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건우] 완벽한 오답

청우문대 전력 참가 - 주제 [기시감(Dejavu)]

DDD by 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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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인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 일을 언제 한번 겪어 본 것 같은 기분.

맑은 하늘 아래 류청우가 빨리 가자고 웃으면서 손을 내밀고, 나는 그 손을 잡으며 웃었던 일. 그렇게 움직이는 동안 잠깐잠깐 눈을 마주치며 웃는 일. 카페에 도착하면 나는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류청우는 딸기요거트 같은 걸 시켜놓고 너무 달다며 내가 시킨 아메리카노를 뺏어먹으며 장난 치는 일.

이건 비단 일상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정말로 어떠한, 내가 잊어버린 언젠가의 기억인 것만 같았다.

“류청우.”

“응, 형. 왜 불러?”

맞은편에 앉아 창 밖을 보는 건지 생각에 잠긴 건지 모르겠는 얼굴로 손을 만지작거리던 류청우는 내 부름에 아주 날카로운 속도로 반응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 ...형.“

”왜.“

”...나도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것 치곤 분명 뭔가 할 말이 있어보였는데. 오늘 상태가 좀 안 좋아보인 거랑 관련이 있나? 그러나 류청우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을 것처럼 자기 음료를 쭉 빨아마시더니 다시 내 음료를 뺏어마셨다.

야이.

“이러다 네가 다 마시겠는데.“

”...음, 미안. 새로 하나 더 시켜올게.“

”아니, 그건 상관 없는데... 너 괜찮냐?“

”뭐가?“

그렇게 되묻는 얼굴은 여태까지 지어온 표정과는 전혀 다른, 정말 아무런 일도 없다는 얼굴이어서 나는 오히려 더 이상함을 느꼈다.

”...너 오늘 좀 이상하다?“

”내가 뭘.“

그러곤 작게 웃는 꼴은 남들에게 자신의 상태를 포장하기엔 그럴듯한 정답이었을지 몰라도, 어딘가 이상하다는 확신을 가진 내 눈에는 완벽한 오답으로 보였다.

“무슨 고민 있냐?”

“...진짜, 형은 못 속이겠다.”

그 말에 류청우는 자기 손에 기대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냥... 별 거 아니야. 형이 신경 쓸만한 일도 아니고...”

“별거 아니면 말해봐. 내가 몰라야하는 일이야?”

“...응. 몰랐으면 좋겠어.”

“그래.”

그게 좋다면 그렇게 해줘야지.

그렇게 납득했음에도 기분은 별로 좋진 않아서, 그날은 그렇게 컵에 남은 얼음이나 젓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각자 방으로 들어가 가만히 앉아있던 나는 마지막으로 먹은 아무 맛 나지 않은 커피가 아직도 입에 맴도는 것 같아 가볍게 씻어내기라도 하려고 화장실로 들어왔다. 그 사이 방에서 나온 것인지, 거실 쪽에서 류청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이게 맞는 걸까?”

나한테 묻는 건가?

그러나 대답 할 새도 없이 류청우가 재차 질문을 던졌다.

“저건 분명 형이 아닌데... 내가 형으로 생각하고 형으로 대하는 게 맞는 거야? 나는 진짜 형이 보고 싶어. 저걸 진짜 형으로 생각하고 싶어서, 일부러 매일 형이랑 자주 가던 카페에 가고, 그때 마신 음료를 마시고, 형한테 했던 말도 똑같이 해봐도... 분명 형이 하는 말이고, 형이 해준 말인데... 형으로 느껴지지가 않아. 나에게 저건 절대로 건우 형이 될 수가 없어...”

저게 무슨 소리야. 내가 류청우의 형이 아니라고? 그럴리가 없는데, 나는 분명... 형인데. 류청우의 형인데.

...그러고보니, 우리가 어떻게 만났었지? 처음 만난 게 언제였더라? 내 이름은 류청우의 형인가?

갑자기 머리가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 ! 오류 발생 ! ]

“보고 싶어, 건우 형. 형은 어디로 간 거야?“

[ - 당신은 “◼ 건◼”가 맞습니다. 혹여나 주변 인물들이 당신이 ”◼ ◼우“임을 의심한다면, 즉시 피곤하다는 핑계로 그 자리를 벗어나 기억을 재정비 하십시오. 당신은 ”◼ ◼◼“가 맞습니다. 자신을 의심하지 마세요. ]

“언제까지 저 거짓말을 믿게 할 거야?”

[ - 그럼에도 의심이 이어진다면, 기억을 정리하십시오. 스트레스는 아주 좋은 핑계가 될 것입니다. ]

“...난 이제 그만하고 싶어.”

[ - 기억이 정리되었습니다. 기본 정보가 자동으로 선택 됩니다.

• 최종 저장 파일 : No.2236 ]

* * *

어째서인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 일을 언제 한번 겪어 본 것 같은 기분.

흐린 하늘 아래 류청우가 빨리 가자고 웃으면서 손을 내밀고, 나는 그 손을 잡으며 웃었던 일. 그렇게 움직이는 동안 잠깐잠깐 류청우를 훔쳐보는 일. 카페에 도착하면 나는 아메리카노를 시키고, 류청우도 아메리카노 같은 걸 시켜놓고 너무 달다며 내가 시킨 아메리카노를 뺏어먹으며 장난 치는 일.

이건 비단 일상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정말로 어떠한, 내가 잊어버린 언젠가의 기억인 것만 같았다.

“류청우.”

“...응, 형.”

맞은편에 앉아 테이블을 보는 건지 생각에 잠긴 건지 모르겠는 얼굴로 손을 만지작거리던 류청우는 내 부름에 아주 느릿한 속도로 반응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 ...형.“

”왜.“

”...우리 그만할까?“

“뭐?”

이건 분명 류청우가 할 말이 아닌데.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이게 무슨 선택지 고르는 게임도 아니고, 살아있는 사람이 할 말이 정해져있는 게 말이 되나. 그럼에도 내 머리는 점점 혼란스러워짐과 동시에 차분히 정리되고 있었다.

[ 갑자기 왜? ]

”...갑자기 왜?“

”정말 갑자기라고 생각해?“

[ (...) ]

“...”

“형.”

[ 왜? ]

“왜.”

“진짜 건우 형이 숨은 곳을 알고 있어?”

[ - 검색 결과를 찾을 수 없습니다. ]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그건 스스로가 “류 건우”임을 부정하는, 아주 완벽한 오답이었다.

“역시 그렇지? 그럼 우리 오늘은 그만 돌아갈까?“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몰랐기에 대답했다.

“...그래.”

어째서인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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