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와 제자들

2화

마법 익히기

‘Peaceful Village’는 간단히 말해 마법사 주인공이 네 명의 아이들을 순차적으로 줍고 키우는 스토리이다. 이 과정에서 갈등도 있고, 사건도 있고, 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지만 나중에 얘기하고.

주인공이 문을 열려고 하다가 전기가 흐르는 마법진에 감전당하는 것은 게임에서 극초반 스토리이다. 어수룩한 초보 마법사인 주인공은 혼자 산에 피크닉을 왔다 조난된 후 이 오두막으로 들어온다.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수많은 책의 향연에 주인공은 문을 열어 도망치려고 하지만 이미 문이 닫힌 후라 방범 마법진이 발동된다.

물론 실제로 사람이 살진 않았다. 주인은 이미 죽은 지 오래지만, 마법의 발동 조건이 주인이 죽은 이후였다. 오두막에는 보존 마법이 걸려 있었고 말이다. 보존 마법도 방법 마법과 마찬가지로 발동 조건이 주인의 죽음이었다. 어쨌든 이 불쌍한 초보 마법사는 오두막을 나가기 위해 마법진을 열심히 연구했고, 일주일이 걸려 마침내 나가게 된다. 참고로 이 마법사가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섭취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걸려 있던 보존 마법이 인간도 포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법진을 열심히 연구하고 오두막에 있던 지식을 흡수한 주인공은 좀 더 똑똑해진다. 설명이 굳이 필요 없는 중반과 후반 스토리를 압축하자면 여기서 얻은 지식으로 네 아이를 구하고 작은 마을에서 행복하게 산다. 배드 엔딩 루트는 아이 중 한 명이 귀족 자제에게 시비가 걸려 시동과 싸우다가 죽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래서 나머지 세 아이와 마법사가 그 귀족과 가족들, 식솔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귀족 시해 및 연속 살인으로 사형당하는 그런 스토리다. 약간 막장이지만 자료 조사 좀 해보니 귀족 시해로 즉결 처분당하는 일 자체는 많았다. 그리고 사실 주인공이 마법사여서 귀족 한 명만 죽였다면 경범죄 취급을 받았을 텐데, 가문 사람들을 싹 다 죽여 버려서 사형당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게 주현의 미래가 될 수도 있었다. 주현은 머리를 싸맸다. 그와 친구가 설정한 이 세계의 마법은 도형과 공식과 기호와 고대 가이 문자가 전부였다. 고대 가이 문자는 지구에 있는 룬 문자와 비슷한 개념이다. 고대 가이 문자는 마력을 담을 수 있는 글자이므로, 마법진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너무 설명이 많아지는 것 같아 게임에서는 뺀 설정이지만, 고대 가이 문자에 마력을 제대로만 담을 수 있다면 마법진은 필요 없었다. 그게 어려워 마법진을 배워야 한다는 설정이 존재했던 거지만, 어쨌든 그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오두막의 주인은 마법에 미쳐 있는 자라서 기초 마법서부터 심화 마법서까지 다 있다는 사실이었다. 주현은 책을 훑었다. 글자를 이해할 수 있는지부터 알아야 했다. 다행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온 집 안을 다 뒤져서 찾아낸 양피지와 깃펜으로 글자를 써보자 잘 써졌다. 그걸 소리 내어 읽을 수도 있었다. 다행히도, 굶어 죽을 일은 없었다. 인쇄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글을 쓸 줄 알면 배를 곯지는 않을 정도의 돈은 비교적 쉽게 벌 수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주현은 오두막에서 기초 마법서를 모조리 찾아냈다. 오두막에 보존 마법이 걸려 있는 한, 주현은 이곳에서 굶어 죽지도 않고 평생 살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 시점이라면 네 아이 중 첫 번째 아이를 만나는 것도 2년 후였다. 첫 번째 아이는 부모가 죽기 전까진 험하게 자라지도 않았기에 마음 놓고 마법을 공부할 수 있었다.

“이게 뭐야…….”

그렇게 생각하며 호기롭게 펼친 책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로 가득했다. 주현은 눈이 뱅글뱅글 도는 거 같았다. 분명히 이 기분을 느낀 적 있었던 거 같았다. 새내기 때 한번 구경해본 외국의 유명 학술지에 실린 교수님의 논문 같은 느낌이랄까……. 분명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쓰였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 기분이라는 소리다.

한숨을 쉰 주현은 손에 들고 있던 걸 멀리 밀어 놓고 다른 책을 폈다. 스승도 없는데 이해 안 되는 걸 붙들고 있어 봐야 이해가 될 리가 없었다. 그 시간에 차라리 다른 책을 보는 게 나았다. 이건 인생 내내 학생 생활을 하며 깨닫게 된 진리 비슷한 거였다.

“…….”

그리고 다행히 두 번째 책은 읽을 가치가 있었다. 주현은 금세 책에 빠져들었다. 마법은 실전이라지만, 실전으로 넘어가기 전에는 이론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그리고 이 책은 이론적 뒷받침을 하기에 훌륭했다.


일주일이 지났다.

그걸 어떻게 아냐면, 창문을 통해 바라본 바깥이 일곱 번 밝아졌다 어두워졌기 때문이었다. 오두막 안에 등이 설치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둘째 날 이후로는 빛 덩어리를 생성해낼 수 있을 정도로 주현의 배우는 속도가 빨랐기에 셋째 날 밤부터는 휴식을 취하며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주현은 심화 마법서를 공중 부양 마법으로 들고 책장을 마법으로 넘기며 글씨를 읽어 내려갔다. 그의 주변에는 책들이 원을 이루고 (여러 개였다)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제어 능력을 기르기 위해 주현이 고안해낸 훈련이었다. 마법서를 읽고 마법을 터득할수록 제어 능력의 필요성을 이해하게 된 주현은 대한민국의 주입식 창의력 교육을 통해 길러낸 창의력으로 훈련을 창조했다.

훈련을 쉬지 않고 한 결과 주현은 시작한 지 45시간 만에 빛 여러 구를 만들어 내고 크기를 다양하고 부드럽게 조절할 수 있는 것과 동시에 매우 빠른 속도로 구들을 움직일 수 있었다. 주현은 자신이 해낸 걸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마법사 주인공도 이렇게 속도가 빨랐나? 그러나 생각해보니 마법을 배우는 것의 속도는 정한 적이 없었다. 주인공도 마법진 새로 배우는 거 일주일 걸렸는데 기초 마법 배우는 거야 뭐, 일주일이면 충분하겠지. 안일하게 생각한 주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 나갈까?”

책을 옆으로 던져두고 스트레칭하자 온몸이 비명을 질렀다. 익숙한 감각이었다. 허리를 고장 난 기계처럼 삐걱거리며 움직이던 주현은 몸을 뒤로 젖히는 것으로 스트레칭을 마무리했다. 오두막에 걸린 방법 마법만 해제하고 인식형 방법 마법을 다시 걸 예정이다.

주현이 일주일간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오두막을 버리고 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우선은 여기서 살고 나중에 아공간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마력량이 는다면 책들을 싹 다 넣어버리고 첫 번째 아이가 사는 곳으로 이사 갈 것이다. 일단 계획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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