 라고 말했고- 그 친구는 그냥 나를 보면서, 내 쪽으로 가깝게 붙어서줬었고, 그리곤 내가 길을 잃어버렸던 곳으로 나를 이끌어서 데려다줬었고, 우리는 그 이후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날 그렇게 같이 걸었던 걸 우리 둘만의 비밀로 했어. 



바람소리가 더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작고 어린 파다완이 꼭 작은 새처럼 종종거리면서 솔 쪽으로 몸을 기울였고 너무나 작고 사랑스러운 몸짓이어서 요드도 멍하니 웃음이 나왔다. 아늑한 동굴에서 작은 모닥불을 피운 듯한 느낌, 꼭 따뜻한 걸 마시면서 동굴 벽에 일렁이는 그림자를 보고 있는 듯한 편안한 느낌- 솔의 몸에서 따뜻한, 거의 아지랑이처럼 보이는 어떤 따뜻한 것이 피어오르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야기가 끝난 것인지, 요드는 확신할 수가 없었고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솔이 한숨같은 것을 쉬면서 웃었고 어깨를 으쓱했다. 숨이 다 돌아왔으면 다시 또 가볼까. 제키가 금세 네, 마스터, 하면서 야무지게 로브를 여몄고 솔이 다시 돌아섰다. 다시 걸어가는 동안 아까보다는 훨씬 덜 춥다는 생각을 했다. 



제키같은 똑똑한 파다완은 궁금하지 않겠지. 요드는 그 친구분과는 지금은 어떤 사이이신가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어쩐지 제키가 있는 곳에서는 물을 수가 없었다. 부츠 아래에서 눈 가루들이 부서졌다. 요드, 제키가 가볍게 부르는 소리. 요드는 생각에 잠겨서 걸음이 좀 느려져있었고 이미 솔은 저 앞, 눈보라가 다시 휘몰아치는 계곡의 끝자락까지 걸어가 있었다. 더 떨어지기 전에 뛰어갔다. 제키가 살짝 한심하게 쳐다봤고, 요드는 헛기침을 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계곡이 끝나는 곳, 흰 눈보라가 소용돌이처럼 몰아치는 곳, 솔이 거침없이 보폭을 넓게 해서 걸어나갔다. 광량은 낮았는데 사방이 흰 눈이라 반사되는 빛으로 눈이 시릴 정도로 아팠다. 



솔의 발자국이 지워지기 전에. 걸음을 조금 더 빠르게. 솔의 발자국 안을 밟았고 미끄럽게 흩날리던 눈 가루들, 솔이 밟은 곳은 단단히 뭉쳐져서 미끄럽지도 지나치게 차갑지도 않았다. 






02.



몸이 날려진 충격에서 정신을 차리자마자 어린 파다완은 우선순위를 점검했다. 헐떡거리고 기침을 하다가 바닥을 밀면서 일어났다. 심장박동이 너무 빨라서 정신을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제키는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생각을 가라앉혔다. 침착하게, 눈을 감고, 숨을 크게 쉬면서, 제키는 그의 마스터가 알려줬던 것을 마음 속에 떠올린다. 꼭 체크리스트처럼. 눈을 감고. 체크. 눈은 우리를 속일 수 있기 때문이란다- 



숨을 몇 번 쉬어봐도 아주 가까운 숲에서 거대한 힘들이, 꼭 초점이 나간 동그라미들이 서로서로 부딪히는 것처럼 어떤 전투 중이라는 것이 느껴질 뿐이었다. 그 중에 제일 큰 것이 아마 솔, 그리고 거의 그만큼이나 큰 것처럼 느껴지는 어떤 힘의 동그라미- 그리고 수많은 동그라미들, 모두 통 안에 던져진 공들처럼 아무렇게나 튕기면서 거의 전쟁같은 전투 중인 것이 느껴졌다. 제키는 지금 어디로 가야할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다른 어떤 것을 하기 전에 그게 우선이 되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서둘러서는 아무도 구할 수 없단다, 제키는 솔의 목소리를 떠올려서 다시 체크한다. 구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는 그 누구도 구할 수 없단다. 구해야한다는 마음만으로도. 그리고 솔의 말이 언제나 옳았다. 



돕고 싶다는 마음, 전투에 서둘러 참여해야한다는 마음만으로는 그 누구도 구할 수 없다. 제다이들이 아홉. 민간인은 오샤와 바질. 그렇다면 제키는 민간인들을 구하러 가야할 것이다. 그러니 더 마음을 가라앉히고- 왜냐하면 이런 숲에서는 길을 잃기 쉽상이니까. 별이 보이지 않는 이런 곳에선 길을 찾기도 어려울 것이고 포스 감응자가 아닌 사람들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은, 서둘러서는 절대로…



흙먼지가 가라앉은 곳은 집 안이었다. 밀쳐지면서 집 안으로 던져진 모양이었다. 제키는 주위를 둘러보고, 안쪽으로 인기척을 찾으러 들어간다. 이 곳이 마스터 켈나카의 집이 맞다면 그는 엄청난 전력이 될 것이었다.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기이했지만 제키는 그만큼이나 강력한 힘을 쓰는 사람들은 자기가 원한다면 그 힘을 완전히 가리는 것 역시 가능하다는 것을 봐서 알고 있었다. 왜냐면 솔 역시 그러니까. 솔은 자기가 원할 때는 그냥 마음씨 좋은 사람으로만 보일 수도 있었고, 영링들과 숨바꼭질을 하면서 놀아줄 때는 일부러 포스를 갈무리하지않고 흘리면서- 작은 아이들이 마스터를 금방 찾아낼 수 있게 할 수도 있었고, 



그러니 큰 힘은 크게 쓰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제키는 알고 있었다. 솔 역시 그랬으니까. 숨을 가라앉히고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서 제키는 작게 마스터 켈나카, 하고 불러봤지만 답은 없었다. 다시, 마스터 켈나카? 하면서 안쪽으로 들어갔다. 의자에 앉은 뒷모습이 보였다. 꼭 깊은 잠에 든 것 같았으나- 제키는 더 다가가지 않고 멈춰섰다. 거의 소리로 들릴 정도로 시끄러운… 충돌. 충돌이라고 불러야 좋을 것처럼 포스들이 부딪히고 있는데, 거대한 폭발의 너머에서 그런 건 느끼지 못한다는 듯이 의자에 앉아 깊게 잠든듯이 보이는 제다이 마스터, 제키는 저게 깊은 낮잠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의 인기척. 제키는 몸을 숨기면서 솔을 생각한다. 켈나카와 아주 오랜 친구였을 솔을 생각한다. 아마 마스터 솔이라면, 제키는 숨을 죽이면서 눈을 크게 뜬다. 솔이라면, 몸이 밀쳐진 다음에 곧바로 정신을 차려서, 켈나카를 찾으러 들어오기도 전에 이미 그가 포스로 되돌아갔다는 것을 알아서, 아주 강하고 지혜로운 제다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듯이 다른 사람들을 구하러 갔을 것이다. 왜냐면 솔은 언제나 길을 알고, 언제나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솔은 언제나 자신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그 곳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는지를 전부 알고 있으니까. 



아직 멀었어. 어린 파다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분하다고 생각한다. 분해. 아직도 멀었어. 모든 것을 따라하고 있는데도 솔은 거대한 하늘처럼 높게만 보였고 제키는 아직도 미숙하기만 하다. 아직 멀었어, 이걸론 안돼. 솔은 켈나카의 죽음에도 슬퍼하지 않고, 아마 곧바로 자기가 가장 필요할 곳으로 가장 빠른 길로 갔을 거야, 가서 사람들을 구하고 있을 거야, 나는 아직 멀었어. 발소리가 커졌고, 오샤와 꼭 같은 목소리가 켈나카의 이름을 부르는 걸 들으면서 제키는 더 깊게 숨는다. 메이의 체포가 우선, 그런 다음 오샤를 구하러 가자. 아직 멀었어. 솔처럼 위대한 제다이가 되려면, 나는 아직도 멀었어. 








그리고 제키는 이제 생각한다. 언젠가 솔이 해주던 말을 생각한다. 이제 막 솔이 제키를 파다완으로 고른 참이었고 제키는 그렇게나 커다란 사람이 자신을 골라줬다는 것에 잔뜩 설레어있던 참이었다. 들떠있었다, 라는 말이 딱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제키는 지금보다도 더 어렸고, 솔처럼 강한 제다이가 직접 파다완으로 제키를, 그러니까 나를, 골라줬다는 거, 부모님과 떨어져서 고향을 벗어나서 열심히 배우고 단련한 끝에- 



들떠있었다. 제키는 또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포스를 능숙하게 다뤘고 검술 수업시간에도 늘 칭찬을 들었다. 칭찬에 인색한 마스터들조차 제키를 보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러니까 다른 영링들이 거의 보지 못할 정도로 웃어주면서. 그런 끝에 솔이 제키를 파다완으로 골라준 것이다. 들뜰만도 했다. 그런 티를 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당연히 솔은 알았을 것이다. 머리를 직접 땋아주고, 제키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아래에서 위로 올려보면서, 솔이 웃었었다. 제키는 왜 그러세요, 마스터? 하고 물었었고, 솔은 웃으면서, 



옛날 일이 생각이 나서. 



라고 말했는데. 지금보다 더 어렸던 제키는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었다.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그 기억에 애착하게 만들고, 초연하기 어렵게 만들고, 그런 마음의 소란스러움은 포스를 다루는 데에, 그러니까 포스가, 하지만 솔처럼 강력한 제다이가 틀릴 수가 있는 일일까? 솔은 거의 하늘 그 자체만큼 옳아보였는데. 제키가 어리둥절해하는 것을 다 읽은 다음 솔은 또 웃었다. 제키가 그 웃음에 이끌려서 따라서 웃었다. 과거에 얽매이는 것은 절대로 좋지 않지만, 



과거를 떠올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걸 또 반복하게 된단다. 



떠올려야하지만 얽매여서는 안된다, 이제 막 파다완이 된 채였던 작고 어린 제키는 그렇게 생각하고 마음 속의 종이에 또박또박 적었다. 마스터 역시 파다완 시절이 있었을 것이고, 아마 마스터의 마스터가 머리를 이렇게 땋아줬을 것이고, 승급시험에 통과한 날 마스터의 마스터가 브레이드를 잘라줬을 것이고, 상상하면 거의 말이 안될 것처럼 웃긴 장면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더 어렸던 제키의 눈에 솔은 처음부터 제다이 마스터였던 것처럼 보였으니까. 제키가 웃음을 터뜨리면 솔도 따라서 크게 웃었다. 



키가 아주 큰 친구, 아주 오랜 친구가. 머리…랄까 털이 자주 헝클어져서. 내가 자주 빗어줬었거든. 또 내 머리가 헝클어지면 그 친구가 빗어주기도 하고. 그 친구는 손이 너무 커서- 친구가 도와주면 머리가 더 심하게 헝클어졌고, 그게 너무 재밌어서 난 일부러 매번 그 친구에게 부탁을 했었어. 그건 우리 사이에 약속된 놀이 같은 거였고…



솔은 그렇게만 말하고 제키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제키는 솔의 손바닥이 크고 따뜻하다고 느꼈다. 친한 친구셨어요? 더 어렸던 제키가 똑똑하게 물었고, 솔은 더 크게 웃으면서 제키의 브레이드를 쓰다듬었다. 그래. 



아주 친하고, 아주 오래된 친구였고- 지금은 못 보고 있지만. 지금도 소중하고 오랜 친구인 건 변함이 없지. 



지금은 왜 못 보고 계세요? 다른 먼 행성에 계신가요? 



라고 제키가 물었을 때. 솔은 아주 뜨거운 걸 억지로 삼키는 듯이 슬퍼보였고 제키의 눈을 아주 깊게 쳐다보면서, 



그래



라고 말해서. 제키는 솔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슬픔 같은 것에 그대로 압도되었고 결국 어쩌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었다. 혼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고 솔이 한숨을 쉬고 웃으면서 더 어리고 작던 제키를 꼭 안아줬었다. 울려서 미안하구나, 솔이 그렇게 말했고 제키는 울어서 죄송해요, 라고 말했었다. 



그 친구가 마스터 켈나카였구나. 제키는 그렇죠, 마스터? 라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무릎이 땅에 닿았고 온몸에서 힘이 빠지면서 손가락 끝에서부터- 거의 기억도 나지 않는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주 멀리 제키! 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제키는 웃고 싶었다. 들떠있었어.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했다. 난 아직 멀었었는데, 아직도 배울 게 한참 더 많았는데 솔의 전투에 끼어들어서, 왜냐면 잘하고 싶었으니까. 칭찬을 받고 싶었으니까, 솔의 그 깊은 신뢰가 담긴 눈빛을 받으면 누구라도 그런 생각이 들 거야, 솔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게 말도 안되게 오만한 생각이었는데도 그랬다. 정작 제키가 지켜야할 사람은 따로 있었는데도. 정작 제키가 지켜야할 사람은 따로 있었고 제키가 지킬 수 있는 사람도 따로 있었는데도 제키는 솔을 지키려고 했었다. 들떠있었어, 난 아직도 멀었어. 



눈 안쪽으로 빛이 완전히 점멸하기 전에, 제키는 울려서 죄송해요, 라고 생각한다. 솔이 느끼는 슬픔 같은 것이 아주 멀리서 빛나는 햇무리처럼 따뜻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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