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헌] 우리 헤어진 사이잖아 왜 그래

백업 by 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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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음 / 1차 창작

* 본인은 환승연애 안 봄

Q. 재현씨는 왜 환승연애에 나오게 되신 거에요?

A. 아 저는 뭐... (웃음) 어쩌다 보니?

도헌은 얼마 전 자신의 전 애인 재현과 함께 찍은 환승연애의 클립 본을 봤다. 인터뷰 장면은 다른 연애 프로그램들처럼 잔잔한, 슬픈 BGM이 나오고 있었고 자막은 슬프게 연출되고 있었다. 전 애인이 TV에 화장하고 나오는 모습을 보자니 마음이 일렁거렸다. 뭐, 그래도 도헌과 재현이 나온 환승연애 시즌은 잘 시작하고 있었다. 연예인 시즌으로 시작한다 해서 온갖 커뮤니티에서 욕을 먹었지만 시작하니 꽤 재밌었다. 다른 출연진들도 화제를 일으켰지만 누가 뭐래도 이 두 사람이 가장 화제였다.

이재현과 박도헌. 아무래도 키 185의 훈남 국대와 미친 듯이 예쁘장한 스켈레톤 국대의 결별을 다룬 소재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나 보다. 헤어진 게 한 사람에 의해 밝혀지자, 정보는 빠르게 퍼져나갔고 그게 환승연애 출연까지 만든 것이었다. 올림픽 시즌 외에 방송 출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도헌이지만 주변에서 하도 나가라고 하길래 나간 것이었다... 사실 전 애인 이재현이 조금, 아주 조금 보고 싶기도 했고.

헤어지게 된 계기는 간단했다. 서로 웃으며 달달한 말을 내뱉는 날보다 싸우며 한숨 쉬는 날이 더 많아져서. 도헌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존심을 버릴 수 없었다. 힘들게 만난 사랑이 떠나갈 게 눈앞에 훤히 보였는데 자존심을 버리지 못 했다는 게 한심해 보였을까, 재현은 이내 도헌에게 헤어짐을 고했다. 이별의 순간은 남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시시했다. 뭘 기대했던 걸까, 미련이 넘쳐흐르다 못 해 펑펑 쏟아지는 마지막 포옹이나 키스? 재현이 원체 따뜻한 사람이었기에, 그 정도는 해줄 거란 착각을 했나보다.

이재현과 박도헌이 사귄 기간은 7년, 그동안 올림픽도 2번이나 나갔었다. 서로가 더 이상 서로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길고 긴 시간 끝 마주한 이별은 그다지 슬프거나 우울하지는 않았다. 단지 서로 일상에 스며든 서로를 지우기가 힘들었을 뿐. 7년이라는 시간이 확실히 길어서 그런지 이제는 서로의 집에 있는 물건이 자신의 것인지 남의 것인지 구분이 힘들었고, 알듯 말듯 집 안 구석구석 스며들어있는 서로의 흔적들이 가끔 눈에 띄었다. 그러다가 이별이라는 단어가 눈앞에서 선명해져 그 흔적들을 바라보는 것이 힘들면 구질구질하게 서로를 부르고는 물건을 가져가라 했지. 이 생활을 무려 5개월을 했다. 알게 모르게 우울했던 이별 후 생활이 환승연애로 바뀐 것이었다.

환승연애 출연 연락은 재현에게 갔다. 재현의 인스타 DM으로 뻔한 문자가 왔다. 환승연애 출연 해보실래요? 재현은 방송 출연 안 한 지 오래된 것 같아 흔쾌히 수락했다. 네, 그러죠. 환승연애에 출연한다는 건 아직 공식 입장도 안 낸 결별설을 본인이 직접 인정하겠다는 건데... 뭐 나쁠 건 없지. 재현은 생각했다. 다행히 제작진이 도헌에게 환승연애 출연을 물어본다 하였고. 재현은 헤어진 지 이미 5개월이나 된 도헌과의 사진을 보았다.

사귀기로 한 날 공원에서 찍은 사진, 연애 초반에 찍은 사진, 올림픽 시즌 때 찍은 사진. 사진 하나하나에 둘이 함께한 계절들과 추억들이 담겨 있는 걸 보자니 씁쓸했다. 본인이 헤어지자 얘기했건만 왜 미련을 못 버리냐고 묻자면 꽤 어렵다. 재현은 아직도 자신의 진짜 마음을 찾아 헤메는 중이었으니까. 재현은 내심 도헌이 환승연애 출연을 허락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헤어질 때는 냉정하게 말한 자신이었으나 이제 와서는 그저 힘 없는 구질구질한 전남친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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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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