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못죽] Note (1)

논컾 | 백룸에 떨어진 문대+청려

단편 by 토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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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룸 소재 주의

*밀실, 크리처 등 공포 분위기 주의

*큰달 이후

*조아라 동시 연재

Note: DAY 1

지평선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온통 하얗다. 남자의 검은 구두코가 지면과 벽면 간 경계를 수놓는다. 툭, 뭉툭한 음이 지면을 박차 허공에 매달린다. 가시거리 안에 보이는 것이라곤 흰 전경뿐이다. 남자는 개의치 않고 수놓은 경계를 허물어 흰 공간을 거닐었다. 길이 앞뒤로 뚫려 있어 좌우 이동이 제한된 터라 다른 선택지가 전무했기에 취한 행동이었다. 몇 걸음 나아가자 좁은 통로 끝에서 밝은 빛이 흘러들어왔다. 남자는 꺼리는 기색 없이 빛 사이를 파고들었다. 무형의 검문관은 전신을 샅샅이 훑고 나서야 남자를 놓아 주었다. 

혼곤한 정신을 다잡아 빛무리 너머의 공간을 가볍게 둘러보았다. 공원처럼 탁 트였으나 남자가 걸어간 공간과 마찬가지로 색채를 잃은 곳이었다. 소실점 끝을 향해 달리는 것들을 한 발 앞서 말소시킬 듯 깨끗하다. 툭, 작은 울림이 재차 시찰을 다녀온다. 그러나 이번에도 특별한 성과는 없었다. 남자는 이대로 있다간 시간만 죽일 것임을 직감했다. 해서 주변을 살피려는 차, 맞은편에서 거대한 빛무리가 일렁였다. 근처의 광원을 모조리 집어삼킬 요량으로 계속해서 크기를 불렸다. 정형을 잃고 점멸하는 모양새가 곧 터질 양 위태로웠다. 그러다 남자의 시야마저 일순 빼앗더니 서서히 세력을 줄였다. 

"… 후배님?"

남자를 제외하면 사방이 흰색인 공간에 파스텔톤 남자가 우뚝 솟아났다. 눈 한 번 깜빡일 틈에 나타난지라 상당히 신이한 등장이다. 남자가 후배라 칭한 이는 당황스러움을 여실히 드러냈다. 같은 처지에 비해 상반된 두 태도가 주목할 만하다.

"너 뭔 짓 했냐?"

주위 탐색을 마친 '후배'는 심상한 낯을 가장하려 들었으나 음절 하나하나 묻어나는 곤혹스러움을 숨기는 데엔 실패했다. 이에 어렴풋이 웃는 소리가 산통을 깼다. 적당히 끊을 법도 하건만 착실하게 이어져 제 후배를 괴롭혔다. 당연히 그 말곤 뭐가 유쾌해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하니 후배. 박문대는 별 방도가 없었다. 쓸데없이 퍽 고매한 웃음이 기껍지 않다. 

"아, 미안해요. 재밌어서 그만."

'대체 뭐가.'

항변이 남자에게 먹힐 리 만무하니 홀로 분통을 삼켰다. 작은 문제를 차치하고 다시 그들이 서 있는 곳을 둘러봤다. 대리석을 깐 듯 매끄러운 바닥, 베이지 기반의 흰 벽과 간간이 숨을 몰아쉬는 형광등이 전부인 공간. 자는 중 갑자기 이곳에 끌려온 그로선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미션 창이 뜨지도 않았기에 더욱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괜히 그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수상쩍으며 모든 일의 원흉이라 봐도 손색 없는 청려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런데 청려도 평소처럼 웃기만 할 뿐 영문을 모르는 기색이었다. 하아, 내쉰 한숨에 근심이 서린다. 

[형! 들려요? 괜찮은 거 맞죠?]

일순 노이즈 낀 기계음이 울리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박문대를 일깨웠다. 박문대는 짐짓 굳은 낯을 하곤 침음을 삼켰다. 왜 큰달 생각을 못 했지? 갑자기 공간 이동을 당한 상황인 경우 평범한 회귀 중독자보다 시스템이 원인일 확률이 훨씬 높지 않은가. 바로 큰달에게 알아봐 주라 하면 간단한 일을 멀리 돌아왔다. 

'… 어, 멀쩡하다.'

[다행이에요! 얼마나 불렀는지 알아요? 계속 불러도 형은 듣지도 못한 것 같지, 시스템은 갑자기 오류가 나지….]

계속 불렀다고?

돌파구를 찾아 간신히 펴진 미간이 도로 일그러졌다. 어째선지 좋지 않은 예감이 불쑥 싹 텄다. 이 답 없는 공간을 탈출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는 진부한 예감이. 

[이건, 이건 뭔가 잘못됐어요!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해요.]

충격이 어지간히도 큰지 분개에 가깝게 씩씩거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반면 시스템의 장난질이야 그에겐 하루이틀 일이 아니어서 비교적 차분히 감정을 일단락지었다. 

[기다려 주세요, 제가 알아보고 올게요!]

'뭐? 잠깐, 야!'

반사적으로 움찔거린 손가락이 허공의 어중간한 위치에 박제되었다. 제일 정보 접근성이 높은 사람이 일방적으로 얘기를 마친 탓에 당황스러웠다. 소통 가능할 때 최대한 얘기를 나누려는 급조된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차마 별거 아닌 양 바로 손을 내리지 못 해 보는 사람을 겸연쩍게 만들었다. 정작 유일하게 그 사태를 지켜본 사람은 태연하기 그지 없었다.

"일단 더 걸어 볼까요. 길이 이어져 있던데."

진전 없는 상황을 환기하듯 박문대도 동의할 말을 꺼냈다. 청려의 말마따나 우선 움직여 정보를 얻어야 했다. 큼, 괜히 헛기침을 한 후 뻗은 손을 거두었다. 바로 몇 시간 후면 새벽 스케줄이 있는지라 곧장 행동 개시에 나섰다. 한 발 늦게 따라붙는 발걸음이 추격해 오는 초침과 같았다.

*

사람은 때때로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 좌절해 차라리 꿈에 안주하길 바란다. 가령 시험이 당장 내일인데 공부를 하나도 안 했다든가, 회사 프로젝트 내용이 담긴 외장하드를 잃어버렸다든가. 이와 정확히 같은 맥락으로 박문대는 차라리 이 상황이 질 나쁜 꿈이었으면, 싶었다. 벽에 붙은 고작 몇 줄짜리 글이 박문대의 정신을 홀랑 빼 먹었다. 

 WELCOME!

백룸에 어서오세요. 백룸이 처음일 여러분을 위해 간단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오니 부디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1. 이곳은 밀실이 아닙니다.

2. 인터넷을 통해 각종 생활 용품을 구할 수 있습니다.

3. 주문용 패드, 욕실 등은 곳곳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4. 형광등이 꺼진 데에는 가급적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5. 동료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6. 이곳은 매우 안전한 곳입니다.

7. 맛있어요.

8. 소음을 유발하는 기관을 버리기를 추천합니다.

9. 모든 이동 방식을 허용합니다.

10. 가이드라인을 맹신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백룸.

알 만한 사람은 전부 아는 소재다. 주로 단편 영화에 메인 소재로 쓰이며 공포물 매니아 사이에서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박문대도 모니터링을 하다 '만약 백룸에 갇히면 어떡할래?' 따위의 글을 종종 봤었다. 그러나 모니터링 관련 글이 아니면 웬만한 글은 제대로 읽지 않아 정보가 빈약했다. 그렇다고 누가 썼는지도 모를 가이드라인을 맹신하려니 영 수상쩍었다. 대놓고 미심쩍어 하라고 적어 놓은 문장도 신경 쓰였다. 언제까지 발이 묶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생필품을 공급 받을 수단이 있는 건 희소식이지만 애초에 이곳에 끌려오지 않았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이대로 애수에 젖어 시간을 죽이는 취미는 없으니 그만 현실을 직시할 때다. 박문대가 청려를 돌아본 찰나 파란 창이 아른거렸다. 이윽고 안정된 창에 글씨가 떠올랐다.

Enjoy your reality.

설마 했는데 역시 시스템의 농간이었나. 꿈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들 이 문구가 뜬 이상 0에 수렴할 것이다. 이젠 놀랍지도 않아 이어질 문구를 기다렸다.

플레이어 : 박문대 (류건우)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퀘스트 : 백룸에서 탈출하기

기간 : 무제한

보상 : ?

-실패 시, 영원히 탈출 불가

박문대는 잠시 간 스스로의 행적을 되돌아봤다. 뭐가 문제였을까. 애써 진정해 보려 한 일? 아님 큰달이 가기 전 작은 정보 하나라도 묻지 않은 일? 창 너머 얌전히 그를 응시하는 인영이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한 번 눈길을 받고 외면 당한 파란 창이 애처롭게 점멸한다. 나를 봐. 어서 직시해. 감미로운 부름이었으나 박문대에겐 독배와 진배없었다. 

지잉, 우는 형광등만이 적요를 살라먹을 뿐이었다. 

*

"후배님."

다섯 번째 호명이 앞선 이의 어깨를 두드린다. 발을 딛고 다른 발을 가져오는 동작의 틈이 지나치게 촘촘하다. 청려는 보폭을 맞춰 걷다가 점차 늘어나는 거리를 방조했다. 앞으로 얼마나 오래 걸어야 할지 불투명하니 체력 관리가 필수였다. 

그새 소실점 지척에 다다른 인영이 우뚝 멈춰 섰다. 멀리서 그 등을 좇던 시선 역시 한 곳에 걸린다. 섬세한 검은 차양 밑 눈동자가 문득 수축한다. 진작 흩어져 사라진 부름이 힘 입는다.

"후배님?"

따라잡은 어깨 너머 광경이 청려의 눈에 담겼다. 무한히 이어지는 큰 길 옆으로 협소한 공간이 뚫려 있었다. 박문대 옆으로 걸음을 옮기자 벽에 설치된 태블릿이 보였다. 마침 그 공간을 밝히는 등이 꺼진 상태라 어두웠으나 정면에 걸린 태블릿이 존재감을 뿜는다.

'인터넷을 통해 각종 생활 용품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이 거짓은 아니었나 보다. 청려는 심드렁히 감상평을 남겼다. 가이드라인을 읽는 박문대의 표정이 좋지 않았던 걸 봐선 그들의 힘으론 당해낼 수 없는 존재의 개입 탓에 이 상황에 놓인 듯했다. 가령 시스템이라든가. 딱히 호들갑스레 반응할 필요가 없어 말을 아꼈지만 경직된 분위기를 환기해야 논의를 할 터였다. 마침내 일곱 번째 호명이 이루어진 참이었다.

"… 멈춰."

"네?"

침묵을 지키다가 기껏 한다는 말이 '멈춰'라니. 지나치게 맥락이 없었다. 청려는 의아한 기색이 역력한 답을 들려주며 좁은 공간과의 거리를 한 걸음 좁혔다. 박문대를 부르는 동시에 접근한 탓에 반응이 늦었다.

"… 바닥 좀 봐라."

바닥?

내려간 시선이 바닥을 흝는다. 흰 도자기처럼 빛나는 타일 끝, 음영 아래 숨은 영역을 주시했다. 타르라도 달라붙었는지 하얀 바닥 중간에 까만 얼룩이 잔뜩 움터 있었다. 하나하나 그 크기가 꽤 컸는데, 어떤 것은 한 방향으로 쓸린 채였고 또 다른 것은 바닥에 튄 그대로 굳어 사방에 튄 모습이었다. 벽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던 흔적은 각도가 바뀌자 왜 못 봤나 의아할 만큼 뚜렷하다. 굳기 전 색은 모르나 굳은 후 까맣게 변색되었다면 얼룩의 정체가 쉬이 짐작 갔다. 청려가 목도한 수백 번째 낙조였다. 깨끗한 구두 끝이 얼룩의 바다를 헤치고 청아한 족적을 남긴다. 

"야, 내 말 못 들었냐? 거기-"

"알아요."

"……."

박문대는 여상한 반응에 말을 잃고 유유히 지옥도에 난입하는 청려를 지켜봤다. 지금은 해질녘도 아닌데다 청려는 그에게서 멀어졌지만 마치 개와 늑대의 시간에 걸려 허송세월을 보낸 것만 같았다. 긴장으로 인해 목울대가 한 번 넘어가는 시간. 황혼의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한 채 멀어지는 늑대의 등. 문득 우스워져 달은 숨을 토해냈다. 신청려, 난 아직도 널 잘 모르겠다. 네가 늑대인지…, 개인지.

모든 게 난잡한 상황 속 청려 홀로 태평스러웠다. 태블릿 액정에 떨어져 굳은 것을 문질러 닦더니 손톱을 세워 검은 흔적을 지워냈다. 떨어지는 부스러기가 쌓여 까만 잔해를 키웠다. 이내 적어도 한 면은 멀끔해진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아니, 원래 불이 들어온 상태였으나 얼룩 탓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걸로 필요한 물건이나 식품을 주문하면 되나 보네요. 뭐 필요한 거 있어요?"

동요 없이 잔잔한 낯 위로, 언뜻 권태가 아물거렸다. 태연히 태블릿을 조작하는 작태에 공포와 닮은 감정이 피어오른다. 박문대는 여전히 청려를 알기 어려웠다. 잡념을 일별한 뒤 청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내부로 들어서자 사각에 숨었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났고 딱지가 떨어져 겉만 까맣게 남은 자국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악취라도 날 법했지만 별 냄새는 나지 않았다. 이후엔 태블릿만 바라보며 걸은 노력 끝에 청려 옆까지 수월하게 당도했다. 옆에서 보내는 의외라는 반응이 그대로 전달됐다.

"난 다 골랐으니 후배님만 고르면 돼요."

청려가 비켜 선 자리엔 작은 태블릿이 남아 눈꺼풀을 여닫았다. 곧 화면이 나갈 듯 아슬아슬하다. 액정을 터치하는 손가락에 신중함이 깃든다. 뭘 주문해야 하지? 애초에 고르면 진짜 주긴 하나? 뭐 리스크는 없겠지? 의심이 샘물처럼 솟구쳤다. 그러면서도 언제 전원이 꺼질지 몰라 내심 초조해 손가락은 착실히 물건을 골랐다. 꼴에 구색이라도 갖춘답시고 만들었는지 우측 하단에 장바구니 리스트가 떴다.

칫솔, 치약, 클렌징 폼, 토너, 로션, 마스크 팩…… 생수, 단검, 에너지바.

호캉스 가는 사람도 저렇겐 안 챙긴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미용이 우선 순위인 놈인 걸 까맣게 잊었다. '관리'가 청려에게 얼마나 중대한 의미를 갖는지 알기에 침묵한 것이지 다른 놈이 이랬다면 뒤통수를 한 대 치고도 부족했을 터였다. 스킨 케어, 청결과 관련된 물품이 쭉 이어지더니 끝자락에 가서야 조난 당한 사람이 바랄 법한 물건이 보였다. 전부 박문대가 고른 물건이었다. 

"가이드라인이 거짓이진 않았네요."

"뭔 소리야?"

무엇 하나 확신 없이 움직이는 형국에 옆에서 말을 얹으니 박문대의 표정이 풀어질 틈이 없었다. 더군다나 청려는 말을 늘 의미심장하게 하는 놈이라 가벼운 인사도 무척 수상쩍게 건넸다. 그런 주제에 감은 짐승에 버금 갈 만큼 좋아서 종종 허를 찔렸다. 입꼬리에 선연한 미소가 맺힌다. 

"'동료'의 흔적 말이에요."

'동료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 보실 수 있습니다.'

껄끄러웠던 문장 중 하나를 복기했다. 엉뚱한 곳에 끌려왔다는 혼란에 밀려 한 번 일고 넘어갔다. 그런데 왜 지금 와서 생각나는지. 단순한 우연인라 치부하기엔 누군가가 흘렸을 피가, 딱딱하게 굳어 버린 고통의 자취가 눈에 밟혔다. 오래 전 흐름을 멈춘 자취는 과거의 일에 대해 아무것도 일러 주지 않았다. 다만 최근 들어 흐려진 생존 본능에 경종을 울렸다. 혹시 몰라 장바구니에 넣은 단검을 살폈다. 칼날이 한 뼘에 한참 미치지 않아 제 구실을 할지 의심됐다. 

소꿉놀이 세트에 섞어 놔도 안 어색하겠군,

그러나 이 앙증맞은 단검 외엔 쓸 게 없었다. 수긍과 체념 덕에 박문대의 손이 바삐 움직였다. 주문 목록에 단검을 추가해 차악을 기꺼이 반겼다. 막막함은 넣어 두고 고른 물품이 어떤 식으로 전달될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오류! 물품 수량 제한을 초과했습니다. 자동으로 조정되어 주문됩니다. [오류코드 1939503]

"……."

그에겐 차악도 과분했나 보다. 알림과 동시에 태블릿 액정이 흑색으로 물들었다. 애꿎은 액정을 쏘아보길 잠시, 순수한 감탄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음, 꺼졌네요."

따지고 보면 전부 너 때문 아니냐?

박문대의 눈이 맹렬히 이글거렸다. 청려에게 각종 스킨 케어 화장품이 보통 의미가 아님을 알아 넘어갔지만 물품 수량이 제한된다면 얘기가 달랐다. 살아야 아이돌을 하든가 말든가 하지. 마뜩찮아도 그냥 넘긴 스스로의 뒤통수를 때려 주고 싶었다. 후회가 돼도 어쨌건 내린 결정의 책임은 그의 몫이었다. 차라리 마음껏 후회하도록 미성숙했으면 좋았을걸. 이런 극단적인 방법으로 성숙해진 걸 자각하고 싶지 않았다.

"… 가자."

"물건은요?"

"어차피 태블릿 꺼져서 받는 방법을 알 수 없어. 너도 봤잖냐. 그리고,"

왠지 여길 빨리 떠야 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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