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짐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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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셋 생일을 넘기던 시절, 빅터는 여러 의미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일중독이었던 사람에게 남는 게 시간인 생활은 권태롭기 짝이 없었다. 시간을 죽이고 죽여도 날이 저물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삶이 완전히 녹아 바닥에 눌러붙은 것 같았다. 처음에는 일정한 루틴을 만드려고 노력했으나 나중에는 그 마저도 의미없게 느껴졌다. 저녁 대여섯시 즈음 일어나 첫끼를 먹고
그 사건은 빅터가 형사로서 맡은 마지막 사건이었다. “신분조회가 안 되는 어린 애야.” 사건을 인계하러 온 다른 부서 동료는 그렇게 운을 떼었다. 그 한 마디로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뒷골목에서 흔히 일어나는 폭력사건이었다. 조잡한 이권 다툼으로 싸움이 일어나고, 누군가 머리가 깨져 피떡이 되고, 병원에 실려 갔으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중태
치안국 아웃스커트 지부 근처의 술집 <카사블랑카>는 승리의 열기로 가득했다. 소파 곳곳에 술에 취한 사람들이 빨랫감처럼 널려 있었고, 그나마 살아남은 이들도 평소의 다섯 배나 되는 판돈으로 내기 당구를 치며 상여금을 흥청망청 탕진하는 중이었다. 그들이 그렇게 흥분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날 오전에 토벌한 코뿔소형 괴수는 덤프트럭만 한 거대한 몸집에 다섯
다이너 <챔프스 구디즈>의 유일한 종업원, 애너벨 로젠버그는 벌써 5년째 이곳의 서빙을 맡고 있다. 예쁘장한 얼굴과 붙임성 좋은 성격 덕분인지, 거창한 에이전시들이 그녀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앞다투어 감언이설을 퍼부었지만,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 이런 재미없는 일을 하기엔 너무 아까운 인재인데. 우리랑 같이 일해볼 생각 없어? 목돈 필요하지? 커미션의 반은
부웅 부우우웅 휴대폰 진동소리가 좁은 차 안에 울려 퍼진다. 호아킨은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폰의 상태화면을 곁눈으로 확인했다. 엘레나 프리아스는 오늘만 다섯 번째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호아킨이 전화를 끊은 것도 그것으로 다섯 번째다. “뭐야. 누구길래 그렇게 계속 끊어?” 시끄러운 락 음악 사이로 제이컵의 목소리가 들렸다. 장난 섞인 목소리에 호아
오랜만에 만나는 리처드 데인은 말쑥한 사업가가 되어 있었다. 호아킨은 바지 주머니 근처에 얹은 그의 왼쪽 손에 흘끗 눈길을 주었다. 팔목까지 접어 올린 셔츠 밑으로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금색 롤렉스 시계가 보였다. 호아킨은 태연한 태도로 그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었다. “요즘 잘 나가나 봐요? 전보다 좋아 보이네요.” “그래 보여? 어제도 4시간밖에 못 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