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렉션 월드』

『리플렉션 월드』- 3. 테크닉과 스킬을 익혀 첫 스테이지를 클리어하자!

2023. 05. 28에 작성

여느 때와 다름없는 레슨 시간. 모모히토는 상체로 에이신의 다리를 받치고 있고, 에이신은 모모히토의 도움으로 윗몸 일으키기를 하고 있다. ...스물 다섯, 스물 여섯, 스물 일곱... 와, 마유미 군 역시 복근이 대단한 걸.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에 대한 열정과 성장을 향한 전진을 멈추지 않는, 일상의 모습. 

그런 두 사람 옆에서 다리를 쭉 뻗고 스트레칭을 하는 슈의 머릿속에는 레슨이 끝나면 『리플렉션 월드』를 하고 싶다는 의지로 가득하다. 튜토리얼 한 번으로 일단 감각을 익히긴 했지만 그 정도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 것이 천재 아마미네 슈이다. 레슨 전에 준비운동을 하듯, 점점 더 게임 시스템에 익숙해져서 『리플렉션 월드』가 기대하는 인재로 거듭하고 말 것이다. 게임 하나로 하여금, 그의 "여느 때"의 모습은 점점 형태를 달리하기 시작한다.

물론, 슈는 취미생활에 자신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을 등한시하지 않는 천성이기도 하다. 레슨으로 춤을 완벽하게 익히고 싶다는 의욕도 게임을 하고 싶다는 마음과 동급으로 불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 원하는 아이돌이 되고자 하는 목표 역시 확실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아마미네 슈는 이 레슨을 거듭하며 어제와는 다른 "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레슨을 거듭하며 "아마미네 슈"로서, 그리고 C.FIRST의 멤버로서 최고의 아이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리플렉션 월드』의 최고의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그 두가지 열망 중에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없었다. 모두 나의 것으로 만들 거야, 두 개의 세계 전부. 

"아마미네 군, 준비운동 다 했어?"

어느덧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모히토에게, 슈는 안심해도 된다는 의미가 내포된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돌아본다.

"당연하죠. 자, 이제 안무 연습합시다. 오늘은 「Trust me now」의 이 파트를 집중적으로 해 보는 거였죠. 합을 한 번 맞춰 봐요!"

"좋아! 마유미 군, 이제 시작하자."

"그래. 함께 완벽한 안무를 만들어 내자!"

C.FIRST 세 사람은 처음으로 홍보 영상을 찍었을 때처럼 서로의 손을 포갠다. 우리는 하나.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서로를 믿으며 나아가자. 세 사람은 같은 마음을 품은 눈동자에 포개어진 세 개의 손을 바라보고서는 각자의 자리에 서서 셋이서 하나가 되는 처절하고 아름다운 몸부림을 시작한다. 세 사람의 움직임과 동선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그들이 하고자 하는 춤의 전반적인 모습은 똑 닮아 있다. 거울 속에 비친 서로의 개성과 같은 팀으로서의 의지가 모두 담긴 자신들의 모습에 세 사람은 저절로 서로에게 미소를 띄운다. 우리는 정말 최고의 팀이야.


"오늘 레슨은 꽤 러프했는데 괜찮아, 슈?"

성공적으로 레슨이 끝난 후, 귀가하는 모모히토를 배웅해준 후 노을이 아름답게 드리워진 하늘 아래에서 걷고 있는 두 사람. 약간 지친 듯한 표정의 슈에게 에이신이 걱정되는 마음과“기세등등했던 레슨 초반과 달리 다소 지친 듯한데”라고 찌르고 싶은 장난기 섞인 마음을 반반씩 담아 "너 정말 괜찮아?" 하고 묻는다. 솔직히 매우 피곤하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이번주는 게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에 한 번이라도 플레이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이다. 그것도 자신의 전설의 순간을 함께 해 줄 게임 파트너와 함께.

"완전 멀쩡해요! 그런 험한 레슨 정도, 아이돌이 된 몸인데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도 오늘 우리 나름 최고의 시너지를 보였다고요?"

애써 자신의 피로감을 외면하려 하는 슈와는 달리, 에이신은 그 혹독한 레슨에도 끄떡없다는 듯 움직임에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똑바로 걷고 있다.

"호오? 피지컬이 중요시되는 게임을 정말로 피곤을 무릅쓰면서까지 하겠다는 건가. 대단한 집념인 걸. 하지만 무리하지는 마라."

선배의 말이 들리는지 그렇지 않은지, 슈는 주머니에서 육각형 모양의 장난감을 꺼내어 거울처럼 자신을 반사하는 반질반질한 면을 손가락으로 누른다. 방금 전까지는 C.FIRST이라는 유닛의 리더이자 센터인 아마미네 슈였지만, 지금은 Vv히데vV 로서 매킨토시와 최고의 팀을 꾸려야 하는 『리플렉션 월드』 파티의 리더이다. 슈의 파란색 미라주 컴퍼스의 화면이 켜지자마자 에이신은 "어"하고 짧은 감탄사를 뱉는다. 이상한 타이밍에서 놀라는 동료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상대는 왜 그러냐고 묻는다.

"화면이 Vv히데vV[대문자 브이, 소문자 브이, 히데, 소문자 브이, 대문자 브이]네. 어떻게 바꾼 거야?"

Vv히데vV가 X자로 교차한 두 팔을 가슴쪽으로 올린 채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의 메인 화면을 보고 에이신이 놀란 것이다. 분명히 어떠한 그림도 있지 않았던 화면에 갑자기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찍혀있는 것은 다른 이에게는 충분히 놀랄만한 일일 터이다. 그러나 슈는 작은 한숨을 쉬며 다른 질문으로 답한다.

"선배, 저희 처음 게임하고 나서 한 번도 이거 안 들여다봤죠?" 

"모든 인간이 게임을 한다고 너처럼 계속 게임에 완전히 집중하지 않는단 사실을 인지하길 바라."

"...그건, 그렇네요. 캐릭터를 생성하는 순간 이 장난감은 자신의 주인의 모습을 메인 화면으로 설정해요. 그래서 누구의 미라주 컴퍼스인지 확인할 수 있는 구실을 하죠. 선배의 것도 확인해 보세요."

"알겠다."

에이신은 겉옷의 안주머니 속에 넣어 둔 아이템을 꺼내어 화면을 켠다. 매킨토시가 왼손을 자신의 왼쪽 가슴에 대고 있는 모습이 그를 반긴다. 포즈는 캐릭터마다 다르지만, 눈을 감고 있는 것은 공통된 사항이다.

"호, 정말 요즘 놀이의 기술은 날마다 발전하는군.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그쵸? 그러니 제 뒤에 막 쳐지지 말고 잘 따라와야 해요! 자! 이 버튼을 누르면 '메뉴'가 떠요, 그리고 여기에 '캐릭터 정보'라는 앱 보이시죠? 이걸 터치하고—"

슈는 아주 할아버지에게 컴퓨터 다루는 법을 가르치듯 에이신에게 미라주 컴퍼스 다루는 법을 가르친다. "여기를 누르면 캐릭터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할 수 있고요, 여기서 닉네임과 속성과 레벨을 확인할 수 있어요. 여기서는 게임 내에서 나눈 메시지나 채팅을 볼 수 있고요... 선배! 잘 따라오고 있죠?" 멤버의 설명을 따라, 에이신은 파란 빛과 붉은 빛을 번갈아 바라보며 지시받은 대로 육각형 표면을 만지작거린다. '스마트폰 조작법과 비슷한데'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심장과 검지가 만들어 놓은 자신의 캐릭터를 검지로 다시 한번 훑어보는 에이신에게 슈가 방금보다 지친 듯한 목소리로 다시 말을 건넨다.

"에이신 선배는 이제부터 계속 저와 함께 『리플렉션 월드』를 해야만 해요. C.FIRST로서뿐만 아니라 『리플렉션 월드』 유저인 우리 둘만으로도 완벽한 팀이 되어야 하니까요. 그러니까 꾸준히 게임하는 법을 익혔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듣는 에이신의 표정이 살짝 부루퉁해진 듯함을 슈는 확인한다. "이봐, 나도 나름의 정보를 수집했다. 너처럼 정보 수집력이 좋은 것은 아니나, 최대한 정보를 찾아 읽어보기는 했어." 그는 가방을 뒤적이더니 상당한 두깨의 A4 종이 뭉치와 노트, 그리고 공식 가이드북을 꺼내 든다. 지금까지 학교에서부터 계속 이 정도의 짐을 들고 다닌 선배도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그 자료들을 바라보고 있는 슈는, 단지 최신형 장난감을 조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에이신을 구박한 자신이 조금은 나빴단 생각이 든다. 그를 야생의 상태로 『리플렉션 월드』에 내던진 건 다름아닌 본인이니까.

"나름,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었군요..."

"내가 만들어낸 아바타를 최대한 열심히 육성하고 싶거든. 하지만."

에이신은 슈에게 배운대로 미라주 컴퍼스의 화면을 켜서 자신의 아바타를 마치 아이 다루듯 쓰다듬는다. 매킨토시를 바라보는 그의 초록 눈은 캐릭터의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다.

"'무기 특성이 격투이자 활'인 '인도자' 컨셉의 캐릭터에 대한 어드바이스는 일절 보이지 않더군. 그제서야 네게 이상하다는 말을 들은 이유가 무엇인지 깨달았지."

그러고서는 한동안 말없이 매킨토시만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아, "고뇌 타임"이 시작되었다. 깊은 사고의 세계에 빠져버린 듯한 에이신의 모습에, 슈는 다급하게 그를 심연 속에서 꺼내 주려 애쓴다.

"아니, 아니에요, 선배. 정석적인 플레이가 다 좋은 건 아니잖아요? 룰을 다 숙지하는 저도 어딘가에서 크게 헤맬 수도 있는 거고! 그리고 에이신 선배는 그 엄청난 속도에 순식간에 적응하고 컨트롤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한 거예요!"

캐릭터는 하자가 있는 것이 맞지만.

"그러니까, 너무 미련갖지 말고ㅡ"

"미련은 갖고 있지 않은데?"

"네?"

고개를 떨구고 있는 듯했던 에이신은 어느덧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자신을 보고 있었던 걸까. 사색에 잠긴 표정과는 달리, 그의 모습 자체는 흔들림도, 미련도 없어 보인다. 그것도 상대를 약간 불안하게 만드는 자신감.

"나와 똑같은 선택을 한 자가 없기 때문에, 정형적이지 않기 때문에 내 스스로가 나의 캐릭터를 안내하는 '인도자'에 걸맞은 인물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봤거든. 언젠가는 나도 나만의 유일무이한 존재를 만들어낼 수 있겠단 생각에 꽤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물론 네가 바라는 동료에 걸맞게 성장할 테니, 기대하는 게 좋을 거야."

"...그 정도까지 의미를 부여하셨군요... 대단하네요..."

기대가 되지 않는데.

에이신의 아바타에 대한 거침없는 해석력과 그에 반비례하는 그의 게임 이해도를 확인하며, 슈는 살짝 불안한 어조로 대꾸한다. 화살 하나로 몬스터가 죽지 않는다고 주먹 한 방으로 보내 버리던 선배의 어이없는 광경이 또 다시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아니, 방금 전까지 미라주 컴퍼스를 할아버지처럼 조작하고 있었던 사람이다. 자기 캐릭터를 분석하는 건 게임 하면서도 충분히 완성되니 게임의 기능적인 면을 좀 더 확인해주지 싶은 마음이 압도한 슈는, 조용히 100엔을 꺼내어 아케이드 게임기의 동전 투입구에 달그락 넣는다.


Vv히데vV: 으악!!!

/이전에 그가 파괴한 거울 기둥이 있던 바로 그 위치에 떨어지는 Vv히데vV. 여전히 하늘 위에서 얇은 창을 깨어 수직 상공하는 접속 방식이 그에게는 그저 어렵다. 어떻게 이런 무모한 프로그래밍을 할 생각을 했을까. 아무리 게임 속 대미지는 실제 인간에게 영향이 안 간다고는 하지만, 심리적 통증이 다리 구석구석에 느껴지는 듯하다. 그래도 처음에 추락했을 때보다는 조금 멋있게 착지했다는 생각도 든다. 이전에 매킨토시가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며 착지했던 것을 상기하고 그대로 따라해 보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 선배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몸을 움직이는 임기응변이 뛰어나다. 어떻게 움직임의 반동으로 안전하고 멋지게 착지할 생각을 하지? 그것만큼은 『리플렉션 월드』 내에서의 에이신을 존경하게 되는 부분이다. 양반도 못 되는지, Vv히데vV가 자신의 생각을 하고 있었단 걸 알고 매킨토시 역시 게임 속에 진입한다. Vv히데vV는 매킨토시의 착지법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다. 그러나 Vv히데vV의 기대와는 달리, 그는 처음에 했던 방식과 다른 모습으로 착지한다. 이번에는 하늘과 땅의 중간 지점에서 앞구르기하듯 빙글 돌더니 마치 왕의 앞에서 충성을 맹세하는 정석적인 기사같은 포즈로 땅에 발을 디딘다. 입이 떡 벌어진 채 매킨토시를 바라보는 Vv히데vV.

매킨토시: 이 높이,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군... 자, 슈, 이제 어디로 가면 되지?

/매킨토시는 Vv히데vV가 자신의 멋진 모습에 혼을 잃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주위를 두리번거릴 뿐이다. 약간 엉성한 매킨토시의 뒷모습에 다시 정신을 차린 Vv히데vV는, 미라주 컴퍼스를 꺼내어 자신들이 입장해야 하는 스테이지를 선택한다.

Vv히데vV: 이번에 깨야 되는 스테이지의 정보를 선배에게 전송했어요. 확인해 보세요.

매킨토시: 그래.

/방금 전까지 Vv히데vV에게 온갖 조작법과 설교를 들은 매킨토시는 아직은 어설픈 손가락 움직임으로 메시지를 확인한다. 1-1의 대략적인 맵과 그 속에서 등장하는 몬스터의 정보, 그리고 드랍되는 아이템의 내용이 적혀 있다.

매킨토시: 흠. 역시 튜토리얼을 막 깬 유저들을 위해 몬스터의 레벨도 낮은 편이군. 그래도 아직은 겨우 스피드를 조절할 수 있는 단계밖에는 오지 않았으니, 이번 기회에 감을 제대로 잡아 놓겠어.

Vv히데vV: 그야 물론이죠. 저희의 또 하나의 무대인걸요!

/고개를 끄덕이며 매킨토시의 당연한 소리를 들은 Vv히데vV는 매킨토시를 올려보고서는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Vv히데vV: 이제부터 저희가 해야 될 것은 이 스테이지를 깨면서 "성장"하는 거예요. Vv히데vV[히데]와 매킨토시는 『리플렉션 월드』 사상 최고의 콤비가 되어야 합니다. 바깥에서 아마미네 슈와 마유미 에이신이 최고의 아이돌이 되는 것처럼요. 아시겠어요? 그러니 에이신 선배는 오늘 깨는 스테이지를 통해서 테크닉과 스킬을 최소 하나씩 배워야만 해요!!

/매킨토시는 Vv히데vV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파악하나, 한 가지 다른 의구심을 품는다.

매킨토시: 테크닉과 스킬... 이건 반드시 완벽한 것을 만들어야 하나?

매킨토시: 내 말은, 기존에 만든 것들은 대체 불가능하냐는 거지. 이번에 고안한 것이 이후에는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잖아.

Vv히데vV: 아뇨, "망각의 물약"이라는 아이템을 사용해서 수정할 수 있어요. 적정 레벨에 도달하면 기존의 기술들을 강화하거나 수정할 수도 있고요. 그래도 웬만해서는 첫 판에 완벽하게 만드는 게 좋겠죠. 저는 그걸 반드시 해내고 말 거고요.

매킨토시: 너는 유능한 게임 플레이어니까. 너라면 단숨에 해낼 거라 믿는다.

Vv히데vV: ...갑자기 왜 그러세요. 자, 이제 첫 스테이지를 깨러 가요.

/두 사람이 미라주 컴퍼스를 조작하여 "메인 스테이지1-1" 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이들의 앞에 세로형 거울막이 나타난다. 오묘한 오로라 빛을 뿜는 워프를 주먹으로 부수는 매킨토시를 뒤로 하고, Vv히데vV가 먼저 스테이지에 첫 발을 내디딘다. 판타지 RPG 게임이라면 언제나 초반에는 숲에서 헤매기 마련이다. 판타지 기반인 『리플렉션 월드』 역시 숲이 우거진 필드로 두 사람을 안내한다. 그냥 야생 동물만 튀어나와서 사람들을 놀래킬 듯한 맵에서, Vv히데vV와 매킨토시는 주어진 길을 따라 나아간다. 약 100보쯤 걸었을 때, 이들 앞으로 튜토리얼 때 본 슬라임이 세 마리 등장한다. 다만 이번에는 속성이 다르다. 화속성의 붉은 슬라임과 수속성의 파란 슬라임. 풍속성인 Vv히데vV의 카운터인 화속성의 슬라임이 그를 인식하고 어떤 틈을 주지도 않은 채 돌진한다.

매킨토시: 슈, 조심해라!

/슬라임의 움직임을 간파한 매킨토시는 재빨리 붉은 슬라임을 왼쪽 검지로 겨냥하고는 얇은 활과 화살로 빠르면서도 신중히 화살 광선을 쏜다. 슬라임의 체력은 1/3이 줄어들었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속성을 지닌 Vv히데vV를 향한 질주는 계속된다. "이런!"하고 또 다시 광산을 생성하는 매킨토시를 향해, Vv히데vV는 뒤쪽으로 달라며 외친다.

Vv히데vV: 얘네는 레벨 1이라 공격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아서 어떻게 때리면 돼요! 그러니 걱정 마시고 선배 앞에 있는 나머지 녀석들이나 상대하세요!!

/아무리 그래도...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가지만, 매킨토시는 Vv히데vV가 자신보다 훨씬 게임에 대한 이해도도, 컨트롤 능력도 대단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이내 그에게 그보다 강한 슬라임과 싸우게 두기로 한다.

매킨토시: ...알겠다. 맡은 바를 완벽히 해내지.

/Vv히데vV는 매킨토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빙글 돌아 자신을 노려보는 슬라임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본다. 그리고는 두 팔을 X자로 교차하여 기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의 무기인 스카이 서밋은 "패시브 스킬"로 주위의 공기를 모아서 기계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Vv히데vV는 지난 번에 처음으로 『리플렉션 월드』에 들어왔을 때 익혔던 감각을 토대로, 저번에 만들어 내었던 패널들을 다시 생성해내고 있는 것이다. Vv히데vV에 의해 물체의 형태를 갖게 된 두 덩어리의 바람은 바로 전투태세를 취하는 듯 그의 주위를 맴돈다. 앞에 있는 붉은 슬라임은 평타로 공격(그러니까 두 패널에게 사격 명령을 내리는 것)을 해도 괜찮아 보이는 상대이지만, 오늘의 목적은 스테이지 클리어뿐만이 아님을 Vv히데vV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문득 이 녀석들에게 이름을 지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왼손으로 명치를 막는 제스처를 취하며 자신의 왼쪽에 있는 패널에게 명령을 내린다.

Vv히데vV:  자, 아테나, 저 녀석의 공격을 막아 줘!

/"아테나"라고 불린 패널은 자신의 작은 몸을 앞장세워 슬라임의 박치기 공격을 온 몸으로 막아낸다. 슬라임은 Vv히데vV의 허리 높이의 몬스터인데, 그의 얼굴보다 두 뼘 정도밖에 크지 않은 패널은 최선을 다해서 충격을 버틴다. 이 틈을 타서, Vv히데vV는 오른손으로 총을 쏘는 듯한 동작을 다른 패널에게 보인다.

Vv히데vV: 자, 아레스, 너는 저 녀석에게 총을 쏴!

/'아레스'는 총구를 드러내고는 푸른 총알을 붉은 슬라임을 향해 쏜다. 풍속성은 화속성의 약체 속성이기에 유효타를 가하지는 않았지만, Vv히데vV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총탄을 맞은 슬라임이 뒤로 조금 튕겨져 나간 것이다. "기공사"는 거리에 따라서 공격력과 방어력의 스탯이 올라가는 "컨셉 패시브 스킬"을 지니고 있다. 원거리 캐릭터인  Vv히데vV의 경우, 총을 주무기로 하는 원거리 기공사이기 때문에 적과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공격력이 증가하고, 가까이 있을수록 방어력이 증가하는 매커니즘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슬라임을 멀리 밀어낸 것은 그로부터 회피를 한 것이 아닌 자신이 불리한 속성인만큼 조금이라도 강한 유효타를 맞추고자 하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뒤로 밀려난 슬라임은 자신보다 약한 녀석이 자신을 밀어버린 데에 오기를 느꼈는지 다시 Vv히데vV를 향해 돌격한다. 그러나 이 순간을 놓칠 리 없는 Vv히데vV는,

Vv히데vV: 아테나, 아레스! 사격 개시!!

/두 손을 뻗어 아테나와 아레스에게 사격 명령을 내린다. 두 개의 작은 패널은 그의 양옆에서 연속적으로 총탄을 쏘아 슬라임에게 어떠한 틈도 주지 않는다. 한껏 강해진 푸른빛 타격을 수차례 받은 몬스터는 결국 어떠한 타격도 제대로 가하지 못한 채 한 줌의 빛이 되어 사라진다. 슬라임이 격파된 것을 확인하며, 두 팔에 장착된 스카이 서밋을 따라 움직이는 아테나와 아레스를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Vv히데vV.

Vv히데vV: 본격적으로 해보는 컨트롤은 이게 처음이긴 하지만, 이 테크닉 좀 괜찮은걸. 가까이 있는 상대로부터 몸을 보호하면서도 거리를 멀리 날려서 바로 강한 공격을 먹일 수 있으니까! 좋아, 등록해 두자.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을 발산하고 있는 Vv히데vV의 미라주 컴퍼스가 잠시 반짝인다. 테크닉을 등록했다는 의미이다. 시작하자마자 바로 쓸모 있는 테크닉을 만든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그는 이제 선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러 전진한다. ...그런데.

매킨토시: 조금 늦었구나, 슈. 녀석들은 어떻게 해치웠다. 결국 둘 다 주먹으로 쓰러뜨렸지만.

/그의 하얀 의상에는 이미 때가 조금 타 있다. 머리도 살짝 흐트러진 듯하다. 체력도 조금 떨어져 있다. 레벨 1을 상대하는데 그렇게 힘들게 싸웠단 말이야? 이게 바로 Vv히데vV의 첫 감상이다. 그래도 매킨토시에게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으니, 어떻게든 진심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Vv히데vV: ...네, 테크닉을 만드느라요. 선배는 어땠어요?

/매킨토시는 한숨을 얕게 쉰다. 혹독한 레슨이 끝난 직후에 에이신이 짧게 내뱉는 그 한숨이다.

매킨토시: 튜토리얼과 다를 바가 없다. 아직은 성장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아. 역시 격투 기술에만 의지하기 보다는 스피드를 조절하는 동시에 활을 사용하는 데에 힘을 더 쏟아야 할 것 같다. 발의 움직임과 손의 움직임을 맞추는 것은 춤과도 똑같은데, 이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계속 언급되고 있지만, 매킨토시에겐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원체도 빠른 기동력을 지녀 컨트롤이 어려운 컨셉에 기동력을 증가시키는 활이 더해져, 매킨토시는 최상의 컨트롤 기술을 요구하는 최악의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에이신이 어려워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정말로 이대로 계속 이 캐릭터를 육성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Vv히데vV의 뇌내를 지배한다. 이제는 선배가 게임을 못 해서 걱정되는 것보다는, 정말 그가 이런 발전 가능성이 희박한 녀석을 기사회생 하도록 두는 게 과연 이로울까 하는 염려가 더 크게 든다.

Vv히데vV: 선배, 만일 힘들다면 리셋을 하는 방법도 있고...

매킨토시: ...돌진을 할 때 어느 타이밍에 화살 광선을 발사해야 될까.

/하지만 Vv히데vV는 매킨토시가 활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두 발을 번갈아 굴리는 모습을 보고 쉽게 말을 잇지 못한다. 그의 사전에 "리셋"이란 단어가 쓰여 있지 않을 듯하다. 분함과 의욕을 동시에 드러내는 투명한 눈동자를 Vv히데vV에게 돌리며, 매킨토시가 재촉한다. 이 선배, 은근히 즐기고 있어.

매킨토시: 어서 가자, 슈. 오늘 안에 테크닉과 스킬을 반드시 하나씩 익히자고 했잖아. 반드시 해내겠어.

/학구열로 오기를 부리는 매킨토시의 모습이 Vv히데vV에게는 아지랑이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Vv히데vV는 이런 선배를 끝까지 믿기로 한다. 언젠가는 그 질긴 고집으로 무엇이든 해낼 사람이란 걸 아니까.

Vv히데vV: ...좋아요. 그러니 재밌게 게임하는 절 방해하지 말아요!

매킨토시: 좋아!

/미라주 컴퍼스가 발하는 빛에 따라 다음 장소로 향하는 두 사람. 이번에는 슬라임이 등장하지 않는다. 레벨 1인 Vv히데vV와 매킨토시 앞에 레벨 3의 토속성 버섯 한 마리와 화속성 버섯 두 마리가 등장한다. 빨강과 보라의 화려한 색조합을 보아하니 독버섯인 듯하다. "세타"라는 이름을 가진 버섯들은, 지금까지 봤던 슬라임들처럼 두 사람을 향해 맹렬히 돌진한다. 녀석들은 두 사람보다 레벨도 높은데다 슬라임보다 저돌적이라 화속성 세타들은 Vv히데vV의 천적과도 같다. 지금은 '공격력을 높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거리를 조절해야 했다. 한 편, 매킨토시는 어떻게든 화속성 세타들을 Vv히데vV로부터 떼어내기 위해 화살로 도발을 하고는 그들의 박치기를 화려하고 조급한 덤블링으로 이리저리 피한다. 덤블링을 하는 중간에 말루스 푸밀라의 얇은 활을 전개하며 광선을 쏘아 보내지만, 애석하게도 모든 화살이 몬스터의 옆으로 빗겨 나간다. 이동 속도와 동작 속도의 간격이 여전히 벌어지는 듯하다.

매킨토시: ...그렇다면-

/조금 높이 뛰어올라 허공에서 그들이 자신을 마크하지 못할 정도의 거리를 둔 다음, 매킨토시는 한 마리(순간 "마리"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는가 매킨토시는 살짝 의하해한다)의 버섯을 타깃으로 삼고 활을 쏘려 한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대미지를 먹여야 할 터였다. 그러나, 매킨토시가 공중에서 자신을 노리고 있음을 파악한 세타는 입으로 무언가를 뱉어 그에게 날린다. 식욕이 떨어지는 초록색에 당황하여 어떤 수도 쓰지 못한 채 그대로 타격을 입은 매킨토시는 "윽!" 소리와 함께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한다. 대미지도 꽤 들어왔는데 1초에 한 번씩 떨어져 총 5번동안 소량의 체력이 깎인다. “약화 효과- 맹독”에 걸린 것이다.

Vv히데vV: 에이신 선배!! 괜찮아요??

/방금 전에 만든 테크닉으로 자신의 속성에 불리한 세타를 퇴치해 나가던 Vv히데vV는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던 화속성 세타에게 총탄을 한 번 쏜 뒤 힘겹게 일어서는 매킨토시에게 다가간다. 체력이 벌써 70퍼센트 이상이 깎여 있다. 이 게임은 80퍼센트부터 캐릭터가 '빈사상태'에 들어가므로 겨우 위험한 상태를 모면했지만, 위험한 상황인 것은 확실하다. 그저 게임을 하고 있는 것뿐인데, 신체가 무거워지고 시선이 흐려지기 시작하는 매킨토시의 입에서는 제어할 수 없는 신음소리가 새어나온다. 

매킨토시: 으... 오늘 레슨이 이 게임보다 훨씬 더 힘들었음에도 이정도의 피로도를 느끼지는 않았어. 왜 이러지...

 Vv히데vV: 매킨토시의 스탯에 따라 선배의 신체 능력 또한 변했잖아요. 그런 원리예요. 체력이 줄어들 수록 실제 플레이어의 피로도도 쌓이는 구조죠. 

Vv히데vV: 그러니까 뒤에서 엄호만 해주세요. 이번 스테이지는 제가 어떻게 할게요! 저는 천재니까요!!

매킨토시: ...미안하다.

Vv히데vV: 사과할 거 없어요. 저야말로 서포트형 캐릭터가 아니라 에이신 선배를 도울 턱이 없어 죄송할 따름인걸요. 그리고 어차피 이 몬스터는 제속성에 약하니까요. 보통 스테이지 당 배틀이 세 번 일어나요. 그동안 어떻게 잘 버텨주세요, 선배.

매킨토시: ...어떻게 살아남아보지.

/화속성 세타 두 마리가 이제는 Vv히데vV에게 독을 연신 뱉기 시작한다. Vv히데vV는 아테나를 앞장세워 전부 막아내는 데에 성공하기는 하지만, 현재 레벨의 그가 막을 수 있는 독은 아닌지 패널의 내구성은 순식간에 반 이상이 감소한다. 독에 녹은 자국이 남아 약간 화난 듯 허공에서 방방 뛰는 아테나의 모습에 혀를 작게 차며, Vv히데vV는 어떻게든 녀석들이 공격을 못하게 하도록 아레스의 총탄으로 밀어내려 한다. 방어용으로 쏜 탄이라고는 하지만, 불리 속성이다 보니 체력도 쉽게 닳지 않는다. 임기응변으로 스카이 서밋에 공기를 가득 응축한 구체를 만든 후 그것을 몬스터들에게 날린다. 회피에는 성공했지만 저 녀석들은 원거리 몬스터라 쉽게 방심할 수 없다. 

Vv히데vV: 아, 이런, 아무리 잡몹이어도 상대적으로 레벨이 높은 불리속성 몬스터다 이건가... 

Vv히데vV: 그렇다면 다음 테크닉은 다른 기기를 만들어 봐야겠어. 어떤 걸 만들까...

/플레이어가 잠깐의 공백을 남기고 있는 상황에서, 세타들은 또 다시 그에게 화염 구체를 날린다. Vv히데vV는 본능적으로 그들의 공격 한 방은 버틸 수 있을 정도의 내구성을 지닌 아테나를 앞에 내세우지만, 이번 공격은 크리티컬이라 맥없이 기포와 함께 사라진다. "이런!" 놀라는 Vv히데vV의 틈을 확인한 몬스터들은 다시 한번 재빠르게 독을 날린다. 멀리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던 매킨토시는 후배가 무방비 상태에서 강한 공격을 받을 듯한 직감에 다급하게 그를 향해, 아니 그 너머에 있는 버섯들을 향해 얇은 초승달 모양의 빛을 뿜고 있는 왼손을 힘겹게 뻗는다.

매킨토시: 슈!!

/그러자 말루스 푸밀라에서 나오던 얇은 활은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마치 나무와 같은 활의 모양을 갖춘다. 활이 얼마나 큰지, 활 모양 빛이 원모양으로 그의 주위를 화려하게 감싼다. 갑작스러운 상황들이 일어난 그 짧은 시간 동안, 매킨토시는 금빛 원 속에서 알 수 없는 온기를 느낀다. 그 따뜻한 오라 속에서, 그는 왼쪽 가슴에서 꺼낸 화살을 걸고 타깃을 향해 쏜다. 광선이 이전보다 힘차게 자신의 손을 떠나는 감각을 손 끝으로 느낀다. 광선은 Vv히데vV를 향해 날아가던 독을 반쪽으로 가르고는 표적에 정확히 꽂힌다. 레벨 1 상대에게 조차 1/3의 체력을 감소시켰던 광선은, 이제 레벨 3을 상대로 똑같은 양의 체력을 앗아갈 수 있게 되었다. 이 돌발 상황을 지켜본 Vv히데vV도 적잖이 놀란 듯하다.

Vv히데vV: ...뭐야, 에이신 선배, 왜 갑자기 성장을 하세요... 역시 위기에 강해지는 타입이신가...

매킨토시: 나도 뭐가 뭔진 잘 모르겠지만, 계속 너에게만 의지할 수는 없을 터이다. 네가 "둘이서" 최고의 팀이 되자고 했잖아?

/그렇게 대답하며 매킨토시는 버섯에게 다시한 번 활을 겨눈다. 이제는 검지로 타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다섯 손가락을 모두 편 채로 몬스터를 노린다. 원형으로 부드럽게 뻗는 황금빛 나뭇가지는 매킨토시뿐만 아니라 그 빛의 주위에 있던 Vv히데vV에게도 온기와 안정감을 선사한다. Vv히데vV는 자신의 체력이 조금씩 회복되는 것을 확인한다. 아, 이것이 "무기- 말루스 푸밀라의 고유 패시브 스킬." 활이 전개될 때 주인과 팀원의 체력을 1초마다 조금씩 올리는 치유 능력. 그 사실을 모른 채, 매킨토시는 한결 가벼워진 신체와 또렷해진 눈빛으로 세타에게 다시 활을 겨누어 쏜다. Vv히데vV는 별안간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Vv히데vV: 축하합니다, 에이신 선배! 드디어 활로 평타를 치는 방법을 익히셨습니다!!

매킨토시: 평타? 그게 뭐야?

Vv히데vV: ...그냥 일반적인 공격이요. 이건 걸음마도 아니고 이제서야 두 발로 서게 된 거예요...

매킨토시: 아, 이제야 기초를 다졌다, 이 말이군. 그래도 한 건은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겠어.

/하지만 안도도 잠시, 버섯들이 자신을 향해 돌진하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고 마는 매킨토시. Vv히데vV가 마찬가지로 아레스로 대응하지 않았다면 매킨토시는 분명 정말로 빈사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Vv히데vV: 그래도 한참 멀었어요, 선배. 이제서야 자신의 무기를 제대로 쓸 줄 알게 된 것 밖엔 뭐 있어요? 아직까지도 제게 의지하고 있잖아요!

매킨토시: 그건 나도 알고 있다만? 

/이 말을 마무리 지은 매킨토시가 별안간 완전히 정지된 상태로 가만히 서 있는다. 그런 그의 모습이 Vv히데vV는 조금 의아함을 느끼나, 가만히 있다가 갑작스럽게 큰 소리로 "내게 맡겨라!"라고 말하는 그의 음성에 이제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Vv히데vV: 뭐, 뭐야...?

/Vv히데vV가 목소리에 놀란 사이, 매킨토시는 어떤 신호도 없이 갑작스러운 행동 속도로 자신의 동료를 급습하려 하는 버섯들을 향해 광선을 발사한다. 그것도 Vv히데vV의 뺨을 살짝 긁는 듯 스쳐 지나갈 정도로 근접한 거리를 두고. 아군의 공격에 대미지를 입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광선이 스쳐지나간 날카로운 감각에 온 몸에 닭살이 돋는다. Vv히데vV를 놀라게 한 화살이 세타들을 통과하고 있는 그 시점에, 매킨토시는 어느새 그들의 뒤로 맹돌진하고는 그들을 통과하여 자신을 향해 직진하는 활을 돌려차기로 반사한다. 매킨토시가 발차기로 돌려놓은 화살은 보다 빠른 속도로 세타들을 명중하고는 그들과 함께 번쩍이며 사라진다. 이 단락에 쓰인 모든 일이 약 3초 안에 이루어졌다. 매킨토시의 옆에서 작은 빛이 반짝인다. 어안이 벙벙해진 상태로 자신을 향해 돌아오는 매킨토시를 바라보는 Vv히데vV.

Vv히데vV: 뭔... 컨트롤이 이래...? 살면서 이런 식으로 게임하는 사람은 처음 봤는데. 아무리 자율도가 높다지만... 이래도 돼...?

/자신을 스친 화살보다 매킨토시의 플레이 방식이 더욱 닭살 돋는다. 평소에 게임을 즐겨 하는 Vv히데vV에게, 매킨토시의 게임 방식은 전혀 생경한 물건이다. 화살을 저런 식으로 응용하는 플레이 방식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격투만 하거나 활만 쏘거나, 아니면 격투를 하는 중간에 견제용으로 화살 몇 번을 쏘는 게 일반적인 플레이 방식이었을 터이다. 그런데 저 선배는, 매킨토시라는 이상한 녀석은 일반적인 게임의 룰을 완전히 뒤집은 기술을 테크닉으로서 내걸었다. 어떻게 화살을 격투술로 조종할 생각을 한 거지? 게임을 해본 적이 없기에 저런 식의 발상이 가능한 걸까... Vv히데vV는 이해할 수가 없다. 그의 마음을 모른 채, 매킨토시는 Vv히데vV의 쪽으로 걸어온다.

매킨토시: 이제 정말로 한 건 했다. 

Vv히데vV: 어떻게 그런 컨트롤을 생각한 거예요?

매킨토시: 오늘 익혔던 춤의 스텝을 이용해 보았다. 어때? 굳이 신체 움직임의 타이밍에 따라 화살을 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화살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면 되는 거였어.

/뭐? 정말 이 선배는 기상천외하다. Vv히데vV는 매킨토시의 사고회로가 궁금해지면서도, 왠지 모르게 멋져 보이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 조금 부러워 보이기까... 아냐, 이런 걸 부러워하면 안 돼.

매킨토시: 게임에서의 성취감이란 대단하구나. 기분 탓인지 몸이 홀가분해진 듯한 걸.

Vv히데vV: ...그게 아니라, 선배의 무기에 회복 기능이 있어서 그래요. 체력 회복된 거 모르죠?

매킨토시: ?

/부루퉁한 Vv히데vV의 말에 매킨토시는 황급히 미라주 컴퍼스를 확인한다. 22퍼센트밖에 남지 않았던 체력은 어느새 60퍼센트까지 올라 있다.

매킨토시: ...아. 듣고 보니 그렇군. 언제 체력이 회복되었지?

/젼혀 의식하고 있지 않잖냐, 야... 이거는 무슨 애 하나 돌보는 듯한 기빨림인데, 하고 Vv히데vV는 속으로 신음한다. 대형견 산책이라고 비유해도 괜찮을 듯하다. 그만큼 자기보다 덩치도 크고 나이도 많은데다 게임에 대해 거의 문외한인 이 선배와 같이 게임을 하는 순간이 조금 버겁게 느껴진다. 이제는 불안감의 원인이 완전히 반전되어 있는 상태이다. 어깨에 부담감이 지워지는 듯하다. 최고의 콤비가 되기 전에 자신이 먼저 떨어질 판이다. ...Vv히데vV는 정신을 다잡는다.

Vv히데vV: ...됐어요, 빨리 따라오기나 해요.

매킨토시: ?? 그래.

/마지막 배틀에서는 레벨 5의 식충식물같이 생긴 몬스터 세 마리가 등장한다. 녀석의 이름도 매우 직관적인 "네펜데스." 세타와는 달리 플레이어를 향해 돌격하지는 않으나, 곧 무언가를 뱉어낼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암속성의 식물은 자신의 천적인 속성을 지닌 매킨토시를 주시하고는 버섯들처럼 이상한 빛깔의 액체를 퍼붓기 시작한다. 드디어 처음으로 제대로 된 형태를 갖춘 활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액체들을 막아내는 매킨토시 앞에 Vv히데vV가 나선다. 

Vv히데vV: 이 녀석들은 완전 원거리 몬스터들이네요. 이번엔 제가 멋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차례예요!!

매킨토시: 그럴 필요 없어. 저 녀석들은 내 공격에 약하니까 함께—

/그러나 Vv히데vV는 왼팔로 매킨토시가 네펜데스들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려는 것을 막는다. 아주 자신만만한 표정이라 매킨토시가 도대체 그가 어떤 기술을 고안했을지 궁금증이 생길 정도이다.

Vv히데vV: 아뇨, 어차피 초보때는 적의 속성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니까요! 적어도 쟤네들은 레벨만 높다 뿐이지 공격력 자체는 세타보다 낮아서 괜찮아요! 이번 판은 제게 모두 맡기세요. 방금 전 스테이지에서 좋은 걸 하나 구상해 두었거든요!!

Vv히데vV: 선배는 나중에 정말로 도움이 필요할 때 어엿하게 저를 서폿할 수 있는 기술을 들고 나서 줘요!

/이런 말을 남기며 선배가 기묘한 움직임을 선보이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여전히 그 플레이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 이제는 내가 "정석적인 플레이"를 보여 줄 차례야. 가만히 눈을 감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온 정신을 쏟는다. 스카이 서밋에 바람의 마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고, Vv히데vV의 왼쪽 어깨에 새겨져 있는 문신이 형광색의 파란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패널을 소환할 때와는 다른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다. Vv히데vV는 옆에서 영문을 모른 채 푸른 빛을 내뿜고 있는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매킨토시에게 씩 웃어 보인다.

Vv히데vV: 봐요, 에이신 선배만 계속 멋진 거 하도록 둘 수 없어!!

/우리 C.FIRST가 세계를 바꿀 유닛이 되듯, 나는 『리플렉션 월드』의 역사를 바꿀 최고의 플레이어가 될 거야. 저 선배와 반드시 최강의 플레이어 콤비가 되어 이 세계를 나의 세상으로 만들겠어! Vv히데vV를 감싸고 있던 푸른 빛은 그를 중심으로 고리 모양을 형성하며 회전을 하더니 6개의 작은 패널의 형태로 변화한다. 패널인 것은 똑같지만, 생김새는 지금까지 그가 소환했던 아테나와 아레스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길쭉하고 끝이 날카로운 형태를 지니고 있는, 마치 머스킷을 연상시키는 모양새. Vv히데vV는 한껏 용감한 표정으로 두 팔을 세 마리 몬스터를 향해 뻗는다. 머스킷 형의 패널들은 무서운 기세로 총구를 네펜데스들을 향해 겨누고는 얇고도 섬세한 총탄을 연신 발사한다. 정신없는 총탄 세례에 경직된 적들을 보며 그는,

Vv히데vV: 이제, 이걸로 끝이다!!

/아테나와 아레스를 선두로 각 패널들에게 사격 명령을 내리고 본인은 땅에 두 손을 내려친다. 미지의 존재가 땅굴을 파헤치며 직진하더니 날카로운 검날이 네펜데스 무리를 빛의 먼지로 만든다. Vv히데vV의 "진정한 플레이어"다운 모습을 주시하며, 매킨토시는 후배의 천재적인 감각에 새삼 감탄한다.

매킨토시: 역시 너는 만능이구나. 게임을 하는 데에도 수많은 경험을 접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헌데, 네가 처음에 보여준 건 테크닉이 아니라 스킬이라는 건가?

/매킨토시의 짦은 칭찬에 Vv히데vV는 살짝 우쭐대는 기색을 잠깐 내보이나, 그의 질문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척추를 곧게 세우고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Vv히데vV: 정확해요. 이건 "스킬"이에요. 체력 바 밑에 파란 줄 보이죠? 이 "마나"를 소모해서 스킬을 쓸 수 있어요. 캐릭터 당 총 네 개를 만들 수 있지만, 현재는 세 개만 만들 수 있어요. 

Vv히데vV: 제가 방금 만든 스킬은 6개의 패널을 소환하는 강화형 스킬인데, 이 패널들이 소환되어 있는 동안에는 제 공격력도 상승해서 "강화 스킬"로 분류돼요! 그래서 제가 원거리를 유지하면서 기본 공격력을 올린 다음에 이 스킬과 새로 익힌 테크닉을 사용 몬스터를 물리친 거고요!!

/밀려 들어오는 설명 퍼레이드에 약간 알쏭달쏭하다는 표정을 짓는 매킨토시이지만, Vv히데vV에게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는 듯하다.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리다가 이내 본래의 쿨한 듯 다정한 얼굴로 돌아와 그의 오른 어깨를 상냥하게 두드린다. 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하니 눈 앞에서 거울 기둥이 소환된다. Vv히데vV는 거울을 부수고는 게임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미라주 컴퍼스를 꺼낸다. 노멀 아이템 몇 개와 회복 아이템들이 드랍되어 있고, 두 사람 모두 레벨이 1씩 올라 레벨 2가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스테이지의 MVP는 당연히 그, Vv히데vV였다. MVP 전용 보상도 모두 확인한 후 결과창을 끄고 카메라를 켠 Vv히데vV는 매킨토시를 불러 로그아웃을 하자고 말한다. 카메라 앞에서 V자 포즈를 잡은 Vv히데vV는 아래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셔터 버튼을 누른다.

Vv히데vV: 오늘은 겨우 테크닉 하나 익히셨지만, 다음 플레이 때 에이신 선배의 스킬 연마를 위하여!!

매킨토시: 하!


"밤공기를 마시고 있으니 이제야 좀 피곤함이 밀려 들어오네요. 그래도, 오늘 스테이지 하나라도 깰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슈는 서늘한 푸른 눈동자로 해가 완전히 종적을 감춘 대신 초승달이 대신 하늘을 지키고 있는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하드한 레슨의 후폭풍이 드디어 나타나는 것을 느끼던 슈는 선배에게 말을 건다. 그러나, 게임 속에서 나오자마자 고뇌 타임에 빠진 에이신은 슈의 말을 전혀 듣지 않은 듯하다.

"...아이돌 스텝을 저기에서 썼듯, 저기에서 익힌 기술들을 아이돌 활동에도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도대체 춤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뭐, 저번에 게임 홍보를 위한 일을 할 때에도 저 선배는 전투 기술을 아이돌 활동에 이용할 수 있을 거라는 이상한 소리를 하던 사람이었다. 앞으로도 저 선배는, "격투, 활"이라는 자신의 특기 무기 활용을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계속 이용할 것이다. 슈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정상적인" 플레이를 기대할 수 없을 터이다. 저 선배를 어떻게든 "사람답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는 『리플렉션 월드』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자가 될 수 있다.

"결심했어요. 사실 매번 결심한 일이긴 하지만요, 이제부터는 마치 갓 태어난 아기 사슴처럼 불안하게 걸어 다니는 에이신 선배를 제 완벽한 콤비로 만들기 위해 스파르타식 플레이를 할 거예요. 그러니, 이제부터 절 잘 따라오셔야 해요?"

슈는 나름 선배에게 따끔한 충고를 가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기강의 무색해질 만큼, 그 충고의 대상은 별 생각이 없어보인다. 에이신에게는 이런 후배의 모습이 그저 귀여워 보일 뿐이기 때문에. 며칠 전에 슈가 공유했던 "적을 경계하는 래서팬더 영상"을 떠올리며, 에이신은 그저 앞만 바라본 채 그대로 귀가길을 걷는다.

"그래라. 네가 나를 부려먹을 순간이 게임할 때 빼고는 언제 있겠니."

"이 선배가 진짜...!"

에이신은 코웃음을 치며 지치지도 않은 듯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슈는 무심코 "거기 서!"라고 외치며 힘겹게 그를 따라간다. 활을 닮은 달은 이 두 사람의 모습이 조금 창피하다고 느껴졌는지 구름에 자신의 얼굴을 가린다.

-To be continued 


지금까지의

Vv히데vV

-레벨: 2 

-습득한 테크닉 수: 2개

-습득한 스킬 수: 1개

-최근 클리어한 스테이지: 1-1

매킨토시

-레벨: 2 

-습득한 테크닉 수: 1개 

-습득한 스킬 수: 0개

-최근 클리어한 스테이지: 1-1

카테고리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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