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량돌
05 할스 마법사가 바다 냄새를 잊어버렸다고 생각할 즈음의 일이었다. 친우라 부르는 이들이 몇 있었다. 서로 명줄 걱정하는 사이라면 누구든 그렇게 부를 수 있었겠으나, 사랑이라는 버릇은 간사해서 늘 그보다 더 원하곤 했다. 마법사는 그들에게 곁을 내줘야겠다고 선택했고 그 대가로 30년을 지불했다. 가끔은 필요 이상의 치유 마법을, 그보다 자주 집요하
01 간밤 꿈에는 그리운 이의 젖은 발이 나왔다. 이곳에서 꾸는 꿈이 숲이 부리는 수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새파란 신입 감시자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거스르지 못하고 흘러든다. 숲을 바라보고 누워 그 안에 있을 늙은 흑마법사의 불결한 흔적을 생각하다 잠들 때. 숲에서 나서 숲에서 죽을 사람이 되기 전의 기억을 되새길 때마다 있었던 꿈. 물 아래 그림자
약관을 이미 넘겼다고는 믿기 어려운 그 레인저가 마을에 나타난 것은 어느 한가한 오전의 일이었다. 그는 녹색 망토의 모자를 머리에 뒤집어썼고, 잘생기고 어려 보이는 흰 말의 고삐를 느슨하게 쥐고 있었다. 안장의 앞머리에는 글라디우스가 가로로 놓였고, 등에는 시위를 메겨 놓은 장궁을 멨다. 까마귀 모양으로 세공된 망토 배지가 목 근처에서 둔탁하게 빛났다. 말
어떤 숲그림자에서도 여자를 찾지 못했다. 네펠레 숲을 떠나온 지 2주가 지났고 젊은 레인저는 여전히 여자의 손을 탄 안대를 쓰고 있었다. 생의 수치를 아는 눈을 가리는 물건이다. 그의 검은 안대는 바늘의 발걸음을 기억하고 있다. 여자의 손길을 기억하는 뺨과 얼굴을 기억하는 눈이 그에게 아직 있다. 트리스탄 오데어는 기억의 숲에 가장 아픈 기억을 두고 왔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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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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