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V 지갑의 그녀(얀데레 그녀),

(1)

나는 택시에서 지갑을 주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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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처음부터 그러려고 하진 않았지. 왜냐하면 요즘 세상에 괜히 남의 물건에 손을 대었다가 ‘점유물이탈횡령죄’로 협박당할 수도 있는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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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갑이 딱 봐도 여자 거더라고. '혹시 이게 인연이 되어서 그녀와 사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퍼뜩 드는 거야. 솔로가 된 지 오래라 좀 외롭긴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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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LV로고가 박혀 있는 갈색 지갑을 펼쳐봤어. 그곳에는 약간의 돈과 카드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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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가 있지 않을까 살펴본 나는(찾아주려면 전화번호라도 알아야 하니까) 지갑 한쪽에 명함이 꽂혀 있는 걸 발견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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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그건 지갑 주인의 것이었는데, 아니라면 뭉탱이로 있을 필요는 없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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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로 명함을 꺼내서 살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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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전자 대리 A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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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걸 보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는데, 대리 직급이면 아무리 못해도 내 또래라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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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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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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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받은 그녀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걸걸했어. 예쁠거라고 멋대로 상상한 게 내 잘못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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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금 실망했지만, 지갑이라도 찾아주자는 마음으로 대화를 이어나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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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지갑을 주워서 그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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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하하! 진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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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녀는 지갑이 잃어버린 게 걱정되지도 않았는지 쾌활한 목소리로 받는 거 있지. 그렇게 나오니까 그녀가 ‘여자’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궁금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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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나는 그녀와 만남 약속을 잡았어. 다행히도 그녀가 있는 곳은 내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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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도착하는 바람에, 나는 XX카페 앞에서 그녀를 기다려야만 했지. 춥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덜덜 떨리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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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녀에게 지갑을 건네주고 끝일 일이겠지만 말이야. 내 삶이 로맨스 영화는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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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잠시 있으려니, 얼마 안 있어서 그녀가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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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왜, 당근할 때 그 느낌 있잖아. 그게 팍 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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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양은 걸걸한 목소리에 비해 아담한 체격이었어. 귀염 상이라 해야 하나?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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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에게 LV 지갑을 내밀었어. 그녀는 그것을 받고는 감사하다고 말했지. 보통 같았으면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을 거야. 그런데 그녀의 성격이 그렇게 되지 않게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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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이라도 사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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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양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내게 말했어. 극E스러운 기세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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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우리가 있는 곳은 XX 카페 앞인 터라 다행히 멀리 가지 않아도 되었어. 우리는 그곳에 들어간 후, 커피를 주문했어. 그런데 이게 또 골때리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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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아메리카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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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를 시키는데, 그녀가 갑자기 내 등을 ‘팍!’하고 세게 치는 것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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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죽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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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꺄르르’ 웃어 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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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모르는 사람을 때리다니, 충분히 정색할 만한 일인데도 기분이 하나도 나쁘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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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얼죽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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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것은 어색함을 깨는 데도 효과적이었어. 덕분에 나는 A양에게 농담을 던질 수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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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도 아.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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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주문을 마치고, 우리는 자리에 앉았어. 그리고 나는 마치 라디오를 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지. 그녀가 재잘재잘 떠드는 데, 와, 쉴 틈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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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주로 그 LV 지갑에 관해서 얘기했는데, 내용은 대충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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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전남친이 사준 건대, 그는 개자식이었고, 그래서 그걸 버리려 했대. 그러던 차에 그걸 잃어버려서 후련했었는데, 또 돌아와서 이게 뭔 장난인가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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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지금 남친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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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저한테 플러팅 하시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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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했다 싶었는데, 다행히 그녀는 내 말을 아무렇지 않아 했어. 그런데 그녀는 정체 모를 미소를 짓더니 거기에 말을 하나 더 덧붙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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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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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는 A양의 말에 혼란을 느꼈어. 그냥 하는 소리인가? 아니면 무슨 의도가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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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렇다 해도, 나는 급발진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 그래서 그녀를 살짝 당겨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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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가 친구로 만나는 건 문제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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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깝지도, 멀지 않게. 호감이 있다고 드러내면서, 더 알아가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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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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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비글다운 성격 덕분인지, 생각보다 쉽게 그러자고 하더라고. 방금 보았지만 그녀가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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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XX 카페에서 대화를 좀 더 한 뒤, 다음에 만나자고 한 다음 헤어졌어. 집으로 돌아오는데, 심장이 두근거리더라. 아마도 새로운 만남 때문에 그랬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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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들어갔냐고 A양에게 카톡을 넣었고, 다행히 그녀는 읽씹하지 않고 내게 답장을 해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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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게 시작이었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우리는 밤새 통화하는 사이가 되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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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나는 그 이후로 A양과 자주 데이트했어. 그리고 집에 가면 서로 몇 시간씩 폰을 붙들고 얘기를 나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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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사이는 더 가까워졌어. 아마 친구 이상 연인 미만쯤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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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한 건 그럴수록 그녀가 점점 나를 구속하려고 한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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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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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더 놀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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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말이야. 물론, 별것 아닌 투정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싸한 느낌이 들었어. 그녀는 마치 분리불안 상태인 강아지 같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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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때는 그냥 ‘나를 좋아해서 그런가?’ 생각하고는 그것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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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실수였지. 사람이 잘못된 판단으로 인생이 어긋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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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어. 고백해야 하는 순간 말이야. 하지만 나는 딱히 떨리진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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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있어 고백은 관계를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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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고백은 성공했고, 우리는 커플 1일차가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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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A양은 그때부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어. 자기 것이라는 도장이 찍히자마자, 그녀는 나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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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프라이버시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어. 연인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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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감시 앱을 쓰는 것도 그 범주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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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혹시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지는 않을까 봐 내 통화 내역과 카톡 메시지가 그대로 자신의 폰에 복사되는 앱을 내 폰에 설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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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게 싫었지만 그때까지도 사랑 때문에 그런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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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어. 내가 사무실의 여직원과 대화를 주고받을 때마다, 그녀가 전화를 걸어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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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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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주어야 했어. 당연히 사무실 내에서 소문도 이상하게 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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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 나는 그것 때문에 그녀와 많이 다투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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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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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뭐라 할 말이 없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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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우리 관계는 시작부터 삐걱대기 시작했어. 하지만 나는 쉽게 헤어질 생각을 못 했는데, 그것만 제외하면 A양은 여전히 활발하고 재밌는 사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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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I 성향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녀의 그런 모습은 꽤나 매력적이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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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집착과 사랑은 한 끗 차이라고들 하잖아? 조금 잘못되긴 했지만, 이게 그녀의 사랑 방식일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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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결국 나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그녀에게 완전히 질려버리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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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정말 우연한 계기로 인하여 일어났어. 나는 A양과 데이트 중이었지. 그런데 그때, 여사친인 B양을 거리에서 만나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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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 어라? 여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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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소개할게. A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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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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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는 친구인 B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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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말하다가 깜짝 놀랐어. 그녀의 눈빛이 완전 싸늘했거든. 마치 바퀴벌레를 본 것처럼. A양은 B양을 보며 코웃음만 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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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래서? 그걸 내가 알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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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뱉은 한마디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지. 그 말에 B양은 어이가 없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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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뭐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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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양은 B양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나를 잡아 이끌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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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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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내가 제 것이라는 것을 알리려는 듯, 내 팔이 가슴에 파묻히도록 내 몸을 자신에게로 당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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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다음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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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쩔 수 없이 B양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어. 이게 끝이냐고? 당연히 아니지. 여기엔 뒷얘기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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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우연히, 정말 우연히도 그녀의 폰을 보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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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캐 년아 내 남친한테 꼬리 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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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그것에서 그녀가 내 친구 B양에게 보낸 톡을 볼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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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A양과 B양은 한바탕 싸웠지. 그리고 그것은 A양의 마지막 말로 끝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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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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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나는 그때부터 그녀를 슬슬 피해 다녔어. 느낌이 싸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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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안 그래도 나를 집착하는 A양이잖아? 내가 그럴수록 그녀는 나를 더 구속하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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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폰을 하나 새로 샀어. 그녀의 감시 앱이 깔리지 않은 것으로. 하지만 그걸로 그녀에게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건 오산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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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그녀는 나에게 톡을 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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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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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하려고 하다가도, 그녀의 말이 생각나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더라. 그러니까 이제는 전화가 걸려 오더라고. 당연히 나는 받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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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왜 안 받아?(전화)보고 싶어(전화)어디야?(전화)내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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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전화와 톡을 수십차례 하면서 나에게 연락을 시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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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그것에도 반응하지 않자, 이제는 내 원룸에까지 찾아오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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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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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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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가팔라지는 초인종 소리에, 나는 이불 속에서 귀를 틀어막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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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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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A양은 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니까 1초마다 톡을 보내오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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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해? 잘은 모르겠지만 문을 여는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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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폰을 아예 꺼버리고는 귀에 이어폰을 껴서 음악을 들었어. 그녀의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까 좀 편안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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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나는 그녀가 갔나 싶어서 살며시 이불 밖을 빠져나왔어. 그녀는 지친 모양인지, 문밖에 인기척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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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만하면 그녀도 알았겠지 싶었지만, 그건 내 착각일 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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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나는 출근을 하자마자 택배를 받았어. 나는 순간 그녀가 보낸 것임을 직감했지. 그래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나는 그것을 열어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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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상자 안에 뭐가 있었는지 알아? 바로 나를 찍은 사진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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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촬영한 건지, 내 일상생활이 찍힌 사진이 수십장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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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동안 나를 스토킹 해왔던 거야. 무섭지 않아? 대체 누가 이 정도까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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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나는 그렇지만 더는 도망가지 않았어. 왜냐하면 내가 확실히 끊어내지 못한 잘못도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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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을 주지 않으니 A양이 계속 그러는 것 아니겠어?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연락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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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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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처음에 만났던 XX카페 앞에서 다시 보게 되었어. 그녀는 나를 보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강아지처럼 펄쩍 뛰면서 좋아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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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내가 보구 싶어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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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애교 섞인 콧소리를 내면서 나에게 달라붙어 왔지. 하지만 나는 그녀를 냉정하게 밀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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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제 그만 헤어지자. 이 말을 하려고 보자고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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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을 끝마치자마자 그녀가 울먹거리기 시작했어. 그녀도 이미 알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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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를.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애써 무시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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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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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녀가 주저앉아서 펑펑 울기 시작하는 거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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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를 내면서 덤벼들 줄 알았는데, 내 예상과는 다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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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저 남자 뭐야? 왜 여자를 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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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있고 해서, 나는 A양을 다독이면서 카페 안으로 들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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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그녀를 진정시키려고 이번에는 아.아 가 아닌 따뜻한 뱅쇼를 주문했지. 그것을 그녀에게 건네니까 훌쩍거리면서 마시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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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그렇게 나오니까 나도 마음이 약해지더라. 어쨌든 나는 그녀에게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점을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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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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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에, 나는 뒤통수를 세게 한 대 얻어 맞은 느낌이었어. 그녀가 그렇게까지 말할 줄은 몰랐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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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놀라워하는 사이, 그녀는 내가 몰랐던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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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만나게 해줬던 LV 지갑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을 사준 전 남친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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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처음에 그가 개자식이라 했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그는 개새끼란 말로도 부족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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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녀의 첫 남자 친구였는데,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에게 잔인하게 이용만 당하다가 버림받았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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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A양의 전남친은 바로 나쁜 남자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었지. 그렇지만 그녀는 헤어진 뒤에도 쉽사리 그를 털어내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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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상대라고 볼 수 있겠지. 그래서 LV 지갑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내가 나타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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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 첫인상이 착해 보였대. 그리고 만나 보니 실제로도 그랬고. 그래서 자신한테 상처를 주지 않을 것 같았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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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록 욕심이 났고, 더욱더 헤어지기가 싫었대. 그리고 그 결과는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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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말을 들은 뒤 긴 한숨을 내쉬었어. 어쨌든 그녀 자신이 원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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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대로 아무 일도 없던 척 만날 수는 없었지. 그래서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밖으로 나갔어. 그러고는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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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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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당연히 그것을 거부했지만, 나는 그녀를 설득했지. 다행히도, 그녀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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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끝)

지금 A양은 건강한 상태야. 더는 얀데레 같은 짓도 하지 않지. 그리고 그놈의 LV 지갑은 진작에 갖다 버렸어. 이제는 필요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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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은 어떻게 되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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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헤어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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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좋게 끝났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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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작별하려면, LV 지갑과 관련된 나는 사라지는 편이 훨씬 좋았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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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그게 트리거가 되어서 계속 안 좋았던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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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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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겠어? 그녀가 성장하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고 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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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도 봄이 된 만큼, 나는 그녀가 좋은 사람을 만나 새출발했으면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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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하는 게 최고잖아. 그런 너를 멀리서나마 응원해 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