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MÆN 비하인드

해석과 헛소리와 TMI의 소나타

OMGMO by 야채
27
0
0

안녕하세요. 야채입니다.

‘노맨’(NOMÆN을 일일이 복붙하기 귀찮으므로 이리 표기합니다.)을 쓴 작자입니다.

본 포스팅은 ‘노맨’의 초기구상, 작업 과정, 해석 등과 같은 TMI를 담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로 가득하므로 ‘노맨’을 정독한 뒤 감상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실 정독하고 난 뒤 안 보셔도 좋습니다.

아무튼 시작합니다.


오타쿠 1N년,

첫 부스, 첫 회지, 첫 장편.

저는 고난도 모르고 일정이 불타버렸습니다.

비하인드

바야흐로 2024년 초순이었습니다. 10년지기 친구가 말했습니다.

“너, 나와 함께 부스를 하자.”

미친 제안이었지만 그 당시 저도 마호에 미친 자식이었으므로 받아들였습니다.

이 회지는 그렇게 시작됩니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최애는 오웬이며 최애 칭호는 인연입니다.

최애주의자라 원래는 오웬만 잡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인연이 딸려들어왔습니다. 결단코 제 의지로 잡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제게는 다양한 취향이 있습니다.

잠시 저의 취향을 나열하겠습니다: 동화, 원죄, 선악과, 자유, 개별성, 심장, 생명과 죽음…

저는 생각했습니다.

“‘내 심장이 있는 곳을 알려줄게, 기사님.’이라는 문장이 들어가는 회지가 쓰고 싶다…” 라고요.

이게 바로 시초입니다.

구상은 5월달부터 꾸준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초기 구상에는 초반부를 여는 조합이 미스루틸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식탁 치우기를 귀찮아 하는 미스라와 그걸 보며 잔소리와 애정 어린 조언을 하는 루틸의 조합이었네요.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결국 루틸과 리케로 시작하게 됐지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는 되도록 마호야쿠가 말하는 ‘공존’에 대한 내용을 넣고자 했습니다. 그것을 가장 잘 이야기할 수 있는 캐릭터가 루틸이라고 생각했고요, 루틸의 장래희망이 그림책 작가인 것도 한몫 했습니다.

아래는 회지 작업하기 전 끄적거린 저의 메모들입니다.

뭐가 많죠.

처음 구상에는 <프랑켄슈타인> 또한 모티브 작품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빅터라는 모브도 넣을 생각이었어요. 왜냐하면, <프랑켄슈타인>에서의 괴물은 (창조주/세계에게) 거부받는 존재, 이 세상의 법칙을 벗어난 이단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제 안에 있는 오웬과 잘 어울린다고 여겼어요.

하지만 그것까지 들어가면 구성이 너무 번잡해져서 뺐습니다.

결론적으로 남은 것은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백설공주>네요. 그 외에 자잘한 요소로 <성경>과 <그리스 로마 신화>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하일 엔데의 <자유의 감옥> 같은 경우는 제가 회지 퇴고 이틀 전 벼락치기로 읽어서, 솔직히 회지 내용에 크게 포함되어 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는 니체의 <선악의 저편>을 가볍게 훑었습니다. 별 건 아니고, 그냥 제가 니체를 수박 겉핥기 식으로 좋아합니다.

뭔가 그럴싸한 작품까지 포함해서 말하긴 했지만, ‘이걸 모티브 삼겠다!’ 해서 진행된 건 아닙니다. 따지자면 쓰고 보니 ‘어? 이거 이 작품에서 영향 받은 부분일지도?’에 가깝습니다.

첫 구상에는 오웬의 트렁크 속에서 오웬을 찾아다닐 때의 카인이 상처오웬과 마주치며 대화하는 것이 있었는데요, 이것 역시 제가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버려버렸습니다. 상처오웬이 한번쯤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뭐 만족합니다.

구상은 보통 이런 식으로 시작합니다.

이게 Dream 파트 구상입니다. 엄청 짧죠?

이걸 확 늘려버리는 게 제 차력쇼였습니다.

해석?

이라고 할 만한 게 있을까요. 저는 그저 솔직한 심장콤으로 살아갔을 뿐이었는데.

상징을 쓰긴 했습니다만, 단순한 공식입니다.

심장=선악과/원죄=사과

따라서 심장이 없는 오웬은 원죄를 스스로 버린 존재.

…라는 해석이 들어 있는 게 바로 ‘노맨’입니다.

‘노맨’에서 오웬의 심장이 놓인 곳은 저승 한가운데입니다.

어린 오웬은 그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어쩌면 다시 태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단은 그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에덴 동산 한가운데에 선악과와 생명나무가 서 있는 것과 동일한 배치입니다.

거기에 오웬이 케로베로스도 키우고, 기억도 없다고 그리스의 저승(레테의 강)도 가져왔고요. 여러 가지가 짬뽕된 회지입니다.

원죄는 태어나면서부터 얻은 죄입니다.

오웬의 원죄는 어떤 도덕적 죄, 종교적 죄가 아닌 사회의 죄입니다. 그를 악이라 규정했던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 원죄입니다.

오웬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탄생 자체가 죄라니, 그것은 실로 부조리한 일이잖아요. 따라서 오웬은 원죄를, 심장을 던집니다. 규정된 육체로부터의 탈피가 곧 죄에서부터 벗어난다고 본 것입니다.

자아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이에게 죄를 물을 수 있을까요? 죄라고 부를 만한 것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죄를 가져갈 사람은 아직 ‘완전히’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생명-존재 자체가 원죄를 가졌으므로 그는 생명(심장)을 버립니다. 살고자 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생명을 포기합니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가당한 자기보호죠. 따라서 오웬은 새로운 몸을 가집니다. 그것은 대속을 위한 육신이 아닙니다. 자라버린 몸을 그대로 이고, 그는 환영받지 못했던 존재를 이어갑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의 성정에 실제로 악한 부분이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부정한 것, 질투 슬픔 공포 분노 시기 악의 등과 같은 것이 말이죠. 기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분법적 세계에서 자라난 오웬은 자신을 아주 나쁜 마법사로 규정합니다.

무규정과 규정이 부딪힙니다. 오웬은 그런 모순을 가진 채 행동합니다. 어쩌면 궤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웬은 긴 시간을 살아가며 수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아마 그에 의해 죽은 이들도 많을 겁니다.

꿈의 숲 스팟 서브 에피소드를 읽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해당 에피소드들에는 ‘꿈의 숲을 만든 것은 오웬이고 그 숲이 있기 전에는 마을이 있었다’는 언급이 나옵니다. 실제로 어떤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이 회지는 그것을 사실처럼 선택하여 구성했습니다.

‘오웬이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꿈의 숲을 만들었다.’ …라고 말이죠.

그것이 오웬의 자의였는지 아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누군가를 죽였다는 데에 있습니다.

우리는 적어도 그것을 죄라고 부릅니다.

엔데는 그런 오웬의 죄를 되새기는 존재입니다. 그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증명입니다. 우리는 죄에 대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정당한 일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세상은 사람이 규정한 규칙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엔데는 그의 죄를 알지 못한 채 죽어버렸습니다.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어떻게 오웬을 그리 잘 아는지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만능 데엑마: 다 거대한 재앙 덕분입니다. 재앙 영향으로 살아난 고대생물만 봐서, 마법사도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엔데는 피해자로서 그를 아주 증오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은 안타깝게도 저의 역량 부족입니다. 증오가 거세된 캐릭터처럼 되었네요. 제 한계로 인해 실제로 엔데가 오웬에게 가진 증오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에게 자리한 것은 불합리함과 의문이 더 큽니다. “대체 왜?” 그것이 점점 커져 원망과 미움의 형태로 굳어졌습니다. 문제는 오웬 자신조차 그 이유를 모른다는 점에 있습니다. 기억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웬은 그것을 심장과 함께 버렸습니다. 삶을 택하는 대신 생명을 포기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죽음 또한 박탈 당했으나.

거대한 재앙으로 인해 다시 살아난 엔데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엔데는 그의 대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엔데는 자신의 대리할 사람으로 카인을 선택합니다. 카인 또한 그의 피해자이기 때문입니다.

죽은 엔데와 카인이 입은 피해가 저울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저는 삶을 박탈당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무게를 갖는다고 봅니다. 생명을 박탈당한 엔데와 인간으로서의 삶을 박탈당한 카인. 그러므로 엔데는 카인에게 자신의 질문을 이양합니다.

이제 카인은 오웬에게 질문을 해야만 합니다.

어째서 그랬느냐고.

어째서 기억하지 못하느냐고.

어째서 생명을 버렸느냐고.

오웬의 ‘카인의 표식’이 곧 카인이라고 여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웬은 원죄를, 생명을 버림으로써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와 같이 존재합니다. 태어났다면 모를까, 태어나지도 않은 이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징벌은 유보됩니다. 그가 죄를 모르기 때문에. (그래서 회지 중간에 사랑은 없었다. 그는 아직 심장을 가질 수 없었다. 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초기 구상에는 일곱 개의 죄를 범해야만 심장을 얻을 수 있다고 작성했었습니다. 사유: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죄를 짓는 것 아닌가요? 사랑을 하면 심장이 뛰고, 혈기가 도는 신체반응이 일어날 텐데 오웬은 아직 그걸 못하는 어쩌고저쩌고 그먼십 얘기 생략)

그렇기에 카인은 오웬의 곁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세상은 사람이 정한 규칙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그 때문에 지극히 불합리하지만, 카인은 불공정한 세상에서 공정을 지키는 이이기 때문입니다.

회지 내에서 지속적으로 말하는 것은, 오웬이 ‘구조’에서 벗어난 인물, 즉 소외된 인물이라는 사실.

그리고 카인은 그런 오웬을 어떻게든 붙잡는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오웬이 아직 죄를 모르므로 그는 당장 단죄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언젠가는 될 수 있겠죠. 그 언젠가가 올 때까지 카인은 그와 함께할 겁니다. 따라서 그들에게 눈알은 약속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기억과 미래에 대한 약속… (오타쿠의 더러운 CP필터)

그먼십 이야기 정말 미안합니다. 죄에 대한 붐따와 판결에 대한 심사숙고가 제 코어라서 그렇습니다. 네. 변명입니다.

여담이지만 초기 구상 단계에서는 회지 제목이 ‘무명과 호명’이었습니다. 지금 제목은 이 초기 구상을 적절히 포함시켰네요.

엔데의 주문인 "무니모스"는 라틴어로 꿈을 의미하는 somnium을 뒤집은 것입니다.

또, ‘노맨’을 여는 제사(題詞)는 카인처럼 보이는 오웬의 희망입니다. 어느 쪽으로 해석하셔도 무관하지만 저는 (읽기 전) 카인 > (읽은 후) 오웬으로 해석되길 바라며 썼습니다. 기사가 되고 싶었다는 게 오웬의 첫번째 꿈이고, 그것이 좌절된 이후에도 이상을 포기하지 못한 오웬이 두번째로 꾼 꿈이 기사에게 구해지는 것, 이라는 것이 제 캐해석이거든요.

TMI

뻘하지만 이번에 나온 국가별 테마곡 중에서 북쪽 테마곡 ‘whiteout’ 가사 보고 엄청 웃었습니다.

과거를 묻어버립시다 나의 기억을 지우고 죄를 망각하고 화이트아웃 속으로 사라지게 합시다 그러면 순결을 되찾을 수 있겠죠 그러면 감상까지 지울 수 있겠죠

^ 뭐야 이 공명은…

웃기지 않나요 저는 그저 원죄콤이었을 뿐인데 갑자기 가사랑 공명했다는 게… (ㅋㅋㅋㅋㅠ)

작업하면서 들었던 노래도 소개해보겠습니다.

1. 감성 픽 (오웬 심장 빼기 전 같음)

ELECTROCUTICA - Hysteresis

https://www.youtube.com/watch?v=IcjIzRtKkn4

(가사) https://m.blog.naver.com/cc6395/220883575444?recommendTrackingCode=2

2. 가사 픽

ELECTROCUTICA - 未必の恋 -Dolus Eventualis-

https://youtu.be/sSu52m0zjeY?si=T-G1257FJpjAVQC2

(가사) https://m.blog.naver.com/cc6395/221051935393?recommendTrackingCode=2

뭔가 느껴지지 않나요?

둘 다 가사를 꼭 봐주시면 좋겠어요.

특히 未必の恋 들으시면 제가 얼마나 CP로 썼는지 아실 겁니다.

물론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방가르드 감성을 너무 좋아해서 사고와 논리 도약을 자주 하기 때문에, ‘이거 뭐야?’ ‘갑자기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라는 감상이 들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비단 노래 가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제 문체의 고질적인 문제도 겸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친구 한 명은 인디밴드식 서술이라 했습니다. 그런 느낌인 겁니다.

그 외에도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오웬 최애 현자의 카인오웬 회지라는 점에서 1차 걱정쇼가 펼쳐졌습니다.

너무 오웬 이야기만 한 건 아닌가 걱정입니다.

근데 제가 제 힘과 능력으로 해결할 수가 없는 부분이네요. 제가 오타쿠라 말이 계속 나오는군요….

이어서 2차 걱정쇼.

CP보다 제가 강한 회지가 완성되고 말았습니다.

카인오웬에 관심있지 제게는 관심없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회지가 탄생하고 말았네요.

저는 어쩌면 좋죠.

하지만 제 안의 카인오웬을 전부 꺼낸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게 정말… 제가 생각하는 카인오웬의 정수입니다. 제 안의 카인오웬 그 자체입니다.

진심 제 모든 걸 쏟아부어서 저는 이제 인연조 이야기 그만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인연 칭호 해체나 외치겠습니다.

하지만…

하지만요.

동화의 규칙을 따라갈 수 없는 관계, 최우선은 아니지만 유일한 관계.

그게 인연조 아닌가요?

- 쏟 뚱 -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