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멘토
240214
아침 몸무게를 쟀다. 82.2kg이었다. 왜 줄었지? 모르겠다. 아무튼 좋은 일인듯.
어젯밤에 낯선 상대와 꽤 즐거운 대화를 했다. 얼굴도 잘 모르는 상대인데, 대화가 너무 잘 통하는 거다. 생각하는 골자가 좀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취향도 비슷하고. 이런 걸 ‘솔메’라고 하나? 아무튼 좀 신이 나서 간만에 새벽 늦게까지 대화했다. 도파민이 막 샘솟았다. 물론 오늘 낮이 되어서는 착 가라앉았지만 어젯밤 반짝 찾아온 신남은 퍽 좋은 기억이다.
오후 1시에는 상담을 진행했다. 무기력과 번아웃이 주제였다. 선생님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 몸이, 무의식이 ‘정지 상태’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 했다. ‘마감이 있는데 내가 지금 왜 조급하지 않은 걸까?’가 아니라 ‘왜 내가 갑자기 멈춰서게 된 걸까’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정지 상태.
그 결과값이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서 가늠해보면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1. 해결해야 하는 일이 너무나 거대하고 방대해서 오히려 감각이 마비된 상태 ex). 쓰나미
2. 일을 마주하기 전에 닥치는 불안을 피하려 하는 것. (=예기 불안)
나는 정확히 둘 중 무엇인지 모르겠다. 2라고 하자니 2번 상태일 때 나는 보통 게임을 한다.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으면서, 머리 한쪽으로는 불안해하면서 도피하여 게임을 하는 거다. 그런데 이번엔 그냥 멍하니 누워있거나 아무런 조급증이 들지 않는 점이 평소와 다른 점 같다. 그래서 1번인가? 라기엔 이것도 정확하지 않지만 2번보다는 이게 가깝지 않나 싶다.
상담 말미에 꿈 얘기를 했다. 요즘 나는 꿈을 자주 꾼다. 꿈 내용은 기억 나지 않는데 꿈을 꿨다는 잔상은 흐릿하게 남아 있다.
꿈 내용을 토대로 무의식을 되짚어가는 과정은 좀 재미있다. 결론이 뭔가 하면, ‘지금 상태를 토닥여줄 다정한 멘토의 부재’라는 것이다. 정말 그런 걸까? 나는 그냥 나더러 할 수 있다고 토닥여 줄 사람이 필요한 건가. 가벼운 의문과 함께 상담이 끝났다.
저녁을 먹고 오니 며칠 전에 주문했던 뽀모도로 타이머가 도착했다. 생각보다 작고 편리하다. 10분 써봤다. 277자를 썼다. 오늘 칭찬은 ‘소설 한 꼭지를 완성한 점’으로 하겠다.
내일 의욕이 생기면 집밖을 한 바퀴 돌고와야겠다. 날이 많이 풀렸더라. 난 겨울이 좋은데…. 아무튼 천천히 걸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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