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객관화?

240213

83.2kg. 오늘 오후 3시 반 경 몸무게다. 참고로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샤워를 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내가 잘못 살고 있나?

어제부터 오늘까지의 하루를 대강 돌아보면 오후 12시~1시쯤 느지막이 일어나서 침대에 뒹굴다가(또는 폰으로 온갖 쓸데없는 걸 보다가) 겨우겨우 일어나 샤워를 하고 비타민 한 개, 물 한 컵을 마신 뒤 일을 하려고 자리에 앉는다. 그때 시간이 이미 오후 5시를 가리키는 즈음이다. 나는 일어나서 약 4시간을 날려버린 뒤 가까스로 자리에 앉는 거다.

그렇다고 집중이 잘 되는가 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보통은 몇 줄 찌끄리다 노트북을 덮거나, 인풋이라는 명목 하에 다른 작품을 읽거나, 책을 읽거나, 그도 아니면 게임을 하거나, 쇼츠를 보거나 그냥 누워 있다. 그러다 집중이 좀 되면 몇 페이지를 끄적이고 정신 차리면 아침 6시 내외다. 그때 비척비척 일어나 침대로 들어간다.

뭔가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한때 바꾸고자 했던 의지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뭐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다.

당장 해야할 일을 살펴 보자.

1. 연재분 8화 쓰기(약 3.5만자)

2. 시놉시스, 프롤로그 쓰기

3. 계약 답메일 쓰기

3번은 그렇다 쳐도 1, 2번은 우선순위를 따질 수 없을 만큼 급하다. 하지만 조급함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역시 뭐가 잘못된 것 같다. 머리가 고장난 거 아닐까. 요즘은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예전에는 인정욕구가 참 강했다. 뭐든 완벽히 해내서 ‘대단한 나’를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했다. 글도 그림도 열심히 했고 일기도 꾸준히 썼다. 사람들이 주는 칭찬이 좋았다. 운 좋게 돈도 벌었다. 이후 어찌저찌 아다리가 맞아서 계속 글로 돈을 벌게 됐다.

지금도 글로 돈을 많이 벌고 싶긴 하다. 사람들이 칭찬해줬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나는 관종이고, (창작을 업으로 삼은 사람은 기본적으로 관종이라 생각한다) 자기자신을 팔아 생계를 꾸려가는 만큼 질타에 약하다. 작품과 자신이 분리가 잘 안 된다. 물론 리뷰를 안 볼 때는 그럭저럭 된다. 그런데 그건 까먹거나 모른 척해서 괜찮은 것이지, 악플에 무던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악플러는 여전히 싫다.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방구석 비평가도 짜증난다. 비평이라는 말로 자신의 실망과 짜증을 드러내는 족속이라 여긴다. 그래도? 그걸 작가 자아로 표출하지는 않을 정신머리는 있다. 어쨌든 사줬으니까 감사합니다.

딱 그 정도.

차라리 인정욕구가 무지무지 강했다면 이렇게 널브러져서 자기객관화라는 명목으로 디지털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지는 않을 텐데. 뭐라도 글을 쓰고는 있을 텐데. 요즘의 나는 너무나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다. 그냥 뇌 없는 해파리가 되고 싶다.

자기계발 관련 쇼츠를 보다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되지 마라. 그런 말을 볼때마다 뜨끔뜨끔했다. 나 같아서. 그런데 이제는 뜨끔거리는 일조차 없이 늘어져서 엄지 하나로 그냥 슥 넘겨버리는 게 과연 옳은가? 라는 생각이나 하고 있는 거다. 종일 누워 있는 나. 이게 바로 지금 내 위치이자 시작점일 것이다.

‘종일 누워 있다’를 약 1500자 분량으로 썼네? 글자수 아깝다….

잡설이 길었는데, 아무튼 이 블로그는 그런 나를 비난하려고 만든 게 아니다. 이 글의 목적은 매일매일 최소 한 가지 자기 칭찬을 하는 데 있다. 요새 말로 자기효능감? 머 그런 거 키워보려고. 글로나마 나한테 잘해주기가 목적이다. 딱 한 개. 하루에 한 가지만 하고, 그것을 칭찬하기. 지난 경험상 게으른 나새끼에게 두 개, 세 개 시키면 그게 아무리 쉬워도 다음 날로 미룬다. 그래서 한 개만 해야한다. 인간이란 너무 귀찮다. 해파리로 살다 가는 게 가성비가 좋을지도….

오늘 잘한 점은 ‘게으르고 자존감 낮은 나를 인정하고 잘해주려 노력한 점’으로 하겠다.

이 포스트가 한… 백 개쯤 채워질 즈음에는 내가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점이나 매우 비대해져 있는 자의식이 많이 가라앉았으면 한다. 사실 내가 뭐라고 내 글이 꼭 그렇게 명성을 얻어야하며 돈을 많이 벌어야하겠냐. 다 쓸데없는 기대다, 기대. 내가 나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걸고 있고, 반드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자의식을 키워놨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빈둥거리는 지금에 와서도 이딴 일기나 끄적이고 있는 걸 보면 나는 돈이 많아도 결국 글쟁이 노릇을 할 것이고, 돈이 없어도 (지금! 나 완전 거지!) 글쟁이 노릇하며 살 것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아만 비대해지는 목표는 달리 정하지 않으려 한다. 굳이 정하자면 해파리로 사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올해 안에 1억을 모으고 싶다는 목표라든가 히트작을 낸다든가 하는 건 너무 어려운 것 같다. 물론 그러고는 싶다. 하지만 결국 못 이뤄서 패배자처럼 축 늘어져 있느니 올해는 눈을 좀 가리고 나한테 관대해져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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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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