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우건우 전력]첫사랑

12회 주제 소개팅

"청우야 너 소개팅 할래?"

대학생 2학년 이제 막 벚꽃이 떨어지는 계절 청춘들의 마음에 봄바람이 불어 새로운 만남을 찾을 시기. 그 중 연희대 인기남인 류청우는 오늘도 이런 제안을 받았다.

청우는 거절하려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으나 친구가 먼저 울먹이기 시작했다.

"내가 너 소개팅 안하는거 진짜 알지...첫사랑 못잊은것도 알고 그런데...그런데...여자친구가 제발 나한테 자리 좀 마련하라고 하잖아 내가 안 된다고 안된다고 했는데도 날 위해 그 정도도 못 해주냐고...훌쩍"

많이 서러운지 울먹이는 친구에 청우는 처음으로 소개팅을 나가게 되었다.


20××년 5월 소개팅날

류청우는 거절할 마음으로 카페 문을 열었다. 상대방과는 연락을 하면 할수록 자신에게는 첫사랑 뿐이라는 사실만 선명해질뿐이었다.

 마음이 선명하면 십년전 잠깐 보았던 이도 한 눈에 알아본다. 햇살을 받으며 카페에 앉아있는 자신이 그리워했던 이를 본 청우는 건우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형!"

동료의 성화에 떠밀려 소개팅에 나오게 된 류건우는 벌써부터 피곤하다 느끼며 카페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앞에서 반갑게 자신을 부르는 자신의 취향의 미남을 보니 의아해하며 생각했다.

'누구지?'

"나 기억 못하는구나"

서운한지 눈썹을 축 늘어트리며 속상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미남에 건우는 당황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를 어떻게 아실까요?"

이런 자신의 취향을 그린듯 생긴 미남을 기억 못 했단 생각에 류건우는 자신이 드디어 노망이 난건 아닌가도 생각했다.

"나 12살일때 형이 도와줬는데 기억 안 나?"

"아아...그랬지"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류건우는 답답했다. 꼬맹이를 도와준 기억 자체가 없었지만 저 놈이 또 서운해 할까 류건우는 대충 아는척 했다.

"너무 오랜만이다. 형 혹시 약속 있어?"

약속? 왜 없겠는가 지금 동료××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소개팅에 나왔는데. 류건우는 동료를 생각하니 피곤함을 느끼며 대답을 하려 하였다.

"난 원래 오늘 소개팅이었는데...파토났어"

그때 마침 류건우의 카톡이 울리더니 배경화면에 상대방의 거절하는 말이 떴다. 류건우는 핸드폰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집에 갈까? 하다가 앞에 자신이 기억 하지 못하는 미남의 풀이죽은 모습에 괜히 양심에 찔려 말했다.

"나도 원래 오늘 소개팅이었는데 파토났네."

마침 시간은 12시였고 류건우는 배가 고팠다.

"밥 먹을래?"

별 뜻은 없었다. 그냥 소개팅 까인 사람끼리의 동질감 같은거라 생각하며 물어본 것이었다. 그런데 눈 앞의 남자가 환히 웃자 류건우의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었다.


"그럼 우리 첫 만남이나 마찬가지니까 통성명해야겠네"

파스타 집에 마주 앉아 청우는 웃으며 말을 건냈다. 류건우가 기억을 못하는 것인데도 그를 배려하는 이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나는 류청우 스물한살이고 학교다니고 있어 형은?"

"스물여섯 류건우.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다."

"우와 형 스튜디오에서 일해? 형 꿈이었잖아. 꿈을 이루다니 멋지네."

류청우의 칭찬에 류건우는 살짝 귓끝이 물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자조만이 늘어갔는데 누군가 칭찬을 해주니 귓가가 붉어졌다.

"별거 아니야. 너는? 학교 생활은 어때?"

"음...그냥 다녀야 하니까 다니는거지. 형처럼 멋있는 꿈은 없어서 시시해."

청우의 표정에 무료함이 묻어나 왔다. 류건우는 탈력감마저 느껴지는 그 표정에 해 줄 말을 생각해내려 노력했다. 자신이 저 나이에 어땠는지를 곱씹던 건우는 그에게 말을 건냈다.

"그러면 대학에 뽑아 먹을 수 있을만한거 다 찾아서 뽑아 먹어라. 그렇게 열심히 뽑아먹고 뭔가 열심히 하다보면 하고 싶은게 하나쯤은 얻어 걸리겠지. 등록금이 얼만데 뭐 하나쯤은 도움이 되지 않겠냐"

"푸핫..! 하하하!"

건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하는 말에 청우는 웃음을 터트렸다. 언제나 그의 엉뚱한 말에 위로를 받았다. 저 진심과 다정에 반한 류청우는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고 사랑하였다.

"고마워 형. 형은 여전히 다정하네."

애정이 잔뜩 담긴 눈빛에 류건우는 아무말 없이 물을 마셨다. 자신은 보답 할 수 없는 마음의 크기였다.


"고마워 형 잘 먹었어. 이제..."

"영화 예매했는데 보러갈래?"

보답할 수 없는 마음의 크기였지만 이대로 류청우를 보내기는 싫어 말했다. 그에 청우는 놀란 표정으로 건우를 보다가 이내 웃으며 승낙하였다.

"그런데 무슨 영화야?"

"로맨스 영화"

"네, 8관으로 입장하세요~"

류건우는 영화가 시작하고 나서야 자신이 실수로 로맨스영화가 아닌 동시간대에 공포영화를 잘 못 눌러 예매했단 사실을 깨달았다.

검은 화면에 붉은 영화 제목이 뜨자 류건우는 생각했다.

'×됐다.'

이제와서 영화관을 나갈 수 없던 류건우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스크린에 시선을 피했다. 나갈 순 없었지만 스크린을 똑바로 볼 순 없던 그는 영화관 스피커에서 울리는 효과음과 비명소리에 자신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그 모습을 본 청우는 손잡이에 올린채 움켜쥔 손을 자신의 손으로 덮어 잡아주었다.

따스한 온기가 자신의 손에 퍼지자 건우는 청우를 바라보았다. 스크린만을 보는 그의 얼굴에 건우는 이젠 그가 신경쓰여 무서움이 달아나 러닝타임 내내 오직 그만이 신경쓰였다.


청우는 기분 좋게 밤공기를 맞으며 건우와 함께 걸었다. 형의 근황도 알게 되고 형과 데이트도 하고 너무나 즐겁고 행복했다.

"형 오늘 영화도 재밌었어. 공포영화일줄은 몰랐지만"

'누구 놀리냐'

청우가 손을 잡아준건 좋았다. 좋았지만 공포영화를 보고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준건 매우 자존심 상했다.

류건우는 자존심이 강한 남자였기에 이 남자한테는 그런 꼴 사나운 모습보다는 기왕이면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다음에는 노래방 갈거니까 번호 줘라."

류건우는 노래를 잘했기에 이 굴욕적인 순간을 노래로 만회하고 싶었다. 그것도 모르고 청우는 당황하면서도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번호를 입력했다.

그에 건우는 청우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고는 말했다.

"내 번호니까 저장하고 연락할게. 오늘 즐거웠다."

그 말을 하곤 류건우는 벙쪄있는 류청우에게서 멀어졌다. 류청우가 어떤 기분인지 짐작도 못하는 류건우는 의도치 않게 그의 마음에 봄바람을 일으키고는 미련없이 멀어졌다.

이게 그들의 첫 데이트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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