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다즈카르의 남자는 평생을 바깥에 나서지 않는다. 고로 보통의 다즈카르 남자에게 지평선의 끝을 뿔 앞의 풍경처럼 살필수 있는 눈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같은 눈을 가졌어도 바깥에 나설 수가 없으니 멀리 있는 것을 살피는 것은 언제나 여자들의 일이었고, 남자에게 그것은 ‘불요한 일‘일 뿐이다.

하지만 다른 다즈카르 남자라면 몰라도, 무엇이 왜 금지되어있는지 의미도 몰랐던 철없는 어린 시절 이미 금기의 선을 훌쩍 뛰어넘어버렸던 토야다쉬에겐 그렇지 않았다.

무수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누군가에게 잔소리 들을 걱정 없이 바라보았을 때, 저 먼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의 이름을 배웠을 때, 저 평원 너머로 돌아오는 반가운 이의 모습을 누구보다 빨리 발견했을 때, 그런 순간들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낄때마다 토야다쉬는 오로지 피로 인해 얻을 수 있었던 자신의 눈에 감사했다. 멀리 보고 선명히 볼 수 있는 눈은 수많은 판단과 확신의 근거가 되어주었고, 그로 인해 구해낸 사람이 한 명 한 명 늘어날때마다 자랑스러움과 뿌듯함 또한 종이가 한장씩 겹쳐지듯 쌓여갔다.

그렇게나 ‘보는 것’에 자신이 있었기에, 토야다쉬 다즈카르는 자신이 보고있는 것을 스스로 ‘의심’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낯설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눈을 비빈다’ 라는, 그로서는 자고 일어난 직후가 아니면 하지 않을 행동을 무려 세 번이나 반복하고도 모자라 반대쪽 평원을 한참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그쪽을 보고서야 토야다쉬는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인정했다.

자랑스러운 그의 눈은 이번에도 옳았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있는대로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

잘못 보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럼 저건 대체 무엇인가?

태양빛을 온통 반사해대는 금색의 갑주를 입고 말도 타지 않은 채 걸어서 대평원을 가로지르고 있는 ‘저것’이, 대체 뭐란말인가?

상식 밖의 풍경에 한참을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토야다쉬를 움직이게 한 건 또한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평야의 바람이었다. 어렸을적부터 바람은 아버지처럼 곁에서 수많은 것을 일러주곤 했고, 그가 처음으로 금을 넘던 순간에도 동료처럼 토야다쉬의 곁에서 함께해왔다. 그리고 가장 믿을만한 형제인 바람이 그에게 엷은 피냄새로 속삭이고 있음을 깨달은 순간, 토야다쉬는 그 비상식적인 풍경 너머에 있는 것이 다름아닌 온살 하카이르임을 떠올려냈다.

기억을 되짚느라 토야다쉬는 제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기억 속의 이야기와 눈에 보이는 것을 대조할수록 의문이 확신으로 변해가기만 했기에, 어느 순간 토야다쉬는 꼭 그것에게 이름을 지어주듯이 스스로에게 선언해야 했다.

온살의 망령이다.

죽은 것들의 원념이 피바람을 몰고 그가 사랑하는 것들이 있는 곳으로 멈추지 않고 걸어오고 있었다.

다즈카르의 남자는 평생을 바깥에 나서지 않는다. 고로 보통의 다즈카르 남자에게 지평선의 끝을 뿔 앞의 풍경처럼 살필수 있는 눈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같은 눈을 가졌어도 바깥에 나설 수가 없으니 멀리 있는 것을 살피는 것은 언제나 여자들의 일이었고, 남자에게 그것은 ‘불요한 일‘일 뿐이다.

그도 모르지 않았다. 이것은 다즈카르 여성의 일이다.

그리고 보통의 다즈카르 남자들과 토야다쉬 다즈카르가 다른 점을 한가지 꼽는다면, 바로 그렇게 그어진 ‘선’을 뛰어넘는 것이야말로 그의 본질이라는 점이었다.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 곳에도 도달하고 보면 그 너머가 있었다. 남들이 넘지 말라 그렇게 외치던 선도 뛰어넘고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새가 하늘이 어디까지나 이어져있음을 알듯이, 그의 영혼은 이미 눈 앞에 어떤 한계선이 그어지든 그 너머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알고 있는 자로서, 그는 이미 한 번 넘어봤던 것에 발목을 붙잡혀 분명하게 다가오고 있는 저 흉흉한 것을 내버려두자고는 결코 생각할 수 없었다.

-저것이 무엇이든 여기서 막아세우리라.

형제가 대초원을 쓰다듬던 손길로 제 머리카락을 헝크러트리는 것을 신호삼아 지평선을 넘는 법을 아는 자가 소리 높여 외쳤고, 온 초원이 그와 말발굽 소리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시점.. 온망시가 편지받은이후(거의 초기여도 좋고 좀 지나서 리스폰한 후여도 좋고)

토야 기준으로는 이미 다즈카르족 나가서 한참 지내다가 간만에 고향돌아와서 며칠 지내고 말타고 주위 둘러보다가온망시를 발견한..... 정도를 생각했음

검들고 날듯이 뛰어오는 토야 보고 맞다이뜨려다가 한번 감정 누르고 나여행하러왔는디? 하는 온망씨랑 앗네넵그렇군요 ㅈㅅ합니다 님이너무 흉흉해서ㅜㅜ 하고 검주섬주섬 집어넣고 만두드실래요? 하는 토야 생각했음

그리고 토야주직몰겠어서(솬은 미됴시주직이니까) 그도 걍 나이트 시켜버림 반박은썰로주세요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