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펌

중간컨펌

야가미 소이치로 x 오오덴타 미츠요

주로 작업할 때 작업하는 친구들 분위기에 어울리는 BGM을 틀어놓고 작업합니다.

이번 작업 때 틀어놓고 들었던 노래는 아래의 링크입니다.

고개를 들자 하늘을 가리는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들이친다. 그게 아득하게도 눈이 부셔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주말이라면 당연히 들릴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9월에 들어서면 이 공원의 분수는 더이상 물이 나오지 않으니 그럴법도 했다. 손끝에 닿는 바람이 어제보다 더 서늘하다. 매일 아침 눈을 다시 뜰 때마다 확연하게 해가 늦어지는 것이 보인다. 그런가, 계절이 바뀌고 있군. 눈을 떠 앉은 벤치의 옆을 바라보니 울긋불긋한 낙엽이 먼저 하나 떨어져 있었다.

기억 속에서 달력의 숫자는 항상 바뀌어왔다. 단지 숫자가 바뀌는 것일 뿐 그의 일상에 있어서 큰 변화는 없었다. 해가 달라지고 입는 옷의 두께가 달라지고 동료의 분위기가 사뭇 바뀌어 있어도 내가 하는 일은 항상 같았다. 내가 바라고자 했던 경찰로서 존재하는 것. 그 외의 것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았다.

경찰로서 일하고 있는 소이치로는 친절하고 예의 바르지만 사적인 부분에서 선을 긋는 느낌에 근무 외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자기 일을 떠들고 있는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그저 들으며 고개를 끄덕여주는 게 끝이었다. 웃음을 보이고 상냥하지만 미묘하게 무미건조해 보이는 그가 유급 휴가를 신청하지 않아도, 소이치로와 십수 년 보고 지낸 부장은 이제는 알아서 그에게 쉬고 오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면 그는 적당히 할 일을 찾곤 했지만 결국 출근해서 부장을 만나면 말할 것이 없어 “쉬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걸 매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휴가는 여느 휴가와 사뭇 달랐다. 그는 막연하게 생각이 들어 서재 책상에 앉았기 때문이다. 선뜻 펜과 종이를 꺼내 앉았지만 소이치로는 한동안 여백만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너무 오랜 시간 가만히 앉아있었던 탓일까 그의 동거인은 그가 자고 있는건가 싶어 그의 상태를 슬쩍 확인했다. 그러나 너무 깊은 생각에 잠겨있어서 그런지 그는 인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평소라면 하지도 않을 일을 하려고 하니 손이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막막한 마음으로 동거인과 함께 산책을 나왔다. 그런데도 소이치로의 표정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한 편지지를 떠올렸다. 거리를 순찰하다가 눈에 띈 잡화점에서 봤던 정갈한 편지 세트였다. 나는 서랍 한 구석의 철제상자에 보관되어 있던 편지 한 봉투가 눈에 밟혔고 그대로 이 편지지를 사올 수 밖에 없었다. 편지를 직접 읽어보지 않아도 그게 누가 자신에게 남긴 글인지 알고 있다. 그 봉투 하나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염치없지만 은사님께 연락을 드리고 싶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나는 모른다. 은사님이 그립다고 하기엔 이미 몇 년 이상을 은사님께 연락 없이 지내왔고 나는 이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애초에 연락한다고 해서 은사님이 반겨주실 것이라는 확증도 없다. 그런데도 연락을 취하고 싶은 건 왜인지 모르겠다. 내가 떠나와서 은사님…

순간 눈을 꾹 감았다. 호흡이 가빠오는 날 괜찮다며 걱정하지말라며 등을 토닥여주시면서 진정시키려는 은사님이 떠오른다. 정작 위험에 빠질 뻔한 건 내가 아니라 은사님인데도 말이다. 스치는 기억 속에 진정이 되지 않아 눈을 감고 심호흡을 쉬다 보니 이제 아프지도 않을 감겨진 눈이 욱씬거린다. 눈의 통증과 그 눈이 담았던 광경이 기억 속에서 떠오른다. 이미 숨을 쉬지 않고 무언의 사물이 되어버린 나의 친구들. 내게 휘둘러지는 칼날. 이윽고 왼눈에 새겨지는 고통. 그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날에서 떠나와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보려고 열심히 노력해 봤다. 겁을 먹은 나를 숨겨주고 지켜주셨던 수녀님을 위해서라도. 나를 거둬주신 은사님을 따라 경찰이 되었다. 경찰로서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에 범죄자를 붙잡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했다. 그런데도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란 것들이 있었다. 범죄가 벌어진 후 사건현장을 발견하는 일도 있었고, 종결된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었다. 밀려오는 수많은 일에 지치고 지쳐 경찰을 그만두는 동료도 있었다. 나는 그래도 버티고 버텼다. 최소한 누군가가 범죄의 그늘에서 벗어났으니 다행이라며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내 안일한 위안은 은사님이 위험에 처할 뻔 했을 때 산산조각났다. 다행히 큰일이 벌어지기 전 범죄자를 잡았지만 놀란 마음은 어찌할 수 없었다. 놀란 호흡을 가라앉히면서도 나는 생각하고 생각했다.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건 날 괴롭게 할 뿐이었다.

충동적으로 그 집에서 나왔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엮이면 불행이 온다.

그 불행 끝에 홀로 남는 건 나일지도 모른다.

난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다.

쏟아지는 생각 전부를 내가 떠나온 그 집에 두고 왔다.

아무것도 없는 집에서 다시 시작했다.

한다면 오랫동안 아무도 쓰지 않았던 집이 좋았다.

이번엔 아무것도 들이지 않으리라고.

그런데 왜 지금 와서, 내가 은사님께 연락을 취하려는 거지?

파고 파고 들어가면 생각은 끝도 없다. 외면해 왔던 사실이라면 더더욱 그 골은 깊어간다. 아무것도 없던 그 집에 처음 발을 들였던 때처럼 손이 차갑다. 동 틀때까지 잠들지 못하고 있던 그 날처럼 자신의 목소리가 겹치고 겹치고 겹쳐들린다. 순간, 타인의 온기가 손끝에 닿는 느낌에 놀라 나는 눈을 떠서 옆을 바라봤다.

회색빛 머리카락의 동거인이 붉은 눈을 떠 이쪽을 보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살피고 있지만 내가 무의식적으로 붙잡은 손을 보면서 미츠요는 이 손을 떼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나는 강하게 붙잡은 그 손의 힘을 놓고 부드럽게 잡았다. 손짓에 그가 움찔거렸다. 싫어하고 있을까? 그렇지만 그가 준 온기를 더 붙잡고 싶어졌다.

이런 때가 이전에 한 번 더 있었다. 나의 동거인이자 피보호자인 그는 어두운 공간을 두려워한다. 몸은 인간에게 받은 학대로 매우 약해져 있었고, 역시 보호자가 된 인간인 내게도 경계했다. 그러나 나는 그저 그가 마음을 열지 않아도 그의 보호인으로서 할 일을 하는 것이기에 상관하지 않았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점점 나를 믿어주었는지 그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그가 결국 조용히 내품에서 잠든 적이 있었다. 드디어 이 집에서 푹 잠든 그를 보고 이제 조용히 빠져나가면 된다는 걸 알았다. 그렇지만 그걸 알면서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서 빠져나가는 것 대신 숨을 새근새근 내쉬고 있는 그를 내 품으로 더 끌어안아 보았다.

깨달았다. 그를 껴안고 있을 때 느껴지는 온기가 따스하다고.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나도 그대로 그와 함께 잠들었다. 물론 다음날, 미츠요는 화들짝 놀란 상태로 내가 깨어날 때까지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젠 안다, 내가 왜 그의 온기를 더 붙잡고 있었는지. 오랜만에 닿는 누군가의 온기가 따스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를 더 안고 있던 이유는 범죄 현장에서 구해낸 그가 내 품에서 평안하게 잠들어있는 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쁜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애리던 눈의 통증마저도 사라질 정도로, 그가 나를 경계하지 않는 것이 그저 기뻤다. 이제는 그런 그가 나를 걱정하기까지 한다.

순간 은사님께 받았던 그 편지를 읽고 나서 자신이 은사님께 했던 말이 떠올랐다. 편지 내용은 흐릿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진심으로 그 분께 드렸던 다짐은 떠오른다.

“경찰이 되어 선량한 사람을 지키겠습니다.”

내가 경찰이 된 건 누군가를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사람이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날에서 떠나와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보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누구도 잃지 않을 정도로 강하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사람이고자 했다. 그렇지만 은사님이 나 때문에 위험에 처한 것을 보고 그 마음을 지탱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내 꿈에서 도망쳤어. 어디든 상관없었다. 더이상 내게 소중한 사람이 나 때문에 죽는 건 보고 싶지 않았으니, 홀로 멀리멀리 떠나왔다. 누구의 온기 따윈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젠 달라. 내 품에서 잠들어있는 네 온기가 기쁘다. 이따금 잠결에 움직이는 네 기척이 기분 좋다. 네가 있어서 나는 위로를 받아. 네가 찾아오곤 나선, 정적이던 내 방은 너로 채워져. 방안에 늘어나는 새로운 것들이 나쁘지 않아.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아. 그런가, 미츠요. 나는 네 곁에서 어쩌면.

자신의 손을 붙잡고 한동안 소이치로가 어떠한 말도 하지 않자, 미츠요는 불안해했다. 그는 생각에 잠겨있을 때면 미츠요는 괜시리 불안해했다. 그가 어떠한 고민을 하고 있다 한들, 자신은 근본적으로 그걸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을 구해줬지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없었기 때문에 조바심이 났다. 선뜻 말을 먼저 꺼내는 일이 적은 그가 말을 꺼냈다.

“소이치로… 괜찮은 건가?”

“응, 괜찮아.”

날아온 바람에 그의 얼굴을 약간 가리고 있던 은빛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흩날린다. 미츠요의 불안감은 전부 다 날려버릴 정도로 그는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따사롭게 세상을 비추는 햇살처럼, 마음의 고민 하나 없는 것처럼 짓는, 그 무엇에 견줄 수 없는 웃음을 미츠요에게 보여줬다. 마음을 따스하게 하는 웃음에, 미츠요의 손에도 살짝 힘이 들어갔다. 이 순간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이치로는 알고 있었을까. 자신이 이미 누군가에게 강하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사람이 되어있었다는 걸.

미츠요는 알고 있었을까. 자신이 누군가에게는 지나갔던 일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게 도와줬다는 걸.

흐릿하던 하늘의 구름이 서서히 걷히며 드높은 가을하늘이 눈에 비친다. 그렇지만 해가 지고 있기에 공기는 제법 쌀쌀해지고 있었다. 소이치로는 가을바람에 혹여 자신의 동거인이 감기에 걸릴까, 소이치로는 그에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이야기했다. 미츠요는 그의 손을 붙잡고 일어나서 그와 함께 공원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함께 걷는 소리와 함께 십수 년 전에 멈춰버린 그의 계절이 다시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아니, 이미 돌아가고 있었을지도.


개인적으로 경찰은 시민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중요한 직업인데 소이치로가 자신이 사람들에게 회피형이면서도 경찰로 계속 일하는 건,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내가 더 강한 사람이었다면 이란 욕구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은사님의 편지봉투도 철제 상자에 넣어두고 잊긴했지만 여전히 잘 보관하는것자체가 여전히 미련이 있다는… 그리고 그게 덴타를 보호하면서 해소되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회피형으로 보여서 어린시절 이야기는 스치듯나오고 은사님과의 이야기는 꺼내면꺼낼수록 나오는 식으로 전개를 구성했고, 낌상에 트라우마 버튼눌려서 은사님 집에서 도망치듯 나왔을거란 생각이 들어 이렇게 독백을 진행해봤습니다.

여전히 덴타와 함께 돌아가도 편지는 써내리지 못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왜 이 편지를 쓰려고 했는지 깨달은것 자체가 소이치로에게 무척 소중한것 아닐까싶은

그리고 이제 여기서 본인이 해준건 손잡은거밖에없는데 소이치로의 기분이 좋아져서 다행이다싶어할 덴타가 너무 귀엽다고 생각하는바.

이건 그냥 묘하게 맞춰보고싶었던 것뿐인 극TMI

-창고 안에 보관되어 있었던 덴타

-철제 상자에 보관되어 있었던 은사님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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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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