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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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R – Sober Up

그야말로 신들의 연회였다. 술과 과일, 온갖 진귀한 보석들. 이들에게 금은 그저 금속일 뿐, 온 우주의 보석들을 가져다 꾸며놓은 연회장은 눈이 아프도록 빛났다. 그뿐이랴. 아스가르드의 신들 역시 빛났다. 여기저기 화려한 색색들이 흩날렸으며 오색 빛이 그들을 비췄다. 그런 연회장에서 불길을 닮은 적발이 신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거대한 신들 사이에서 여리고 가냘파 보이는 적발의 여인은 아스가르드의 옷이 어색한지 계속해서 밑단을 끌어올린다. 오히려 그 덕에 흐르듯 아래로 떨어지는 백색의 천들이 낭창한 몸을 부드럽게 감싼 모습이 더 드러난다. 꼭 무스펠헤임의 불꽃 같네요. 저승의 여신이 아꼈다는 붉은 과일 같기도 하고요. 활동성 좋은 딱 붙는 옷만을 입던 요원이 치렁치렁한 옷들에 정신이 팔린 사이 그에게 많은 수식어가 붙었다.

“B!”

웅성거리면서도 그에게 다가가지는 않는 신들 사이를 비집고 —가 B를 부르며 다가왔다. 간만의 아는 얼굴에 B도 화색을 띤다.

“오랜만이에요, —.”

“하하, 그간 잘 지냈나? 그대를 초대해놓고서도 신경을 써주지 못해 미안하군.”

“잘 지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일국의 왕자면 바쁠 만도 하니 이해합니다.”

“그 무던함은 여전하군, 자네!”

“— 목청도 여전하고요.”

동료이자 친우와 몇 마디 주고받은 B의 시선은 그 뒤의 약간은 음울해 보이는 신에게로 넘어갔다. 짙은 흑발이 창백한 피부와 대비되는…. 그러니까, 원래는 그랬던 남자였다. 왜인지 오늘따라 혈색이 도는 남자는 그 앞에 서 있는 여자에게서 고개를 45도쯤 돌려, 연회장 장식 중 무언가를 살피고 있었다.

“A?”

아직은 딱딱한 호칭이 흑발의 사내를 불렀다. 고개를 돌려 B의 향하는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린다. 어디 불편하신지? 하하! 오늘 A가 오랜만에 한잔했네! 신들의 술은 독하니 자넨 마시지 말고. 저도 이미 마셨는데요. 근데 어찌 이리 멀쩡한가! 아마도 미드가르드의 술이었나 보군. 영양가 없는 대화가 오고 갈 동안 제 뺨을 찬 손으로 식히며 진정한 A는 그제야 제 앞의 여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개미치곤…, 봐줄 만하군.”

“말을 참 곱게 하시는군요.”

“신경 쓰지 말게! 그대는 오늘 매우 아름다우니!”

제 형의 눈치 없는 말 한마디에 A가 안절부절못한다. 그도 머릿속에서는 온갖 찬사가 둥둥, 떠다녔으나 입 밖으로 나올 일 없는 단어들이었다. 그도 그럴 게, 그의 앞에 서 있는 여인은 미드가르드의 개미였으니 말이다. 결국, A는 그날 연회 내내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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