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루/대협태웅] Guidance 1+2

센루 센티넬AU

깔끔하게 떨어지는 포물선, 철썩. 림을 가르는 공소리가 여전히 경쾌하다. 그리고 경기의 종료를 알리는 버저소리가 울린다.

-와아아아!

“역시 아키라야!” 라는 함성과 센도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경기장을 메웠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보이는군, 아키라"

경기를 끝마치고 우오즈미가 센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센도는 생긋 웃으면서 답했다.

“다행히, 몸 상태가 좋아졌거든"

Guidance 1 

센도에게는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능력'이 있었다. 그것은 그가 센티넬이라는 것이다. 센티넬들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 뛰어난 신체능력과 지적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한 능력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르는 법. 센티넬의 우수한 능력을 계속 활용하기 위해서는 가이드의 존재가 필수였다. 자신만의 가이드를 갖지 못한 센티넬들은 빠르게 도태되어버리고, 자신이 센티넬이었을 때의 능력과의 괴리로 인하여 정신분열을 겪는 경우도 대다수였다. 그러나 센티넬의 수에 비해 가이드는 항상 부족했기에, 센티넬들은 항상 한순간에 자신이 가진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였다.

센도는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었다. 적어도 그의 곁에는 가이드가 있었으니까.

경기를 마치고 귀가하여 방문을 열어보니, 침대 위에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곤히 잠들어 있는 루카와가 있었다. 침대가에 앉아 센도가 루카와의 흰 볼을 쿡쿡, 손으로 찌르자 그제서야 미간을 찌푸린 채로 눈을 뜬 루카와가 센도를 보았다.

“경기는 끝난건가”

“그럼. 버저비터로 이겼지. 루카와 덕분에.”

루카와가 몸을 일으켜서 침대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센도는 루카와를 껴안고 루카와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치워, 나도 이제 가야 해.”

루카와가 달라붙는 센도를 애써서 밀어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센도는 자신의 체중을 루카와의 몸 위에 실으면서 다시 루카와를 침대에 눕혀버렸다.

“뭐하는 거야"

“그냥, 좀 더 네가 내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 보고싶어서랄까"

생긋 웃어버리는 센도의 얼굴을 보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뭔가 부끄러운 기분이 가슴에서 뭉글거리는 것 같아 루카와는 금새 고개를 돌렸다. 센도는 그런 루카와가 귀여웠다.

“루카와군 어디 아픈건 아니지? 얼굴이 좀 빨개진 것 같은데"

“그런거 아니니까 그만 몸 좀 치워. 나도 내일 몸 풀어야 해"

다시 부루퉁한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는 루카와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센도는 루카와의 몸에서 쉽게 떨어져나갔다. 침대 밖을 나선 루카와가 방 한구석에 널브러져 있던 자신의 옷을 하나씩 챙겨입는 것을 센도는 침대에 그대로 앉아 바라보고 있었다.

옷을 다 입고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센도의 눈빛이 따가움을 느낀 루카와가 센도 쪽으로 다시 몸을 틀며 물었다.

“대체 왜 그런 눈으로 보는거야 남이 옷을 입는걸 “

“말하자면 내가 벗겼던게 뭐였는지 기억이 안나서 네가 입는 걸 보면서 다시 곱씹기 좋아서?”

센도는 루카와의 불평같은 질문에 답하며 나른하게 루카와를 바라보았다. 그런 센도의 대답에 루카와는 자기도 모르게 전날 밤을 떠올렸다. 문을 열자마자 입을 부딪혔고, 가방이 언제 떨어져 나갔는지 기억할 수 없고, 어느새 자신은 나체가 되어 센도의 밑에 깔려버렸고, 뜨겁고 또 뜨거웠다. 갑자기 훅 끼쳐오는 열에 루카와는 황급히 몸을 돌려 방을 나서려고 했다.

“루카와"

루카와의 등 뒤에서 센도가 자신을 나직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 서버렸어.”

안된다. 센도의 저 말에 한 마디라도 대꾸했다간. 자신의 내일 경기 연습에는 커다란 차질이 생길 것이다. 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루카와는 멈칫했던 발걸음을 돌려 대문을 향해 곧장 걸어갔다.

“루카와"

다시 센도가 방에서 그를 부른다.

“안돼. 알아서 해결하도록 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일갈하고는 루카와는 급하게 신발을 신고 센도의 원룸에서 빠져나왔다.

루카와는 자신이 가이드라는 사실을 센도와 원온원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센도와의 몸싸움이 평소보다 격해졌을 때, 센도가 센티넬임을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건 센도도 마찬가지였다. 원온원이 끝나자마자 눈이 서로 마주쳤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센도와 루카와는 입을 맞추었다.

단지 키스였을 뿐인데도 두 사람의 심장은 4쿼터를 쉴 새 없이 뛰었던 것보다 더 빨리 뛰었다. 자각했던 첫 날은 그저 키스에서 끝났지만, 둘 사이가 더 깊은 관계로 진행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관계가 깊어질수록 센도의 경기력은 괴물 수준이 되곤 했다. 그런 센도가 경쟁자라는 점에서 루카와의 속내는 복잡해져갔지만, 애초부터 센티넬과 보통 사람 사이에서 ‘공정하게 게임하는 것'이 무엇인지 루카와는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자신이 없어서 센도가 자기 기량을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싫었을 뿐이었다.

물론 센티넬로서의 능력을 개방한 상태에서 센도를 경기장에서 맞닥뜨렸을때에는 루카와도 벅찰 정도였다. 그래서 가끔씩 루카와의 머릿속에서 센도의 가이드를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들기 마련이었지만, ‘가이드의 본능'이라는 게 있는지는 몰라도 그의 상태를 좋게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래도 둔한 루카와가 느끼기에도 센도가 필요 이상으로 자신에게 치대는 것이 아닌가도 싶은 생각이 스쳐지나갈 때도 지금과 같이 종종 있었다.

센도의 방을 나온 다음 날. 연습이 끝나고 루카와는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다. 탈의를 마치고 지나가던 미츠이가 루카와의 목덜미를 보고 눈을 찌푸렸다.

“아 루카와! 좀!!”

루카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 미츠이를 바라보았다.

“애정 행각 좀 티내지 말라고 전해, 네 애인한테.”

“그게 무슨?”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로 루카와가 미츠이를 빤히 바라보자, 미츠이가 성질을 냈다.

“네 목 뒤에 아주 울긋불긋하게 난리가 나 있다고!!”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내 참, 솔로는 서러워서 어디 살겠나 라고 중얼거리며 미츠이가 탈의실을 나갔다.

그제서야 루카와가 거울로 뒷목이 비추게 하고 그것을 보자 붉게 씹혀 있는 자국들이 난무했다. 마치 피부병이라도 걸린 환자마냥 센도의 흔적은 얼룩덜룩하게 루카와의 목에 남아 있었다. 망할 센티넬 자식. 루카와는 벌로 당분간 센도와 접촉은 안해야겠다는 의지를 속으로 불태웠다.

루카와는 일부러 센도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중간에 센도를 마주치게 될까봐 등교 방향도 바꿔서 움직였다. 물론 그런 루카와의 노력은 이틀만에 수포로 돌아갔다.

센도를 피한지 이틀 째에 센도가 쇼호쿠로 찾아왔기 때문이다. 

Guidance 2

"어?! 센도 아키라! 이 천재님과 대결하려고 직접 찾아오기까지 한건가?!" 

사쿠라기가 센도를 먼저 발견하고는 그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그러나 평소였다면 웃고 넘겼을 센도가 굳은 얼굴로 답했다. 

"아니, 하나미치군. 오늘은 루카와에게 일이 있어서."

"난 너에게 볼 일이 없는데." 

센도의 말을 단박에 부정하며 루카와가 그를 노려보았다.

"무슨, 오늘은 나랑 원온원하기로 한 날이었잖아? 얼른 챙겨서 나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루카와가 뭐라고 더 대꾸하기에는 센도의 기세가 흉흉했다. 저런 모습의 센도는 자신을 어느 한 곳에 메다꽂을 것 같은 느낌이 와서 루카와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얕은 한숨을 쉬며 짐을 챙기기 위해서 라커룸으로 발길을 옮겼다. 뒤에서 하나미치가 뭐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루카와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라커룸에 들어서자마자 언제 따라왔는지도 모르게 소리없이 뒤에서 센도가 루카와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윽, 뭐하는 짓이야."

루카와가 아픔에 얼굴을 찡그리며 센도에게서 벗어나려고 그의 팔을 붙잡았다.

"왜 날 피했어, 루카와?"

자신을 제지하려고 하는 루카와가 센도는 가소로웠다. 이렇게 자신과 접촉하고 있으면 오히려 힘에서는 밀린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건가. 아니, 어쩌면 센도가 센티넬이고 루카와 자신이 가이드라는 것을 잊고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가볍게 루카와의 팔을 붙잡고 센도는 루카와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물었다.

"말해봐, 왜 날 피한거였어?"

집요한 센도의 눈빛에 루카와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네가 자꾸 보이는 곳에 흔적을 남겨놓아서....내가 곤란해지는데......남들이 뭐라고 하는것도....듣기 귀찮아.'

루카와가 조용히 중얼거려도 센도의 귀는 충분히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을 수 있었다. 사실 그게 내가 바라는 건데. 농구같은거 안하고 내 가이드로 계속 옆에서 있어주는 것 말야. 그러라고 내 흔적을 남들이 보이는 곳에다가 남겨둔 거야. 하지만 이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봤자, 루카와는 겁에 질리겠지. 

"그것 가지고 나를 피했던 거라고?"

"...벌 같은거다."

이것봐라. 자신의 기운이 코트를 난입했을 때보다 누그러진 것을 저 둔한 가이드가 어떻게 알았을까. 

"벌이라니, 난 루카와와 하루라도 접촉을 끊으면 힘들어지는 걸 알고 이용했다는 거였어?"

"헛소리 하지마."

"루카와, 상당히 악질이네."

센도가 시무룩한 얼굴을 하며 중얼거렸다. 

센티넬이 가이드가 없어지면 얼마나 불안해지는지 모르지. 마약에 중독된 것 같은 기분인데.. 안그러면 정상적인 생활도 유지할 수 없고 말이야... 그런 센도를 어이없다는 듯이 루카와가 바라보며 입을 열려고 하는 찰나, 센도가 루카와를 꽉 껴안았다. 그리고는 루카와의 목에 코를 대고 루카와에게서 나는 향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크게 숨을 들이켰다.

"땀냄새만 날 텐데 뭐하는 짓이야."

"네 땀은 나한테 좋은거 알면서."

"너무 오래 여기에 있었어. 나가야 해"

루카와가 센도의 품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을 움직이자, 이번에는 센도가 협조적으로 응해주었다. 그리고 락커룸을 빠르게 빠져나갔다. 그런 센도의 뒷모습을 보며 루카와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며 미처 챙기지 못한 옷가지들을 가방속에 구겨넣고는 그의 뒤를 따라갔다. 


이전에 썼던 글을 옮겨둡니다. 옮기면서 1, 2를 합쳤네요.

그 다음은...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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