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진] 썰 모음 2
2023년 7월 23일 연성.
1. 7에서 라스들에게 구조되고 기절해 있는 사이, 내면에서 화랑과 조우하는 진 (그 전에 진이 데빌의 힘을 제어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는데 갑자기 8와서 오래 기절해 있는 걸로 데빌의 힘을 완전히 제어한다고? 그 전에 데빌이 화랑에게 쓰러진 게 영향 준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바탕이 됨)
기억은... 분명하지 않다. 몸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길 정도로 지쳐버린 진은 제 기억이 끊어지고 다시 정신을 차린 그 찰나의 시간에 보았던 라스들에게 구조되었다. 그래, 그랬을텐데. 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칠흑같이 어둡고 빛조차 닿지 않을 것 같은 이 공간은 자신의 내면이었다. 자신의 안에 데빌의 존재를 느꼈을 때부터 진은 데빌에게 몸의 주도권을 빼앗기거나 아니면 깊은 잠이 들었을 때 이렇게 종종 내면 안을 들어오곤 했다. 철컹... 철컹! 진은 제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천천히 몸을 돌렸다. 분명 칠흑같이 어두운 곳이건만 진의 눈에는 너무나도 선명하고 뚜렷하게 데빌의 모습이 들어왔다. 처음 데빌의 존재를 자각했을 때 바닥에서부터 튀어나와 데빌을 붙들고 있었던 여러 개의 빛의 사슬은 이제 희미한 빛을 내뿜으며 아슬아슬하게 데빌을 막고 있었다. 그래, 어머니인 준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데빌이 날뛰는 걸 막고 있었지만 날이 갈수록 그 빛은 약해지고 심지어 사슬이 하나둘씩 끊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것이 최근에 진이 자주 데빌에게 주도권을 빼앗기는 원인이었다.
데빌은 진을 발견하자마자 더욱더 크게 날뛰었다. 당장 진을 잡아 이 몸을, 최상급의 육체로 세상에 강림해 모든 것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데빌의 의지를 느낀 진이 이를 악물었다. 또 다시 주도권 싸움이다. 그리고 데빌을 봉쇄하고 있던 빛의 사슬이 완전히 끊어진 순간 데빌이 진에게 달려들었다. 약해진 진을 잘 아는 데빌은 자신에게 찾아온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그 육체를 나에게!
"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될것 같은데 "
제 3자의 목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평소에 보던 빛의 사슬이 아닌 붉은 빛의 사슬이 튀어나와 데빌의 몸을 휘감았다. 제 움직임을 봉쇄하는 새로운 사슬에 데빌이 마구 발버둥을 쳤지만 이내 제압 당한체 그 자리에 한 쪽 무릎을 꿇으며 주저 앉았다. 손도 발도 그 날개까지도 사슬에 묶여버린 데빌이 분하다는 듯 진을 올려다보았다. 겨우겨우 사슬에 묶이지 않은 오른팔을 뻗었지만 그 오른팔마저 사슬에 감겨 바닥에 고정되었다. 그런 데빌을 보던 진이 사슬에 시선을 옮겼다. 붉은 빛의 사슬. 준의 빛의 사슬과는 다른 색의 사슬에 진이 혼란을 겪는 사이, 데빌의 날개를 만지며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 와, 진짜 새의 것과 비슷하네 "
" ...화랑? "
나타난 사람은 화랑이었다. 진이 가장 잘 아는 가장 익숙한 모습으로 나타난 화랑은 마치 놀리듯이 데빌의 날개를 만지더니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반대로 진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제 내면 안에 제 3자가 나타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심지어 어머니인 준도 나타난 적이 없었는데 화랑, 그가 제 내면 안에서 나타났다. 대체 자신이 데빌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 화랑, 니가 왜... "
" 글쎄, 그건 나도 궁금한데. 뭐, 내 생각이긴 하지만 내가 이 괴물을 이겼을 때 그때 내 의지라도 흘러 들어간지도 모르지 "
" 데빌을... 이겼다고? "
" 그래... 아, 맞다. 갑자기 불청객이 난입하는 바람에 정신차리자마자 상황파악도 못하고 도망쳤지, 너 "
그 말에 진은 제 기억을 다시 더듬었다. 라스를 만나기 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이끌고 겨우 시장 안으로 들어서기 전. 강렬한 폭음... 소리가 들린 그 때. 무슨 일인지 몸의 주도권을 찾고 겨우 도망을 쳤을 때 시야에 잠깐 들어온 사람은...
" ...너였구나, 화랑 "
" 그래. 겨우겨우 찾았나 싶었는데 넌 괴물 상태였고 그 괴물을 겨우겨우 쓰러트리고 너로 돌아와서 됐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군인들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제대로 이야기도 못해보고 또 갈라졌지. 아, 정말... 너랑 언제쯤 제대로 리매치 할 수 있는건지 "
아, 그때 했던 결승전은 마음 넓~은 내가 없는 걸로 쳐줄게. 어차피 너 그때 다른 곳에 정신 팔려 있었잖아. 마치 현실에서 이야기를 하듯이 태연하게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며 웃는 화랑에도 진은 웃지 못했다. 그런 진의 모습에 화랑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망가지마. 도망간다고... 해결되는 거 없잖아. 사실 네 안의 이 괴물을 너 혼자 감당하는 건 확실히 힘든 일이야. 네 반응보니까 너 하루도 편하게 잔적도 없지? 그러니까 도와줄게.
" 이 괴물이 널 집어 삼킬 때 마다 내가 쓰러트릴거야 "
" 화랑 "
" 너 스스로 이 괴물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면... 도와달라고 좀 하라고 "
" 하지만... "
" 이제와서 자기 일이네, 집안 문제네, 이런 소리 할 생각말고. 지금도 너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있잖아? 그럼 내 도움도 받으라고 "
" ...왜 이렇게까지 날 도와주는거지? "
그 말에 화랑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곧 주먹을 뻗어 진의 가슴을 가볍게 툭 쳤다. 그거야 당연한거 아니야? 너랑 싸우기 위해서지, 이 바보 멍청아. 이 괴물 녀석이 아니라 너와, 카자마 진과 싸우고 싶다고! 이 괴물 녀석에게 이겨봤자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어. 그거야 당연하지, 이 괴물은 카자마 진. 네가 아니니까. 너는 괴물이 아니야, 그렇지? 자신과 가만히 눈을 마주쳐오는 화랑을 진도 역시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데빌에 엉망진창 목숨이 위험했던 적도 있었으면서. 그 데빌과 몇번이고 싸워왔으면서. 그리고 결국 그 데빌을 이겼으면서도 화랑은 여전히 진, 자신과의 싸움을 요구하고 있었다. 넌 괴물이 아니잖아. 넌 카자마 진이잖아.
" ...모든 게 다 끝나면 그때... 정말 싸우자 "
" 하! 당연하지. 남자라면 약속을 지키라고. 나도 지킬테니까 "
" 언제 끝날지 몰라. 그래도... 상관없나? "
" 이제와서 그게 무슨 소리야. 계속 기다리게 만든 장본인이 "
카즈야, 그 양반을 이기려면 너도 이 괴물의 힘을 써야겠지. 잠식될까봐 걱정된다면 걱정마. 아까도 말했듯이 이 괴물이 널 잠식하면 그때마다 내가 쓰러트릴거야. 그러니까 이겨라. 물론 죽지 말고! 나와 싸우기 전에 죽어버리면 진짜 지옥까지 쫓아가서라도 너와 싸울거야. 그 말에 진은 결국 웃어버렸다. 정말... 얼마나 나와 싸우고 싶은거냐고, 너는.
" 웃지마, 징그러워. 자자, 빨리 일어나라고. 언제까지 자고 있을거냐, 너는 "
그 말과 동시에 진은 자신의 몸이 부유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몸과 정신이 잠에서 깨어나려는 순간이었다. 화랑, 진이 내민 손을 잡은 화랑이 웃었다. 그럼 다음은 현실에서 만나자고, 진. 그 말과 동시에 진이 내면에서 사라졌다. 완전히 깨어난 것이었다. 흐음, 갔네. 진의 내면에 남아있던 화랑이 가볍게 기지개를 피면서 여전히 붙잡혀 있는 데빌에게 다가갔다. 끊임없이 지치지도 않고 제 몸을 묶은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 데빌을 보던 화랑이 하아, 한숨을 쉬고는 데빌의 몸에 걸터 앉았다.
" 뭐, 니가 어떻게 진의 몸에 있게 된건지 나는 모르고... 너도 자유로운 몸을 가지고 싶겠지... 만 "
내가 있는 한 어림없어. 저 녀석은 내꺼야. 처음 봤을 때 부터, 처음 싸웠을 때 부터. 카자마 진은 내꺼라고 정했으니까. 그러니까. 너한테 안넘겨줘. 카즈야 그 양반은... 뭐, 약속했으니까. 그 녀석이 질리가 없겠지. 그러니까 믿고 기다릴 뿐이야. 그러니 포기해. 그 말을 끝으로 화랑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디선가, 현실의 화랑도 눈을 떴다.
2. 남자 화랑과 여자 화랑이 바뀌는 이야기 (언젠가 제대로 스토리 잡히면 길게 써보고 싶다. 조금 달달하게 가자)
그러니까... 여기는 내가 있던 그 세계가 아니다? 와, 헛소리 취급하고 싶은데 앞에 너무 떡하니 증거들이 즐비하게 있으니 뭐라 부정도 못하겠네. 알리사가 가져다 준 물을 시원하게 들이키고 컵을 내려놓은 붉은 머리칼의 여성에 진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빠르게 결론만 말하자면 남자 화랑과 여자 화랑이 서로 바뀌었다... 가 되시겠다.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거냐면...
모든 일이 어찌어찌 마무리 되고 세계도 안정화되면서 사건의 중심이었던 진도 이제 그럭저럭 세상에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직접 표면적으로 밖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필사적으로 몸을 숨기며 다니지 않아도 되자 화랑은 그런 진을 데리고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그리고 오늘은 철권중에 왔다가 박사님에게 점검을 받으러 간다는 알리사의 말에 호기심 맥스로 진을 끌고 알리사와 함께 제페토 박사의 연구실에 왔다가 화랑이 그의 실험에 휘말려버렸고 그 결과가...
" 아, 뭐야. 이거...! 이봐, 박사! 당신 또 나한테 설명 안한거 있지! "
정확하게 설명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 실험체(?)가 생긴 박사의 흥분된 목소리가 너무 빨라서 알아 듣지 못했다 - 왠 이상한 방에 쳐박혀졌다가 폭발음과 함께 뛰쳐나온 화랑은 남자가 아닌 여성의 모습이었다. 붉은 빛의 머리칼이 가슴 쯤에서 살랑살랑 흔들리고 날카로운 외모를 가진 여성은 방에서 뛰쳐 나오자마자 제페토 박사에게 달려들었고 그런 박사를 지키기 위해 알리사가 앞을 가로막았다. 화랑이 여자가 되었다고? 하고 놀라기도 전에 비명처럼 들린 목소리를 화랑의 것이었다.
" 뭐야... 박사, 당신 알리사 말고 다른 여성형 로봇 만들었어? "
" 다른 로봇? 아니요. 박사님이 만드신 로봇은 오직 저 알리사 하나 뿐입니다 "
" 뭐? 니가 알리사라고? 농담 따먹기 하자는거야? 아니면 뭐 여성 파츠라도 추가했어? 알리사 보스코노비치는 남성형이잖아! 내가 남성형이면서 왜 이름이 알리사냐고 엄청 놀려먹었는데! "
알리사의 말을 전적으로 부정하는 화랑의 말에 결국 진이 나섰다. 단순히 성별이 바뀌었다고 하기에는 화랑의 이야기는 지금 현재 상황과 너무나도 동떨어져있는 이야기였다. 잠깐만, 화랑. 지금 이야기 좀 더 자세하게...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짜증 섞인 얼굴로 뒤를 돌아본 화랑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비명같은 목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진, 너는 왜 남자가 된건데!!!!!!!!!!!!!!!!!!!!!! 그리고 상황은 처음으로 돌아간다.
" 좋아, 대충 진정됐다고. 그러니까 내가 알던 사람들의 성별이 완전 반대인 이상 이곳이 내가 살던 곳이 아니라는 건 이해했어. 네가 진짜 진인 것도 알겠고 "
" 하하하... 그래서 이렇게 되기 전에 뭐하고 있었어, 화... 랑...? "
" 뭐야, 이름 제대로 불러. 뭐, 똑같아. 여기의 내가 그런 것 처럼 나도 저 사이코 박사의 실험에 휘말린거야. 강렬한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엄청 나서 또 나한테 설명 제대로 안하고 이상한 실험이라도 하나 싶어서 뛰쳐나온건데... 설마 차원 이동? 같은 걸 겪게 될 줄이야... 진짜 짜증난다 "
" 그래서 당신이 있던 곳의 저는 남성입니까? 어떤 모습인가요? "
" 음... 집사의 느낌? 머리색은 너와 동일하지만 좀 더 단정한 느낌으로 평소 생활 습관이 군인에 가까운 라스의 생활을 보조하고 있다고나 할까나 "
" ...그 라스도... "
" 응, 여성이야. 아무래도 내가 알던 사람 중 성별이 동일한 유일한 사람이... 저 사이코 박사 같아 "
잔뜩 짜증 섞인 표정을 하고는 엄지로 박사를 가리킨 화랑에 진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는 행동은 자신이 알던 화랑과 다를게 없는데 성별이 여성이니 뭔가 평소처럼 화랑을 대하기가 어색했다. 하아, 진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번에는 알리사가 가져다 준 딸기 스무디의 빨대를 입에 물고 한모금 마신 화랑이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화랑이 말한 사이코 박사, 제페토 박사가 한발짝 앞으로 나섰다.
" 아무래도 자네가 있던 세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은 실험을 동시에 실행하는 바람에 뭔가 싱크로가 맞아서 순간적으로 차원의 공간이 합쳐진 것 같군 "
" ...우와, 판타지적인 이야기잖아. 동시에 같은 행동을 한다고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이게 만화야? 아니면 영화? "
" 하지만 그 결과가 떡하니 있지않나. 바로 자네라는 결과 "
" 하아... 그래서 머리 좋은 사이코 박사? 내가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
" 글쎄... 지금으로는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밖에... "
" 하아, 안되겠다. 알리사 잠깐 비켜줄래? 한대만 때리자 "
" 그건 안됩니다. 당신이 때리면 박사님은 중상입니다 "
하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덥썩 가겠다고 하는게 아니었는데. 화랑이 제 머리를 반쯤 헝크려트리다 잡힌 손목에 고개를 들었다. 진이었다. 머리 망가져, 화랑. 그 말에 잠시 무표정하게 진을 바라본 화랑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는 잡히지 않은 반대쪽 손으로 머리를 다시 정리했다. 너 진짜 진이긴 한가보다. 어쩜 하는 행동이 똑같냐. 화랑이 남은 딸기 스무디를 깔끔하게 클리어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아,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했지? 그럼 네 마음대로 돌아다닌다?
" 그래서 하고 싶은게 사람들을 만나는거였어? "
" 신기하잖아! 내가 알던 사람들의 성별이 바뀌었다니. 어떤 모습인지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돌아갔을 때 진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다양한 게 좋으니까! "
마음대로 돌아다닌다는 말 그대로 화랑은 그대로 진을 끌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점검이 끝난 알리사와 함께 철권중으로 돌아가 라스와 리를 만나고, 둘과 헤어지고 나서는 샤오유와 아스카. 그리고 오늘도 아스카와 한판 뜨려고 온 리리와도 만났다. 우와, 부자집 도련... 아니, 아가씨는 돈도 많은가봐? 맨날 모나코에서 전용 비행기 끌고 일본으로 오고. 처음엔 진과 함께 온 이 여자는 누구냐, 라는 태도였던 세 사람은 화랑이라는 진의 말을 믿지 못하다가 종국에는 묘하게 걸즈 토크가 맞아 진을 꿔다놓은 보릿자루로 만들어버렸다. 묘한 기분이네, 진의 소감이었다. 겨우 여자들의 수다가 끝난 화랑이 진의 집 근처의 공원 벤치에 앉고는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냈다.
" 한대 펴도 괜찮아? "
" 응? 어, 괜찮아 "
" 우와, 이건 또 내 쪽의 진이랑 다르네 "
" 그래? "
근처 자판기에 산 물병의 뚜껑을 연 진은 천천히 물을 마셨다. 그런 진에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모금 들이마시고 내쉰 화랑이 별거 아니라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키스 할 때 담배 냄새 난다고 담배 피는 거 별로 안좋아하거든. 그 말에 순간 사례가 들린 진이 황급히 물병에서 입을 떼고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 그런 진에 눈을 동그랗게 뜬 화랑은 저도 모르게 손에 든 담배를 대충 바닥에 문질러 껐다. 설마... 화랑이 운을 띄웠다.
" 니들 아직 그런 단계 아니야? "
" ...그, 그런 단계가 뭔데? "
" 우와... 남자인 나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타입인거야? 내 성격에 그럴리가 없는데? "
" 자, 잠깐만. 머리가 못쫓아갈 것 같으니 그만해줘 "
겨우 진정된 진이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다 화랑을 바라보았다. 진의 표정에서 무언가 묻고 싶은게 있다는 걸 알아차린 화랑도 진을 바라보았다. 하나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 네가 있는 세계도... 내가 전쟁을 일으켰어? 그 말에 화랑이 눈을 가늘게 뜨다 하아, 한숨을 쉬고는 한쪽 다리를 들어 벤치에 걸치더니 그 무릎에 얼굴을 기댔다.
" 역시 이쪽도 그런건가. 샤오유들과 이야기를 할때부터 어렴풋이 느끼긴 했지만... 그래, 진. 너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어. 나는 그런 너에게 대항하기 위해 레지스탕스를 결성했고. 그리고 전쟁의 끝은... 너도 알고 있을거야 "
" ...성별이 바뀐 세상에도... 내 운명은 거스를 수 없던걸까.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태어나든 데빌의 힘에 휘말릴 수 밖에 없는 운명인가...? "
진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화랑이 아무 말 없이 지포 라이터의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다. 딸깍, 딸깍, 딸깍. 규칙적인 소리가 둘의 침묵을 메웠다. 그리고, 딱 소리나게 닫힌 지포 라이터를 주머니에 넣으며 화랑이 진을 바라보았다.
" 운명을 거스를 수 없었지만 결국 극복한 거 아냐? "
" 뭐? "
" 모든 게 해결되었잖아. 너는 데빌의 주박을 극복했고 그토록 다시 만나고 싶어했던 아버지... 아니, 어머니를 만났잖아. 물론 희생이 없던 건 아니지만... 너는 평생을 속죄하면서 살거고. 나도 옆에서 항상 도와줄거고. 물론 처음에 넌 반대했지만. 자신의 일에 나까지 말려드는게 싫다면서. 하지만... 이건 내가 정한거야, 진. 내가 네 옆에서 함께 하기로 결정한거야. 그러니까 너무 우울해 할 필요 없어. 이건 아마도 남자인 나도 내 쪽의 진에게 동일하게 말해줄걸? 여자인 나도 남자인 나도 결국 화랑이니까 "
하지만... 음, 그렇네. 화랑이 가볍게 기지개를 켜며 중얼거렸다. 너도 진이긴 하지만... 내 진이 보고 싶네.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 화랑에 진도 피식 웃고는 중얼거렸다. 나도, 내 화랑이 보고 싶어. 그리고 그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여자였던 화랑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남자 화랑이 나타났다. 우왓! 갑자기 바뀐 탓인지 순간적으로 시야가 흔들린 화랑이 머리를 짚고 고개를 숙이자 놀란 진이 화랑을 부축했다. 괜찮아, 화랑?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해결될 줄은 몰랐는데.
" 그건 내가 말하고 싶은거야... 우와, 시야 흔들려... "
" 근데 화랑 "
" 왜 "
" 보고 싶었어 "
" ...나도 "
- 카테고리
- #2차창작
- 페어
- #B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