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연성

할나 요원 AU

2020.09.16

호넷과 기사는 높은 건물에 꼭대기에 서 있었다. 빗물이 떨어져 그들의 우비 자락에 앉은 후, 다시 수백 미터 아래로 아찔하게 추락했다. 그러나 둘 중 누구도, 떨어질 것 같다거나 빗물이 불쾌하다며 요란을 떨지 않았다. 둘 다 농담이나 나누는 이들은 아니었기 때문에 곧잘 있는 일이었다. 또한, 잠입을 앞두고선 진중해야 했다. 


눈물의 도시는 계획되어 지어진 도시 특유의 직선들로 가득했다. 도시가 세워진 후로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건물이 외벽이나 조형물만이 조금 무뎌졌을 뿐이다. 최초의 설계는 온 도시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바닥에서는 알 수 없더라도 위에서 보면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그 완벽한 다각형을 깨뜨리는 시설물들은 눈에 띄었다. 


[찾았어요?]


퀴렐의 음성이 울렸다. 기사와 호넷은 제각각 자신이 가진 부적을 힐끔 보았다. 부적 ‘작은 합창’은 여러 쌍이 하나로 묶여 서로 소리를 공유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상대에게도 음성을 전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이 작전에서도 교신하기 위해 서로 각자 하나씩 착용했다. 기사는 가만히 호넷에게 시선을 보냈고 호넷은 부적을 입가로 가져갔다. 


“찾았어. 원래 도시에 없던 작은 건물. 다섯 개 정도가 보여. 개미들이 드나들고 있고.”

[‘개미굴’이군요. 정확히 찾았어요.]

“어느 쪽이 입구지?”

[무엇이 진짜 입구인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요. 개미굴은 모든 입구가 중앙으로 연결되도록 지으니까요. 그래도 한 입구를 일방적으로 막아버릴 수는 있으니, 분산해서 진입하도록 해요.]

“나는 가장 서쪽 출구로 들어간다. 유령, 너는?”


기사는 남쪽의 출구를 가리켰다. 호넷은 기사의 의도를 대신 전달했다. 


“유령은 남쪽으로 들어간다.”

[그래요, 부탁해요. 작은 친구.]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가 움직일 때의 우비의 작은 바스락거림이 응답이 되어주었다. 


[실제 내부는 보기보다 넓을 거에요.]

“그 정도는 말 안 해도 알아. 게다가 어찌 되었든 들어가야 하잖아?”

[그래도 조심해요.]


그 말로 교신이 중단되었다.  호넷은 부적을 안에 넣고 기사를 보았다. 


“할 수 있나, 유령?”


호넷의 목소리에는 언짢은 기색이 가득했다. 호넷은 원래 모든 일을 홀로 처리해왔다. 그런데 이번 작전에는 기사가 합류하게 되었고, 그 사실이 탐탁지는 않았다. 그러나 기사의 실력을 호넷은 차츰 인정해야 했다. 


기사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저것은 할 수 없다고 고개를 가로젓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의사를 재차 확인하지는 않았다.


“그럼 출발하지.”


호넷은 팔을 내밀었다. 기사는 그 팔을 붙잡았고 호넷은 기사를 달고 아래로 떨어졌다. 빗물이 그들과 함께 떨어지며 잠시 멈춘 듯 보였다. 그러나 호넷이 실을 뻗어 고정 점을 만들며 비행은 제동이 걸렸다. 빗물은 다시 가속하며 아래로 향했고 호넷은 사선으로 커다란 호를 그리며 벽을 밟고 다시 뛰어올랐다.


둘은 어두운 골목 속에 착지한 후, 서로의 방향으로 갈라졌다. 기사는 위에서 봐둔 남쪽 입구 방향으로 향했다. 모퉁이를 꺾자, 병정개미들이 보였다. 보초를 서는 것은 둘이었고 근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개미가 세 마리 더 있었다. 기사는 그들 앞으로 걸어나갔다. 


“누구지? 볼일이 없으면 꺼져.”


병정개미는 인상을 험악하게 비틀며 기사를 내쫓으려고 했다. 기사는 보지 못한 것처럼 발걸음을 계속 옮겼다.


“길을 잃었어? 대로는 저쪽이야.” 

“괜히 어슬렁거리지 말고 얼른 가라. 여기는 우리 구역이야.”


근처의 개미들도 한 마디씩 붙였다. 전부 기사의 접근을 꺼리고 있었다. 토박이라면 분명하게 알아차릴 이상한 지점이었다. 눈물의 도시는 역사가 길었고, 그만큼 장소를 점거한 이들도 오래되었다. 따라서 관습적으로 인정했고, 각자의 구역은 도시의 거주민 모두가 알고 있었으며, 섣불리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외부로부터 지키려 들지도 않았다. 제 구역을 증명하기 위해 굳이 그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 관습을 모르는 개미들은 외부에서 온 신규 유입자였다. 하지만 지나치게 빠르게 정착해서 세력을 불렸다. 과정은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기사는 그들에 대해 알아봐야 했다. 


기사는 병정개미의 발아래까지 다가갔다. 슬슬 신경이 오른 병정 재미는 걷어차려고 다리를 올렸다. 그러나 기사는 순식간에 병정개미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병정개미의 눈이 기사를 놓친 그 짧은 사이에 날카로운 날이 우비에서 튀어나와 아래로 내려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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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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