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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여기에, 바람이 있다고 가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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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지금 여기에, 바람이 있다고 가정하고

 

 

 

 

 

 

살짝 습한 공기에서 미묘하게 소금 냄새가 났다. 타쿠보쿠는 그걸 여름의 냄새라고 생각했다. 덥고 습한 찜통 같은 날에 큰 거리로 나가면 어쩐지 소금기 섞인 짠 냄새가 나지 않는가. 여름이라는 건, 말하자면 끊임없이 사람 냄새가 나는 짭짤한 계절이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도시의 이야기고 이만큼 한적한 곳으로 오면 그런 불쾌한 짠 내는 잘 안 난다. 사람이 없으니까. 그러면 이 여름의 냄새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말할 필요도 없다. 타쿠보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인도 옆의 낮은 가드레일 너머로 푸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며 철썩, 소리를 냈다가 쏴아아 하고 빠져나갔다. 바다다. 바다가 코앞에 있기 때문에 소금기 섞인 냄새가 나는 거다.

며칠 전에 큰비가 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평일이기 때문인지 한여름인데도 해변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였다. 이런 날씨에 해수욕 같은 걸 하다가는 구워지고 말 것이다. …아니, 구워질 것 같은 날씨라서 해수욕을 해야 하는 건가? 아무튼 더위에 지친 머리로는 알 수가 없다. 바닷가면 바람이라도 좀 불 것이지 오늘은 어쩐지 바람이 불질 않는다. 어딘가 시원한 곳에 가서 앉아 있고 싶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타쿠보쿠는 세 발자국 앞서가는 사람의 그림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타이밍 좋게 사서가 뒤돌았다. 하나로 올려 묶은 머리카락이 돌아보는 반대 방향으로 흔들렸다.

“앞으로 조금이에요.”

“…응.”

“물 필요해요?”

“아아, 땡큐.”

사서는 옆으로 맨 크로스백에서 손수건이 감긴 물통을 꺼내 타쿠보쿠에게 건넸다. 단순히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니까 손수건을 감아둔 건 줄 알았는데 받아 들고 나니 무겁고 차가워서 밤새 꽁꽁 얼린 거라는 걸 바로 알았다. 준비성도 철저하지…. 손에 닿는 냉기가 기분 좋았다.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시자 머릿속까지 얼어버릴 것 같은 차가운 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게 느껴졌다. 한참 벌컥벌컥 물을 마시고 나서야 타쿠보쿠는 실수를 눈치챘다.

“입 대고 마셨다. 미안.”

“괜찮아요. 그냥 갖고 계세요.”

사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어라, 별 상관없나?

“목에 대고 있어도 돼?”

“뭐, 마음대로….”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 타쿠보쿠는 물병에 감겨 있던 손수건을 풀고 꽁꽁 언 물병을 바로 목덜미에 가져다 댔다. 차가운 게 닿자마자 아까보다 기분이 훨씬 개운해졌다. 그의 표정이 풀리는 걸 옆에서 보고 있던 사서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무리하는 거 아니죠?”

“괜찮아.”

타쿠보쿠는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다시 한 번 가드레일 바깥쪽으로 돌렸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과 시퍼런 바다의 경계가 어쩐지 애매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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