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건우

커피와 디저트

청우건우, 캠퍼스au, 초콜릿과 마카롱과 애플시나몬

티온랩실 by 티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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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우문대 1회 전력: 첫사랑, 간접키스

감사합니다!

첫사랑, 어감만으로도 쌉싸름하고 달콤한 향이 폐부를 채우는 것 같다. 예전에 동생이 선물로 받아왔다며 제게 넘기던 초콜릿이 딱 그런 맛이었던 것 같은데.

중간고사를 딱 일주일 앞둔 어느 주말의 카페, 류청우는 제 앞에 앉아 이따금 커피를 홀짝이며 교재를 들여다보는 류건우를 보며 생각했다. 류청우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매끄러운 콧등을 타고 흘러내린 동그란 안경,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살짝 찡그려지는 미간, 끊임없이 사각거리는 소리 사이로 아주 조그맣게 입을 벌려 웅얼거리는 교수 험담이 지루한 공부 사이로 추임새처럼 들린다. 어딜 봐도 달콤하지 않은 광경인데 왜 류청우의 눈에는 더없이 달달하고 귀엽게만 보이는 걸까.

류청우는 집중도 되지 않는 공부를 잠깐 미뤄두고는 카운터로 다가가 가벼운 주전부리를 사 왔고, 휴식을 권유할 타이밍을 노리다 류건우가 눈을 감으며 관자놀이를 꾹 누를 때 입을 열었다.

 

“건우 형, 잠깐 쉬었다 할래?”

“어, 그럴까.”

“응. 여기 마카롱이랑 다쿠아즈가 맛있다고 하더라고.”

 

류건우가 영수증을 흘긋거리는 것이 보여서 류청우는 부드럽게 웃으며 영수증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자 류건우는 시선을 옮겨 류청우와 눈을 맞추고는, 그대로 마카롱을 하나 집어 먹었다. 류건우가 한 입 베어먹은 마카롱에서는 아주 진하고 달콤한 애플시나몬 향이 났다. 그 맛이 마음에 들었는지 류건우가 나머지 반을 빠르게 입에 넣는 것을 본 류청우도 같은 마카롱을 입에 넣었다. 혀가 아릴 정도로 달콤했다, 아니 사실 한국인 입맛에 맞춰 개량된 탓에 마카롱은 그렇게 달지 않았지만. 어쨌든 류청우는 아주 천천히 마카롱을 씹어 넘겼다. 사과잼의 맛이 달았다. 아니면 류건우가 제 앞에서 숨쉬고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달콤한 걸까.

멍하니 저작운동을 하는 류청우의 눈앞에 별안간 커피가 나타났다. 류청우는 컵을 쥔 손을 따라 멍하게 시선을 옮겼다. 류건우는 조금 의아하다는 얼굴로 류청우를 보고 있었다.

 

“입맛에 안 맞냐.”

“응? 아니, 그건 아니야. 왜?”

“한참을 씹고 있길래.”

 

류건우는 언제 가져왔는지 새 빨대 하나를 제 커피에 꽂으며 작게 웃고는 다시 커피를 내밀었다. 류청우는 익숙하게 그것을 받아마셨다.

 

“형 걸 내가 뺏어먹는 것 같아.”

“네가 마카롱 사왔으니까 퉁치지, 뭐.”

“하하, 알았어.”

 

류청우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방금까지 달기만 하던 입안이 쌉싸름하게 정리되는 기분은 언제나 생경했다. 류청우는 고맙다며 작게 웃고는 복잡해지는 머리를 정리하려 다시 펜을 들었다. 류건우가 그 빨대로 커피를 마시는 건 보지 못하고.

 

“이게 간접키스라는 거지.”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류청우는 제 얼굴이 어떤지도 모르고 고개를 팍 들었다. 류건우가 장난스레 웃는 모습이 거짓말처럼 예뻤다. 아니, 그 전에. 방금 들은 말이 진짜인지 확신이 필요했다. 잔뜩 달아오른 류청우의 목덜미와 얼굴, 귀를 본 류건우가 피식 웃었다.

 

“싫냐? 그럼 안 할게.”

“아니, 그게 아니라, 형.”

“그럼 좋냐?”

“아, 진짜, 형. 장난치지 마요...”

 

류건우는 한참을 끅끅거리며 웃었고, 류청우는 애써 평정심을 되찾았다. 양궁 국대의 자존심은 다 어디로 갔는지, 류건우의 웃음이 진정된 후에도 여전히 벌건 류청우의 목덜미에 류건우는 또 작게 웃었다.

 

“2주.”

“응?”

“너 2주 뒤에 시험 끝나지.”

“응. 왜요, 형?”

“그때 또 오자. 여기 마카롱 괜찮네.”

“그럴까? 나도 좋아.”

“그땐 아이스 아메리카노 주문하고.”

“그래.”

“초콜릿이랑 오렌지 마카롱 어떠냐.”

“...?”

 

생각하던 것을 그대로 읽힌 것 같은 기분에 류청우는 고개를 들어 류건우를 보았다. 류건우는 장난을 치는 것처럼 짓궂은 표정으로 류청우와 눈을 맞추었다. 살짝 휘어진 푸른 눈에 류청우는 꼭 빠질 것 같았다.

 

“아. 커피 빨대는 하나만 쓰고.”

“아, 형, 진짜...”

 

류건우는 여전히 짓궂게 웃고 있었다. 류청우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즐겁게 장난을 치는 류건우가 류청우는 좋으면서도 얄미웠다. 그래서 류청우는 힘없이 웃으며 다시 달아오르는 얼굴을 두 손에 파묻어버렸다.

아, 오늘도 류청우의 첫사랑은 달콤하고 쌉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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