再會
나는 그녀를 사랑 했습니다, 그리고 또- 여전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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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간의 찰나 때문에, 집에 불이 나게 만들었습니다. 그 불길은 쉴새 없이 집을 집어 삼켜버리고 말았죠. 아아, 우리 추억이 담긴 집을, 우리 추억들이 깃들어 있는 집을… 손에 쥐고 있던 장바구니를 떨어트렸습니다. 툭,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니 이미 안은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안돼, 이럼… 이러면, 나는 또 한번- 나의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하는거잖아.
달렸습니다.
소중한 추억을 안고.
달렸고요.
깃들어 있는 기억을 가지고.
마침내…
두 아이가 쓰러져 있는 방을 찾았습니다, 이미 연기가 자욱했던지라… 둘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것은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겉으로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미동 조차… 발악 조차 하지 못하고, 바닥에 두 아이의 몸이 눕혀져 있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나는… 지키지 못했습니다. 압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아버지 입니까. 나는 아버지 자격도 없는 사람입니다. 왜, 나는… 항상 소중한 것들을 지키지 못했던 것이죠. 이 모든 것이 그저 야속합니다, 첫사랑을 사랑하고, 첫사랑과 결혼하고, 첫사랑의 아이를 낳아- 오순도순 사는 것이 그저 내 목표였고 소원이였습니다. 서신은, 그 두 아이의 사이에 누워 손을 맞잡곤 눈을 지그시 감았습니다.
만약, 다음생이 있다면
정말로, 다음생이 존재한다면
더욱 행복 할 수 있길.
나 대신, 나아갈 수 있길.
…이게 내 기억의 마지막이였습니다. 너무 많은 것들이 머리 속으로 흘러 들어옵니다, 그동안 잊고 있던 것들도 하나 둘씩 깨어나는 기분이 듭니다. 나는 내 아들을 위해 10년이라는 기억을 넘겼습니다. 두 아이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질 쯔음, 딸 아이의 기억이 돌아왔습니다. 우리의 추억, 우리 가족,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잊었다가 기억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악역들, 그래요… 내 아들과 딸이죠. 사랑했던 두 아이들을 나는 지키지 못했었습니다. 이런 아버지가 세상에 존재 하면 쓰나요. 서신은 손수건을 꺼내어 들었습니다. 아내의 손수건, 아내가 자수를 놓아준 그 손수건이요. 카네이션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손수건을 고이 접어 가슴치레에 얹었습니다. 그리고, 그때와 똑같이 나는 눈을 감았습니다. 이번엔 두 아이들이 곁에 없단 것이 기쁜 사실이였을까요. 아내한텐 뭐라고 이야기 해야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 지금 꼴이 영 좋지 않은데 이런 걸로 마음이 식진 않겠죠. 그리 빡빡한 사람은 아니였으니깐 말이죠. 하하…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여기에 있으면, 나를 찾으러 올테니까.
너는 항상 숨어 있는 나를 찾아줬으니까.
이번에도, 그때처럼 나를 찾아줘.
사랑했으니까, 이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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