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Lee

No. S-6

TOHELL by TO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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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삼 일,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쏟아졌다. 간만에 얻은 휴식인데도 어디 나갈 엄두는 나지 않아 내내 집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눈을 뜨면 뉴스나 드라마 따위를 한참을 보고, 밥을 먹고.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그러고 난 후에는 다시 저녁식사. 모든 일정을 그의 품 안에 안겨있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여느 휴일과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웨이. 심심하지 않아요…?”

“왜?”

“저야… 원래 집 안에 있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웨이는 아닐 것 같아서요….”

“여기 더 재미있는 거 있어서. 괜찮아.”

“재미있는거요…?”

“너 있잖아. 너가 더 재미있어.”

“……. 그, 처음 온 날 짐 별로 없었는데… 며칠 전에 다시 갖고 온 짐은 뭐예요…?”

“그 날 바로 안 들어오면 쫓아낼까봐. 짐 없다고 거짓말했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자 웨이가 수애의 시선을 피해 옆을 바라보고 있었다. 작게 웃음이 터져 다시 그의 등에 몸을 기대었다.

“원래 외로움도 잘 안 타고… 혼자서 잘 지냈는데. 여태까지 누구랑 같이 지내 본 적이 없어서 몰랐나봐요.”

“외로웠어?”

“네…. 그래서 웨이한테 미안해요…. 물론, 웨이가 원한 계약 내용이긴 했지만 지금은 저한테도 필요한 것 같아서…. 우리 계약에 웨이가 이득 볼 게 없는 것 같아요….”

“너, 왜 외로웠을까.”

“…웨이가 없어서요…?”

“그렇다고 잠 못 자? 왜 못 잤어?”

“당신이 따뜻했는데… 없어서…?”

“근데 덥게 해도 잠 안 왔지.”

“으음… 옆에 사람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럼 너 옆에 아무나 누워도 잘 수 있어?”

“그건…싫어요….”

“내가 왜 안 싫은지 생각해 봐. 이 아가씨야.”

웨이가 손을 들어 수애의 코를 톡 건드렸다. 얼굴을 움찔하고 물린 수애가 코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커다란 당신이 포근해서. 안아주는 품이 다정해서. 요리를 하고 웃는 네 얼굴이 예뻐서. 장난스럽게 찡긋거리는 코가 귀여워서. 조금씩 선명해지는 상상 속의 네 모습에 얼굴이 점점 뜨거워진다. 무릎에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렸다.

“뭔가… 가슴이 간질거려요. 기분이 이상하고.”

“그걸 좋아한다고 하는거야. 笨蛋小姐.”

“내가요…? 웨이를요…?”

“그거 아니면 뭔데?”

“모르겠어요….”

“누구 좋아해 본 적 없어?”

“한 번도요….”

“내가 첫사랑이야…?”

믿을 수 없다는 듯 웨이가 소파에 기댄 등을 바로세웠다. 웃음이 터진 입을 커다란 손바닥으로 틀어막고는 이내 수애를 꽉 끌어안았다.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깊은 곳에서부터 울리는 듯 한 웃음소리를 흘려내고는 다시 고개를 들어 이마를 맞대었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나 운 좋은 남자네.”

“…웨이는요?”

“나?”

“웨이도 날 보면 이런 생각 들어요…?”

“글쎄….”

확실하지 않은 대답에 금방 침울해진 수애가 몸을 돌려 그를 마주보았다. 조금은 간절해진건지 옷을 살짝 쥐고 웨이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웨이를 좋아하는거면… 웨이가 날 좋아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해요?”

“아가씨. 너무 쉽게 가려고 하는 거 아니야?”

“…ㅎ,힌트라도 주세요.”

“음….”

턱에 손가락을 톡톡 두드리며 고민하던 웨이가 짓궂은 얼굴로 대답한다.

“난 적극적인 여자 좋아해.”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단어였다. 어떻게 적극적이라는 뜻이지? 현장에 몸 사리지 않고 뛰어드는? 대충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였다. 그럼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그래, 차라리 이 쪽이 더 가까워보였다. 한참을 끙끙대며 고민하던 수애가 굳은 결심을 하고는 웨이에게 물었다.

“…ㅇ,입 맞춰도 돼요…?”

“…뭐?”

“내가 당신 ㅈ,좋아하니까….”

“그게 왜 그렇게 돼? 너 이상한 사람 와서 김수애. 너는 나를 좋아해. 하면 아, 그렇구나. 하고 좋아할거야? 키스하고?”

“네? 아뇨, 그게 아니라….”

“너 바보야? 진짜 바보였네. 너 좋아한다는 게 뭔지도 모르지?”

“내가 당신을 보고 느끼는 게 다른 사람한테 느끼는 것과는 다른 건 맞아요…. 그러니까 이건….”

“…이건?”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게 아니고서야, 당신이 없을 때 이렇게 불안할 리가 없잖아요….”

“넌 좋아한다는 게 뭔지 모른다. 사랑이 뭔지 몰라. 어려서 그래. 그러니까 그 말은 나중에 진짜 알면 다시 말해줘.”

“…….”

“그리고 너가 먼저 하고싶다고 했다. 싫으면 말 해. 말 못 하겠지만.”

입꼬리를 올려 웃은 웨이가 순식간에 수애의 입술을 삼켰다. 놀라 몸을 움찔거릴 새도 없이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가 밀려들어왔다. 제가 말한 것은 그저 단순한 입맞춤이었는데. 그의 어깨를 잡아 밀어내려다가도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몰려오는 기운에 손에 힘이 풀렸다. 그 틈을 놓지 않고 웨이가 수애의 혀를 얽어내며 움직였다.

“흐, 아… 잠깐…!”

잠시 벌어진 새로 튀어나온 말이 다시 입술에 막혔다. 단단하게 그녀의 허리를 붙잡은 웨이가 고개를 숙여 더 깊게 입을 맞추었다. 여린 입천장을 꾹 누르자 눈을 질끈 감은 수애의 입술 틈으로 신음이 흘렀다. 맞붙은 입술로 웃음기를 흘리던 웨이가 수애의 혀 끝을 이로 물며 밖으로 빼내었다.

“하아, 하…”

혀가 빠져나와 벌어진 입에서 가쁜 숨이 터져나왔다. 숨이 섞일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서 잠시 호흡하던 두 사람이 느리게 눈을 감고 다시 입술을 맞대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두 사람의 혀가 엉키었다. 타액이 섞이는 질척한 소리가 고요한 집 안을 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헐떡이는 수애가 웨이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었다. 그녀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인 웨이가 조용히 물었다.

“이래도 내가 좋아? 너 키스 싫어하잖아. 다른 것도.”

“흐으… 그래도요…. 그래도 당신이 좋아요. 지금 건 싫지 않았어요….”

수애의 뺨을 감싸 고개를 들게 한 웨이가 가만히 눈을 마주보았다. 무언가 참는 듯 이마에 힘줄을 세운 그가 잠시 숨을 길게 내쉬더니 조곤조곤 말했다.

“너는 좋다, 싫다 구분 잘 못 한다. 앞으로 좋은 건 좋다. 싫은 건 싫다 바로 말 하도록 해. 그럼 내 이상형 알려준다.”

“…좋아해요. 당신 목소리.”

“…Good girl.”

작게 웃은 웨이가 수애의 턱을 간지럽혔다. 목소리 뿐만 아니라 커다란 몸, 따스한 체온. 다정한 행동까지. 좋아하는 그의 모습은 여러가지였다. 이런 게 모여 좋아한다. 는 감정이 되는 것인가보다. 새로이 배우는 감정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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