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건우] 핑계

비계에 썼던 거 불려오기

DDD by 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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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선 차가운 눈이 내렸다. 마치 누가 들이붓는 것처럼 쉴틈없이 내려오는 눈을 보던 류건우는 걸음을 바삐 해 몇 번이고 와 보았던 집 앞에 섰다. 눈이 오면 날이 좀 더 따뜻하다던데, 류건우는 걸어오는 동안 날이 좀 따뜻하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그 대신 너무 추워서 감각들이 꽁꽁 얼어버린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은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뇌 얼어버린 행동을 할 리가 없으니까.

“…”

그렇게 한참을 문 앞에서 망설이던 류건우는, 그래, 여기까지 온 거. 하며 문 옆의 벽에 기대 핸드폰의 화면을 두드렸다. 그 사이 얼어버렸는지 화면을 두드리는 손끝이 좀 둔해지긴 했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사항이 아니니 뒤로 밀어두고.

메세지에서 숫자가 사라지고 잠시 후, 외투를 입는 듯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며 류청우가 튀어나왔다. 그건 튀어나왔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문 앞에 서있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류건우를 찾는 듯 두리번 거리는 류청우와 눈을 맞췄다.

“…건우 형! 눈도 오는데 여기는 왜 왔어요.”

그래, 황당하겠지. 아무리 사귀는 사이라지만 이 야밤에 자기 집 문 앞에 버티고 서 있으니. 아니, 겁먹은 걸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미안해져서, 상황을 설명했다. 물론 겁먹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도 했겠지만, 좀 더 부드럽게 말이 나갔다.

“그러니까… 그, 너한테도 말했듯이 잠깐 산책 나왔다가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네, 그랬는데요?”

“눈 오는 걸 보니까 네 생각이 나더라고.”

그 대목에서 류청우는 보기 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그래서… 네가 보고 싶어졌어. 그게 다야. 이제 갈게, 얼굴 봤으니까.”

“벌써요?”

“음. 원래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는 게 예의 있는 행동은 아니잖아. 알면서도 온 건 미안하다. 근데 나도 모르게 와버려서…”

“내일 우리 데이트 할건데.”

“…”

싱글싱글 웃는 얼굴이 꼭 놀리는 것처럼 보였다. 평소라면 괜히 한 대 툭 치고 넘겼을 류건우와 달리 오늘의 류건우는 착실하게 대답했다.

“오늘은 안 했잖아. 그리고 원래 데이트 해도 또 보고 싶은 게 너인데.”

“…그럼 지금 볼래요?”

“뭐?”

“보고 싶어서 왔다면서요. 좀 더 보고 가요. 많이 보면 더 좋고.”

“…지금 밤인데.”

“그러니까요.”

류청우는 그 사이 잠겨버린 문을 열고 닫히지 않게 몸으로 막으며 류건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부터 내일까지 보면 되지.”

“…”

“아니면 모레까지?”

류건우는 추위에 발갛게 달아오른 류청우의 손을 보았다. 갑자기 찾아온 자신 때문에 놀랐을텐데도 아무렇지 않게 내민 손에 활짝 열린 문. 이성은 그를 말리고 있었으나, 지금 그는 뇌가 얼어붙은 상태였다. 그러니까…

“…그럴까.”

기껏 세워둔 오늘 밤 계획은 싹 다 밀어버리고, 모든 걸 류청우에게 맡겨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류건우는 류청우의 손을 잡았다.

“형, 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 장갑이라도 끼고 오지.”

“그냥 산책 나갔다가 온 거라니까.”

“그래도 장갑은 껴야지. 평소엔 잘 끼고 다니면서.”

“네가 손 차가운 거 싫어하는 거 같길래.”

“…난 괜찮은데. 내 손은 따뜻하니까 데워줄 수 있어서.”

“…그럼 내일 데워주던가.”

“내일? 오늘부터 데워주면 안되나.”

“뭐?”

그렇게 류건우는 이틀간 류청우에게 모든 것을 맡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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