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감옥이 체질입니다.

2화 세상이 나를 억까한다.(2)

감옥이 체질입니다.

나는 진지하게 고민해 봤다. 대한민국에서 호텔 투숙객이 납치 되는 경우는 있을까? 그것도 큰맘 먹고 잡은 5성급 호텔에서.

하지만 지금,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은 납치 말고는 전혀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사실 진짜 어이없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로 걱정되기 시작했다.

걱정? 아니 이건 무섭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내가 평소에도 하고 싶은 말을 잘 못하는 답답이이긴 한데 이건 상황이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아…. 젠장 아직 죽고 싶지 않은데…. 장기 털이? 아니면 노예?”

속으로는 엄청나게 쫄려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그렇다고 도망갈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애초에 배 안이라 밖은 망망대해일 텐데 그럼 도망갈 방법은 없었다.

이후 생각이고 뭐고 나는 배도 고팠다. 모든 신경이 그쪽으로 향했고 등이 배겨서 누워있을 수 없어 상체를 일으켜 겨우 등을 벽에 기댄 채 앉을 수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어서 누가 기절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아...”

얼마나 멍때리고 앉아있었을까? 깨어나고 줄곧 닫혀있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웬 남자 한 명이 들어왔다. 그는 나에게 빵을 던져주고는 뭐라고 말했다.

“?? 예? 저기 제대로 설명 좀.”

“!@#@#$%(*@#!%&”

“저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요…?”

“쯧.”

아, 이건 알아들었다. 지금 혀 찬 거 같았다. 그리고 혀 차는 행위의 뜻이 다른 뜻이 있지 않는 이상 맘에 들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이상하게도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기에 답답했다.

물론 상대도 마찬가지인 듯했으나 이 상황에 누가 더 답답하겠는가. 그래서 자꾸 말을 걸려고 했지만 남자는 상대하기도 싫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리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

나가기 전 남자는 작게 읊조리듯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꼭 들으라는 듯 말했다. 다만 무슨 말인지는 몰랐지만 저건 백 퍼센트 나를 욕하는 말인 것 같았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욕과 비슷한 외국어는 잘 알아듣고 배운다. 물론 정확히 어떤 뜻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욕인듯하니 외워두려는 나를 후려치고 싶었다.

“아니! 그래서 뭐! 뭔데 뭐라고.”

답이 없어 고개를 숙이고 한숨만 내쉬었다. 그리고 그 와중 내 몸은 아주 정직했다. 남자가 던져줬던 바닥에 나뒹구는 빵을 보고 침을 삼켰다.

“서사주. 너는 지성인이야. 아무리 그래도 땅에…. 제기랄!! 지성인이고 나발이고!!!”

나는 기대고 있던 등을 떼고 바로 빵을 향해 달려가듯 다가가 들어 올렸다. 그리고 곧바로 입으로 직행했다. 물론 입에 넣기 전에 묻은 먼지가 있나 싶어 툭툭 털어내고 욱여넣었다.

입안 한가득 퍽퍽함이 내 상황에 맞춰 답답함을 표하는 것 같아서 서럽게 느껴졌다.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그저 우적우적 입안으로 집어넣는 행위만 계속했다.

하나를 다 먹고 나니까 더 허기지는 느낌이 들었다. 난 지금 외국으로 보내지는 모양이었다. 그보다 아까 그 남자가 입고 있는 옷이 왜 낯익은지.

“아 몰라.”

이미 돌이킬 수 없는데 고민해봤자 무슨 소용 있겠나 싶어 나는 다시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답답한 건 여전하고 배는 여전히 고팠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내 몸을 제대로 확인 할 수 있었는데 처음 보는 옷을 입고 있었다. 그저 낡은 셔츠와 바지였는데 색이 무척 이상했다.

“이런 건 공짜로 준다고 해도 안 입는데.”

검붉은색의 이상한 색감이 물들여 있는 옷이었다. 면 소재인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단단한 재질 같기도 하고 아무튼 옷 자체가 평범한 디자인인데 이상했다.

게다가 나를 구속하고 있는 것들 때문인지 온몸이 저리기도 했다. 무조건 몸살이 날 것 같았다. 뭐든 좋으니 이 배에서 내리고 싶었다.

**

제법 시간이 많이 흘렀다. 여전히 매일도 아닌 가끔 찾아와 알 수 없는 말과 빵을 던지고 갔다. 나를 욕하는 것임을 짐작만 할 뿐이었고 그러거나 말거나 그저 던져주는 빵을 입에 욱여넣는 일만 했다.

“배고파.”

21세기에 굶어 죽을지도 모르는 공포가 짓누르기 시작했다. 현재로서 그게 가장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런 두려움 속에 나는 그저 얌전히 기다리면서 내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길 한참 겨우 배가 정박하는 듯 소란이 일었다. 밖에서 많은 사람이 왔다 갔다가 하며 분주한 듯했고 마지막엔 내가 있는 곳으로 여러 사람이 들이닥쳤다.

나에게 빵을 던져주던 사람도 있었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다만 같은 옷을 입고 있어서 그들은 같은 편임을 눈치챘다. 그리고 곧 내 목에 커다란 쇠사슬까지 채워졌다. 나는 이유도 알 수 없이 범죄자가 된 기분을 맛보았다.

“!#$@!$%@#!”

“아씨.. 뭐라는 거야.”

나를 보고 뭔가 말하는 이들에 이끌려 끌려갔다. 예의는 물론 배려 따위 없는 행위에 나는 배도 고프기도 했고 온몸의 근육통으로 그저 터덜터덜 끌려갈 뿐이었다.

내 목에 연결된 쇠사슬을 쥔 남자는 내가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그냥 바로 확 잡아당겼다. 목이 쓸려 아픈 건 둘째로 치고 짜증이 치솟았다.

“요즘 개새끼도 이렇게 안 끌고 가겠네….”

서로 말이 안 통한다는 사실을 알아서인지 나는 처음으로 제가 하고 싶은 속내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만약 여기가 그냥 한국이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있는 표정은 무척 매서웠다. 나는 그들의 표정에 그냥 입을 꾹 다물고 조용히 있기로 했다.

이 배에는 생각보다 컸고 나는 처음으로 갑판으로 나올 수 있었다. 눈치를 보면서 고개를 돌려서 주변을 살폈는데 익숙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렇게 눈알만 돌리면서 주변을 살피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직급 있어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고 그들은 대화하기 시작했다.

“[하. 제법 얌전히 있었나 보군.]”

“[예. 무슨 말 하는 것 같은데 대체로 얌전하게 있었습니다.]”

“[빠르게 범죄자를 인계하고 돌아간다.]”

“[예!]”

많은 대화는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내가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은 뒤를 돌아서 배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끌려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깨달았다. 사람들의 옷과 돛에 그려있는 저 문양이 익숙한 듯한 기시감이 드는 이유를.

대한민국 어릴 때 보던 해적의 모험 이야기. 원피스에 나오는 해군이었다. 완전히 확신한 것은 저 사람의 뒤에 적혀있는 [정의]. 그 글자에 뒤통수가 얼얼한 기분이었다.

“어…? 내가 드디어 그냥 미친 건가?”

엄청 혼란스러웠다. 온몸이 힘들어서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리며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잡아당겨져 그대로 넘어졌다.

머리를 바닥에 찧은 고통에 이건 절대 꿈이 아니라는 사실에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어떻게 안까지 끌려 들어왔는지 모른다. 주변엔 이미 해군들은 사라졌고 간수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이마를 타고 흐르는 느낌에 양손을 들어 닦아내듯 쓸었다. 그리고 손등에 묻어난 피를 보고 식은땀이 아닌 피라는 것에 당황하다가도 눈앞에 보이는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광경에 바보 같이 입을 벌리고 쳐다보고 있었다.

철 가마솥에 팔팔 끓여지는 물인지 뭔지가 보였다. 엄청난 열기에 나는 죽겠구나 싶었다. 어느새 이미 모든 옷이 벗겨진 채 그 앞에 서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무..뭐야! 설마 이 안으로 들어가라고? 아니!! 못 들어가!!”

“[저놈이 뭐라고 하는 거야? 얼른 집어넣어!]”

나는 전부 거부하듯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애초에 내가 여기에 온 이유도 몰랐고 무엇보다 원피스, 이 빌어먹을 만화를 내가 전부 본 것도 아니었다.

나는 친구들이 볼 때도 원피스보다 사신이 나오는 만화를 열심히 봤었고 원피스는 알라바스타 이후엔 보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아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니 잠깐!!! 잠깐잠깐잠깐! 으..으아아아악!”

강제로 안으로 밀어 넣어지고 있었고 나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알몸으로 허우적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이 순간의 수치심? 그런 건 전혀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결국엔 발로 차여 철 가마솥 안으로 처박혔다. 이렇게 죽는가 싶어 소리란 소리를 질렀는데 이상하게도 뜨겁지 않았다.

“으아아악!! 아악!! 아..!.응?”

허우적거리며 소리친 게 무안하게 철 가마솥 안의 물 온도는 완전 딱 좋았다. 가마솥 속 가운데 서서 멍하니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가뜩이나 몸살 기운이 있던 나는 가마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으어어..어어어..”

이번엔 비명이 아닌 만족스러운 소리를 내었다. 딱 가마솥 벽에 등을 기대앉아 팔을 올려 걸치려다가 수갑으로 인해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고 바로 뒤를 돌아서 양팔을 올려 기대며 앉았다.

“시원하다. 아아….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

양팔 위에 제 머리까지 얹고 홀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앉아서 입욕을 즐기고 있었다. 주변이 자신을 미친놈 보듯 보고 있다는 사실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면서 쌓인 고된 피로가 다 풀린다. 생각보다 뜨겁지 않아서 왜 이런 절차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한참을 탕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나올 생각도 안 하고 괴로워하지도 않는 나를 건져낸 것은 간수복 걸 입은 이들이었다. 분위기로 보아 하나, 그리고 저 고대 이집트 때 쓴 모자 같은 장식을 한 사람이 나를 향해 뭐라고 말하는 것이 들렸다.

늘어지는 몸에 어찌저찌 옷까지 갈아입혀졌는데 누가 봐도 죄수복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 생에 처음으로 감옥인 듯한 곳에 발을 들였다.

양팔과 다리에 채워진 수갑도 조금은 익숙해진 듯했지만, 여전히 이곳이 익숙하지 못했다. 나는 여전히 불만이 많았다. 내가 왜 이곳에 와야 했는지 확실하게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기에 아무것도 모른 채였다.

“젠장. 내가 무슨 죄인데…. 죄명이라도 알려주던가!”

홀로 중얼거려도 소용없었다. 나는 이상한 숲 한가운데에 던져졌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아도 불안감만 조성할 뿐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아아아악!!”

“끄아아악!!”

“저리 꺼져!! 아악!!”

한가운데 멍하니 서서 여기저기 주변에 들리는 비명만 난무할 뿐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과 같은 신세가 되어갔다.

이상한 게도 커다란 거미들과 무슨 퍼런 괴물들이 몰아쳐서 도망을 다니기 바빴다. 지나가다 나뭇잎에 스치기라도 하면 살이 베였는데 이상하게도 원래라면 살짝 베여도 아프다고 그 자리에서 누워도 이상해할 것 없었지만 시큰한 느낌은 있으나 크게 아프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저 살면서 이렇게 뛰어서 도망 다니는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나는 그런 피곤함과 더불어 배가 너무 고파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내 눈앞에 보이는 저 날카로운 나뭇잎도 맛있게 느껴지는 이 기분을 누가 공감해 줄까? 그렇게 나는 조용한 주변에 나뭇잎 하나 조심스레 떼서 입에 넣고 꼭꼭 씹었다.

혹여 입안이 베일까 조심스레 꼭꼭 싶은 나뭇잎은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먹는다는 행위 자체에 만족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루하루 나뭇잎을 떼먹기도 하고 어느 날은 나무 아래 자란 이상한 풀떼기를 뜯어서 입으로 곧장 직행했다. 그리고 나는 울렁거리는 속을 참지 못하고 다 토해 내버려서 결국 힘없이 바닥에 드러누웠다.

“아 빌어먹을. 그냥 죽여라 죽여! 차라리 죽는 게 낫지. 배고파 죽겠는데….”

그렇게 한탄하듯 내뱉고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렇게 나는 이 이상한 감옥인 듯 지옥인 듯한 곳에 들어온 지 하루 만에 모든 걸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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