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건우

꽃과 환상

청우건우, 인외if, 벚꽃과 불꽃과 환상

티온랩실 by 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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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우문대 25회 전력: 불꽃놀이

분량이 짧습니다. 추후 내용을 덧붙여 재발행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쁘네.”

“응, 그러게.”

“혹시 괜찮다면, 다음에도 같이 보러 오지 않을래?”

“… 뭐?”

“하하! 거절해도 괜찮아, 건우 형.”

 

환상, 환각, 잘못 기억한 것. 현실이었는지조차 불분명한 그날의 기억. 흐드러지는 벚꽃과 불꽃놀이의 화려한 색이 그의 눈을 홀린 것이라고. 누군가의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류청우의 귀를 사로잡았다.

 

* * *

 

류청우는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이 지역에 놀러왔다. 낮에는 화려한 벚꽃이 가득한 언덕길의 축제가, 밤에는 지면에 박힌 빛과 검은 하늘을 수놓는 불꽃이 벚꽃을 하얗게 빛내는 축제가 벌어지는 곳이다. 처음 참가했을 때와는 달리 오롯이 혼자 이곳에 온 류청우는, 오늘에야말로 저에게 질척하게 남았던 어떤 기억을 깨끗이 정리하고자 했다.

 

“혼자 오셨나요.”

“네?”

 

저를 향해 말을 거는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휙 돌린 류청우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뿐인 길 위를 보고 입을 조금 벌렸다. 잘못 들었나? 하지만 주변은 이미 저들끼리 짝지어 하하호호 웃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저를 보는 사람도, 하다못해 홀로 걷는 사람도 없는 그곳에서 류청우는 분명히 저를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는데. 류청우의 곁에 있는 것이라고는 벚꽃잎이 가득 실린 바람 뿐이었다. 흐드러지는 연한 회청색 벚꽃잎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 잠깐, 회청색. 류청우는 황급히 떨어지는 꽃잎을 받았고, 그 순간 세상이 밤하늘처럼 새카만 푸른색으로 멈추었다. 짙푸른 눈이 동그래졌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아니, 연회색이라고 표현할 색이 아니다. 검푸른 밤하늘에 물을 잔뜩 넣어 희석시킨다면 딱 이런 색이 나올 것 같았다. 류청우는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누가 봐도 현실이 아닌 공간에서, 류청우는 그 기억이 환상이나 잘못 기억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남은 의문은 하나다. 그가 다음을 기약하고자 했던 이는 누구였는가.

 

“네가 원했던 일일 거다, 아마.”

“!”

“오랜만이네.”

 

류청우는 아주 낯선, 그러나 너무도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방금 그에게 말을 걸었던 목소리이자, 과거의 그 기억에서 류청우가 후일을 기약했던 이의 목소리. 현실이 아닌 공간에서 마주한 목소리의 주인은 밤하늘의 색을 곱게 물들인 한복을 입은 채 서 있었다. 저와 닮은 듯 닮지 않은 유색의 눈이 너울 너머로 류청우를 보며 곱게 휘었다.

 

“나 찾았냐.”

 

류청우는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류청우가 대답하지 않고 저를 보기만 하자,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음, 내가 너무 갑자기 데려오긴 했지. 괜찮아질 거다, 이제.”

 

다시 만나자.

그 순간, 류청우는 다시 현실에 서 있었다. 따스한 바람이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느새 어둑해진 탓에 미색 조명으로 물든 벚꽃과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놀이로 몽환적으로 물든 풍경 속에서, 류청우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풍경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다시금 익숙한 목소리가 말을 걸었다.

 

“예쁘네.”

“응, 그러게.”

 

반사적으로 대답한 류청우는 어떤 예감에 진득해진 마음으로 제 오른쪽을 돌아보았다. 밤하늘을 그대로 따다 인간의 형상으로 빚은 듯한 남자는 류청우가 저를 보자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저를 본 남자가 부드럽게 웃었다. 아, 찾았다. 류청우는 그 기억이 환상이 아니었음을, 그에게 품었던 모든 것이 진짜였음을 증명하는 이를 찾았다.

 

“다시 와줬네.”

 

류청우는 환히 웃었다. 류청우는 정말, 오랫동안 그를 그려왔다. 그리고 아마 지금 저를 보며 웃는 이 사람, 류건우도.

 

“보고 싶었다, 류청우.”

“나도 보고 싶었어, … 건우 형.”

 

어디선가 희미한 함성과 함께 축포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뒤이어 되찾은 이의 너머로 아름다운 불꽃이 터지듯 피어났다. 환상과 현실이 지독하게 얽혀 더없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불꽃을 보며, 류청우는 기꺼이 저와 함께하고자 현실에 녹아든 류건우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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