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량돌
어느 초여름, 여자는 초여름의 햇살에 볼을 물들이고 잡화점의 문을 열었다. 쏟아지듯 구불거리는 금빛 머리칼에 새파란 눈동자가 반짝였다. 대학에 다니는 젊은이들에게 유행하는 옷차림으로. 마치 홉킨스 씨의 가게처럼 오래된 가게는 처음 와본다는 듯 수줍게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녀는 물건을 고르면서 맥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중에는 물건과는 전혀 관련
그해 겨울 어느 날은 날씨가 무척 추웠고, 전날 싸라기 같은 눈이 잔뜩 왔다가 한번 녹은 탓에 길이 심하게 얼어 있었다. 자연히 손님이 찾지도 않는 잡화점을 여는 둥 마는 둥 지키다가 해가 지고서야 그날의 첫 끼니를 때웠다. 그는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잠깐 거실을 서성이다가, 주택 뒤편에 얼마 안 되는 잡동사니를 쌓아 둔 창고로 들어가 오랜만에 기타를
그날 역에 도착하는 마지막 기차에서 내렸을 때 시간은 거의 새벽 한 시에 가까웠다. 밤하늘에 낀 구름 때문에 하늘은 회색에 가까웠고, 공기 중에서는 날카로운 풀 냄새가 났다. 맥스 홉킨스는 기차역을 지키던 역무원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넨 뒤 기차역의 불빛을 등지고 몇 걸음 걸어가다가 곧 무언가가 생각난 듯이 멈춰 서 돌아보았다. 하지만 밝은 빛 때문에 아무
아나히스는 마침내 어느 갈림길 앞에서 멈춰섰다. 소란스러운 밤손님처럼 한참을 달린 뒤의 일이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눈 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 무작정 달렸다. 어디에서 떠나왔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풀무처럼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말의 목을 도닥이다가, 덜컥 생각이 미끄러졌다. 죽지 마요. 목이 덜컥 무거워졌다. 아나히스는 길을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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