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건우

금주와 약속

청우건우, 리얼리티if, 약속과 술 냄새와 공주님 안기

티온랩실 by 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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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우문대 34회 전력: 서약

분량이 짧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류건우가 또 술에 잔뜩 취해 돌아왔다. 또.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고 소파에 앉아 형을 기다리려던 류청우는 진한 술 냄새를 풍기며 현관에서 비틀거리는 류건우를 보며 깊이 숨을 내쉬었다. 화가 났다던가, 뭐 그런 건 아니었다. 류건우는 어쨌든 그의 ‘형’이고, 성인이며, 건강하고, 대학생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 일 정도는 용납해줄 수 있다, 류건우가 집 밖에서 날을 새며 술을 마시는 건 아니기도 하고. 하지만.

“엉?”

칫솔을 문 탓에 발음이 조금 뭉개졌다. 하지만 아무렴, 그의 형이라면 찰떡같이 알아듣고 저를 봐줄 거다. 류청우는 조용히 칫솔만 위아래로 움직였다. 치카치카 푸카푸카, 귀여운 양치 소리가 들리는 동안 류건우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래 컨디션이 영 안 좋을 법도 하지, 이렇게 돌아온 게 벌써 며칠 째니까. 한참을 기다린 끝에 간신히 류건우가 머리를 들었다. 아이고, 오늘은 평소보다 더 취한 모양이다.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 청우야아.”

“웅.”

“형 많이 기다렸어……?”

“우웅.”

아직 거품을 뱉지 못해 발음이 잔뜩 뭉개졌지만, 어차피 단답이니 뜻은 통했겠지. 류청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형의 몰골을 살폈다. 음, 용케 외투는 안 놓고 왔지만 그것 뿐이고, 아침에 잘 넣어 입었던 셔츠는 죄다 빠져나온데다 더웠는지 윗단추까지 풀려 있다. 머리는 또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잔뜩 뻗쳤고, 얼굴은 목덜미까지 붉어진데다 안경도 비뚤어졌다. 술 냄새는 그렇게 풍기면서 왜 또 입은 저렇게 헤실헤실 풀려 있는지. 류청우는 칫솔을 문 채 결론을 내렸다. 일단은 양치를 마무리하고 와야겠다.

“어디 가, 류청우…?”

류청우는 대답 대신 칫솔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걸 멍하니 보던 류건우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와라…….”

굳이 따지자면 다녀온 건 류건우지 류청우가 아니다. 뭐, 현관을 떠났다가 돌아가는 거니 어찌 보면 맞을지도. 류청우는 거품을 뱉고 입을 헹구며, 열어둔 화장실 문을 통해 눈을 느리게 깜박이는 류건우를 흘긋 보았다. 평소와 달리 잔뜩 흐트러진 모습이 참… 그래, 귀여웠다. 형에게 이런 말을 하면 왠지 목덜미만 벅벅 긁으며 괜히 그를 타박할 것 같지만.

술에 저렇게 취했으니 피곤하겠지만 내일을 위해서라도 씻고 자는 것이 백배는 낫다. 그러니 류건우가 씻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좋겠다. 류청우는 재빠르게 양치를 마무리하고 다시 현관으로 갔다. 그 잠깐 사이에 류건우는 벽에 기댄 채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 잠든걸까, 그럼 조금 곤란하다. 류청우는 얌전히 형을 깨워 어깨를 부축하려다가, 문득 든 장난기에 형의 무릎 아래를 다른 팔로 받쳐 안아들었다.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공주님 자세로. 그렇게 들린 류건우는 처음에는 류청우의 가슴께에 얌전히 머리를 기대는가 싶더니, 잠시 후에는 정신이 조금 들기라도 했는지.

“류청우?”

“응, 형. 들어가서 씻고 자자.”

“야, 잠깐만, 야, 내려봐봐. 류청우?”

“하하! 약속 안 지킨 벌이라고 하자. 어제 나랑 이렇게까지는 안 마시고 오겠다고 약속했잖아.”

“야, 서약서 쓴 것도 아닌데… 아니, 잠깐만. 나도 안 마시려고 했어. 하필 게임에 걸려서,”

“형이?”

말도 안 되는 소리. ‘류건우’가 게임에서 진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류청우와 함께 할리갈리 같은 순발력 게임을 하는 게 아닌 이상. 그러니까 이게 뭔 소리냐면 류건우는 오늘도 술을 마시고 싶었다는 뜻이다. 류청우가 류건우를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류청우는 머리를 숙여 형의 이마에 제 이마를 부볐다. 가까워질수록 짙어지는 술 냄새에 괜시리 걱정이 더해진다. 그야 아무리 연말이라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며칠 내내 이렇게 술에 꼴아 돌아온다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형,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그런 거 아니다. 걱정 마.”

“알겠어. 믿을게. 그래도 내일부터는 정말 술 줄이자, 응? 건강에 안 좋잖아.”

류건우는 끙, 소리를 내며 류청우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도톰한 잠옷 너머로 따끈한 숨이 느껴졌다. 류청우는 순간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조금 더 얇은 옷을 입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래, 알았어. 내년부터는 금주 달력이라도 만들어서 할 테니까 이것 좀 놔 봐, 나 술 깼다.”

“하하! 고마워, 형. 그리고 내려놓는 건 싫어.”

“야.”

“하하!”

말은 내려달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큰 저항을 하지는 않는다. 아마 류청우가 다치기라도 할까 걱정되어 그런 거겠지. 류청우는 부드럽게 눈을 휘며 웃었다.

“얼른 씻고 와, 형. 기다릴게.”

화장실 앞에서 한참을 실랑이한 끝에야 겨우 내려올 수 있었던 류건우는 밝게 웃는 류청우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픽, 웃고는 류청우의 머리를 잔뜩 헤집었다. 형 손 씻고 와서 또 해줘, 오냐 그래. 그런 대화가 짧게 오간 뒤에야 류건우가 화장실에 들어갔고, 류청우는 제 머리 위로 옅게 남은 술 냄새에 결국 한숨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그로부터 머지않아 그의 형이 연습생이 되고, 몇 달간의 금주 끝에 다시금 저와 함께 맥주를 까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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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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