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무명
[逸失 : 일실] “후우…….” 거친 숨을 뱉어내는 사이로 누군가가 언뜻 스쳤다. 그 순간 잔뜩 모아져있던 집중력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금룡은 벌써 몇 개째 해먹었는지 모를 목검을 내려뜨렸다. 잔뜩 예민해진 시선은 방금 전 지나간 인영을 뒤쫓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움직이곤 하는 것은, 아마도 그날 이후부터 였을 것이다. 지워지지 않을 패배의
* 짧음 * 아침에 약한 진금룡 [一朝 : 어느 날의 아침] 해가 뜨는 것이 빨라져 사방에 여명이 흩어지고 있었음에도 사위는 아직 고요하기만 했다. 아마 이각 뒤부터 슬슬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렇듯 송백의 아침은 남들에 비해 이르게 시작되었다.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산아래까지 가볍게 뛰어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검을 휘두르기 까지가 빠듯하게
* 혼례를 강요당하는 진금룡 “금룡아. 네 혼례를 더는 미룰 수가 없겠구나.” 찻잔을 들던 금룡의 손이 뚝 멎었다. 아버지를 마주보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탁자 위에는 아까부터 무엇인지 의아하던 서한과 두루마리, 그리고 작은 함이 있었다. 이것들이 무엇인지 깨달은 순간 손끝에 든 찻잔이 서늘하게 느껴졌다. 봉문을 하면서 이 나이까지 미뤄진 혼례였
화산귀환 2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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