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타!!

착한 동생 下

오메가버스

긴장한 목구멍을 비집고 들어서는 알약의 부피는 여전히 낯설다. 억지로 내리누르듯 삼킨 뒤에야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바로 약효가 돌 정도로 강한 약은 아니었으니 단순한 플라시보일 테다. 하지만 의지할 구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무대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 그때까지는 제대로, 약효가 돌 것이다. 나는 목 아래에서 달착지근하게 끓던 한숨을 토해냈다.

최근, 나를 데리고 돌아가겠다며 고향을 떠나온 동생을 만났다. 성장기를 지나 키가 훌쩍 자랐지만 여전히 앳된 얼굴로 올려다보는 데에는 안심했다. 맑고 커다란 눈동자는 변한 구석이 없었다.

주체할 수 없는 욕구와 숨이 막힐 정도의 열병은 오메가의 것이었다. 알파는 오메가만 없으면 평범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동생의 체질을 아는 것은 그 아이와 동종으로 태어난 탓에 그 아이의 욕망과 마주했던 나뿐일 테다.

나만 없다면 그 애에게는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히이로는 평범한 인간으로 대우받으며 성장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조차도 동생을 버리고 고향을 떠나온 내가 할 말은 아니었으니 그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도시에서 처음으로 히이로를 마주했을 때는 익숙한 위기감을 느꼈지만 그뿐이었다. 내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도시에는 약이 있다. 충분히 나 자신을 제어할 수 있다. 내가 그 시기의 짐승 같은 나를 제어할 수만 있다면 동생과도 함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나와 같은 길을 걷게 된 사랑스러운 동생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노래하고 춤추고…… 더 이상은 창문을 사이에 둔 채 대화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프로듀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ALKALOID와의 합동무대였다. 그들과 같은 무대에 서기에는 마침 시기가 좋았다. Crazy:B는 MDM이 마무리된 뒤에도 여전히 미운털이 박혀있었다. 하지만 ALKALOID가 만들어준 서사가 있었으니 이 기획에서라면 그렇게 배척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말하자면, 동생 군과 ALKALOID를 방패막이로 쓰겠다는 거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니키가 그런 식으로 곡해하는 건 성격 더러운 린네 군 정도일거라고 눈치 없이 대꾸하기에 발등을 콱 밟아줬다.

그 뒤로 약을 입에 대는 횟수가 더 잦아졌다. 불안했던 거다. 그럴 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약통의 뚜껑을 눌러 돌리곤 했다. 크게 의미가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약에 내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지만 불안과 함께 삼킨 약을 뱃속에 공허하게 녹여버린 탓에 약통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약은 여전히 남아있고 시기적으로도 문제는 없다. 오늘만 버티면 된다. 오늘이 지나면 이 불안도 조금은 사그라들겠지. 동생과 함께하는 무대는 즐거웠지만, 나 자신에게 있어서는 제법 리스크가 컸다. 차마 불안만은 삼키지 못한 나는 무대가 끝나자마자 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햐~ 의존증 환자가 따로 없구만.”

문을 열고 들어선 나는 일부러 큰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그새 뱃속 가득 쌓인 불안을 떨어낼 셈이었다. 대충 던져두었던 가방을 들고 테이블 앞에 섰다.

“형?”

묵직한 문에서 소리가 나지 않은 탓에 익숙한 목소리만이 내 발걸음 뒤로 따라붙었다. 고향을 떠날 때보다 분명 낮아졌는데도 어쩐지 향수를 일으키는 목소리였다. 나는 히이로를 향해 몸을 돌렸다. 닫힌 문을 등지고 선 채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동생이 보였다. 나는 낄낄거리며 말했다.

“하? 뭐야, 동생 군. 왜 따라온건데? 갓 태어난 병아리냐고.”

“형의 상태가 안 좋아보여서 따라왔어.”

그 말에는 더 이상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리 연약하지 않다. 가벼운 감기조차도 피해가는 튼튼한 몸이었다. 상태가 안 좋아보인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도시에 온 뒤로는.

하지만, 아마도 동생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리 멀쩡한 상태가 아닌 거겠지. 멍하니 히이로를 바라보면 그 시선의 이유를 착각한 모양이다. 히이로가 가만히 턱을 당기며 나를 향해 말했다.

“멤버들에겐 이야기 했으니까 무대에 지장은 없을 거야.”

아. 하다못해 니키에게만이라도 이야기해뒀어야 했다. 아마기 히이로의 그 체질을. 눈치가 빠르고 섬세한 니키라면 동생의 방문을 막아주었을 수도 있었을 테다. 하지만 뒤늦은 후회에는 방법이 없다. 문명의 수혜를 받은 덕에 착실하게 무뎌진 모양이지. 몸뚱아리는 물론이고 정신머리마저도.

입술을 꾹 깨물어 한숨을 삼켰다. 똑똑하고 눈치도 빠르지만 묘한 곳에서 둔하게 구는 동생은 이번에도 내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았다. 히이로가 물었다.

“그런데 환자라니? 요즘에도 여전히 몸이 안 좋을 때가 있는 거야?”

나 자신보다도 4년 만에 만난 동생이 나의 상태에 대해 먼저 눈치 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도 아직은 그럴 시기가 아니었고……. 아니, 지금에 이르러서는 내가 어디서 잘못된 판단을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으쓱이며 가방을 열었다. 자칫하면 손이 미끄러져 가방을 놓칠 것만 같아 조심스럽게 힘을 주었다.

“어쩔 수 없잖냐. 체질이니까.”

“괜찮아? 걱정했어.”

히이로가 그렇게 말하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무심코 히이로 쪽을 바라보았다. 평소라면 이런 식으로는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히이로를 경계하지 않았을 것이고 경계했더라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유를 잃은 거다. 마치 붙잡히기 직전의 사냥감처럼. 아마기 린네를 빗대는 데에는 가장 어울리지 않을 단어들을 모아 스스로 엮어낸다. 등골을 타고 흐르는 질척한 불쾌감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히이로를 질책했다.

“아~ 괜찮고 자시고 아무렇지 않으니까 먼저 나가줄래? 동생 군.”

“그러기엔 형, 지금 무척 힘들어보이는걸. 내가 돕고 싶어.”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를 떠올린 순간부터 심장박동은 가속한다. 동생을 내보낼 방법은 이미 알고 있다. 명령하면 된다. 예전에 그렇게 했던 것처럼 확실하게 목을 울리면 된다. 눈 앞의 이 아이는 말 잘 듣는 착한 동생이니까, 그러니까 분명 내 말을 들을 것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읏…….”

“……땀이 엄청나.”

뻗어온 손 끝이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길 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히이로의 손이 닿은 다음에야 비로소 열에 들뜬 살갗은 서늘한 공기를 쐰다. 분명, 여유가 있었다. 그럴 시기가 아니었단 말이다. 내가 착각한 걸까?

아니. 좀 더 단순한 이야기다. 몸은 간단히 정신의 영향을 받아버린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덥게 열이 오른 몸에 이 손 끝이 닿기를 바란 적이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의 일이다. 짧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꽂아 넘기고 뺨을 어루만지는 손길이 폭력적일 만큼 다정하다. 땀에 젖은 살갗에 서늘한 손가락이 엉겨붙는다. 그 다정한 냉기에 뺨을 온전히 맡기고 고개를 묻고만 싶었다. 나는 이번에도 어쩌면…….

“그런데, 형.”

동생의 부름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새 훅 다가선 동생이 물끄러미 나를 살피다, 조심스럽게 뺨에 코 끝을 대었다. 동생이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살갗에 동그란 코 끝을 비벼오는 통에 흠칫 어깨를 움츠렸다. 뺨에서 턱 언저리, 목줄기까지 타고 내려오며 히이로는 찬찬히 나를 탐색했다.

“이, 냄새.”

냄새의 근원을 찾는 행위는 나와 동생의 체질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눈 앞이 아득해졌다. 저도 모르는 새에 눈 앞의 알파를, 나의 소중한 동생을 유혹하고 있었던 거다. 나의 끔찍한 본성에 속이 울렁거린다.

나 자신에게 질려 그를 뿌리치려 했지만 히이로는 어느새 내 어깨를 붙들고 있었다. 등에 닿는 대기실의 벽이 서늘하다. 나는 그새 궁지에 몰려있다. 이건, 어린 시절과는 확실히 다르다. 마치 사냥감을 포위하듯, 애초에 그런 본능을 가지고 있던 것처럼 히이로는 나를 몰아넣었다.

하지만 그 정도였다. 내게는 여전히 어린 동생을 무를 수 있을 정도의 힘은 있었다. 아니, 무르기만 할 뿐일까. 나는 충분히 동생을 제압하고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저 내가 뿌리치지 않았기에 동생은 내 목줄기에 입을 맞췄다. 그 뿐이었다.

내가 짐승의 본성에 패배했다는 것을 그 순간 알았다. 하지만 패배를 인정하지 못한 나는 여전히 뺨 언저리를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곱슬머리를 곁눈질하며 수많은 변명거리를 상정한다.

사랑스러운 동생을 다치게 할 수는 없으니까. 큰 소리를 냈다간 이 상황을 들킬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동생에게는 물론이고 내게도 손해니까. 그런 우습기만 한 변명거리를 반복하여 되뇌었다.

“음.”

히이로가 희미하게 목을 울리며 고개를 들었다. 마주한 얼굴이 환하게 웃었다. 사랑스러운 미소에 등줄기가 바짝 긴장했다.

“이건 역시 형에게서 나는 냄새였구나.”

“무슨…….”

“이 냄새를 떠올리면, 항상 기분이 좋아졌어.”

그건 대답이 아니었지만 동시에 대답이었다. 숨이 가빠진다. 동생은 나의, 냄새를……. 기억하고 있었던 거다. 아마 그 순간부터 말이다.

4년 내내 나의 냄새를 그리워하고 탐색했을 동생은, 어떤 심정으로 그걸 떠올렸을까? 동생을 유혹하기 위해 풍기는 이 냄새를. 떠올릴 때마다, 어떤 상념에 젖어들었을까. 떨리는 혀 끝으로 입술 안쪽을 핥은 순간이었다.

입술이 거칠게 맞닿았다. 달콤하게 젖어든 숨결을 조급하게 나누어 삼켰다. 허벅지 사이를 파고드는 무릎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이 순진한 녀석이 뭘 알고 이런 짓을 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아마도 히이로는 4년의 공백동안 이 냄새를 찾아 입을 맞추는 것을 상상하며 몸의 열기를 토해냈을 것이다. 몇 번이고 같은 상상을 반복했겠지.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테면 이 입맞춤은, 4년의 시간을 눌러담은 욕망의 발로라는 거다. 그렇게 단정짓고 나면 아랫배가 뻐근할 정도로 기분이 좋다.

그건 혀를 얽고 타액을 나누고 서로의 숨결을 훔치는 거친 키스였다. 겨우 입술을 떨어낸 히이로가 헐떡이는 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야.”

허리가 그의 양손에 쥐어진다. 골반을 죄는 손길은 길죽하지만 어른의 것처럼 단단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예전만큼 작은 것도 아니었다. 다시 한 번 입술이 맞닿았다. 입술이 겹쳐지듯 몸이 겹치고, 조금 더 깊이 밀착한 뒤에는 엉덩이를 쥐어 당겼다.

나는 동생의 작고 마른 어깨를 움켜쥔 채로 손의 행선을 고민했다. 밀어내는 것도 매달리는 것도 아닌 손짓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 아이의 목을 끌어안고 깊이 입맞추고 싶었고 동시에 엉덩이를 움켜쥔 손을 떼어내고 밀쳐버리고 싶기도 했다.

선택하지 않으면 선택의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동생의 열렬한 키스가 끝난 뒤에도 내 손은 여전히 히이로의 어깨를 쥔 채다. 모든 선택과 책임을 동생에게 유기한 채 한심한 유예를 즐기는 것이다.

“형…….”

겨우 입술을 떨어낸 히이로가 나직하게 목을 울렸다. 차마 가라앉지 않은 숨결이 목구멍을 할퀸다. 거칠고 갸냘픈 부름에 동생의 얼굴을 확인하면 마주한 눈은 온전히 짐승의 것을 하고 있다. 등줄기를 타고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히이로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이번에야말로. 기대에 가까운 긴장감이 온몸을 엄습한다.

“나, 어떻게 하면 돼?”

이건, 나를 욕망하는 것이 분명한 얼굴이다. 방법을 배운 적조차 없는 아이의 곤혹스러운 표정은 마치 길을 잃은 어린 짐승의 그것처럼 애처롭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모든 짐승이 으레 그러하듯 우리의 본능이 우리를 이끌어줄테니 말이다.

처음으로 제 본능을 자각한 것처럼 히이로는 저를 주체히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아마 처음이 맞을 것이다. 알파는 발정기의 오메가만 아니면 이렇게 될 일이 없으니 말이다. 전부 내 탓이다. 나로 인해 히이로는 단정한 얼굴을 흐트러트리고 달뜬 호흡을 한다. 그렇게 생애 처음으로, 아마기 히이로는 짐승이 된다.

온전히 나를 함락시킬 요량으로 공기를 헤치고 뻗어오는 페로몬에 온몸이 잠긴다. 아마도 히이로는 제가 제 형을 어떻게 압박하고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숨이 막힌다. 히이로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지저의 본능이 이렇게나 나를 원한다는 사실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이내는 녹아내릴 것만 같다. 

“형, 혀엉…….”

그래도 좋다. 아니, 그 편이 좋다. 차라리 녹아버렸으면 좋겠다. 안타까울 정도로 애절하게 나를 부르는 동생의 뺨을 엄지손가락 끝으로 문질렀다. 따뜻한 뺨에 밴 촉촉한 물기는 미약처럼 손 끝에 스몄다. 히이로가 다시 한 번 입술을 물어뜯을 것처럼 달려들었다. 어린 뺨을 쓸고 부드러운 귓가를 매만졌다. 히이로가 움찔대는 것이 맞닿은 온몸을 통해 느껴졌다. 이 순간 우리의 모든 몸짓은 섹스를 상정한다.

달뜬 호흡 끝에 숨이 벅차오른 건지 히이로는 입술을 떼고 뺨을 핥았다. 따뜻한 혀 끝은 어린 강아지의 것처럼 부드럽고 축축했다. 위로하듯 닿아오는 여린 살갗의 접촉이 기분좋고, 익숙하다. 그게 내가 히이로에게 행한 행동을 따라하는 것이라고 금세 눈치챘다. 아이가 하는 달콤하고 질척한 모든 행위는 나를 흉내내는 것이다.

나는 이번에도 동생을 통해 나의 욕망을 확인한다. 하지만 더러움을 마주하는 순간 느껴지는 것은 불쾌감이 아니다. 내가 동생에게 품은 추잡한 마음을 직시한 순간에 온몸을 엄습하는 것은, 역겨울 정도로 질척한 흥분감이다.

무대의 순서가, 어떻게 되더라.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려 했지만 뇌 대신 뜨거운 열덩어리가 머리뼈 안쪽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 같아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입술을 혀 끝으로 핥았다.

만약 순서가 잘 맞아떨어져 여유를 부릴 수 있다고 쳐도 그렇다. 상상만으로도 몸이 달아오르는 그 행위를 단 한 번으로 끝맺을 수 있을까. 이 사랑스럽고 열렬한 구애를 거절할 수 있을까. 나의 가장 내부로부터 짓이겨버릴 다정한 폭력에 저항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미 아마기 린네는 저의 모든 것을 내던지기로 했다. 어리고 유순한 동생의 본능과 욕망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불안이 밀려온다. 하지만, 이게 정말로 히이로가 원하는 걸까? 짐승을 사냥하듯 형을 궁지로 몰아넣고 가장 여린 살집을 파헤치는 행위를? 같은 부모를 둔 형제의 몸에 제 씨를 배게 하는 것을? 이 아이가 상상했던 적이나 있을까?

그럴 리가 없다. 원하기는커녕 상상도 해본 적 없을 것이다. 이런 건 애초에 사랑도 뭣도 아니다. 아마기 히이로라는 개체는 물론이고 인간의 것조차 아닌 알파의 본능에 불과하다. 나를 향한 욕망? 아니다. 이 욕망은 나를, 아마기 린네를 향하는 것이 아니다.

알파의 본능이란 그런 것이다. 그건 그 눈 앞의 칠칠지 못한 오메가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오메가로서의 형질이 히이로를 알파로 만들었고 히이로가 가진 알파로서의 형질이 나를 오메가로 만들었다. 짐승의 본능이 만들어내는 화학작용은 우리를 미치게 만든다.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만든다. 인간인 아마기 히이로의 마음과 이성은 이 공정에 결코 개입할 수 없다.

그러니까 아마기 히이로는. 뻗었던 손길은 물론이고 잔뜩 열이 오른 목소리와 열망하던 눈동자마저도. 이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이 순간에 나를 향했던 모든 것들을, 너는 전부 후회할 것이다.

“히, 이로……!”

그건 싫었다. 후회할 정도라면 차라리 없는 일인 편이 나았다. 목덜미를 핥아올린 혀 끝이 귓볼에 닿았다. 물기를 잔뜩 머금은 혀가 질척한 소리를 내며 귓가에 엉겼다. 귓속 가득 차오르는 물소리에 몸의 모든 구멍을 범해지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눈 앞이 혼미할 정도다. 어지러운 시야에 물기가 들어찬다. 안구의 뿌리가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읏, 흐으…….”

히이로가 한껏 젖은 귓볼에 입술을 대어 씹는 흉내를 내었다. 귓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부드러운 입술 아래에 얇은 살갗이 짓이겨진다. 달콤하고 간지러운 아양에 애가 탄다. 차라리 깨물어주길 바란다.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씹어주길 원한다.

나의 욕망이란 본래 그런 것이다. 더럽고 추잡하고, 끔찍하다. 하지만 히이로는 내가 원하는 대로는 해주지 않는다.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히이로의 본성이다. 히이로는 상냥하고 다정한 아이니까. 나의 이유조차 몰랐던 열병을 홀로 돌보면서도 제 열병은 내게 옮기고 싶어하지 않았던 착한 동생이니까. 본능보다도 지저에 있을 상냥한 본성이, 형을 씹어삼키지 못하도록 제동을 거는 것이다.

히이로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가다듬을 수 없는 호흡을 억지로 삼켰다. 달착지근한 숨이 턱 아래에 얹힌다. 심장박동은 가라앉지 않았고 차마 추스르지 못한 욕망만이 질척하게 엉겼다. 나의 몸이 히이로를, 동생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옳지 못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만, 둬!”

그렇게 소리친 순간 공기마저 멈춘 것 같은 감각이 온몸을 지났다. 그제야 모든 소리가 멎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청신경이 전부 파열되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던 세계가 천천히 호흡을 시작했다.

나와 히이로의 밭은 숨소리만이 대기실을 채웠다. 억누른 숨결이 귓가에 닿는다. 천천히, 머리속이 개는 것 같았다. 내 몸을 옭아매던 압박감이 가신다. 숨쉬기가 조금 수월해진 뒤에도 나는 히이로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히이로는 느리게 나의 몸을 떨어내었다. 그제야 우리는 얼굴을 마주보게 된다.

“응, 멈췄어.”

눈 앞의 동생은 잘 길들여진 짐승처럼 입술을 깨물고 미간을 찌푸린다. 짐승으로서의 모든 것을 인내하는 것이 분명한 표정이었다. 아마기 히이로는 얌전한 얼굴을 한 채 나의 다음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나를 바라보는 히이로의 커다란 눈은 여전히 형형하게 빛나고 있다. 몰아쉬는 숨에서는 가득 차오른 흥분감을 감출 수 없다. 열에 들떠 발갛게 물든 뺨도 촉촉하게 젖어들어 머리카락이 달라붙은 이마도. 전부, 인간의 것은 아니다. 눈 앞에 있는 것은 여전히 짐승의 얼굴이다.

“그만둘게, 형.”

나를 재촉하는 것처럼 히이로가 다시 한 번 목을 울렸다. 모든 본능을 꾹꾹 눌러담았을 것이 분명한 목소리였다. 어쩐지 속이 뒤집힐 것만 같다. 나는 천천히 시선을 떨어트렸다. 동생은 그만두는 것을 선택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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