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ed Statice
완결기념
# 사랑하는_법을_배워서_모두를_사랑하게_된_이야기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완결을 축하합니다!
!주의: 원작 대사의 인용이 있습니다.
Stay, 난 여기 있을게
이 모습 그대로 마음 그대로, 변치 않을 약속
마지막 곡의 마지막 음이 들려서, 박문대는 고개를 들었다. 더없이 반짝이는 별들이 시야를 가득 메운 광경을 보고,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환히 웃었다. 이렇게 행복한 날, 눈물은 필요없었다. 새카만 밤과 빗물에 젖은 무대를 배경으로 점점이 박힌 별빛처럼, 그의 곁에는 여섯 명의 별들이 함께했다.
미쳐버린 세트리스트를 완전히 끝내고 주어진 금쪽같은 휴가의 첫 날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느지막한 시간에 눈을 뜬 박문대는 찌뿌둥한 몸을 쭉 늘리며 고개를 느릿하게 돌렸다. 룸메이트인 김래빈은 방에 없고, 문 밖에서는 시끌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아하니 또 여섯이서 뭔가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웬일로 이놈들이 본가에도 안 가고 이러고 있나, 생각하던 박문대는 옹기종기 거실에 모여 MD와 앨범을 돌리던 지난 휴가를 떠올리고는 피식 웃었다. 그래, 안 그래도 제 멤버들이 거실에서 뭘 하고 앉아있는지 궁금하기는 했다. 박문대는 느릿느릿 몸을 일으키고는 발을 질질 끌며 문을 열었다.
“뭐 하냐.”
“형, 일어났어?”
웃음기가 묻어난 다정한 목소리와 낄낄 웃는 소리. 자연스럽게 자신을 형이라 부른 류청우가 박문대를 보며 손을 부드럽게 흔들었다. 손을 슥슥 흔들어 인사를 돌려준 박문대는 여섯 명의 덩치 큰 성인들이 펭귄마냥 모여 앉은 곳으로 끼어들었다. 여섯 중 그나마 덜 중구난방한 자세로 앉은 두 사람, 심각한 표정으로 두 손을 모은 채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김래빈과 다소곳이 다리를 모은 채 앉은 배세진 사이로 박문대가 끼어앉자마자 김래빈이 박문대를 향한 질문 폭탄을 쏟아냈다.
“아, 문대 형! 안 그래도 여쭤볼 것이 있었습니다. 문대 형께서는 어떤 꽃을 가장 선호하십니까?”
“그렇군요! 그러면 색은 어떤 것이 좋으십니까?”
“꽃말을 상징으로 써 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연히 앨범 컨셉과 관련된 것이겠거니, 생각하며 쏟아지는 질문을 툭툭 받아 쳐내던 박문대가 문득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왜 이런 걸 휴가 첫날부터 생각하는 거냐.”
“예?”
“앨범 컨셉 말하는 거 아니었냐?”
“아닙니다! 어, 어?”
눈이 휘둥그레해진 채 허둥거리는 김래빈의 등짝을 차유진이 잽싸게 때렸다. 그건 아무리 봐도 지난날의 앙갚음을 목적으로 하는 것 같았지만 박문대는 애써 그 사실에서 눈을 돌렸다. 그러든지 말든지, 차유진은 쨍한 목소리로 김래빈을 타박하고 있었다.
“김래빈 바보야! 그걸 왜 말해?”
“죄송합니다! 방금 건 못 들은 걸로 해 주십시오!”
박문대는 미묘하게 수상한 기색으로 김래빈을 보다, 어디선가 들리는 작은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웃음소리의 주인은 이세진이었다.
“문대문대, 세진이 배고픈데. 아침 간단하게 토스트 어때? 식빵 남아있나?”
“너희 밥 안 먹었어?”
“문대문대 늦잠자는 거 깨울까봐 안 먹었지.”
“그래, 그럼. 저번에 먹다 남은 거 아마 냉동실에 몇 덩이 있을 걸.”
“좋아~ 세진이는 치즈 올려서 먹고 싶은데.”
“그럼 너도 와. 일곱 명 먹을 걸 구우려면 혼자는 안 돼.”
이세진이 순조롭게 박문대를 끌고 가며 김래빈을 향해 윙크했다. 윙크를 받은 김래빈은 감사함을 한껏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김래빈을 배세진이 다독이며, 박문대를 뺀 무언가의 회의가 재개되었다. 그 모습을 곁눈질로 살핀 박문대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저게 다 뭐냐.”
“응? 세진이는 문대문대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는데.”
“나 몰래 뭘 할 거면 내가 일어나기 전에 끝냈어야지.”
피식 웃은 박문대가 그릇에 담은 옥수수 식빵 덩어리를 이세진에게 넘겼다. 이세진은 능숙하게 식빵을 떼어내 오븐에 구웠다. 식빵이 구워지는 모습을 잠깐 보던 박문대는 냉장고에서 잼과 마멀레이드와 버터, 크림치즈와 토스트에 곁들일 과일을 꺼내며 말했다.
“지금과 가장 가까운 기념일이라면 네 생일인데, 저 판에 너도 낀 것 보면 그건 아닐 거고.”
눈을 능글맞게 휜 채 입을 동그랗게 연, 좀 더 해보라는 듯한 이세진의 표정은 이제 제법 ‘문대문대 쫄?’ 같아서 박문대는 한숨을 푹 쉬었다. 박문대에게는 이런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배길 재간이 없었다.
“너희가 정말 나한테 안 들키고 싶었으면 나 자는 동안 다 끝냈을걸.”
그 말을 들은 이세진은 파하하 웃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겨우 웃음을 멈춘 이세진은 다 됐다며 소리지르는 오븐을 살폈다. 짧은 시간동안 금세 노릇노릇 잘 익은 식빵은 바삭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이세진이 조심조심 트레이를 꺼내자, 박문대가 옆에서 식빵을 살피는 것을 확인한 이세진이 툭 뱉듯 말했다. 얼굴엔 여전히 웃음이 가득했다.
“그래도 비밀이야. 문대문대가 잘 알아내 봐.”
“뭔 소리야.”
박문대는 투덜거리면서도 작게 웃었다.
“그래도 네가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큰일은 아닌가 본데.”
“아아, 그것도 문대문대가 알아내야지. 세진이는 아무것도 말 안 하기로 약속했어용.”
끝까지 자신을 놀리는 이세진의 입에 아무것도 안 바른 식빵을 적당히 접어 넣어버린 후, 박문대는 멤버들을 불렀다. 이세진은 입에 침입한 식빵을 빠르게 씹어 우물우물 삼키고는 저희 쪽으로 고개를 돌린 멤버들을 향해 씨익 웃었다. 박문대는 아직 짐작도 못 하고 있다는 뜻의 웃음이었다. 그래, 이건 콘서트가 끝난 후로 무언가 끝난 것처럼 어딘가 흐늘거리는 박문대에게, 우리는 언제까지고 네 옆에 있을 거라고 다짐시키기 위한 아주 소소한 블러핑 중 하나였다.
오븐에서 소리가 나자 선아현은 7개의 앞접시와 머그잔을 식탁에 올려두었다. 주방을 신경쓰던 배세진이 다른 멤버들을 잘 통솔해 식탁에 앉히는 것을 보고서야 제 몫의 식빵에 사과잼을 발라 우물거리는 박문대를 보며, 선아현은 작게 웃었다. 그리고 언제까지고 이렇게 일상을 함께하기를 바랐다.
Beyond the time, in your heart- Stay.
마지막 곡의 마지막 음이 끝나자, 화면 너머로 콘서트를 보던 러뷰어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쳤다. 이게 내가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테스타의 콘서트라는 생각. 지금이 가장 완벽한 타이밍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아주 잘 알면서도, 아직 듣지 못한 이야기와 앞으로는 테스타를 볼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그런 현실을 쉬이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 그들을 알게 된 후로 경험할 수 있었던 벅차오르는 감동과 기쁨, 아쉬움과 슬픔의 파도. 에필로그라는 이름에 걸맞게, 테스타는 쏟아지는 별처럼 아름다운 무대를 그들에게 선사하고는 미련 없이 퇴장했다.
「나는 고개를 하늘로 올리며, 웃었다.」
「행복했다.」
그 모든 이야기가 끝난 후 찾아온 첫 번째 월요일. 러뷰어의 일상은 이전과 바뀐 것 없이 그대로였다. 단 하나, 월요일 6시마다 러뷰어를 찾아오던 테스타의 소식이 끊긴 것을 제외한다면. 밀려오는 허전함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서, 러뷰어는 SNS를 켰다. 그 안에는 러뷰어와 같은 생각으로 모여든 이들이 가득했다.
“흐어.”
힘빠진 소리로 웃은 러뷰어는 지인이 몇 분 전 올린 글에 마음을 눌렀다. 한동안 타임라인을 떠돌아다니던 러뷰어는 사라지지 않는 허전함에 결국 다시 6시마다 누르던 그 아이콘을 눌렀다. 변한 것은 없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화면이 러뷰어를 반겼다. 달라진 거라곤 단 두 글자 뿐인데 그로 인한 변화는 너무 컸다. 러뷰어는 조용히 스크롤을 내렸다. 그러다 눈에 띄는 아무 곳이나 눌렀을 뿐인데, 러뷰어는 화면을 보고 입을 틀어막았다.
「"형은 원래 잘하는 사람이니까."」
다정한 사람이 다정한 사람에게 해준 말 한 마디. 그것이 기폭제가 되어 테스타의 앞을 환하게 밝힌 것을 모르는 러뷰어는 없다. 러뷰어는 아련한 눈으로 그 장대한 서사시의 마지막을 회상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던, 그럼에도 환히 웃었던 그 이야기의 에필로그를. 러뷰어는 이야기의 파도를 거슬러 올랐다. 그리고 화면에 뜬 글자들을 본 러뷰어는 그만 웃고 말았다. 옆에서 소리치는 듯 생생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내가 이겼으니 인정하고 정진해!”」
「“왜냐하면, 저는 친구 기분 배려하는 Good boy예요!”」
한참을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던 러뷰어는 홈 화면으로 돌아가 다시 스크롤을 내렸다. 이번에는 조금 멀리, 그의 아이돌이 태평양을 가르며 날던 그때로.
「“당연히 기억하고 싶어.”」
가슴을 졸이며 보았던, 타임라인이 충격으로 가득했던 그날을 떠올리며 러뷰어는 또 웃었다. 이번에는 조금 느리게 스크롤을 내려, 그의 아이돌이 대상을 받은 때로. 단 한 순간의 온기가 삶을 뒤틀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날로.
「“그러니까 형, 제가 바로… 형의 상태창이었어요.”」
러뷰어는 한참동안 그 문장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 다정을 다정으로 돌려줄 줄 아는 사람. 그의 별이 아이돌이 될 수 있도록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도왔던 첫 번째 러뷰어. 행복하기를 바라는 작고 따뜻한, 언젠가 꼭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 감상에 잠긴 러뷰어의 손은 자연스럽게 또 아래로 향했다.
「감미로운, 삶의 맛이었다.」
그의 별이 비로소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그때를 러뷰어는 기억한다. 현실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그 감각을 그제야 받아들인 그때를. 러뷰어는 스크롤을 내리고 내려, 데뷔가 확정된 때에 도착했다.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홀리듯, 러뷰어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눈 떠보니 낯선 천장이라면 다른 세상인 게 국룰 아닌가?」
익숙한 문장. 몇 번이고 다시 봤던 그 문장. 단어들의 나열은 한없이 익숙하지만, 이전과는 또 다르게 읽히는 그 문장. 그제야 러뷰어는 깨달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볼 수 없겠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그건 끝이되 끝이 아니라고. 허탈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그 별들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리고 여전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러뷰어는 천천히 1화를 읽었다. 이미 그 이야기의 끝을 알고 있지만, 글자들은 러뷰어에게 여전히 새로운 감각을 선사했다. 그래, 러뷰어는 여전히 테스타를 좋아한다. 그 명제만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아직 끝나지 않았다.
러뷰어는 페이지를 넘겼다.
*Statice: 변함없는 사랑, 영원
죽어도 못 보내 테스타 영원히 우리곁에 STAY...
축☆데못죽 완결☆하
매주 월화목금 6시를 행복하게 만들어줬던 데못죽의 완결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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