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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에 말미암은 상처의 극복: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내 류청우와 박문대의 관계 변화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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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온랩실 by 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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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8일, 릴리즈를 맞이한 류청우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HAPPY_CHUNGWOO_DAY

#창연한_하늘을_비행할_너의화살

+) 수정 - 23.10.28 pm 11:40, 해시태그 추가, Discussion - 썸머 패키지 내용 추가


  다정함에 말미암은 상처의 극복: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내 류청우와 박문대의 관계에 관한 고찰

티온*


  Abstract

백덕수 작가님의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은 작품 전반에 걸쳐 사랑과 다정을 외치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박문대(류건우)는 동료인 TeSTAR의 멤버들,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VTIC의 청려, 가족인 류건우(박문대)와 함께 험난한 연예계 생활과 예측할 수 없는 시스템과의 전쟁을 겪으며 수많은 에피소드를 써 내려가고, 그 과정에서 쏟아지는 사랑을 통해 우울함을 벗고 행복을 찾는다.

등장하는 주요인물 모두가 강한 개성을 가지기 때문에 박문대를 중심으로 한 모든 관계가 각각의 특색을 강하게 나타내고, 각자의 방법대로 서로를 향한 신뢰와 애정을 구축한다. 그중에서도 류청우-박문대는 상당히 독특한 서사를 쌓는다. 초반의 박문대는 류청우에게 거부감을 품었고 이는 수많은 사건을 헤치며 후반부로 갈수록 신뢰와 애정으로 승화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류청우는 반대로 초반부터 박문대를 향한 깊은 신뢰와 애정을 보이다 후반부에서 박문대를 향한 원망을 드러내며 앙금을 털어내는 모습을 보인다. 이 글은 류청우와 박문대의 이러한 독특한 관계와 그 근간을 이루는 감정이 무엇인지 분석하고자 했다.

 * Department of ChungwooMoondae

   Debut or Die University

   Postype: milktea-ketone-tione.postype.com

Glyph: https://withglyph.com/milktea_ketone_tione


Index

1. Introduction

    1.1 용어 해설

2.  Overview

    - 원작 전반에 걸친 류청우-박문대의 관계

3. Discussion

    - 썸머 패키지

    - 284, 324

    - 리얼리티

    - 스티어

    - 입스

4. Conclusion & Outlook


1. Introduction

본 연구에서는 웹소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을 기준으로 해석을 진행하며, 웹툰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은 번외로 취급하기로 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웹소설을 기반으로 류청우와 박문대 사이의 감정 변화를 서술하며, 이를 통해 두 캐릭터의 서사를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이하 데못죽)은 주인공인 박문대(류건우)와 그 주변 인물의 성장을 골자로 하여 진행된다. 주인공은 작품이 진행될수록 주변 인물이 자신에게 쏟는 애정을 자각하고, 그들을 신뢰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를 통해 더 큰 문제를 해결해낸다.

작품 초반부에서 박문대(류건우)는 매사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고 회귀 전의 지식을 기반으로 냉정한 판단을 내리며 활동한다. 그러나 서술 트릭으로 일컬어지는 다양한 서술상의 표현과 화자가 바뀌며 나타나는 박문대의 행동을 통해 우리는 박문대(류건우)의 논리가 단순히 그룹과 자신에 있어 최적의 선택만을 좇는 것이 아닌, 자신에게 마음을 주는 사람이 상처받지 않기를 원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여 움직이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예시로 ‘아이돌 주식회사’ 2차 팀전 후 선아현이 화를 내는 것을 듣고 ‘아니, 대체 무슨 인성질을 해야 이 호구를 이렇게까지 빡치게 만들 수 있지.’1)나, ‘또 누가 꼴받게 해?’2)라고 서술하거나, 이세진B의 학교폭력 논란을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하는 등,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자신에게 마음을 주는 선아현과 이세진B에게 어느 정도 마음을 연 듯한 서술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멤버들에게도 나타난다. 차유진과 김래빈의 경우부터 살피면, 3차 팀전에서 차유진이 박문대의 숙소로 찾아와 김래빈과 박문대를 찾았을 때, 박문대는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 인기 멤버를 내치면 자신에 대한 평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차유진을 맞이했으나 실제로는 자신이 연습하면서 먹기 위해 구입한 초코바를 나누어주고 차유진이 이야기하는 것을 말없이 들어주며 조용히 위로한다. 또한 김래빈의 경우, 박문대가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직후에도 자신을 걱정하는 김래빈을 내치지 않고 최대한 온화하게 다루는 것을 볼 수 있다. 류청우와 이세진A 역시 예외는 아니다. 류청우의 경우 55화에서 번아웃 증세를 보이는 류청우에게 박문대는 내심 떨떠름하다고 말하면서도 류청우의 개인 팬들이 소비한 금액의 추정치를 알려주며 번아웃 극복을 도와준다. 이세진A의 경우 아주사 에피소드에서 박문대는 직설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이세진A를 보며 불나방이라고 생각하며 안타까워하거나 ‘슈뢰딩거의 마약쟁이’라고 평가하는 등 복합적인 인식을 보이지만, 데뷔 직후 박문대는 드림K 사건과 이세진A의 아버지 사건으로 괴로워하던 이세진A를 보고 그룹 활동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이후 서서히 변화하는 이세진A를 존중하는 모습이 서술에 나타난다.

아주사 에피소드에서는 다른 인물들에게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부각되지만, 데뷔 후부터는 자신보다 다른 인물들, 멤버들과 팬들의 안위를 우선시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이러한 모습은 후반으로 갈수록 자신을 향한 사랑을 확인하며 조금씩 안정된다. 첫 팬 사인회에서 1분에 10만 원어치 값은 해야 하지 않겠냐는 서술이나, 첫 정산을 받은 후 자기 돈으로 역조공을 하면서 멤버들은 이름만 올리도록 하려는 등,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방법을 알지 못한 탓에 자신을 갈아내어 애정을 돌려주려는 경향이 강하던 아주사 ~ 리부트와는 달리, 멤버들과의 갈등과 대화를 통해 서서히 애정을 돌려주는 방법을 알게 된 리얼리티 이후에서는 타인을 의지하고 신뢰하는 모습이 보인다. 리얼리티에서 리부트까지 이어지는 과도기는 초반보다는 자기희생적인 경향이 약해지고, 후반보다는 타인을 잘 의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작중 표현으로는 ‘선 안에 들어온 사람에 대한 박문대 특유의 관용’3)으로, 작품 외적으로는 다정함으로 통칭하는 박문대의 행동은 화가 거듭할수록 직접적으로 드러나며, 그럴듯한 핑계를 찾던 초~중반부와 달리 후반부에서는 노골적으로 주변인을 향한 애정을 드러낸다. 또한 이러한 애정은 타 그룹인 청려와 주단, 채율과 신오에게도 나타나고 있으며, 류건우와 직접적으로 얽힌 박문대를 향해서는 ‘형입니다.’4), ‘나는 늦지 않았다.’5) 등의 서술에서 확인할 수 있듯 그 애정이 매우 강하게 드러난다. 다만 이 글에서는 박문대(류건우)와 류청우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자 하므로, 박문대와 류건우의 관계는 후속 연구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다시 돌아와서, 류청우는 박문대의 선 안에 가장 늦게 받아들여진 멤버지만 그전부터 이미 박문대의 다정함을 접할 수 있었다. 55화에서 류청우는 박문대를 통해 아주사에서 번아웃을 극복할 수 있었고, 그 이전인 2차 팀전에서도 류청우는 이미 박문대의 의견을 경청하고 별다른 의견 교환 없이도 빠르게 손발을 맞춘다. 이후로도 84화에서 박문대는 자신에게 리더 역할에 대한 고민과 양궁을 그만둔 이유를 털어놓는 류청우를 향해 ‘연상인 걸 본능적으로 알았나.’6)라고 언급했다. 이런 행동을 통해 류청우는 이 시점에서 이미 박문대를 자신의 선 안에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썸머 패키지 에피소드에서는 류청우가 박문대의 PTSD 증세를 안정시키고 일부나마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조치한 후 차분하게 위로를 건넨다. 이것이 박문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탓에, 박문대는 스티어 에피소드 결말 부분에서 류청우를 향해 이러한 위로를 그대로 재현하기도 했다. 또한 류청우는 박문대를 꾸준히 관찰하고 배려하는 동시에 박문대가 겪는 내적 갈등에 대한 배려 섞인 조언을 건네며 박문대가 자신에게 의지하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인다. 당시 대가 없는 호의를 부담스러워하던 박문대를 고려해 목숨 빚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박문대가 가진 껄끄러움을 줄이려 노력한 결과는 이후 285화와 325화의 문답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류건우와의 관계를 알게 된 후 류청우 시점의 서술에서 박문대에 대한 언급이 늘고 심리적으로 조금 더 편안하게 느끼는 등 박문대에게 크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박문대의 선 안에 가장 늦게 받아들여진 멤버가 류청우라는 것은 부정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가장 먼저 박문대와 류건우 사이의 비밀에 침범한 사람, 박문대의 냉소적이고 다소 극단적인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따라갈 수 있는 몇 없는 존재가 류청우라는 것과 더불어, 류청우가 아무 역할도 요구받지 않을 수 있는 형이라는 포지션, 건강한 정신을 가진 류청우가 유일하게 반감과 자괴감을 갖고 이를 표출한 상대가 박문대라는 사실은 류청우와 박문대의 관계를 더욱 깊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위에 설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글에서는 작품 전반에서 류청우와 박문대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볼 것이다.

1.1 용어 해설

원작: 원문, 작품과 같은 의미로 사용. 웹소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본문.

극초반부: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이돌 주식회사’, 통칭 아주사 에피소드. 1화 – 63화까지를 통칭함.

합못죽 에피소드: ‘큰달’의 상태이상인 ‘7급 공무원 합격이 아니면 죽음을!’. ‘큰달’의 첫 등장이자 현실에서 말소되었던 ‘류건우’의 존재가 다시 현실과 동기화되는 에피소드. 312화 – 324화까지를 통칭함.

리얼리티 에피소드: 박문대(류건우)가 류건우(박문대)를 살리기 위해 시작한, 시스템의 가상 세계에서 진행되는 에피소드. 367화 – 414화까지를 통칭함.

스티어 에피소드: 회사용 시스템의 업데이트로 인해 과거 스티어 멤버였던 차유진, 류청우, 김래빈, 이세진A의 기억이 덧씌워진 에피소드. 471화 – 517화까지를 통칭함.

입스 에피소드: 류청우가 스티어의 기억으로 인해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 이를 극복하며 자신의 특성을 EX로 개화한 에피소드. 613화 – 624화까지를 통칭함.

박문대(류건우): 아주사의 연습생 박문대, 데뷔 후 테스타 박문대. 서술의 편의를 위해 박문대로 통칭.

스티어 유닛: 기존 아주사에서 데뷔했던 스티어의 유닛 멤버인 류청우, 차유진, 김래빈을 이르는 말.

큰달: 류건우를 살린 사람이자 류건우의 유일한 동생. ‘합못죽’ 에피소드 이후 등장하는 상태창 박문대의 통칭.

0회차: 류건우와 박문대의 몸이 바뀌기 전의 시간선. 여기에서는 류건우 회귀 전, 스티어 시간선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1회차: 작중의 메인 시간선. 여기에서는 박문대 회귀 후, 테스타 시간선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2. Overview

- 원작 전반에 걸친 류청우-박문대의 관계성

‘박문대(류건우)’(이하 박문대)는 초반부에서 아주사의 데뷔 멤버에 대해 대강 알고 있다고 서술한다. 다만 이 시점에서 정확한 것은 스티어 유닛으로 활동했던 멤버에 한하며, 유닛으로 활동하지 않았던 멤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거나 타 연습생과 헷갈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 중에서도 류청우는 두 시간선에서 모두 아주사의 최종 데뷔 멤버로, 스티어와 테스타에서 모두 리더 역할을 맡아 활동한 바 있다. 이러한 기억에 따라 초반의 박문대는 류청우를 두고 ‘확신의 리더’라고 평가하지만, 다른 데뷔 멤버에게는 옆에 붙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류청우에게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등 다소 거리감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류청우에게 번아웃의 증세가 나타나자 조언을 건네는 등, 마음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데뷔 직후부터 썸머 패키지 에피소드 전까지는 비교적 무난한 리더와 멤버의 관계를 이어간다. 아주사 에피소드부터 이어진 거리감이 크게 좁혀지지는 않아 물밑에서는 알음알음 불화설이 떠도는 것으로 추측되나 수면 위로 떠오를 정도로는 드러나지 않았다. 박문대의 서술상에서 류청우를 향한 거부감이 두드러지지도 않는다. 84화, 단둘이 남은 술자리에서 류청우는 박문대에게 조용히 고충을 털어놓고, 그 말을 들은 박문대는 자신이 리더를 하면 멤버 한둘은 손절치고 가 버릴 것이라고 말하며 류청우에게 잘하고 있다고 격려한다.

썸머 패키지 에피소드가 시작된 후 진행된 세 번째 진실 확인에서 트리거를 자극당한 박문대는 그 사고를 연상시키는 류청우를 카메라 앞에서마저 극도로 꺼리며, 류청우가 사고를 언급하자 증세를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간다. 이후 여론을 의식한 박문대의 개인 활동으로 박문대의 신경이 분산됨과 동시에 류청우가 그 사건 이후로 박문대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자 직접적인 거부감 묘사는 줄어들었고, 납치 사건 발생 후 류청우가 이세진과 함께 박문대를 병원에 데려갔다는 것을 안 이후로는 서술상에서 거부감이 덜해졌다고 언급한다. 매니지먼트 팀에 간섭하며 파벌을 나눈 직후 박문대는 ‘그룹 구성원으로서 인식이 굳어질수록 류청우에 대한 경험적 거부감도 확실히 줄어들었다’7)라고 생각한다. 이후 사생팬의 스토킹 사건이 발생하며 류청우에게 다시금 번아웃 증상이 나타났을 때도 차마 다가가지 못하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박문대는 류청우에게 새로운 취미를 소개해 주고 단것을 먹여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다. 관찰을 통해 류청우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며 승부욕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사격이라는 취미를 추천해 준 것이다.

납치 사건 이후부터 백일몽 에피소드가 시작되기 전 박문대에게는 미세한 거부감이 남아있지만, 그것이 더 이상 행동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게 되었다. 이를 증명하듯 교통사고가 나고 박문대의 눈앞에서 류청우의 머리에 철골이 날아들자, 박문대는 무의식적인 합리화와 함께 류청우를 밀치고 자신이 대신 철골을 맞는다. 145화의 진실 확인 도중에도 과거의 류청우에게 꽂히던 파편을 밀치려 했던 것과 연관짓는다면, 박문대는 결국 류청우를 그렇게까지 싫어할 수 없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백일몽 에피소드에서는 아주사의 캐스팅 콜에서 류건우가 레티와 매칭된 류청우에게 명함을 건네는 정도로 언급이 마무리된다. 다만 이 동안 현실의 류청우는 상당히 바쁘게 움직인다. 의식을 잃었다 깨어난 류청우는 박문대가 자신을 살리고 중상을 입었다는 것을 알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다. 자신이 박문대의 트리거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실제로 자극당해 괴로워하던 박문대를 기억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숨기지 못한 다정함과 배려를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직후 류청우는 테스타의 리더로서 여론전에 능한 이세진과 함께 회사를 향한 맹공과 집요한 추궁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박문대’의 부모님이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류청우는 252화 이후 박문대가 제공한 정보와 문중을 통해 전달받은 ‘류건우’에 대한 정보, 박문대의 부모님에 대한 정보를 엮어 박문대와 류건우 사이의 일을 눈치챈다. 이는 284화의 ‘지금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야?’와 324화의 ‘사정이 있죠?’로 이어진다.

백일몽에서 깨어난 박문대는 류청우를 데뷔 초와 비슷하게, 하지만 그때보다는 조금 더 가까워진 듯한 묘사를 보인다. 상태이상 클리어를 위해 퇴원하자마자 안무가를 섭외한 박문대에게 농담조로 걱정을 드러내거나 명절 연휴에 놀러 오라고 제안하는 류청우, 그리고 그런 걱정을 꼬아서 받아들이지 않는 박문대는 분명 이전보다 유하게 류청우를 대하고 있다. 252화에서는 마지막 진실확인을 마친 후, 여러 사정이 겹치기는 했지만 박문대는 류청우의 부모님을 마주하는 것에도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

이후 278화의 룸메이트 재배정 컨텐츠에서 박문대 홀로 시작 지점에 돌아가던 중 목조 건물에서 나는 연기 냄새가 박문대의 트리거를 직격하는데, 박문대가 걱정되어 따라온 류청우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달려가 박문대를 현실로 일깨운다. 146화와 연관 지었을 때, 처음엔 박문대의 PTSD를 자극하고 유발하던 류청우가 이후 같은 증세를 진정시킨다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가, 특히 박문대가 류청우에게 느끼는 편안함과 친밀감이 깊어졌음을 뜻한다. 류청우 역시 박문대를 한결 가깝게 여기며, 이전보다 더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컨텐츠에서 류청우와 박문대는 행동 양식으로 평가한 성격이 완전히 반대라는 결과를 얻어 룸메이트가 되었는데, 둘 다 눈치가 빠르고 상대를 배려하는 경향이 있어 생활 자체에서 부딪히지는 않았다. 류청우가 같이 등산하자고 권유하기 전까지 박문대는 류청우를 크게 꺼리는 기색 없이 대한다.

류청우와 박문대의 관계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하는 화를 꼽자면 단연 284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박문대가 류청우에게 본격적으로 ‘류건우’에 대한 정보를 흘린 후 류청우가 알게 된 정보와, 회사에서 ‘박문대’에 대해 류청우에게 전한 정보가 충돌하며 시작된 등산은 박문대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시금 충격을 가한다. 이로 인해 류청우를 피하던 중 배세진의 조언을 들은 박문대는 초여름의 산 중턱에서 류청우에게 거짓말을 한 적 없다는 것을 밝히고, 류청우는 그런 박문대에게 자신은 지금 박문대의 거짓말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밝히며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는다. 박문대는 당연히 류청우가 자신의 거짓말에 화가 났으리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류청우가 박문대에게 원한 것은 거짓에 대한 해명이 아니었다. 이것은 류청우가 박문대의 자아에 가한 두 번째 충격이었으며, 이 상황에서 힌트를 얻은 박문대는 류청우가 원하는 대로 자신은 올해 대상을 받아야 한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관계의 변곡점을 284화라 한다면, 관계의 전환점은 단연 324화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큰달과의 만남을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길, 류청우는 자신이 새로 알게 된 것과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를 조합해 ‘박문대’와 ‘류건우’의 몸이 모종의 사정으로 바뀌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박문대에게 ‘사정이 있죠?’라고 질문하며 확신을 드러낸다. 박문대는 처음 류청우에게 추궁받았던 것을 떠올리며 재차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언급하나, 여전히 반감이나 의심 없이 명료한 류청우의 설명을 납득하고 다시 류청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홀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익숙했던 박문대가 타인의 두뇌를 빌려 같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등, 백일몽과 합못죽 에피소드를 거친 박문대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이후 박문대는 본격적으로 류청우에게 ‘형’의 면모를 내비치며, 류청우는 ‘동생’의 면모를 드러낸다. 류청우 시점의 서술에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특히 ‘저 집 손자’ 에피소드에서 언급되는, 제작진의 사기극에 대처하는 박문대의 모습을 보며 류청우가 독백한 ‘이런 데에서 형이라는 느낌이 났다.’8)는 류청우 시점에서 ‘류건우’가 직접 언급되는 부분으로, 324화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류청우가 박문대를 형으로 인식하고 수용한 것을 볼 수 있다.

리얼리티 에피소드에서, ‘양궁을 스스로 그만둔 21살의 류청우’를 본 박문대의 태도는 기존의 ‘양궁을 그만둬야만 했던 테스타 리더 류청우’를 대하던 것보다 더 유하다. 이러한 모습은 자신의 선 안에 들인 사람에 대한 관용도 있겠지만, 양궁을 포기할 때 류청우가 활까지 부러뜨렸다는 것을 아는 박문대로서는 리얼리티의 류청우가 목표에 대한 흥미를 잃고 떠다니는 것처럼 사는 모습을 본 것이 에피소드 시작 전까지 남아있던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린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후 류청우가 와이즈에 일반인 참가자로 참가한 것을 본 박문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깜짝 놀라긴 하지만 짜증이나 분노, 불쾌감 등 부정적인 감정은 서술상에서 보이지 않는다. 이후 박문대는 류청우를 한결 부드러운 태도로 대한다. 또한 게릴라 콘서트와 '새로운 세상으로' 무대를 하는 과정에서 현실과의 괴리감에 괴로워하는 박문대를 본 류청우는 조용히 형을 격려하며, 박문대는 이를 기쁘게 받아들인다. 이 에피소드부터 박문대 역시 류청우를 의지하는 동시에 류청우가 연장자인 자신에게 기대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미션 실패: 건물 붕괴 에피소드에서 류청우는 리더로서 건물 붕괴 상황에서 테스타가 겪는 혼란을 정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박문대의 뒤를 든든히 받치며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중심을 잡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탈출구가 막히자 박문대에게 드물게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미션 실패 페널티를 해결한 박문대가 병원에 입원하자, 류청우는 멤버들과 함께 회사를 설득하고 퇴원 후에도 박문대가 요양할 수 있도록 웃으며 펜션으로 납치해가기도 한다. 미션 실패: 원상복귀 에피소드에서는 갑작스레 몸이 바뀌며 큰달이 겪는 혼란을 부드럽게 중재하고, 류건우의 운전 연수를 돕고 자신의 이름을 사용해 기꺼이 류건우를 일일 매니저로 받아들이는 등 에피소드 전반에서 박문대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또한 원상복귀 초반에 류건우가 팬 사인회에 나타나자, 류청우는 류건우를 보고 대놓고 형이라고 부르며 평소보다 더 부드럽게 대하고 웃음과 장난기가 많아진 모습을 보인다. 이런 서술을 볼 때, 류청우와 오롯이 사적인 관계로만 연결된 류건우는 류청우에게 더없이 친밀하고 소중한 존재라고 해석할 수 있다.

미션 실패 에피소드가 마무리된 후, 박문대는 시스템의 베타 버전을 손에 넣는다. 이와 비슷한 시점에서 테스타는 소속사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새 소속사를 창립하는 것에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박문대는 상표권 등에 대한 협상을 위해 소속사인 티원스타즈의 고위직과 접촉하고, 류청우는 실무진을 포섭한다. 이때 박문대는 류청우 특유의 이미지를 십분 활용하는데, 이는 류청우가 가지는 이미지가 설득 대상에게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임을 계산한 것과 동시에 박문대가 류청우를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다. 박문대는 회귀 전 시간선에서 수많은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탁월하지만, 통제에 집착하는 기질이 있어 상황이 자기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편이다. 같은 이유로 자신의 문제를 타인에게 넘기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따라서 박문대가 류청우에게 실무진에 대한 사안을 넘긴 것은 류청우가 상황을 이끄는 것이 자신의 계획을 틀지 않는다, 내지는 자신의 목적과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는 뜻으로, 리더로서 류청우의 능력을 신뢰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박문대는 류청우가 리더로서 팀의 의견을 종합해 회사와의 조율을 능숙하게 해낼 것을 기대하고, 류청우는 이를 깔끔히 완수하며 박문대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또한 해당 에피소드에 속한 456화에서 류청우가 자연스럽게 자신을 동생으로 칭하며 박문대의 지시를 따르는 것에서 류청우가 박문대를 형이라 부르고, 박문대 역시 류청우를 동생으로 대하는 것이 이미 익숙하다는 것이 유추된다. 따라서 박문대는 리더로서의 류청우를 신뢰하고 따르는 동시에, 연장자로서 저를 따르는 류청우를 아끼는 것을 알 수 있다.

회사 문제가 일단락된 직후 발생한 스티어 에피소드에서는 상당히 복합적인 관계를 보인다. 스티어 차유진이 등장했던 에피소드 초반에서, 박문대는 당장 제멋대로 날뛰는 차유진을 붙잡을 수 있는 제어장치로 류청우를 활용한다. 이 시점까지는 기존의 관계가 유지되었으나, 강제 재업데이트로 스티어 류청우의 인격이 나타나며 상황은 달라진다. 박문대는 빠르게 류청우와 자신이 혈연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스티어 류청우에게서 테스타 류청우의 그룹 멤버인 박문대이자 친척 형인 류건우로 복합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다만 505화의 ‘그럴 필요가 있을까?’9)를 듣고 차유진에게 김치볶음밥을 먹이며 스티어의 사정을 알게 된 박문대는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침대 머리맡과 벽에 머리를 박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 스티어 류청우 등장 전까지는 류청우가 박문대에게 의지하고 친밀감을 보이는 행동이 더 많았으며 박문대는 이를 받아주는 동시에 리더로서 신뢰하는 모습을 주로 볼 수 있었으나, 이 에피소드를 통해 류청우가 박문대를 의지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박문대 또한 류청우를 의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에피소드는 0회차 류건우가 스티어에 대해 품은 감정과 연관해 해석해 볼 여지가 있다고 보는데, 이 부분은 Discussion에서 다룰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 역시 스티어 이세진A의 등장으로 인해 달라진다. 이세진A의 무죄 선언 이후 류청우는 극심한 번아웃 증세를 보이는데, 이때만큼은 스티어의 기억이 들어온 후로 그나마 의지하는 듯했던 박문대에게도 등을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이에 박문대는 류청우에게 나름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며, 스티어 류청우는 그에 수긍하여 테스타로서의 기억을 되찾는다. 박문대는 기억을 되찾은 류청우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자책감과 자괴감에 시달리는 류청우에게 과거 자신이 PTSD에 고통받던 때 류청우가 해 주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위로한다. 류청우는 이를 통해 마음을 정리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스티어의 기억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이 이후 입스 에피소드에서 밝혀진다.

리부트 에피소드가 개시된 직후, 시스템의 개입으로 전 멤버가 박문대를 잊는 사태가 발생하나 멤버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박문대의 부재를 깨닫고 청려에게 향한다. 큰달과 청려의 도움으로 시스템에 휘말린 박문대와 접촉하면서 멤버들은 각자의 정체성을 문자화한 칭호를 받고, 그중 류청우는 ‘고요한 명단의 사격자’라는 칭호로 박문대에게 평정심을 늘려주는 가호를 부여한다. 류청우의 가호를 부여받은 박문대는 류청우가 보는 세계, 모든 것을 명확히 판단하고 변수를 최소화하려는 냉정한 성향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고 독백한다. 이 과정에서 류청우는 자신의 가호를 활용하는 박문대를 웃으며 지켜보았다는 팝업을 띄웠지만, 현실에서는 계속 박문대의 손을 잡고 있는 등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스템이 마무리되고 박문대가 현실로 돌아온 후 박문대와 류청우가 가장 먼저 나눈 말이 “형.”이었음을 생각할 때, 류청우와 박문대는 서로를 깊게 의지하고 가깝게 여기며 신뢰한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입스 에피소드로 진입하기 전까지, 류청우는 계속 박문대를 관찰하며 박문대에게 필요한 도움을 건네고, 박문대는 류청우가 홀로 문제를 짊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모습이 보인다.

입스 에피소드 도입부에서 류청우가 수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포착한 박문대는 류청우와 단둘이 남았을 때 이에 대해 캐보려 시도하지만, 류청우는 해당 화제에 대한 대화를 거부하고 이를 예상하지 못한 박문대는 얼어붙는다. 이후 류청우의 증상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자, 박문대는 어떻게든 류청우의 정신적 타격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선택지를 유도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해결의 실마리가 잡힌 것은 류청우를 제외한 채 스케줄을 진행하던 중 박문대가 아주 우연히 들을 수 있었던 류청우의 말 한마디였다. 이 대화를 통해 동정과 기다림, 위로가 더해진 팬들의 여론과 멤버들의 말 없는 배려에 류청우가 극심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음을 깨달은 박문대는 이 사실을 멤버들에게 전달하고, 비슷한 경험을 겪은 김래빈의 활약으로 류청우 역시 바닥에서 벗어난다. 박문대와 김래빈을 비롯한 멤버들의 도움으로 류청우는 비가 쏟아지는 복귀무대에서 자신의 특성 Full draw(S)를 Release(EX)로 각성하며 슬럼프를 완전히 극복한다.

언뜻 보면 류청우가 자신보다 형인 박문대에게 의지하고, 박문대가 그런 류청우를 받아주는 경향이 크게 보인다. 그러나 박문대가 류청우를 거부했을 때 류청우의 반응과, 류청우가 박문대를 거부했을 때 박문대의 반응을 비교해보면 그렇지 않음을 명확히 알 수 있다. 박문대가 류청우를 거부했을 때 류청우는 적어도 그 동요를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박문대의 경우 심적인 동요가 노출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스티어 에피소드 중 ‘미리보기’ 챕터와 입스 에피소드에서 그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는 스티어 류청우가 나타나면서 테스타 류청우, 즉 박문대가 알던 류청우와 소통이 단절되고, 직후 재업데이트가 완료되어 류청우를 이대로 두는 것이 최선인지 고민하며 혼자 무너지던 모습과, 류청우와의 대화를 거부당한 후 박문대가 보였던 행동을 배세진이 ‘얼어붙었다’라는 단어를 사용해 묘사한 것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류청우가 박문대를 의지하는 것이 박문대보다 덜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는 618화에서는 물론 아주사 2차 팀전에서부터 끊임없이 드러나는 류청우의 독립심과 리더십, 차분함과 냉정함이 박문대 앞에서는 누그러지고 호승심으로 나타나는 것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작중에서 류청우가 직접 속마음을 털어놓고 그에 대한 반응을 얻은 상대는 박문대 뿐이다.

이상으로 테스타의 리더인 류청우와 테스타의 의사결정을 이끄는 박문대는 서로를 매우 깊게 의지하고 있으며, 반감과 질투 등의 감정을 이겨낸 깊은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한 관계임을 알 수 있었다. 이후에는 두 캐릭터의 관계성이 변화하는 지점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하겠다.


3. Discussion

1부 초반에서는 박문대가 일방적으로 류청우에게 거리를 두었으나 류청우는 박문대가 자신에게 팬들의 사랑에 대해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을 계기로 박문대를 자신의 선 안에 들였다. 썸머 패키지 에피소드를 겪으며 류청우가 먼저 박문대에게 마음을 보였고, 박문대 역시 그런 류청우의 모습을 겪으며 서서히 마음을 연다. 리얼리티 진입 직전 류청우가 박문대의 비밀을 눈치채고 박문대를 연장자로서 의지하기 시작했고, 박문대 역시 자신의 비밀을 아는 류청우와 마음 놓고 대화한다. 또한 이세진과 선아현에게 박문대가 비밀을 털어놓는 과정에서 증인으로서 큰 역할을 수행하는 등, 박문대의 훌륭한 조력자로 움직인다. 리얼리티 에피소드에서는 류청우가 동갑내기 동생으로 설정되면서 류건우의 동생이 되어 류건우에게 마음껏 의지하고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부 초반, 새로운 회사를 세워 소속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류청우는 박문대의 훌륭한 파트너로 활약한다. 직후 스티어 에피소드가 전개되며 박문대 역시 류청우를 리더이자 믿음직한 동생으로서 크게 의지하는 모습이 부각된다. 작품 후반부로 접어들어 리부트 에피소드와 입스 에피소드를 거치며 류청우의 기저에 있던 불안과 욕망이 박문대의 손에 드러나고, 멤버들의 도움을 받아 이를 해소하며 류청우는 풀 드로였던 자신의 특성을 릴리즈로 각성한다. 류청우가 자신에게 조금 더 솔직해진 완결 시점에서는 다시 류청우가 박문대에게 어리광을 부리며 친근하게 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위에서 언급된, 두 사람의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글을 진행할 것이다.

  - 썸머 패키지

썸머 패키지 에피소드, 즉 세 번째 진실 확인이 진행되면서 본격적으로 류청우와 박문대의 관계가 변화한다. 진실 확인 직전까지는 리더와 멤버 간의 무난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박문대는 진실 확인과 이후 이어진 촬영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자신의 트리거를 자극받으면서 같은 사건에 엮인 류청우를 배척하기 시작한다. 145화 시점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류청우로서는 박문대의 이러한 반응을 무시하거나 화를 내는 등 감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었지만 최대한 차분하게, 포용적으로 대응하며 박문대를 일차적으로 진정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류청우의 서술이 등장하지 않았으나 이전의 묘사에서 이미 류청우가 박문대를 선 안에 들였다는 정황이 있는 것을 생각해 볼 때 류청우가 박문대를 진정시킨 것은 단지 그룹 활동에 지장이 갈 것만을 걱정해서는 아님을 추측해 볼 수 있다.

박문대는 기억 속에서 잠든 류청우의 어깨에 파편이 꽂히는 것을 반사적으로 막으려 했지만 실패했고, 부모님을 보며 상황을 파악한다. 이때 박문대는 자신의 삶을 뒤바꾼 사고를 직접 목격한 충격으로 사고회로가 평소처럼 작동할 수 없었고, 실제로 145화에서는 충격을 받은 박문대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멤버가 누구인지 인식하지 못한다. 그에 더해 박문대는 류청우를 보자 ‘나는 저 새끼 얼굴을 그대로 협탁에 꽂아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10)라고 서술한다. 다만 이후 서술을 보면 박문대는 그 사고에서 류청우의 잘못은 없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고, 류청우가 입은 상처가 크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류청우를 보면 그 사고가 연상되고, 자연스레 이어지는 자신이 만약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하는 가정에 또다시 트리거를 자극당하며 결국 촬영 도중 이탈하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다만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박문대가 류청우를 향해 극도의 거부감과 원망을 품으면서도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류청우라고 지목하지 않는 것, 싫다는 등 일방적인 감정이 아닌 ‘얄밉다’라는 양가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 그렇게 표현하면서도 대화가 끝날 때까지 류청우를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이 시점에서 류청우와 박문대가 서로를 선 안에 들인 상태임을 알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이다. 당시 류청우의 생각은 이후 입스 에피소드에서 엿볼 수 있는데, 이 대화를 마음에 품고 있던 류청우가 ‘나는 그럼 그 자리에서 가서 어깨 박살 난 걸 고마워하기라도 했어야 하냐는, 그런 날 선 대꾸를 불쑥 하고 싶어지다가 잠에서 깨면 긴 탈력감과 자괴감을 느낀다는 말도.’11)라고 독백한 것에서 알 수 있다. 박문대가 류청우에게 했던 말은 썸머 패키지 에피소드 이후로 5년이 흘렀음에도 기억이 또렷할 정도로 인상 깊은 말이었고, 그것이 악몽으로 나타나 깨어난 후에도 자괴감을 느낄 정도로 큰 상처였음에도 류청우는 박문대를 멀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류청우가 그랬다는 것을 박문대 역시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박문대는 류청우를 선 안으로 들인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류청우를 선 밖으로 내칠 수 없다. 이는 Introduction에서 다룬 박문대의 다정한 성정에 근거하며, 또한 이미 자신에게 마음을 준, 자신이 어떤 반응을 보여도 그저 조용히 포용하고 끊임없이 들어주던 류청우의 배려를 받아들이는 것에 근거한다.  썸머 패키지 에피소드가 종료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발생한 류청우의 번아웃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이 박문대였고, 백일몽 에피소드 도입부에서 류청우의 목숨을 구한 것 역시 박문대이기 때문이다. 류청우의 경우, 썸머 패키지 에피소드의 박문대와의 대담에서 이미 상처받았고 이후 박문대의 정체를 깨달으면서 그 상처가 더 자극받았음을 앞에 언급했다. 언급된 바에 따르면 류청우는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이 주는 상처는 그저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며 박문대가 준 상처를 그저 받아들인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다. 즉, 이 시점에서 류청우와 박문대는 이미 상대를 제외한 채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썸머 패키지 에피소드는 류청우와 박문대 모두에게 매우 인상깊은 사건으로 남았다. 517화에서 박문대는 이때 류청우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고, 619화에서 류청우는 이때의 기억을 곱씹는다. 원작 후반부의 분석에서 해당 에피소드는 매우 중요하다.

  - 284, 324

284화와 324화는 각각 ‘지금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야?’12)와 ‘사정이 있죠?’13)로 대표되는 에피소드로, 류청우가 박문대의 정체를 의심하고 확신하는 에피소드이다. 특히 324화의 경우, 합못죽 에피소드가 실질적으로 마무리됨과 동시에 시스템과 큰달이라는 복선이 본격적으로 주어지는 화로 그 중요성이 매우 커서 개별 에피소드로 분리해 정리한다. 류청우와 박문대의 관계가 ‘리더-멤버’에서 ‘리더/동생-멤버/형’으로 재정의되는 화라는 것 역시 324화의 중요도를 크게 높인다. 이 에피소드 이후로 류청우와 박문대는 필요와 상황에 따라 호칭과 태도를 바꿔가며 상대에게 맞추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다만 관계가 급격하게 변하는 이 시점에서도 박문대는 여전히 류청우에 대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박문대는 당시 류청우에 대해 까딱했다간 가장 선량한 의도로 정신병원에 박아버릴 사람이라고 평가하는데, 정작 류청우는 박문대를 전혀 의심하지 않고 오히려 박문대가 어떠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 즉, 이 시점의 박문대는 류청우를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류청우가 어떠한 사고방식으로 움직이는지는 알지 못했다. 첨언하자면, 박문대가 해당 사항을 깨달은 것은 리부트 에피소드에서 류청우의 가호를 받았을 때와 618화에서 박문대의 자극에 류청우가 비명처럼 속마음을 토해냈을 때였다.

283화에서, 정상까지 등산을 유도한 후 류청우가 한 ‘문대야. 넌 대체 누굴 찾는 거야?’14)에 대한 대답으로, 박문대는 ‘제가 거짓말을 한 적은 없습니다. 그냥... 저는 저 그대로 행동한 겁니다.’15)라고 말한다. 박문대는 자신이 류청우를 기만했으며 류청우에게는 거짓말에 대한 해명을 요구할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류청우가 박문대에게 묻고 싶었던 것은 해명이 아닌 도움이었다. 이와 더불어, 류청우는 썸머 패키지 당시 박문대의 태도를 의심하고 있지 않다고 직접 언급함으로써 박문대를 당황시키는 것에 성공한다. 정확히 짚으면 류청우가 이 사건을 계속 상기하고 있다는 것은 입스 에피소드까지 진행된 후 알 수 있으나, 해당 편에서 ‘그 고통을 가짜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는 표현이 나타난 것을 볼 때 류청우는 박문대에게 상처인 기억을 굳이 상기시킬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음을 알 수 있다. 박문대 역시 자신이 했던 발언이 류청우에게는 충분히 막말로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자신의 발언을 낮잡아 표현한다. 물론 단순히 말하자면 그저 남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던 박문대의 다정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박문대는 선이 확실한 인물이다. 박문대는 자신이 그어둔 선 밖에 있는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감정을 소모하지 않는다. 이에 대한 예시로 공무원 면접에 대해 언급한 서술에 따르면, 박문대는 선 밖의 인물이 자신의 내면을 자극할 경우 상대를 공격적으로 대한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숨기고자 한 사실을 정면으로 찌른 류청우를 계속 신경 쓰고, 배세진의 조언을 받아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박문대가 류청우를 선 안의 인물, 미움받고 싶지 않은 존재로 여기고 있음을 뜻하며, 이는 곧 박문대가 류청우를 좋아하고,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썸머 패키지 에피소드와 해당 에피소드는 연결된 에피소드로 분석 역시 연관되어 진행되고 있으나, 284화와 146화의 결정적인 차이는 류청우가 갖는 정보량이다. 146화 시점보다는 284화 시점에서 박문대와 류청우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고, 따라서 류청우가 박문대의 행동과 심리를 관찰하기 보다 용이한 상황이다. 또한 백일몽 에피소드에서 류청우는 자신을 밀어내고 파편을 맞은 박문대를 보았고, 교통사고를 수습하고 여론전과 기사, 차후 일정 등을 회사와 지속적으로 조율하던 중 ‘박문대’의 부모님이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253화를 겪으며 류청우는 박문대와 류건우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에 더해 류청우는 아주사 에피소드부터 조금씩 박문대를 의지했으며, 수많은 사건을 거치며 선 안에 들이고 마음을 주었다. 이러한 것들이 모여 284화의 ‘지금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야?’를 만들어 냈다.

284화 이후 류청우는 박문대가 갖는 비밀을 유일하게 짐작하는 인물이 되었으며, 이는 박문대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류청우와의 거리감을 더 좁힐 수 있었던 원인이자 324화의 발단이기도 하다. 합못죽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박문대와 ‘큰달’ 사이에 유대감이 싹트기 시작했고, 문중과 류청우를 통해 류건우, 큰달과 연락이 닿은 것이 324화에서 류청우가 확신을 얻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146화에서 류청우가 박문대를 이미 선 안에 들였다는 것을 확인했고, 284화에서는 박문대 역시 류청우를 선 안에 들인 것을 보았다. 324화는 이 사실에 쐐기를 박는 동시에 관계의 전환점을 만들어 낸다. 류청우가 큰달과의 만남을 바탕으로 끌어낸 ‘박문대와 류건우는 모종의 사정으로 몸이 바뀌었다’라는 추론은 정확했고, 류청우가 이를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류청우가 박문대를 약속 장소로 데려다주고 큰달과 박문대가 나누는 대화를 같이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며, 박문대가 류청우에게 자신을 데려다 달라고 부탁할 수 있었던 것은 언급한 사건들을 계기로 박문대가 더 이상 류청우를 거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집약된 대사가 바로 ‘사정이 있죠?’16)이다. 류청우는 앞에서 서술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당한 추론을 이끌어냈고, 박문대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와 고마움 등 다양한 감정을 바탕으로 박문대의 모든 발언을 믿었으며, 자신이 예민한 문제를 질문한다고 해도 박문대가 자신을 밀어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전의 상황을 떠올려 빠르게 진정한 박문대는 류청우의 기대에 정확히 부응해, 곧바로 류청우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요청한다. 또한 의지할 수 있는 그룹 내 연장자의 등장으로 류청우가 내적으로 편안해진 모습이 ‘저 집 손자’ 에피소드에서 그려진다. 즉, 류청우와 박문대는 5년의 세월을 함께하며 서로에 대해 축적한 정보와 천천히, 견고하게 정립된 신뢰, 친밀감, 애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관계의 변화까지 이끌 수 있었다.

이렇게 관계가 재정립되면서 류청우는 그룹 내에서 자신에게 아무런 역할도 기대하지 않는, 마음 놓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를 얻었고, 박문대 역시 자신의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가까운 존재를 얻었다. 이러한 재정립은 두 인물의 감정선에 매우 큰 영향을 끼쳤음은 물론 이후 에피소드들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단언컨대 324화는 류청우와 박문대의 관계에서 전환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리얼리티

리얼리티 에피소드가 갖는 특성에 따라, 해당 에피소드에서의 박문대는 류건우로 통칭한다.

류청우가 작중에 처음 등장했을 때의 연령은 22세였고, 작품의 완결 시점에서는 7년이 흘러 29세가 되었다. 따라서 독자들은 류청우의 20대를 함께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독자가 알지 못하는 류청우의 20대는 존재한다. 독자는 국가대표로써 맞이했던 20세의, 국가대표였으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은퇴해야만 했던 21세의, 새로운 진로를 찾고 다시 일어선 22세의 류청우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에서 독자는 이때의 모습이 엿보이는, 사고를 당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의지로 양궁을 그만둔 21세의 류청우를 만날 수 있다. 리얼리티의 류청우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강제적인 은퇴를 겪지 않았기 때문에 B등급인 특성 ‘Full draw’와 류청우의 행동에서 얼핏 드러나는 허무함, 회의감 등이 엿보인다.

‘Enjoy your reality ;D’ 로 시작하는 리얼리티 에피소드는 시스템에 얽힌 두 사람, 그리고 테스타가 바라는 것들이 절묘하게 얽힌 배경으로 설정된다. 류건우의 경우엔 부모님과 함께, 금전 걱정 없이 살아가며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신재현의 경우 완벽한 메인보컬과 함께 완벽한 그룹을 운영할 기회를 얻었다. 차유진과 배세진, 이세진과 선아현 역시 그들이 한때 동경했던, 그러나 극복하지 못한 문제로 포기했던 삶을 살 기회를 얻었다. 1회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산 김래빈과, 리얼리티 세계에서는 존재 자체가 말소된 큰달과 권희승을 제외한다면 주요 인물 모두가 각자 원하는 것을 손에 쥔 것이다.

이러한 리얼리티의 배경을 생각했을 때, 류건우와 류청우가 같은 학교에 다니며 동거하는 것은 결코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이는 류청우가 현실에서 ‘그 사고를 겪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을 수없이 시뮬레이션했다는 것과 동시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소원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류청우는 비교적 쉽게 문중 사람들과 연락이 가능하고 가족 관계가 비교적 원만하며 선수 시절 알게 된 연장자가 많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그 동거 대상이 류건우라는 것은 더욱 중요해진다. 류청우는 류건우, 즉 테스타 박문대가 자신보다 연장자라는 것을 알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이미 박문대를 형으로서 크게 의지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세계는 류청우의 소원만으로 구성된 곳이 아니다. 따라서 류청우와 류건우가 굳이 ‘동거’라는 형태로 같이하게 된 것은 비단 류청우의 소원만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류건우는 자신이 있어야 하는 어린 사람에게 특히 약하다는 것을 작중에서 여러 번 확인할 수 있고, 따라서 다른 사람이 아닌 류청우가 그의 동거인으로 선택된 것은 두 사람이 실제로 같은 집안 사람이라는, 어느 정도의 현실적인 개연성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류건우와 류청우가 동거하는 것은 두 사람 모두가 서로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에피소드 내에서 동갑인데, 이는 현실에서 류청우와 박문대의 관계가 서로 형인 동시에 동생이라 자칭할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또한 두 사람이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인 것은 리얼리티 에피소드가 시작하기 직전에 있었던 대학 축제 공연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는데, 여기서 류청우는 굳이 박문대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연희대에 온 소감을 묻는다. 박문대는 이 녀석도 나를 놀린다며 속으로 투덜거렸으나 성실하게 소감을 답했다. 여기서 우리는 류청우가 가진 장난기를 엿볼 수 있으며,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류건우가 연희대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류청우가 실제로 대학에 다녔을 류건우의 모습을 상상해 봤고, 나아가 같이 다니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류청우와 박문대의 ‘소원’으로 이러한 배경이 설정되고, 에피소드가 시작되며 리얼리티의 류건우에 현실의 박문대가 혼합되었다. 리얼리티의 류청우는 류건우의 이러한 변화에 큰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사람을 면밀히 관찰하며 그에 따라 자신을 맞추는 류청우 특유의 다정함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금주달력을 사용하던 류건우가 자신이 권하는 술을 흔쾌히 마시는 것과 연습생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한 류건우가 행복해보이는 것을 보고 낯섦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낀 류청우 역시 아이돌에 흥미를 느껴 와이즈 참전을 결심한다.

리얼리티의 류청우는 류건우를 형이라 생각하고 실제로도 반존대와 호칭을 통해 류건우를 형으로 대하지만, 카메라 앞에 나서는 동안에는 류건우에게 반말을 쓰며 동갑내기처럼 대한다. 물론 이 모습은 류건우가 불필요한 비난에 휘말리지 않기를 원한 류청우의 배려였고, 카메라가 꺼진 것을 확인한 류청우는 곧장 평소의 말투로 돌아온다. 류건우가 쓰던 연습실을 찾아가 카메라가 다 꺼진 새벽까지 열정적으로 연습하는, 이유 없는 공백에 허무를 느끼다 자신이 뛰어든 업계를 보고 겨우 다시 찾아낸 향상심과 승부욕에 웃는 류청우를 보고, 류건우는 결국 계획을 바꾸어 류청우에게 기억을 돌려준다. 행간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류건우가 현실과는 달리 양궁을 제 의지로 그만둔 류청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류청우의 사고패턴을 완전히 알지 못했음에도 어떻게 해야 류청우의 이미지와 심리 상태가 좀 더 나아질지 계속 고민했다는 것이다. 류건우의 변화와 그 원인을 기민하게 눈치채고 류건우와 함께하기 위해 시작한 일에서 기어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는 류청우와, 리얼리티의 류청우를 현실의 류청우와 겹쳐보고 결국 ‘류청우’가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계획을 바꿔버리는 류건우는 서로에게 끝없이 다정하다.

이러한 판단하에 류청우는 해당 무대가 종료된 직후 승리감과 도취감에 취해있는 시점에서 기억을 돌려받는다. 그리고 자신이 가졌던 생각과 감정, 보였던 행동을 마음껏 부끄러워하고, 류건우는 그런 동생이자 리더가 부끄러움에 몸서리치는 모습을 즐겁게 감상한다. 류청우뿐 아니라 박문대 역시 류청우를 아낀다는 것을 여기에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류건우가 게릴라 콘서트에서 자신의 첫 홈마였던 사람이 다른 멤버에게 다가가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고, 직후 아주사의 첫 무대였던 '새로운 세상으로'의 기억이 리얼리티와 겹쳐지며 힘들어하자, 류청우는 조용히 류건우를 지켜보다 조금 안정되어 자신의 말을 오해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자신에게 기대어 달라고 부탁한다. 현 상태를 냉정히 판단하고, 큰달의 말대로 건강하지 못한 결론을 내린 직후였지만 류건우 역시 류청우의 걱정을 '나쁘지 않게' 받아들인다. 이후 기억을 찾은 멤버들과의 단톡방을 보고 류건우가 웃자, 바로 옆 방에 있던 류청우가 ‘형 지금 내 카톡 보고 웃은 건가?’17)하며 농담을 던진 것에 류건우가 제 발을 저리자 류청우도 웃는 것을 볼 수 있다. 동거와 위시즈 생활로 친밀감이 더욱 두터워진 덕에 리얼리티 에피소드 이후 류청우는 박문대를 형으로 대할 때에도 말을 편하게 한다.

리얼리티 에피소드가 무사히 종료된 후, 자체 컨텐츠 촬영을 마친 박문대는 큰달, 류건우와 함께 성묘하러 간다. 이 과정에서 박문대는 자신의 사정을 알고 유일하게 큰달과 같이 움직일 수 있는 류청우와 함께 이동한다. ‘류건우’의 부모님이 안치된 납골당에서 박문대와 류건우는 담담했고 울지 않았지만, 류청우는 그 앞에서 눈물을 보인다. 박문대는 그 모습을 보고 류청우에게는 류건우의 부모님 역시 친척이기 때문에 우는 것이라 추측했지만, 그간 보였던 류청우의 행보를 생각한다면, 류청우가 울었던 것은 이러한 이유와 더불어 리얼리티 에피소드에서 류건우가 부모님께 가진 강한 애착을 류청우가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사람의 죽음은 모두 똑같은 질량을 가지는 것은 자명하지만, 아예 알지 못하는 사람을 추모하는 것과 친한 사람의 지인을 추모하는 것은 분명히 그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 스티어

리얼리티 에피소드와 이어진 새로운 소속사를 세우는 과정에서 박문대가 류청우를 신뢰하고 아끼는 모습은 충분히 볼 수 있었으나, 스티어 에피소드는 박문대가 류청우를 크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라는 것에서 그 의미가 크다. 또한, 스티어는 0회차 시간선에서 류건우가 팬이었던 아이돌 그룹이기도 하다는 것에서 그 중요도는 급등한다. 류건우가 회사원으로 살아가던 3년 동안 류건우에게 살아갈 힘을 주었던 것이 바로 어떻게든 활동하려고 아득바득 노력하던 스티어였기 때문이다.

가장 처음 업데이트를 경험한 차유진의 경우, 스티어의 팬인 류건우의 존재는 스티어 차유진이 초심을 기억하고 되돌리는 과정의 시발점이었다. 즉, 스티어의 팬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차유진은 상처를 딛고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류청우의 경우는 이와 달랐다. 스티어 시간선, 특히 유닛으로 간신히 활동을 이어가던 시점에서는 모든 모니터링 활동뿐 아니라 연습과 생활 패턴 등 모든 것이 류청우에 의해 통제된 탓에 그룹 내에 류청우 외에는 여론을 모니터링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류청우의 통제는 멤버들을 지키기 위한 방책이었으나, 결론적으로 그 탓에 류청우는 홀로 자신들을 향한 악의에 직면하고 멤버들을 지켜야 했다.

그러나 류청우는 이러한 것과는 잘 맞지 않는 성격이다. 류청우는 돌아갈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필요한 인도적 탐험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스타 류청우는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자 망설이지 않고 그를 잡아당겼지만, 스티어 류청우는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해 기울고 비틀렸으며 그의 단단했던 자긍심은 빛을 잃었다. 그래서 505화의 마지막에서 류청우는 자신이 기억을 되찾아야만 하느냐고 묻는다. 이때 류청우가 생각했던 것이 516화에서 밝혀지는데, 스티어 류청우는 자신이 테스타 류청우에게 지는 것 같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 같아서 기억을 되찾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즉, 포기하는 것,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 '퇴화한 자존심, 또는 자긍심'과 함께 극단적으로 발휘되었을 때 류청우는 필사적으로 '류청우'를 모방했다. 테스타에서 스티어의 류청우가 이를 악물고 자신의 쓸모를 찾았듯, 스티어에서 류청우 역시 마지막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 몸부림쳤다. 그리고 류청우가 그렇게 발휘한 빛은 0회차의 류건우를 매료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스티어 류청우와 스티어의 팬인 류건우의 관계에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류건우가 스티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다. 413화에서 회사원이던 시절의 기억을 되찾은 류건우는 스티어에 대해 ‘<아주사>로 키운 체급을 잡고 천천히 침몰하는 거대한 유람선’18), 그들의 상황을 ‘총체적 상황의 문제’19)라고 묘사한다. 동시에 이러한 상황에 부닥친 스티어 유닛이 꾸준히 무대를 하는 것에 눈길을 보냈다. 류건우는 그 이유에 대해 자신의 상황과 스티어의 상황이 비슷해 보여서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표현한다. 우리가 여기서 기억해야 하는 것은, 류건우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필사적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곧잘 주는 편이고,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처지인, 이입할 수 있는 사람을 외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류건우는 스티어를 알게 된 이상 그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선 안에 들인 것은 시시콜콜한 것까지 아는 편을 선호하는, 강박적일 정도의 통제력과 호기심은 류건우가 <아주사>는 물론, 스티어의 팬 위키와 출연 예능 등을 모두 확인하게 했다. 그리고 류건우는 스티어에 마음을 준다. 우리는 류건우가 413화에서 자신의 상황을 스티어의 상황에 이입하고, 598화에서 이전에 데이터를 팔며 터득한 기술을 활용해 사이버 렉카를 와해시키는 등의 행동을 통해 류건우가 스티어를 위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움직였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는 류건우가 말한 대로 단순히 영상이나 좀 챙겨보던 수준이 아닌, 박문대가 지금의 테스타를 아끼듯 류건우 역시 스티어를 아꼈다는 것이다. 사견을 덧붙이자면 무의식중에 회사원 시절의 기억이 남아 스티어를 기억하던 박문대가 아주사 에피소드에서 류청우를 껄끄럽게 생각했던 것은 류건우가 류청우에게 가질 수밖에 없었던 열등감, 류건우와는 달리 류청우는 모든 것을 갖추고 상처를 극복해 낸 완전한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를 기민하게 눈치챈 류청우는 데뷔 후 박문대가 납득할 수 있는 속도로 천천히 거리를 좁혔고, 박문대는 이를 받아들여 류청우에게 자신의 곁을 내주었다.

516화에서 스티어 류청우는 프로듀싱 경험을 통해 성취감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고, 테스타 류청우는 그저 조금 다른 환경에 놓인 자신임을 받아들인 스티어 류청우가 기억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다만 스티어 류청우가 테스타 류청우의 존재와 성취를 인정했다고 해서 테스타 류청우가 스티어 류청우의 기억을 기꺼이 받아들이지는 못했기 때문에, 류청우는 다른 환경에 있었던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질책하고 괴로워한다. 그런 류청우를 본 박문대는 146화에서 류청우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술을 권하고, 류청우는 류건우와 대작하며 그제야 자신이 술을 마시고 싶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르게 말하면 박문대는 자신이 가장 큰 위로를 받았던 방식대로 류청우를 위로했고, 류청우 역시 자신이 가장 의지하는 상대와 함께 술을 마시며 그제야 자신이 당장 무엇을 원했는지 느릿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박문대는 516화를 통해 류청우가 어느 정도 안정된 후에야 겨우 안심했고, 그런 박문대가 있어 류청우 역시 517화에서 평정을 찾을 수 있었다. 류청우를 아이돌로도, 리더로도 보지 않고 오직 ‘류청우’라는 존재로만 봐주는 형, ‘류건우’가 있어 류청우는 그런 기억을 고스란히 받은 후로도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따라서 스티어 에피소드는 류청우 역시 박문대를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박문대에게 류청우가 어떤 존재인지 극적으로 나타내는 에피소드라고도 볼 수 있다. 류청우는 류건우의 위로를 통해 자기 감정을 자각할 수 있었으나 이어지는 에피소드에서 스티어의 기억을 온전히 소화할 계기를 갖지 못했고, 이것은 사이버 렉카를 거쳐 입스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 입스

선아현의 악성 루머를 조직적으로 만들어 퍼뜨리던 렉카의 오픈카톡을 터뜨리던 에피소드에서, 류청우는 스티어의 기억을 얻은 이후 심연을 모니터링하고 그 경향을 분석하고 있었음을 박문대에게 들킨다. 류청우가 기존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 기점이 어디인지까지 추측한 박문대는 류청우에게 ‘너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이 많아졌냐.’20)라고 말하며 류청우가 지나치게 깊은 생각에 빠져 자기혐오까지 가지 않도록 도움을 주려 한다. 이렇게 말한 박문대는 류청우의 반응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방을 나서는데, 이후 류청우의 행적을 보았을 때 류청우는 해당 발언을 박문대가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과거 기억에 대한 자극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로써 촉발된 입스 에피소드는 류청우가 과거 자신의 선택과 그에 따른 상처에 침잠하면서 시작되며, 류청우는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멤버들이 원래 잘하는 사람, 대체될 수 없는 사람,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세 가지 답을 내놓고, 그 답을 딛고 무대 위에 선 류청우가 그 답을 통해 스스로를 긍정하며 마무리된다.

원작에서 끊임없이 언급되었듯 류청우는 속이 깊고 정신력이 매우 강인한 사람인데, 그랬던 류청우는 0회차에서 맞지 않는 틀에 계속 자신을 맞춘 끝에 극심한 번아웃 증세를 보였다. 이런 기억을 받아야 했던 류청우는 자신이 스티어의 리더로서 보였던 행보를 납득하지 못했으나, 그 행동 양식 중 ‘그룹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일부는 자신의 것으로 답습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596화의 모니터링이었고,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은연중에 드러나는 행동양식의 미세한 변화는 박문대와 김래빈이 확인한 바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류청우는 ‘스티어 류청우’가 가진 가장 치명적인 약점 역시 필연적으로 받아들인다. 어깨가 망가졌던 기억으로 인해 현실의 류청우 역시 거친 동작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증상은 활동기에 시작되었으므로 류청우는 건강 이상을 이유로 활동을 쉬기로 했지만, 활동 중단과 함께 류청우는 번아웃 증세를 보인다.

이는 이전에 매니저의 발언으로 인해 번아웃이 왔을 때, 그리고 스티어 류청우가 보인 번아웃 증세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전의 번아웃은 리더로서의 의무감에서 비롯된 과도한 스트레스, 그룹을 통제하고 활동을 이어갈 동력의 상실에 의한 것이었다면 입스 에피소드에서의 번아웃은 더 근본적인 부분, 즉 류청우의 사람들이 바라는 것과 류청우가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류청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과 여기서 시작된 극심한 거부감이 류청우를 지치게 한 것임을 에피소드 내의 독백과 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류청우의 서술에 따르면, 류청우가 선 안에 들인 사람들은 류청우를 걱정한다는 말로 그가 하고 싶지 않은 행동을 강요할 때가 있다. 멀리 간다면 류청우가 양궁을 계속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재활에 매달리던 때 가족들과 동료들, 코치진이 했던 이제 그만해도 괜찮다는 말, 가까이 온다면 스티어 해체 직후 부모님께 들었던 말, 류청우가 격한 안무를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멤버들과 팬들이 했던 쉬어도 괜찮다는 말이 이에 포함된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받는 류청우에게 박문대가 사격과 같이 승패가 명확히 갈리고 깔끔한 보상이 주어지는 스포츠를 추천했고, 테스타의 하락세를 걱정하던 박문대에게 ‘우린 쫓기는 게 아니라, 쫓는 거야. 잊지 말자.’21)라고 말했듯, 류청우는 승부욕이 매우 강해서 지는 것과 포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류청우가 자신을 설득하는 말은 ‘그들이 그것을 원하니까.’이다. 류청우는 고집이 강하다. 원작에서 언급된 바에 따르면 타인의 조언을 듣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주관을 꺾지도 않는다. 그런 류청우가 고집을 꺾는 것은 온전히 그가 아끼는 사람들을 위할 때뿐이다. 류청우가 원하지 않은 선택, 오직 그 사람들을 만족시킬 뿐인 결정이기 때문에 이 선택 자체가 류청우의 번아웃과 감정 소모를 심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618화의 대화에 대해 멤버들과 이야기하며 이를 깨달은 박문대는 620화에서 류청우에게 ‘형은 원래 잘하는 사람이니까.’22)라고 말하며 다시 사전녹화에 참가하라고 통보한다.

류청우와 박문대의 관계성이 돋보이는 화는 618화지만, 이 에피소드에서의 전환점은 620화다. 활동 중단 후 자신의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고뇌하던 류청우를 자극해 류청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고 형은 원래 잘하는 사람이니까 괜찮을 것이라 선언한 박문대, 자기 경험에 빗대어 어떻게 해야 류청우가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을지 생각하고 형은 결코 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다고 단언한 김래빈과 그에 동조한 이세진, 선아현, 너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말해준 배세진이 있어 류청우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각성한 것이다. 과거의 류청우를 주저앉게 했던 이들이 현재의 류청우를 다시 일으킨 624화, ‘Release’는 그러한 면에서 류청우에게 잔혹하고 다정하다.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류청우의 심리가 직접 서술되는 부분이 많다. 즉, 이제까지 다룬 에피소드들이 대부분 박문대가 류청우에게 가진 생각의 변화에 대해 다루었다면 해당 에피소드는 반대로 진행된다. 류청우가 박문대에게 막연한 호감을 품었던 아주사 에피소드부터 박문대의 내면을 조금 더 알고 이해할 수 있었던 썸머 패키지 에피소드와 그 거부감을 뚫고 박문대가 류청우를 살렸던 백일몽, 마지막 진실 확인, 박문대와 류건우의 진실을 알고 본격적으로 의지하기 시작했던 리얼리티 에피소드 이후 스티어와 입스를 거치며 류청우가 박문대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엿볼 수 있다.

앞서 서술했던 146화, 썸머 패키지 에피소드에서 박문대는 류청우에게 그 사고에서 네가 다쳤기 때문에 부모님이 살아남으신 것이 부러워서 미칠 것 같다고 서술한 바 있다. 같은 사고에서 부모님을 여의지 않은 까닭에 가족에게 사랑받고 자란 면모가 가득하다는 것이 박문대가 류청우에게 가진 질투와 열등감이라면, 류청우가 박문대에게 갖는 반감과 원망 역시 정확히 같은 부분에서 비롯된다. 양궁을 했던 류청우에게 어깨란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지금까지도 박문대가 제 가족에게 유독 애틋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류청우가 박문대에게 속을 토해내듯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서 기인한다. 324화 이후로 류청우는 형, 박문대를 의지하고 친근하게 여기며 연하의 모습을 마음껏 드러낸다. 그러나 스티어 류청우의 기억 마지막 부근에서 류청우는 끝내 왼쪽 어깨가 완전히 망가졌다는 판정을 받는데, 이 기억은 현 시간선에서 박문대의 말에 내포되었던 ‘네가 어깨를 다쳤기 때문에 그 사고에서 부모님이 살아남으셔서 부럽다.’와 겹쳐진다. 자신과 형이 완전히 상반되는 상처를 가짐을 다시금 자각한 것이다. 스티어 에피소드 이전까지는 박문대를 향해 마냥 좋은 감정만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부정적인 생각을 잘 조절할 수 있었지만, 스티어의 기억을 되찾아 점점 불안해지는 상태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이러한 감정이 터진 것이 ‘그게 싫다고!’23)이다.

류청우는 본래 화를 폭발시키는 유형이 아니다. 정확히는 사람에게 함부로 화내지 않는다. 평소였다면 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활동하면 된다는, 그의 기준에서 타당하지 않은 결정을 내리려는 박문대에게 자신의 의견을 차분하게 피력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류청우가 화를 낸 이유는 두 가지를 추측해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류청우가 그만큼 박문대를 친하게 여기고 있으며 이 정도로 사이가 멀어질 리 없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문대는 류청우가 마음 놓고 의지할 수 있는 연장자이자 자신을 구해준 사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서, 정을 주어 자신의 선 안에 들인 몇 없는 사람 중 하나로 심리적인 거리가 매우 가까운 동시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상처를 공유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류청우는 자신과는 정반대의 상처를 가진 류건우를 원망한다. 두 번째 이유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미 박문대를 향한 반감이 켜켜이 쌓이고 이것이 해소되지 못한 상태에서 박문대의 해당 발언이 류청우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이다. 화를 내고는 곧바로 사과하는 류청우에게 박문대는 도리어 ‘아니. 차라리 낫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좀 듣는 것 같아서.’24)라고 말하며 차분히 대응한다. 이어지는 대화에서도 많은 말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류청우는 그동안 숨기기만 했던 속내를 형에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618화와 620화를 거치며 박문대와 김래빈의 도움으로 다시 류청우가 자신의 욕망에 눈을 떴을 때, 테스타 박문대의 ‘형은 원래 잘하는 사람이니까.’25), 테스타 김래빈의 ‘무대에서의 형은 절대 다른 멤버로 완전히 대체될 수 없습니다!’26)와 그를 향한 선아현, 이세진의 동조, 테스타 배세진의 ‘그러니까 너한테는 고민하는 시간을 주는 것보다 이 말이 더 맞는 것 같아. 넌 뭐든지 할 수 있어.’27)라는 세 가지의 답을 통해 류청우는 고요한 명단의 사격자로 돌아온다.

썸머 패키지 에피소드에서는 박문대를 현실로 돌려놓기 위해 류청우 홀로 박문대와 마주했지만, 입스 에피소드에서는 류청우를 현실로 이끌기 위해 박문대가 모든 멤버들과 함께 류청우를 마주한다. 조금 더 여유가 있던 류청우가 박문대에게 다정을 베풀고 배려를 보였듯 이제는 박문대가 류청우에게 받은 것들을 고스란히 돌려주는 것이다. 네가 못 할 것은 없다는 격려를, 자신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면 누구의 손을 빌려서라도, 몇 번이라도 반복해 등을 밀어주면서. 그래서 이 에피소드는 류청우가 박문대를 필두로 한 자신이 믿는 멤버들에게 부린 어리광이었고, 자신을 믿는 사람들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4. Conclusion & Outlook

지금까지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의 등장인물, 류청우와 박문대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고찰해 보았다. 1부에서는 박문대가 가진 거리감이 좁혀지고 신뢰와 애정이 형성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면, 2부에서는 그렇게 확립된 류청우와 박문대의 관계를 중심으로 감정선이 다층적으로 쌓이고 재구성되며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형이자 동생, 신뢰하는 사람,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서로를 서로의 가장 깊은 곳까지 들인 존재임을 굳건히 한다.

여기서 한 가지 확실히 해야 할 것은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박문대와 류청우 모두 성실하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박문대가 자기 일에 언제나 성실했고, 저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한없이 다정했으며 아이돌 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류청우는 박문대를 선택했고, 류청우가 아이돌 활동과 리더라는 역할에 대해서도 항상 진중하고 건실했으며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조차 끊임없이 다정했기 때문에 박문대 역시 류청우를 선택했다. 굵직한 사건을 여럿 거치며 감정이 깊어진 것은 맞지만, 그 기저에 깔린 것은 류청우와 박문대 모두 서로를 좋은 동료이자 좋은 사람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이 사실이 기반이 되어 둘은 비로소 서로의 다정과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류청우는 박문대의 말에서 모순을 찾아낸 뒤로도 그 모습을 바탕으로 박문대를 온전히 신뢰했고, 박문대 역시 류청우에게 신뢰를 돌려주었다. 굳이 말로 꺼내지 않아도 서로를 믿고 움직일 수 있는 관계가 된 것이다.

류청우와 박문대가 서로에게 품었던 반감과 질투, 열등감은 그들이 자신의 상처를 온전히 웃으며 말할 수 없는 한 언제까지고 흉터처럼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이전에 켜켜이 쌓인 신뢰와 사랑이 있어 류청우와 박문대는 서로를 선 안에 들였고 가장 내밀한 상처를 공유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신뢰를 기반에 둔 애정과 친밀감은 그러한 면에서 독창적이고 유일하다. 따라서, 독자들이 보지 못할 테스타의 미래에서도 이들은 앞으로도 서로를 의지하고 깊은 신뢰와 애정을 기반으로 성장할 것이다.


Conflict of Interest

해당 작업물에 대한 반박은 3만자 연성으로 받겠습니다. 반박 시 트위터나 포스타입으로 링크 공유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Acknowledgements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함께해주신 지인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청우야 생일 축하해, 앞으로도 형아랑 같이 행복하길 바라. 이후는 후기에서 뵙겠습니다.


Reference

백덕수,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KWbooks, 2021 - 2023.

Author Information

티온 (Tione) @Ti_one_dmj

milktea-ketone-tione.postype.com

withglyph.com/milktea_ketone_tione


1)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1화.

2)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4화.

3)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33화.

4)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74화.

5)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76화.

6)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84화.

7)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99화.

8)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60화.

9)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05화.

10)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145화.

11)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19화.

12)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84화.

13)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24화.

14)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83화.

15)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284화.

16)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24화.

17)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394화.

18)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413화.

19) 위와 동일.

20)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98화.

21)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570화.

22)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20화.

23)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18화.

24) 위와 동일.

25)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20화.

26)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22화.

27) 백덕수, KW books,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6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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