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질문

독백

삶이란 무엇이며 생이란 무엇인가. 죽음을 초월한 아이에게 남겨진 질문은 그것이되 답은 스스로가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태양이 점점 붉어지고 뾰족한 첨탑의 그림자가 길어지는 저녁에 소녀와 소년은 가만히 책을 팔락, 팔락, 넘긴다. 숨소리는 고르고 먼지는 느리게 부유한다. 집중한다면 눈을 깜빡이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이 고요는 붉은 넥타이를 맨 아이들이라면 질겁하며 떠나갈 것이었다. 등 뒤의 큰 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에 따뜻해진 목덜미를 문지르며, A는 먼저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저녁은 먹어야지. 가자.”

책을 읽느라 반쯤 감겨있던 눈을 스르륵 올리자 긴 눈썹 아래로 반짝이는 눈동자가 A를 향한다. A가 저 투명한 눈을 마주하고도 피하지 않게 된 것은 그가 흐릿한 미소 사이로 무언가를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생이요, 생이란 무엇인가. 생이란 또 삶이라. A가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B는 살아있다. 허공에 흩어진 별가루 같은 사람이다. 만질 수는 없지만 찬란히 빛나는 생애를 살아가고 있었다.

“내 질문에 대한 답은?”

“… 아직.”

“흐음, 알아냈다고 생각했는데.”

“절반쯤은.”

그러나 B는 존재하는가? A가 자연스럽게 떠올린 다음 질문이었다. 그가 던진 질문에는 삶과 생만이 있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시작에는 끝이 존재하며 생에는 죽음이 따라옴을 알고 있다. B는 죽었는가? 느릿하게 읽던 책을 챙기는 볼로네즈 옆에서 A는 우두커니 서 고민에 잠겨있다. B는 죽음을 아는가? 그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 생각의 주인공과 함께 도서관을 나설 때까지 계속되었다. 두 개의 구두 소리가 복도를 울려도, 학생들의 시끄러운 얘기 소리가 점점 커져도, 마침내 그들이 대연회장 앞에 도착할 때까지도 계속되었다.

“B.”

“응?”

약간 뒤에서 걷던 볼로네즈를 돌아보자, A의 눈에는 별가루가 담긴다. 크게 굽어진 은발이 해 질 녘의 빛을 받고 반짝인다. 붉은 햇살 아래의 눈동자는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따스한 갈색으로, 콧대에 가려져 노을이 닿지 못한 쪽의 눈동자는 보랏빛으로 반짝인다. 찬란하다. 빛 아래, B는 찬란하다.

“네가, 세스트랄을 볼 수 있었던가.”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대답이 필요한 질문은 아니었다. A가 내리는 결론은 언제나 그렇듯, 간단하다. B는 죽었다. 반짝임은 짧고 어둠은 깊다. 그렇다면 그의 눈앞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저 소녀는 누구인가. 간단했다. B는 죽었고, B는 살아있다.

A는 한발 다가섰다. 팔을 들어 점점 뜨겁게 느껴지는 노을을 가린다. 소매 폭이 큰 교복 덕에 A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작은 소녀를 충분히 가린다. 깊은 어둠 속에서 B는….

A는 다시 질문으로 돌아왔다. 삶이란 무엇이고, 생이란, 무엇인가.

“모르겠어, B.”

“으음.”

“삶이고 생이고, 모르겠다고.”

그에게는 알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A는 그저 반짝이는 소녀의 빛이 중요했다. 반짝이지 말아, 위태롭게 사라졌다, 나타나지 말아. 그냥 계속 있어 줘. 이런 다정한 말은 그의 입 밖으로 나올 일 없이 혀끝에서만 맴돌았다. 그가 만든 그림자 아래서 팔락이는 속눈썹 아래 수정 구슬 같은 눈을 마주한다.

“나는,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 …”

“이번 생애를….”

마침내 그는 확신했다. B가 무엇이든, 어떤 비밀이 있든, 그의 친우임은 변하지 않는다. A, 그가 그렇게 만들면 된다. 두 손을 오목하게 모아서, 별무리가 쉴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주면 된다.

“네 친구로서 부탁할게.”

카테고리
#기타
  • ..+ 2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